火山재, Volcanic ash
2010년 에이야퍄틀라이외쿠틀화산이 분출했을 때 에이야파틀 지역의 사진. 화산재로 구성된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 사진은 한낮에 찍은 것이다.
1997년 7월 몬트세랫(Montserrat)의 전경. 수프리에르 화산이 분출하면서 화산재를 뒤집어쓴 잿빛 마을은 폐허가 되었다.
흰 화산재 모습. USGS 자료사진. 이런 게 공기 중에 휘날리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SEM으로 촬영한 화산재의 한 조각. 마그마 파쇄 작용 중 휘발성 물질에 의한 거품들이 잘 발달해있다.
1 개요
화산 분출물의 한 종류로, 화산쇄설물의 한 분류이다. 정의상 화산쇄설물 중에서 크기가 모래 이하(2 mm 이하)인 것을 총칭한다. 폭발적인 화산 분출에 곧잘 수반되는 흔한 분출물이며, 폭발적인 분출에서 분출물 중 부피비상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다.
2 형성 원리
마그마가 지하에서 형성되면 여러 작용을 거쳐 지표 방향으로 상승하게 된다. 지표 근처로 올라온 마그마는 필연적으로 온도와 압력의 감소를 수반한다. 이 때 마그마는 처음 형성되었을 때보다 휘발성 물질(volatiles)[1]를 안정적으로 담아낼 수 없게 된다. 즉, 마그마의 포화기체압이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마그마에서는 휘발성 물질이 마그마에서 분리된다. 만약 휘발성 물질이 강한 기체압을 행사하게 되면 마그마는 파쇄(fragmentation)되며, 화산쇄설물을 만든다.
만약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는 마그마 파쇄가 이뤄지기 힘들다.
- (1) 마그마가 휘발성 물질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어 가스 방출량이 적거나[2],
- (2) 유체가 빠져나갈 경로가 확보되어 있거나[3],
- (3) 압력이 매우 높은 곳[4]이라서 빠져나간 휘발물질이 기체가 아니라 초임계유체나 액상이라 주변 압력에 비해 강력한 기체압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1)의 경우, 보통 현무암질 마그마가 해당된다. 이 때는 보통 규모가 크지 않은 하와이식 분출이나 스트롬볼리식 분출이 주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고 기체압이 강력하면 마그마는 산산이 조각나버리며, 셀 수 없이 많은 규모의 분쇄물 덩어리와 기체의 혼합물로 변하게 된다. 이 때 문자 그대로 압력에 찢겨져 가루가 되어버린 마그마가 바로 화산쇄설물이며, 그 중에서 '가루' 즉, 2 mm 이하의 물질이 화산재가 되는 것이다.
3 분출 및 퇴적
화산 활동이 시작되면, 하부의 압력이 상부를 밀어올리면서 화도 혹은 새롭게 열리는 균열을 따라 물질을 터뜨려 내보낸다. 이 압력에 밀려 다량의 화산재가 부석이나 화산탄과 함께 공기 중으로 분사되는데, 보통 온도가 600~1100도 정도의 다양한 범위를 갖는다. 대부분의 화산재를 동반한 폭발적인 분출[5]은 분연주를 이루게 된다. 분연주는 주로 화산 가스와 주변에서 섞여들어온 공기, 그리고 화산재가 섞여 있다. 분연주가 공기로 퍼져나가면서, 화산재는 비교적 넓은 지역에 흩뿌려져 퇴적되게 된다. 분연주의 규모가 크면, 화산재가 흩뿌려진다기 보다는 퍼부어지지만...
화산재의 퇴적은 보통 비나 눈처럼 흩날려 퇴적되기 때문에, 지형을 피복한다. 대체로 일정한 두께로 퇴적되지만, 처음에는 단단하게 굳지 않고 얼기설기 내려앉은 형태라, 다시 움직이는 것[6]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강수에 의해 재동될 경우, 라하르와 같은 2차 재해를 일으킬 수 있으며, 강한 바람에 의해 다시 흩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가벼운 화산재는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어, 중위도나 적도에서 일어난 특정한 강력한 폭발이 남극과 같이 먼 대륙에 쌓이기도 한다.[7]
화산쇄설물 중에서 2mm 이하의 물질을 총칭하는 것이므로, 화산쇄설성 밀도류 등에 의한 기작으로 퇴적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구분하여 위 방식으로 비교적 조용히 쌓인 퇴적물이나 퇴적층을 "화산재 강하 퇴적물(ash-fall deposit)"이라고 부른다.
4 재해
▲ 2010년 인도네시아 메라피(Merapi) 화산이 분출할 때 자원자들에 의해 구출된 희생자들의 모습. 화산 분출물을 뒤집어 쓰고 화상[8]을 입었다. 당시 분출로 여러 차례 일어난 화산쇄설류가 마을을 덮쳤고 353명이 사망했다. 사진: BBC (이미지 출처: http://www.slideshare.net/mericelene/indonesia-mt-merapis-eruptions-2010)
가고시마 시내를 강타한 사쿠라지마 화산재의 모습.
화산재가 가장 강력하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화산쇄설성 밀도류 형태로 밀려올 때이다. 해당 현상은 항목을 참고하라. 그러나 화쇄류가 주를 이루는 펠레식 분출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분출은 화산재 강하(ash-fall)로 피해를 준다. 화산재가 그저 유유자적 흩날리는 게 별 일 아닌 것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 화산재 강하가 이뤄지는 지역은 말 그대로 생지옥이 펼쳐진다.
화산재가 강하하는 지역은 보통 상부에 두터운 화산재 구름(ash cloud)이 버티고 있는데, 당연히 이 구름의 빛 투과율은 무진장 낮다. 즉, 짙은 그림자가 덮이는 것. 심한 경우 두 눈을 떠도 눈 앞의 손바닥이 안보인다. 이 때문에 두꺼운 화산재구름이 있는 곳은 맨 위 사진처럼 대낮인데도 밤처럼 어두워진다. 또한 화산재는 온갖 기계에 말썽을 일으킬 수 있다. 기계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들어가도 좋을 게 없으며 대표적으로 호흡기 질환을 야기한다. 거기에 온 몸에 화산재를 뒤집어 쓰는 것은 보너스. 눈 내리는 것과 사실 크게 다를 게 없는 상황이긴 한데, 얼기설기 엮인 미세한 얼음덩이인 눈과 달리 이건 말 그대로 흩날리는 돌과 유리 가루이다. 밀도가 눈보다 3배나 높기 때문에[9] 가만히 내버려뒀다간 미터 단위로 쌓이는 화산재에 건물이나 차량 등이 막대한 손상을 입게 된다.
눈에 들어가게 될 경우 시력 저하나 심하면 실명의 위험이 따르며, 특히나 렌즈를 끼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돌가루가 눈속에 들어가 안구를 흡집내며 이리 저리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결국, 화산재가 떨어지고 있다면, 그곳은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 속에서 흩날리는 돌가루를 마시며 쌓인 화산재 더미를 헤치고 나아가야 하고, 화산재 무게에 집이 내려앉는 것을 그저 방관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폼페이 항목에서도 나오지만, 화산재로 인해서 도시 하나가 통채로 사라졌다.
5 연구 대상으로서의 화산재
화산재는 당연하게도 화산 분출물의 일종이므로, 화산 자체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화산재 자체의 성분 조사나 형태 조사도 이뤄지지만, 화산재가 퇴적된 화산퇴적층의 모습과 시대를 조사하게 된다. 특히 화산재는 화산 유리(glass)가 많으므로, 화산유리 성분을 알아내어 마그마의 진화사, 폭발 강도 등을 연구하는 데 이용된다.
또한 남극이나 북극과 같이 얼음이 쌓이는 곳에서는, 화산재가 쌓이면 그곳이 얼음이 퇴적된 정확한 시대를 지시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화산재 속에 섞인 광물의 분출 연대를 측정하면, 그 화산재가 언제 폭발했는 지 알게 되는데, 이 때가 바로 해당 얼음이 쌓이던 시대인 것이다. 빙하 연구에서는 빙하 몇 미터가 어느 시대의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 물, 이산화탄소, 염소, 불소, 황화물질, 일산화탄소 등을 포함한다.
- ↑ 보통 고철질, 고온의 마그마인 경우이다.
- ↑ 용암 호수와 같이 마그마가 지표로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가장 극단적인 예이다. 혹은 분기공(fumaroles)이 잘 발달한 경우도 있다.
- ↑ 심성암이 만들어지는, 킬로미터 단위의 하부 공간을 말한다.
- ↑ 즉 불칸, 펠레, 플리니 등의 분출
- ↑ 재동(再動)이라고 한다.
- ↑ 물론 밀리미터가 될까말까한 두께로 쌓인다.
- ↑ 화산쇄설류에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물론 목숨을 잃었지만, 근처에 있었거나 힘을 거의 잃은 경우에는 화상을 입고 생존하기도 한다. 치명적인 화산쇄설류를 내뿜었던 1902년 펠레 화산 분출에서도 화상만 입고 생존한 피해자들이 있었다.
- ↑ 암석의 비중은 2.7~ 3.3 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