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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Live
1988년 존 카펜터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SF/호러영화. 1960년대 발표된 단편소설 "Eight O'Clock in the Morning(아침 8시 정각)"을 기초로 각색했다. 많은 호러 영화가 그렇듯 한국에 들어오면서 90년초반 세신영상[1]에서 낸 비디오 제목으로 화성인 지구 정복이라는 유치찬란한 제목이 달렸는데, 물론 작중의 외계인이 화성에서 왔다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원제를 직역하면 "그들이 산다"가 된다. 배급은 유니버설 픽처스.
이리저리 떠돌면서 막노동으로 입에 풀칠하는 주인공 나다가 우연히 선글라스를 줍는데, 알고보니 이 선글라스는 인간인 척 하는 외계인의 본모습이 보이는 쌈박한 물건. 알고 보니 정치인과 부유층은 다 외계인이었으며, 광고와 방송, 잡지 등을 통해 "순종해라(Obey)", "소비해라(Consume)" 등의 메시지를 은연 중에[2] 인간들에게 주입하면서 그들을 착취하고 억압해오고 있던 것이었다. 나다는 이 선글라스를 만든 인간들의 비밀 조직에 가담해 외계인들의 음모를 파헤쳐나간다.
...대충 이런 줄거리. 외계인 생긴 게 해골바가지 같이 생겨서 그렇지 별로 공포스러운 영화는 아니고, 유머를 섞은 정치/사회 풍자극이다. 옛날 영화 티가 많이 나는 촌스러운 액션 및 특수효과는 시대 탓으로 제쳐놓더라도[3], 허술하고 비약이 심한 스토리와 형편없는 연기가 보는 이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직설적이지만 날카로운 은유와 B급 영화다운 위트는 이 영화의 확실한 장점으로, 이 점을 좋아하는 팬들 또한 많다.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고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영화.
3백만 달러 저예산으로 만들다보니 이해해할 만한 점도 있는데 북미 흥행은 1309만 달러를 벌어들여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했다.
주인공 나다의 친구 '프랭크 아미타지'의 이름은 H.P. 러브크래프트의 "던위치 호러"에 등장하는 헨리 아미타지에서 따온 것. 존 카펜터에 따르면 러브크래프트 월드의 '나쁜 신들이 인간을 억압하는 이면의 세계'가 이 영화의 컨셉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전반적으로 액션씬이 부실한 영화지만, 초반 나다와 프랭크가 서로 주먹질하는 씬은 무지하게 리얼한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실제로 싸웠다고 한다(...) 존 카펜터가 감동받은 나머지 이 격투씬을 원래 20초만 넣으려고 했는데 5분 20초나 넣었다고. 참고로 주인공 나다를 연기한 배우인 로디 파이퍼(1954~2015)는 전직 WWE 프로레슬러 출신이다. 이 장면은 나중에 사우스 파크에서도 패러디되었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서 영화 평론가 진 시스켈과 로저 이버트를 외계인으로 등장시키며 슬쩍 까고 있는데, 시스켈이 조지 A. 로메로와 존 카펜터를 '너무 폭력적이다'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복수라고. 이버트는 시스켈과 같이 TV에서 영화 평론한 죄밖에 없는데 덤으로 까였다.
- ↑ 로보캅 1을 103분 미국 개봉판으로 출시한 바 있고 영화 차우에 영향을 많이 준 레저백을 출시했으며 존 카펜터의 크리스틴이나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를 내놓은 곳이다. 문제는 카펜터가 참여도 안한 맥시멈 오버 드라이브(원작자 스티븐 킹이 직접 감독)를 여기서 내면서 크리스틴의 거장 존 카펜터 감독이라고 표지로 뻥쳤다는 점.
- ↑ 선글라스를 끼면 이런 감춰진 메시지들도 보인다.
- ↑ 당시 비평을 읽어보면 사실 그때 기준으로도 특수효과가 많이 별로였던 것 같긴 하다. 하긴 특수효과라고 해봐야 포스터에 나온 외계인 얼굴인데 척 봐도 그냥 대충 뒤집어 쓴 분장이다. 뭐 이 영화도 저예산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이해못할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