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이버트

1 개요

Roger Ebert
1942년 06월 18일 ~ 2013년 04월 04일

미국영화 평론가. 영화 평론계에서는 전설이다. 평론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인물.

굉장히 재밌게 평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진 시스켈과 86년부터 진행한 평론쇼인 At The Movies도 매우 널리 알려져 있다. 시스켈의 사망 이후로는 리처드 로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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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시스켈과 로저 이버트

미국 문화계에서는 평론으로 큰 족적을 남겼기 때문에 평론가의 대명사로 나온다. Two Thumbs Up!이라든가 흔히 말하는 엄지올리기/내리기 평론도 At the Movies에서 이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 키 큰 홀쭉이(진 시스켈)와 키 작고 통통한(로저 이버트) 평론가 짝패가 나온다면 100% 이들의 패러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들에게 하도 까인 영화 감독들이 두 사람을 까려고 희화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1]

4점 만점으로 영화에 별점 평가를 매기는데, 별점 기준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그 영화의 장르와 타깃을 고려했을 때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어졌는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별점 4개는 주로 장르의 경계를 초월했다고 평가하는 작품에 주는 듯. 예를 들어 《2012》는 별 3개 반을 받았는데, "이 영화가 걸작인가? 아니다. 올해 최고의 작품인가? 아니다. 에머리히가 재난 영화 모음집에서 이것저것 따와서 합쳐놨는가? 그렇다. 하지만 재난 영화라는 장르에서 할만큼 했는가? 그렇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액션 영화는 액션만 좋으면 되지" 식의 입장도 아닌 것이, 100분 동안 주구장창 액션만 펼치는 《레이드 : 첫 번째 습격》은 다른 평론가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별 1개 받았다.

3 일생

1942년 6월 11일에 전기수리공인 월터 해리 이버트와 경리인 아나벨 사이에서 일리노이 주 어바나에서 출생. 일리노이 대학교시카고 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1967년부터 시카고 선타임스에서 영화 평론가와 영화 담당 기자로 일하며 1975년에 영화 평론가로는 최초로 퓰리처상 평론 부문을 수상했고, 1975년부터 시카고 트리뷴 기자인 진 시스켈과 함께 방송에 진출하여 1999년 시스켈이 사망할 때까지 명콤비로 활발히 활동했다.

1999년에 시스켈이 뇌종양으로 사망한 뒤 리처드 로퍼와 함께 활발히 활동하다 2002년에 갑상선 암 진단을 받기 시작하여 2003년과 2006년에 두 차례 암이 재발하여 투병생활을 시작했고, 특히 2006년에 침샘암으로 1차 수술을 받을 당시 종아리뼈와 어깨의 일부 조직을 떼어 인공 턱뼈를 만들어 호전되나 싶었지만, 불행히도 경동맥이 끊어져 호흡 관란으로 기관지가 절제되어 말을 못하게 되었다. 당시 아래턱을 제거한 상태라서 수술 후 얼굴이 많이 달라졌고. 아예 아래턱을 스카프로 가리고 나올 때가 더 많다. 하지만 평론은 글을 쓰거나 기계의 도움[2]을 빌린 목소리를 통해 계속 하는 듯.

2011년 봄 TED에서 연설을 하였다. 영화평론이나 관련경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수술 후 다시 세상과 소통하기까지의 과정과 그를 통해 느낀 디지털 문명에 대한 통찰로만 채워진 내용이다.크나큰 육체적 고통을 겪고도 낙천적인 자세로 저술과 소통활동을 계속하는 그의 모습이 감동을 준다.

2011년에 인공턱을 끼워 넣어 예전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근데 2012년 12월에 또 다시 엉덩이뼈에 금이 가서 입원하기도 했다. 변호사인 와이프와 춤을 추다가 뼈에 금이 갔다고 한다.

2013년 4월 4일, 70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사망 하루 전까지도 자신의 웹사이트 업데이트와 영화제를 비롯한 향후 계획에 대해 열정적인 글을 남겼다. 마지막 리뷰는 테렌스 맬릭의 《투 더 원더》.

어쩌면 후대는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스티븐 호킹이나 장 도미니크 보비[3]의 경우처럼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신체의 결점을 극복하고 지적 활동을 계속한 점을 꼽을지도 모른다. 영화평론과 같은 예술,인문분야는 그 특성상 한 사람의 업적에 대한 평가기준이 획일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그의 평론가로서의 위상에 대해서는 사실 개인의 입장에 따라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퓰리처나 칸 영화제, 그랑프리 등의 수상은 스포츠 분야의 올림픽 금메달 또는 세계 신기록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하지만 그와 학문적으로 반대편 입장에 선 사람이라도, 그가 노년기에 보여준 삶에 대한 열정에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4년 그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Life Itself》가 개봉하였다.

4 기타

국내 평론가 이동진은 로튼토마토를 비판하는 와중에 로저 애버트를 자질이 떨어지는 평론가로 폄하했다.

본인 말로는 제대로 된 절대적인 가치의 영화 평론을 보고 싶으면 레너드 맬틴(Leonard Maltin)의 평론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영화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며 수많은 영화책을 냈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영화 모음집도 낸 적이 있는데 표지가 은근히 귀엽다(...).

Nostalgia Critic이 이버트와 시즈켈 헌정비디오를 만들었는데 퍼니플래닛에 자막번역이 되어있다.

저서로는 《위대한 영화》 시리즈가 있다. 1, 2권은 국내에도 발매가 되어 있으며 신작은 3권(국내 미출간).

듀나의 영화평론이 이 사람의 것을 거의 베끼다시피 할 정도로 많이 참조했다는 평을 받았었다. 그가 죽은 이후부터 듀나의 평론의 질적 하락이 발생했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

4.1 게임과 예술 논란

"비디오 게임예술이 될수 없다" 라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 이 글이 쓰인 이버트의 블로그는 물론이고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찬반으로 갈려 키배가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감안해야 할 것은, 이버트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비디오 게임이 열등하기 때문에 예술이 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게임은 체스나 스포츠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예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화에는 별 관심없는 겜덕의 경우, 이 논란으로 로저 이버트를 접하다보니 그를 새로운 매체(게임)에 대해 이해가 결여된 보수적 평론가나 겜알못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로저 이버트 본인이 해명 비슷하게 쓴 글에 따르면 본인은 Cosmology of Kyoto[4]를 매우 재밌게 플레이했으며 미스트같은 어드벤처 게임도 플레이해봤다고 한다. 또한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완다와 거상도 걸작에 가깝다고 칭찬하기도 했으며 2007년 개최된 '할리우드 & 게임' 컨퍼런스에 나와서는 언다잉와 제리코로 유명한 클라이브 바커와 동일한 주제로 토론을 하기도 했다. 단순히 겜알못으로 취급할 수가 없는 사람. 애초에 전자오락의 마법사를 리뷰할 때 패미컴판 닌자 거북이를 직접 해본 적이 있어서 옥의 티를 바로 눈치챈 사람이다. 다만 이 사람은 90년대 중반까지밖에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Nostalgia Critic은 이런 이버트의 견해에 반대하며 게임의 예술성을 옹호하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게임과 예술 항목 참고.
  1. 대표적으로 《고질라》에 등장하는 시장과 부시장 콤비. At The Movies에서 이 영화를 평가할 당시, 시스켈은 영화 자체는 물론 자신들을 패러디한 장면도 유치하다고 깠다. 파트너 진 시스켈은 '우리를 영화에 나오게 하려는 위험을 감수했다면, 우리가 괴물에 깔리는 장면이나 먹히는 장면 같은걸 넣지 그랬나?'라며 깠다.반박불가
  2. 2009년에 스코틀랜드의 개인TTS 제작업체 CereProc에 의뢰하여, 자신의 TV프로그램 및 DVD 코멘터리 등에 담긴 음성 데이터에서 추출한 '실제 자신의 목소리로 된' TTS 소스를 개발했다. 녹음된 음원을 사용한 최초의 경우라고 하며, 2010년 3월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여 이것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게다가 이 과정을 통해 Ebert Test(TTS의 인공지능을 측정하는 그만의 척도. 아직 전문 테스터로 개발된 것이 아닌, 아이디어 수준의 개념이다. TED영상에 보면 이 단어의 뜻이 나온다. 영문위키에도 등재되어 있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흠좀무.
  3. 영화 <잠수종과 나비>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 엘르 지 편집장으로 일하다 전신마비가 온 후,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쪽 눈꺼풀을 깜빡이는 방법으로 책 《잠수종과 나비》를 썼다
  4. 중세시대 전쟁과 역병, 요괴출몰로 인해 황폐해진 교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퇴마사(음양사) 게임으로서 비선형적인 플레이방식이 꽤 수준 높았고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아트 디자인과 사운드가 일품인 어드벤처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