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福本清三
일본의 국민 사망전대.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를 몸소 실현한 배우.
20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시대극이나 현대극 등에서 선악을 막론하고 살해당하는 역할 혹은 참살당하는 역할(斬られ役)을 맡아온 베테랑 배우. 별명은 5만 번 이상 참살당한 사나이로 명실공히 죽음 연기의 본좌이자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비참하게 죽는 역할이야말로 주인공의 위상을 돋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역할을 맡게되면 어떻게 죽을지부터를 연구하고 끝없이 연습한다고.(...)
50년 넘게 사무라이나 낭인 연기를 전담하다시피 하여 검술은 물론 각종 격투기 액션 연기도 매우 뛰어나다. 또한 주인공의 역할을 돋보이기 위해 최종보스 포지션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많고, 가장 마지막에 간지나게 죽는 캐릭터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할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이 상당히 많다.
다만 연기력과 비중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무명을 지냈고, 결국 그냥저냥한 배우로 잊혀지나 싶었는데...
2 탐정 나이트스쿠프-테츠코의 방 출연
최초로 방송가에 제대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92년 tv프로그램 탐정 나이트 스쿠프에 게스트 출연한 것이 계기였다. 이 때 후쿠모토의 열혈 팬을 자처하는 부부의 사연이 방영되었는데, 시대극에서서 주로 악덕상인들의 보디가드인 과묵한 낭인으로 분하여 "선생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면 그제서야 나서서 주인공과 싸움을 벌이다가 아차하는 순간에 원통한 표정으로 살해당하는 역할을 맡는 배우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연을 진지하게 읽던 비서 포지션 진행자는 읽다가 터졌고, 객석과 다른 MC들은 듣는 순간 빵 터졌다. 이 부부는 비록 이름은 모르지만 수도 없이 죽는 역할에 매료되어 팬이 되었으며, 후쿠모토가 유명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토크쇼에 출연시켜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그 전에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했기 때문에 배우계에서는 당연히 널리 인정을 받았고, 일반인들도 알 사람은 다 아는 배우였지만 전국구 스타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이 덕분에 당시 대배우인 쿠로야나기 테츠코의 토크쇼인 테츠코의 방에 정말 우연치 않게 출연하게 되어 30년 무명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죽음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희소성 덕에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여기에는 비화가 좀 있는데, 원래는 탐정 나이트 스쿠프에서 후쿠모토의 사연이 방영되었을 때, 리포터를 맡고 있던 라쿠고가(落語家) 카츠라 코에다(桂小枝)가 쿠로야나기 테츠코로 분해서 테츠코의 방 세트에서 패러디 코너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테츠코의 방 본방송 직전이라 패러디 코너가 끝날 무렵에 막 스튜디오에 들어선 진짜 테츠코와 마주쳤다. 안 그래도 후쿠모토는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주인공 칼에 맞아 죽는 연기(...)를 펼치고 있었는데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절묘한 타이밍이라서 당대 최고의 MC를 눈 앞에 두고 엄청 긴장했다. 그럴만도 한게 이게 몰래카메라처럼 짠 게 아닌 실제상황이었기 때문.
실제로 쿠로야나기는 시대극의 주인공보다 주인공들의 손에 죽는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원래 출연예정이 없었던 후쿠모토와 직접 이야기를 하여 꼭 출연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 토크쇼는 76년 개시 이래 근 40년 동안 지속되어 온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배우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유명인사들을 초청하는데, 여기에 출연해야지 제대로 된 유명인이다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수두룩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명성을 자랑하는 토크쇼이다.
배우도 보통 배우가 아니라 거물급이 아니고서는 여간해서 출연하기 어려운 프로이기도 한데, 후쿠모토는 한 팬 덕분에 30년 무명배우에서 하루 아침에 전국구 스타가 된 셈. 그 결과는 대호평이었지만 후쿠모토 본인은 처음에 "왜 내가?..."라면서 자신과 같은 무명배우가 나서기엔 분에 넘치는 자리에 초대받은 것이 당황스러웠다고 회고했다.[1]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네이선 알그랜 대위(톰 크루즈 분)의 감시 겸 호위역을 맡은 과묵한 사무라이로 유명하다. 이 덕에 헐리우드 진출도 성공하였으며 톰 크루즈가 직접 "정년에 그만두는건 아까우니까 꼭 헐리우드로 오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인연을 쌓았다. 서구권에는 자신의 배우로서의 정체성이자 상징과도 마찬가지인 斬られ役(kirare yaku)라는 단어를 최초로 전파한 배우이기도 하다. 사실상 이 사람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된 셈.
죽음 연기 하나만으로 명배우의 반열에 들어선 덕에 수많은 후배 무명배우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며, 설령 화려하지 않은 일이라도 하나에만 매진해서 충실히 하다보면 언젠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후배들을 독려해주고 있다. 시대극 등에서는 오랜 경험을 살려 액션 연기도 지도하고 있으며 워낙 업계 짬밥이 두둑한지라 이 사람의 연기에 매료되는 후배들도 많다고 한다. 근래에는 젊은 시절 무명의 설움을 잊어버릴 정도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가면라이더 W의 극중극인 바람의 사헤이지에서도 악역으로 출연, 그리고 렛츠 고 가면라이더에서는 블랙 장군을 연기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배우인생 55년만에 우즈마사 라임라이트[2] 라는 영화에서 최초로 주역을 맡았다. 시대극의 입지가 좁아지고, 연기력이 떨어지는 젊은 연예인들이 경험 풍부한 중견 배우들을 밀쳐내고 주역을 꿰차는 현 세태를 날카롭게 비판[3]하고, 죽는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의 눈물겨운 삶을 그렸으며, 극 후반에는 이들이 다시 한번 시대극의 메인으로 무대에 서는 화려한 재기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서 후쿠모토는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일본인 최초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 그런데 스탭들 중 그 누구도 후쿠모토의 출연을 막을 수 없었던게, 테츠코의 방 자체가 당시나 오늘날이나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는 최고의 인기프로 중 하나였고, 쿠로야나기 테츠코의 MC로서의 영향력은 오프라 윈프리+송해 정도로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 ↑ 찰리 채플린의 영화 라임라이트에 대한 오마쥬가 들어가 있는 영화. 우즈마사는 교토 북부에 있는 영화촬영소 밀집지역을 일컫는데 이 지역은 50년대 말부터 시대극의 헐리우드라고 할 정도로 촬영이 성행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알려진 저명한 시대극 영화나 드라마는 모두 이 우즈마사 일대에서 촬영되었다. 우리로 치면 한국민속촌과 충무로가 합쳐진 위상을 자랑하는 곳.
- ↑ 더불어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을 추구하거나 젊은 층을 의식하여 배우들도 젊은 사람만 쓰는 일부 무개념한 감독들에 대한 디스도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