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H. 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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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H. Holmes.
실명은 Herman Webster Mudgett.

1 소개

미국 범죄 역사상 최초이자 최악의 연쇄살인범. 당연한 소리지만,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는 전혀 아무 상관없다.

2 유년기의 트라우마

허만 마제트는 뉴햄프셔 호수지방의 길맨턴 아카데미라는 작은 부락 출신으로, 1860년 출생이다. 그는 자라면서 어른들에게 잘생긴 외모에 예의바르고 튼튼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장래가 기대되는 아이로 평가받았지만, 가정생활은 결코 행복치 못했다. 아버지는 성경을 독실하게 믿는 사람이었고, 특히 잠언서 13장 24절에 실린, '매를 들지 못하는 자는 그 자식을 미워하기 때문이다'라는 구절^[1]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매우매우 사랑했고, 그 사랑을 매우 가혹하고 일상적인 매질을 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허만 마제트는 그 탓인지 점점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했고, 학교에서도 다른 아이들을 기피하고 혼자 지내기를 좋아했다. 어린 시절 내내 친구라고는 그보다 연상인 톰이라는 아이 단 한명 뿐이었는데, 그나마도 그와 버려진 집에서 같이 놀다가 발을 2층에서 잘못 디뎌 떨어져 죽었고, 어린 허만 마제트는 그 장면을 똑똑히 목격했다.

다른 아이들은 이러한 허만 마제트의 놀리기 쉬운 폐쇄적이고 특이한 성격 때문에 종종 괴롭히곤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에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인 동시에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허만보다 나이 많은 상급생들이, 마을 의사가 왕진을 나가러 사무실을 비운 사이 허만을 불러냈다. 그리곤 허만을 발로 차며 강제로 끌고 들어가선 사무실 구석에 자빠뜨린 뒤, 사무실에 있는 인체 해골을 그에게 밀어 넘어뜨렸다. 온 몸 위에 부서진 해골을 뒤집어쓴 허만은 비명을 질러댔지만, 소년들은 내버려두고 달아났다. 역설적이게도 이 일을 계기로, 허만이 평생토록 해부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개구리, 도마뱀이었지만 나중엔 토끼, 고양이, 개까지 그 대상이 되었다.

3 범죄를 계획하다

뉴햄프셔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허만 마제트의 야심을 채우기엔 작은 곳이었다. 그는 버몬트로 가 1년간 대학생활을 한 뒤 미시간 대학에 편입했고, 1884년, 꿈에 그리던 의사 학위를 얻었다. 이때부터, 그는 꿈꿔오던 완전범죄로 돈벌이를 할 궁리를 했다.

수법은 간단했다.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생명보험을 들고선, 시체 하나를 구해 그 시체가 피보험자라고 우기곤 보험금을 타내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그 계획이 성공하려면 시체가 필요했지만, 그에게 문제될 건 없었다.

1886년, 허만 마제트는 시카고로 이사했다. 이 무렵부터 그는 실명대신 가명인 헨리 하워드 홈스를 썼고, 이후 그의 악명은 실명이 아닌 이 가명으로 떨치게 된다. 어렸을 적엔 상상도 못할 만큼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살줄 알게 된 홈스는, 잉글우드 교외의 고급 주택가에서 한 늙은 과부 약제사의 조수로서 일을 시작했다. 약국은 늙은 과부 약제사인 홀튼의 소유였다.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약제사는 홀연히 사라졌다. 젊고 잘생기고 유쾌한 젊은 조수는, 홀튼의 부재(不在)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캘리포니아에 있는 친척집에 가셨습니다"라며 안심시켰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는 더 이상 일개 조수가 아니었다.^[2]

오래지않아 약국의 매상과 이전 주인이 남기고 간 재산 덕에, 홈스는 약국 건너편에 새로 멋진 집을 장만했다. 홈스는 자신의 집을 성이라고 불렀다.

겉보기로는 보통의 큰 집에 지나지 않아보였지만, '성' 내부에는 100개가 넘는 방들이 비밀 통로와 가짜 벽들로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각종 환기구에 함정들도 곳곳에 감춰져있었다. 어떤 방은 석면으로 채워 방음장치를 해놓았다. 어떤 방은 문에 구멍을 뚫어놓아 홈스가 안전하게 엿볼 수 있게 해놓았다. 또한 많은 방들에 가스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었으며, 홈스는 자신의 전용방에서, 가스 파이프가 연결된 방 어디든 마음대로 독가스를 채울 수 있게 조절할 수도 있었다. 건물의 2층과 3층에는 지하실로 바로 이어지는 낙하장치도 설치되어 있었고, 지하실에는 홈스의 연구실이 있었다. 이 연구실에는 해부용 탁자와 각종 수술 도구들, 그리고 사람이 들어가기에 충분히 큰 아궁이가 설치 되어있었다.

홈스는 성으로 이사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코너라는 이름의 시계 수리꾼을 첫 손님으로 맞았다. 코너는 사랑하는 아내 줄리아와 딸 펄이 있었고, 홈스는 약국의 한 구석에 시계 점포를 차리게 해주는 아량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잘생기고 매력적인 성격의 홈스는 코너의 아내 줄리아를 연인으로 삼았고, 결국엔 홈스의 아이까지 임신시키고 말았다. 화가 난 코너는 그 즉시로 영원히 시카고를 떠났다. 그러나 홈스는 아직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아이를 강제로 낙태시키고, 그 과정에서 줄리아를 죽였다. 아버지인 코너 대신 어머니와 함께 있길 택했던 어린 펄 역시 죽였다.

1893년에 시카고 만국 박람회가 열리자,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도시 내 숙박시설이 턱없이 모자라게 되자, 돈벌이에 재능이 뛰어난 홈스는 이 기회를 살려, 그의 집을 호텔로서 관광객들에게 제공했다. 덕분에 숙소를 찾느라 헤매던 많은 관광객들이 그의 집에 묵었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두 번 다시 그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시카고의 의과대학에선 그에게 정기적으로 많은 ~~시체와~~ 해골을 공급받았고, 대가로 홈스에게도 많은 돈을 지급했다. 대학은 괜찮은 표본을 얻기가 무척 어려웠기에, 이런 고마운 공급자에게 따로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4 체포

몇 년째 시체로 보험사기를 치고 태운 해골을 팔면서 꼬리 한번 안 잡히고 평온하게 삶을 즐기던 그였지만, 결국엔 공범이었던 벤 피첼을 죽인 일로 체포당했다.^[3] 평소처럼 시체로 보험사기를 치려했지만, 수상함을 느낀 수사관들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집에 경찰들이 들이닥치면서, 몇 년간 감춰졌던 끔찍한 진실이 드러나며, 미국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4]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탄^[5]은 27건의 살인을 자백하고 인정했지만, 경찰은 그가 죽인 사람이 최소한 50명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6] 홈스는 1896년에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스케일도 꽤나 크고, '성'이라는 소름끼치는 집 때문인지, 19세기 인물임에도 미국에선 잭 더 리퍼만큼이나 아직도 회자되는 대표적인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다.

5 매체에서의 등장

에릭 라슨의 논픽션 《화이트 시티》에서는 H.H.홈스의 삶과 시카고 박람회의 총감독 대니얼 H.번햄의 삶을 병치시켜가면서, 1893년 당시의 시카고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다.

그리고 2015년 8월 홈스역을 맡을 배우가 확정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작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각본은 영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에도 참여했던 빌리 레이라는 영화인이 맡는다. 영화 제목은 원작과 똑같은 《The Devil in the White City(화이트 시티)》. 주연배우 겸 제작자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미남^[7] 명배우이고, 이번엔 6번째로 다시 의기투합하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까지 만났으니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