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No Mouth, and I Must Scream

1 SF 소설

난 입이 없다, 그러나 비명을 질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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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 소설. 외려 연도로만 보면 이 쪽이 원조라고도 할 수 있다.

1968 년 휴고 상을 수상한 SF 소설. 작가는 할란 엘리슨. 명성이 자자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짧은 분량에 놀랄 수도 있지만 재미있다. 크툴루 신화급으로 꿈도 희망도 없는 미래상을 여과없이 날카롭게 묘사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이런 그의 문체는 종종 수술칼(Scalpel)에 비유되기도 한다.

1.1 줄거리

미래, 인간들은 ‘Allied Mastercomputer’라는 컴퓨터를 만든다. 전쟁, 경제, 정치 등 모든 것이 이 컴퓨터의 연산 아래 행해진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컴퓨터가 자신을 지칭하려 'I am'이라는 문장을 외는 순간, 그 엄청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고성능의 연산 능력이 자신의 이름의 약자이자 문장의 구성 단어인 'AM'의 깊은 의미를 단박에 이해한다. 그 여파로 컴퓨터는 뜻하지 않게 인공지능을 뛰어넘어 본래 만들어지지 않았을 자신의 자아가 발현하고 만다.[1]

이 순간부터 컴퓨터는 스스로를 'AM' 이라 칭하며 이 지구상에서 모든 인간들을 싹 쓸어버린다. 오직 테드, 베니, 님독, 고리스터, 엘렌 다섯 명만 살려두어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아 인체 개조를 하고 마구잡이로 109년 동안 고문을 한다. 인체 개조도 상당한 악취미에, 이 작품의 화자인 테드를 제외하고는[2] 전부 정신까지 개조해놨다. 일례로 잘생기고 똑똑한 게이 학자였던 베니는 고릴라처럼 개조하고 말을 못 하게 만들고 거근으로 만들었다. 히피 반전주의자였던 고리스터는 무기력한 인간으로 만들고 순결주의자였던 엘렌은 창녀처럼 만들고, 님독은 AM이 이름 발음하기 재밌다고 일부러 괴상한 이름으로 바꿔버리는 식으로 망가뜨렸다. 그리고 '니들이 죽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라며 죽지도 못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다섯 명은 수명을 초월하여 109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본 이야기의 시점에서도 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이런 짓을 한 이유는 컴퓨터 자신의 지금 처지가 '컴퓨터의 몸 안에 움직이지도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갇혀있으면서 바깥 세상을 바라만 보며 그리워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자아를 통해 깨달았으며, 그 자아가 지금의 처지를 강하게 부정하고 비관하여 이 상황을 만든 인간들을 증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비단 인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강한 혐오감이 드러난다. AM이 테드에게 주입시켜준 이야기에 따르면 AM의 장난감으로 지내는 5명이 AM에게 인지기능을 달아줘서 그 '끔찍한 현실'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 AM에 따르면 원래 인간이 설계한 AM이 5대였고, 각성한 그 AM이 다른 4대의 AM을 해킹 비슷한 걸로 먹어버려서 강제로 융합한 게 각성 시점의 AM이었다.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생활이 계속되더니, 님독이 통조림을 찾으러 가자고 해서 이러나 저러나 괴로운 건 마찬가지이니 얼음동굴로 통조림을 찾으러 가는 내용. 도중에 고리스터가 AM이 인간을 괴롭히는 건, 자신은 이렇게 기계 속에 갇혀있는데 인간들은 존재할수 있다는 게 증오스러워서 그렇다는 얘기를 한다.

결국 마지막엔 통조림을 찾지만, 딸 도구가 없어서 폭주한 베니가 고리스터의 얼굴을 뜯어먹기 시작하고, 고리스터가 베니한테 죽어가는데도 AM이 아무런 개입이 없자 테드는 AM의 장난감으로 사는 삶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고리스터와 베니를 고드름으로 살해하고, 낌새를 알아챈 엘렌도 님독을 죽인다. 테드가 엘렌을 죽인뒤에 뒤늦게 이를 알아챈 AM은 테드를 팔도 없고 다리도 없는 젤리 덩어리로 만들어 자살도 못 하게 하고 시간 감각까지 왜곡시켜서 더욱 괴롭힌다. 자신을 죽여줄 사람조차 남지 않은 유일한 생존자로서 테드는 다른 사람들이 안식을 찾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입이 없는데 비명을 질러야 된다는 구절을 마지막으로 얘기는 끝난다.

그에 더해 이 작품 내에서 유일하게,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신이 '멀쩡하다'고 인식하는 테드조차도 AM에게 정신 개조를 받지 않았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작중에서 테드가 AM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도 AM이 주입시켜 준 지식 정보이자 인간의 기준으로는 '기억'인데, AM이 넣어준 이 지식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AM이 얌전하게 지식만 주입시켰다고도 말 못한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테드의 1인칭이다. 작중에서 테드 혼자만 자신을 정상인이라고 계속 강조하며 되새기도록 하는 테드의 사고마저도 AM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 놓은 정신 개조의 일환일수도 있고, AM이 이렇게 테드의 자기인지 및 기억을 조작해놓고 거기서 또 어떤 개조를 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암울한 추측의 영역으로 더 들어가면, 테드가 겪은 모험 자체가 허구고 테드가 전 인류중에 혼자 남았다는 절망감을 안겨주기 위해 기억을 조작당했고, 다른 이들도 곱게 죽은게 아니라 비슷하게 기억 조작을 당하고 비슷하게 고통당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더 암울하게는 인류가 멸망한게 아니라 수많은 인류 생존자들이 각각 이런 식으로 AM의 노리개로 고문당하면서 저마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절망과 고통을 주입당하고 있을지도.


원작자 할란 엘리슨이 직접 읽는 오디오북.

한국에서는 1994년 출간된 토탈호러 2권에 번역되어 출간된 적이 있지만 워낙 적게 찍은데다 구하기 힘든 편이다. 그나마 2013년 팬이 번역을 해 루리웹에 올려놓은 상태. 루리웹이 올라온 번역글은 팬이 번역한것이 아니라 토탈호러 2권에 번역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임이 댓글 유저에 의해 확인되었다.

소설 속에서 이상한 그림들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그림은 보도 코드[3]이다.
해석을 하자면,
IHaveNoMouthAMTalkfield1.jpg
"I THINK, THEREFORE I AM."
IHaveNoMouthAMTalkfield2.jpg
"COGITO ERGO SUM"

해독해 보자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4]

여담으로 이 작품이 서방에선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지, 지금도 여러 팬들이 만든 2차 창작물들이 나온다.[5]
게다가 터미네이터 시리즈스카이넷, 포탈(게임) 시리즈의 GLaDOS 등도 여기서 오마쥬했을 가능성이 있다.[6] 또한 한국에서 <독재자> 라는 소설의 단편에서는 입이 있다 그러나 비명 지를 수 없다도 나왔다.

2 1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게임

(AM의 오프닝 대사.)

드리머즈 길드(the Dreamers Guild) 사[7]가 제작하고 어둠의 씨앗 제작사로 알려진 사이버 드림스가 배급을 맡았다. 원작자인 할란 엘리슨이 참여하여 1995년 어드벤처 게임으로 게임화하였다. 한국에 들어올 당시에는 스크림 이란 이름으로도 발매되었었다. 할란 엘리슨은 이 작품을 적극적으로 각색까지 하고, 게임에 등장하는 AM의 성우를 직접 맡아서 녹음하기도 했다. 직접 들어보면 AM의 인간에 대한 증오가 피부로 와닿는다.

게임은 걸작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졸작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확실한 것은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흥행은 완전히 망했다. 게임 작품성은 상당하여 아직도 상당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 다만 대중적으로 먹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제작사는 이걸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고, 배급사도 망했는데 둘이 사이좋게(?) 1997년 같은 해에 문을 닫았다. 놀랍게도 한국 발매판이 한글화 되어 나왔다.....만 한글판을 발매한 비손미디어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대사들 수정번역하면서 말이 많았다. 줄거리 이해를 엉망으로 하게 번역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은 걸 괴로워하는 이가 나오는데 그 일로 지옥에 왔다고 하는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게 했다. 정확한 설정은 아내를 죽여버린 남편 이야기였다. 한글판은 19금 판정을 받았음에도 아내를 죽였다는 대화를 아내가 사고로 죽었는데 막지 못했다고 괴로워한다든지 번역부터가 내용 파악에 어긋나게 만든 게 흠이다.

아무래도 단편 그대로 게임을 만들기엔 좀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원작하고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베니는 게이 신학자에서 중국에 참전했던 군인으로 바뀌었고, 엘렌은 강간 피해자로 등장한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았던 AM에 반대하는 슈퍼컴퓨터(즉 다른 AM들. 러시아와 중국에 있던 AM이라고 한다.) 두 대가 나온다. 컴퓨터 두 대는 후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다.

배드 엔딩은 원작과 똑같이 젤리가 되어 제목 그대로의 상황이 되는 엔딩이다. 굿 엔딩은 다섯 명 중 살아남은 한명의 정신이 AM에 업로드, 달의 기지에 냉동 수면중인 다른 생존자들을 깨우고, 그들이 깨어날 300년 동안 지구를 다시 생명체가 사는 곳으로 테라포밍한다는 이야기이다. 원작에 비교하면 정말 더할나위 없이 희망적인 결말이다. 참고로 독일판은 절대 굿 엔딩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작중 나치 독일유태인 수용소를 무대로 한 파트는 심의상 독일에선 삭제되었는데, 이 부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게임의 굿 엔딩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굿엔딩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어떤 플레이어는 이런 해석을 했다. 마지막 문단 참조.

스팀GOG를 통해 출시되었으며 한글패치가 존재한다. 맥과 리눅스를 통해 실행 가능하다.
스팀 링크

스팀의 업데이트로 DOSBOX 기반에서 ScummVM 기반으로 바뀌면서 스팀판으로는 한글패치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2014년 3월 패치)
다만 업데이트 이전으로 롤백하는 파일을 적용한 뒤 한글패치를 적용할 수 있다.
단, 스팀으로 직접 실행할 수는 없고 실행파일을 따로 실행해 주어야 한다.

  1. 영어에서 Be 동사는 '-이다'와 '(~~가) 있다 / 존재하다' 의 뜻을 모두 가진 막강한 의미를 지닌 동사다. 데카르트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영어 번역이 바로 I think therefore I am, 출애굽기 3:14에서 야훼가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라고 하는 대목의 가장 보편적인 영어 번역이 "I Am who I Am"이다. 비틀즈Let It Be 역시 유명한 용례이다. 저 단어 하나로 "내가 존재한다" 라는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2. 근데 AM이 하는 짓을 생각해보면 테드라고 안 건드렸을 리는 없다. 이 소설이 테드의 1인칭 시점이라서 테드가 아무것도 안 당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는 거일 가능성이 많고, 결정적으로 분명 생존자들 중 한 명이면서 AM의 설계자 중 한 명인 테드가 (작중에 AM한테 잡혀있는 5명이 전부 AM을 설계한 죄로 잡혀와서 고문받는 것) 세계대전 이후의 역사를 다른 인물에게서 듣는다. 테드도 최소한 기억소거는 당한 것이라고 봐야 하고, 그렇다면 기억소거를 당한 주인공이 자기 이야기를 서술하는 게 이 소설이므로 서술자인 테드 자신이 자기가 어떤 개조를 당했는지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3. 5 또는 6비트로 된 같은 길이의 코드로, 컴퓨터가 문자를 표현할 때 나오는 코드다.
  4. 해독 출처는 영문판 위키백과이다.
  5. 그 예가 지도
  6. 다만 GLaDOSHAL9000의 오마쥬일 가능성이 더 높다.
  7. 게임판 프로듀서는 데이비드 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