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봐도 잘 생겼다
1 개요
1986년 9월 애플 창립 10주년을 맞아 출시된 애플 II 시리즈의 다섯 번째 컴퓨터이자 최종형태. 애플 II 시리즈 중에서는 상당히 이질적인 기종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디자인 면에서는 기존의 애플 패밀리보다도 매킨토시 II 시리즈나 LC 시리즈를 연상케하지만 애플 IIGS가 먼저 나왔다. MSX로 치면 MSX TurboR과 비슷한 위치의 기종으로 8비트 호환성을 유지하며 16비트화를 꾀했다는 점, 최종테크라는 로망(...), 끝물에 나와 그다지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공통점 등등이 꽤나 비슷하다. 발매당시의 가격은 $999. 전용 RGB 모니터를 포함하면 $1498 이었다.
전년인 1985년에는 애플도 애플 IIe의 확장(Enhanced) 버전을 내놓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아타리 ST, 아미가 등 고성능의 그래픽과 사운드로 무장한 16비트 홈컴퓨터들이 나오면서 8비트 컴퓨터 시장이 위협받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IIe는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기는 했지만 성능면에서는 새로 나오는 16비트 기기들은 그만두고 종전의 8비트 경쟁기들에게도 밀리는 형편이었다. 그러한 시장 상황에 발맞추어 애플 II를 강력한 그래픽과 사운드로 재무장시키고 16비트로 업그레이드해서 내놓은 것이 애플 IIGS. 이름부터가 Graphic, Sound의 줄임말이다.
설계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나온 시기에는 좀 문제가 있었다. 이미 매킨토시, 리사, 애플 III와 같은 애플 II의 위치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기종이 나오고 난 뒤인 1986년 가을에 난데없이 구닥다리 기종인 애플II를 강화한 신버전을 내놓은 것. 리사와 애플 III는 망했다지만 당시 애플사는 매킨토시를 주력으로 밀고 있던 때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 IIGS는 처음 나올때부터 다른 회사도 아니고 같은 회사의 매킨토시에게 견제를 받았다.
초기 생산분 1만대에 한정하여 워즈니악의 'Woz' 사인이 박힌 한정판으로 나왔다. Woz 버전은 나름 한정판이라 비싸게 거래될 것도 같은데 이베이 같은 곳을 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은 모양. (...)
2 하드웨어
- CPU : WDC 65C816@1.0/2.8MHz
- RAM : 256KB (8MB까지 확장 가능)
- 텍스트 : 40x24, 80x24
- 그래픽 : 320x200, 640x200/16컬러 (4096 팔레트)
- FDD : 800KB 3.5인치 외장형 드라이브
당대의 16비트 CPU 시장은 인텔의 80286과 모토로라의 68000이 양분하고 있었고 특히 그래픽, 사운드를 중시하는 홈컴퓨터 시장이나 아케이드 기판 시장은 68000이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애플도 기존의 애플 리사, 매킨토시에는 68000을 채용했다. 그러나 애플 IIGS는 '16비트화한 애플 II'라는 컨셉트에 맞추어 기존의 8비트 애플 IIe와의 호환성 유지를 위해 MOS Technology 6502와 호환성을 가진 웨스턴 디자인 센터(WDC)의 65C816@2.8MHz[1]를 장착했다. 당연히 기존의 IIe보다는 크게 빨랐지만 2.8MHz라는 클럭은 아타리 ST나 아미가 등의 68000계 경쟁기와 경쟁하기에는 지나치게 낮은 것이었다. 이들은 6~8MHz 속도의 CPU를 장착하고 있었고 2년전에 나온 자사의 매킨토시 128K도 68000@7.8MHz를 장착하고 있는 판이었다. 리사가 망한 이유중에 가장 큰 이유가 더럽게 비싼 거 빼고 5MHz의 CPU 탓에 속도가 느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2.8MHz의 클럭 스피드는 당시의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저성능이었고 실제로 이 문제는 GS의 발목을 크게 잡는 문제가 되었다.
'GS'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래픽과 사운드 성능은 상당히 뛰어났다. GSA에서 만든 애플 IIGS용 데모의 예[2] 사운드는 프로페셔널 신디사이저인 ESQ-1에도 들어간 적이 있는 Ensoniq 5503 DOC(Digital Oscillator Chip) 칩을 사용하여 32채널 사운드(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2채널씩 짝으로 묶어 스테레오 16채널로 활용했다) 8비트 샘플링 사운드를 제공했다. [3] 이 사운드 성능은 당대의 컴퓨터들 중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었는데 당대의 괴물딱지(...) 컴퓨터던 아미가와 비교해서도 서로 장단점은 있지만 절대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래픽을 위해서는 IIGS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커스텀 칩인 VGC(Video Graphics Chip)를 채용했다. 기존의 애플 IIe 그래픽과 동일한 스펙을 갖는 에뮬레이션 모드 외에 새로 추가된 네이티브 모드는 다음과 같다.
- 320x200 / 4096색 중 16, 256, 3200컬러
- 640x200 / 4096색 중 4, 16컬러
320x200에 3200컬러라면 카탈로그 스펙만으로는 아미가에도 크게 꿀리지 않는 수준이지만 이게 빛좋은 개살구인 것이 한 화면에서 자유롭게 3200 컬러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16컬러씩 200개의 팔레트를 가지고 한 스캔라인마다 각자의 팔레트를 적용할 수 있는 제약이 큰 방식이었다. 다시 말하면 화면 전체에는 다 합쳐서 3200개의 색을 쓸 수 있지만 가로 한 라인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색은 16색이라는 이야기. 게다가 이 3200색 모드는 CPU 부하가 커서 데모나 그래픽 툴 같은데서나 써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처리량이 많은 게임에서는 CPU에 부하가 없이 VGC가 단독처리 가능한 16색이나 256색 모드를 사용했는데 256색 모드도 16컬러씩 16개의 팔레트를 가지고 스캔라인마다 팔레트를 지정할 수 있는 방식이라서 자유롭게 색상을 사용할 수 있는 비트맵 방식의 256 컬러와 비교하면 표현력이 크게 떨어진다. 640x200/16컬러 모드도 네이티브로 16색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CGA의 아티팩트 컬러처럼 디더링을 이용하는 것. 이 정도로만으로도 당시엔 충분히 괜찮은 수준의 표현력이긴 했지만 이렇다보니 352×480에서 4096색을 뿌려대는 괴물딱지 아미가에게는 크게 밀렸고 640x400/4096색 중 16색을 디더링이 아닌 네이티브로 표현가능했던 PC-9801 같은 일본계 PC에 비해서도 떨어졌다. 일본산 괴물딱지 X68000까지 나오면 망했어요 심지어는 IBM PC의 EGA(640x350/64색 중 16색)나 MSX2(512x212/512색중 16색, 256x212/256색)과 비교해서도 표현력이 낫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사운드처럼 당대 최고 수준은 아니고 그냥 적당히 동시대에서 괜찮은 수준의 그래픽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어중간한 성능은 타게팅 시장이 기존의 애플 IIe를 계승하는 홈컴퓨터 시장인 점도 있지만 쓸데없이 고성능을 추구했다가는 매킨토시를 팀킬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CPU 성능이 비슷했으면 애플 II의 소프트웨어 풀을 이미 가지고 있는 GS가 팀킬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이미 애플의 주 사업 모델은 매킨토시 시리즈로 옮겨간 상태였고 애플 IIGS는 사내에서 찬밥신세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GS라는 이름에 걸맞는 성능을 자랑할 만한 했던 것도 사실이며 매킨토시의 기술이 적용되어 애플 최초로 컬러 GUI를 장착했고 GS에서 처음 시도된 몇몇 기술은 나중에 매킨토시에 역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3 소프트웨어
OS로는 ProDOS 16과 여기서 발전한 GS/OS를 갖추고 있었다. 매킨토시에서 GUI로 재미를 보고 난 후에 나온 기종인지라 GS/OS 역시 GUI OS. UI도 MAC OS과 거의 유사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애플 IIe와의 호환성이 있어 그때까지 나온 소프트웨어 자원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다. 다만 100%의 호환성을 지닌 것은 아니었는지 드물게 동작이 안되는 소프트웨어도 있긴 했던 모양.
CPU 성능이 동시대의 경쟁기 중에서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기 때문에 게임 소프트웨어는 아미가 등 다른 16비트 기종에서는 그리 많이 이식되지 않았다. 기존의 8비트 게임에 그래픽 사운드만 강화하는 식으로 나온 것들이 많으며 GS 전용 소프트웨어도 생각보다 수가 많지 않다. 기존의 애플II용으로 나온 엄청난 소프트웨어 자산이 있긴 하지만 그거만 쓰려면 그냥 쓰던 8비트 애플 계속 쓰지 굳이 새로 GS를 구입할 필요성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 GS가 나온 뒤로도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기존의 8비트 애플II용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물건너 일본에서 나중에 MSX turboR과 PC88VA가 똑같은 꼴을 당한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하우스들이 GS에 관심이 없었지만 어째 시에라만은 아주 적극적이었는데, 시에라가 애플과 각별한 관계에 있었던 데다 시에라의 AGI 어드벤처 게임 엔진[4]이 IBM PC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당시 IBM의 그래픽/사운드 성능이 아직 시망이던 시절이라 GS의 화려한 성능에 끌렸던 모양.[5] 그래서 킹스 퀘스트, 스페이스 퀘스트 등의 초기 시리즈는 애플 IIGS 버전이 다른 기종으로 나온 것 보다 월등하다. 그렇지만 시에라가 게임엔진을 SCI[6]로 바꾼 뒤로는 컴퓨터 성능이 딸리는 GS로는 SCI 게임이 이식되지 않았다. 시에라 너마저도
4 기타
애플IIGS는 이스터 에그가 있는데, 컴퓨터를 켠 뒤에# Command-Option-Control-N 을 누르면 애플IIGS 개발자들이 '애플 투' 라고 외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 음성은 롬에 저장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나중에 나온 ROM3 버전에서만 들을 수 있다. ROM1에서는 그냥 개발자들의 이름들을 볼 수 있다.여기서 들을 수 있다.
당시 국내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은 기종. 아무래도 애플이 클로즈드 아키텍처로 전환하는 바람에 클론이 없다보니 미국에서 정품을 비싸게 들여와야했는데 시장성이 없어서 본격적으로 수입이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1989~90년께의 잡지에서 몇 번 특집으로 다룬 적은 있는데 미국의 공립학교 교육용 시장에 납품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