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디우스

Gladius

gladius.jpg

1 고대 로마군이 주로 사용하던 검

라틴어로 글라디우스는 을 의미한다. 보통 로마군의 보병용 쇼트 소드를 뜻한다.

원래는 글라디우스 히스파니엔시스(gladius hispaniensis), 즉 '스페인 검'이란 명칭으로 불렸다.

이베리아 반도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곧은 양날 단검이 1, 2차 포에니 전쟁을 거치며 카르타고의 이베리아 용병들을 통해 로마인들에게 퍼져갔을 것이라 한다. 이후 수백 년 동안 로마 군단병들의 주 무기로 사용되었고, AD 2세기 경부터 점점 길이가 길어지다가 켈트 장검의 영향을 받은 스파타로 교체되기 시작해서 4세기 경에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고대 로마 초기부터 후기까지 사용된 무장이기에 여러 형태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길이가 짧고 무게가 가볍다는 특징[1]이 있다.

기본적으로 넓은 검날은 특별한 변화없이 곧게 뻗어 있고, 검의 가드 부분은 장방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립은 쥐기 쉽도록 손 모양으로 파여 있고, 폼멜(무게추)는 타원형의 공 모양이다. 궁금한 사람은 검색을 하든가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시라.

길이가 이렇게 짧은 이유는 사실 사용상의 편의 때문이였다.[2]
로마 군단병은 주로 흉갑을 입고 한손에는 큰 방패(스큐툼)를 들고 싸우기 때문에 한 손으로 사용하기 힘든 무장은 사실 주력으로 쓰기 힘들었다. 또한 주로 밀집대형으로 전투했기에 넓은 범위가 필요한 무장을 사용하기 힘들기도 했다. 글라디우스의 길이는 밀집대형에서 찌르기 전투를 펼치기에는 최적이였던 것이다.

로마군과 마케도니아군의 격돌 후의 리비우스의 묘사에 따르면 마케도니아군의 시신들이 "장비들은 모두 찢겨져나갔고, 어깨와 머리는 완전히 절단되어 몸에서 분리되었으며, 내장은 산산조각났다."라고 하는걸 보면 찌르고 베는 용도로 모두 사용된 듯.
다만 플라비아우스 베게티우스가 저술한 '군사학 논고'에서 이 무장에 대해 기록한 것을 보면 베기가 아니라 찌르기로 싸우기로 군사들은 훈련받으며, 로마인들은 검의 날로 싸우는 사람을 조소했다고 하며 베기 공격은 뼈에 의해 막히기 때문에 힘만 들고 살상 능력은 떨어지는데 반해, 찌르기는 2인치만 들어가도 치명적이며, 찌르기시에 오른팔과 옆구리를 제외한 몸통 전체가 보호된다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베기 공격은 제식에 포함되지 않는 즉흥적인 기술로 다루어진 것으로 보인다.[3] 게다가 칼로 베는 동작은 상당히 역동적이라서 밀집대형에서 칼 붕붕 휘두르며 베고 다닌다는 것은 진영붕괴를 초래하기에, 찌르는 것을 더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칼로 베는 것을 금기시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글라디우스는 오른쪽 허리에 차고 오른손으로 뽑아서 사용한다.
칼날의 길이가 짧아서 의외로 잘 뽑히며, 덕분에 왼쪽의 대형 방패로 밀어붙이기할 때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

글라디우스가 이만큼의 위력을 보인 또다른 이유는 이 무기가 사실상 유럽 최초의 강철 무기였기 때문.
이전까지는 그저 철을 두들기고 갈아 날카로운 형태로 만드는데 그쳤지만, 글라디우스에는 넓게 펴낸 철을 여러번 접어 '접쇠 공정'을 통해 강도를 높이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이른바 '접쇠 공정'이 일본도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예.
이 제강기법은 나중에 북쪽으로 퍼져 나가 여러 변형이 이루어진다.

그리스-로마 문명을 고평가하고 중세를 암흑시대라며 미친 듯이 까던 근대 유럽에서는 고대 로마의 풍습이나 문물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종종 있었는데[4], 글라디우스도 예외가 아니라 프랑스에서는 1831년 Artillery sword라면서 글라디우스 판박이를 만든 적이 있다. 갑툭튀지만 실전용 도검으로서는 은근히 명줄이 긴 셈.

1.1 여담

로마 시대에는 글라디우스가 남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속어였다.[5] 참고로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Vagina는 라틴어로 칼집이란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일본어에는 L(ㄹㄹ) 발음이 따로 없어서 '그라디우스(グラディウス)'라고 읽는데, 동명의 게임 제목이 아마 여기서 유래한 듯. 이쪽은 Gladius가 아니라 Gradius다.

2 만화 원피스의 등장인물

글라디우스(원피스) 항목 참조.

3 게임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등장인물(?)

시리즈에서 4편부터 출연하는 악마로 검의 모양을 하고 있다. 보스로도 나오는 아그누스가 주력으로 사용한다.

  1. 길이 60cm, 무게는 1kg 가량
  2. 기술적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당시 기술로는 튼튼하고 긴 칼을 만들기 어려웠다.
  3. 플라이비아우스 베게티우스 저, 정토옹 역 '군사학 논고'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37p
  4. 과거 그리스 독립운동 시절에, 로맨티즘에 심취해 여기 참전한 유럽 쪽 지식인들이 그리스 저항세력에게 "왜 그리스 시민군의 전통을 살려 방진을 짜지 않고 게릴라전을 하느냐?!"고 해서 비웃음을 산 일이 있으며근데 이때는 확실히 밀집대형으로 싸우는게 보통 아니었나, 좀 심각한 경우에는 슬슬 정신차릴 때가 되었음직한 20세기 초 스페인 내전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정신 나간 지식인들이 있었다. 다 군대, 무기체계, 전술에 무지해서 생긴 일. 그 시절엔 인터넷과 위키가 없었음을 감안하자
  5. 물론 남성의 성기를 칼이나 총 등에 비유하는 것이 로마시대의 전유물은 아니다.근데 왜 독어에서 칼은 격이 여성일까 무기를 애인처럼 다루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