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론

mechanism

우주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학설로, 물리적 실재가 질량과 운동이라는 기계적인 원인들로 완전하게 설명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물질계에 있어서 가장 순수한 객관적, 과학적 지식은 오직 수학적인 등식을 통하여 공식화될 수 있는 지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기계론은 한 사물의 특징적 성격은 실상 질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시사한다. 또한 기계론은 그것만이 자연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이며, 다른 모든 자연과학들은 때가 되면 질량과 운동의 과학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철저한 기계론자들은 육체 뿐만 아니라 삶 전반-감각.감정.사고 그리고 경제적.사회적 조직-까지도 이 질량과 운동의 법칙의 지배 하에 있다고 주장한다. 좀더 온건한 기계론자들은 기계론적 주장을 살아있는 물체에 관한 해석에만 국한시킨다. 다른 사람들은 단지 물질만을 질량과 운동의 법칙으로 설명하고자한다. 소위 활성론자라고 불리며 생물학적 기계론에 반대하는 부류들은 생명은 물질보다 우월한 것으로 단순히 '질량과 운동'으로 설명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뉴턴 역학에 기초한 기계적 자연관이 득세하기 시작한 근대 이후 흥하기 시작했다. 르네 데카르트는 인간을 정밀 기계에 비유한 바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기계론적 사고라 할 수 있는 라플라스의 악마는 이 세계관의 극단을 보여준다. 라플라스의 악마는 수학자 피에르시몽 라플라스가 제안한 가상의 모델인데, 만약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입자 단위로 그 존재와 위치, 운동성에 있어 전부 알 수 있는 악마가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악마는 100%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미 존재하는 물질의 구성으로 만들어진 원인은 단 하나의 필연적인 결과만을 낳는다는, 절대적인 물질적 인과율의 상정인 셈. 그렇게 우리의 논리 체계 자체를 지배하는 이 인과적 사고에서 결정론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처럼 근대 합리주의 사상의 한 축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으나, 현대 양자 역학불확정성 원리의 출현, 상대성 이론과 빛의 속도 제한, 정보까지 피할 수 없는 엔트로피 개념 등[1]에 따라 그 무결성이 소멸했다.

때문에 이전의 기계론적 결정론의 틀을 유지한 채 혼돈과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확률론적 결정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쪽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보기엔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린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당위로 믿는[2] 인과적인 사고와 이에 의존하는 논리 체계, 그리고 이를 통해 이룩한 모든 학문 체계를 폐기해야 하며 당장의 논리적 생각조차 불신해야 한다.[3] 즉 우리가 실질적으로 사고활동하는 세계에서는 기존 기계론적 결정론 체계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은 '결정론' 자체를 역술인들의 운명 타령과 동일시하고 비과학적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4] 그러나 실험부터가 바로 철저하게 인과 법칙을 따르는 의식이며 과학자는 모조리 결정론자일 수밖에 없다.
  1. 정보 엔트로피, 맥스웰의 악마 참고.
  2. 우리의 모든 생각은 결국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냥', '당연'의 공리적 믿음으로 귀결된다.
  3.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철저히 인과적 사고 방식이다. 심지어 이 말을 반박하려는 것조차도 마찬가지.
  4. 교육 과정의 문제도 있다. 일반인은 전설로 내려오는 '정감록' 해프닝처럼 "어차피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니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비중을 최대한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존 기계론이 그대로 굳건했던들 어차피 우리는 감각기의 한계로 우리의 '각본'을 알 수가 없다. 불가지론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