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浜忠夫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1936년 9월 26일 출생 ~ 1980년 11월 4일 사망.
1 개요
70년대의 거장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감독으로, 그의 작품세계는 근성 스포츠물 거인의 별에서부터 나가하마 낭만 로봇 시리즈 3부작으로 불리는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 초전자머신 볼테스V, 투장 다이모스, 미래로보 달타니어스[1], 그리고 베르사이유의 장미[2]에까지 이르는 폭넓은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지금의 TMS가 되는 도쿄 무비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용자 라이딘의 난항으로 위기에 처한 소에이사를 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감독으로 위임되면서 로봇만화계의 명 감독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달타니어스를 제작하다가 본적지인 도쿄 무비로 귀환했고, 1980년 우주선장 율리시즈을 제작하던 중 간염으로 향년 48세에 세상을 떠났다.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를 통하여 사실상 슈퍼로봇물의 방법론을 완성하고, 초전자머신 볼테스V, 투장 다이모스를 통해 낭만적이면서도 복잡한 드라마를 창조하면서 마징가 시리즈의 방법론을 답습하던 초기 슈퍼로봇물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상 드라마성을 중시한 현대적 의미의 로봇만화의 전형을 구축한 인물로, 한 편 안에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한꺼번에 절정으로 터뜨리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성과 연출, 1회종결을 넘어 다음 회에까지 계속 이어져 전체 줄거리를 형성하는 대하드라마적 구성 등등 지금까지도 그가 확립한 방법론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계승발전되고 있다. 특히 연극을 방불케하는 인물들의 장절한 설정과 배경, 이를 의지로 돌파하며 완전한 해소로 이끌어가는 잡음없는 탄탄한 드라마 구성은 스토리를 중시하는 무수한 애니메이터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이러한 나가하마의 안정적이고 밀도있는 드라마 구성과 연극적인 강렬한 색채는 용자 라이딘 시절의 신참내기 감독인 토미노 요시유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가 만드는 작품들 속에서 적지 않게 발현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드라마 구성 뿐 아니라 작품 내에 장치로 쓰이는 소품을 비롯한 특징적 아이템 요소의 채택, 이의 표현과 연출에 대한 굉장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용자 라이딘을 담당했을 때 사용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필살기라는 요소로서 갓 보이스라는 절정기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초전자로보 콤바트라 V에서는 각기 다른 메카 특성에 맞는 인물들의 유형 설정과, 초전자 스핀, 그란 댓셔 같은 복잡한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화려한 피니셔를 각인시켰고, 초전자머신 볼테스 V에서는 천공검 V자 베기로 대표되는 예술적인 시각효과를 가진 기술을 표현하여 후대에 등장하는 무수한 슈퍼로봇 만화들의 연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더 나아가 투장 다이모스에서는 몸과 몸으로 부딫히는 장절한 사투에 착안하여, 조종자의 움직임을 트레이스해 격투기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본격 무술로봇을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등장시켰다.[3] 그가 마지막으로 맡은 로봇만화인 미래로보 달타니어스에서는 무려 사자로봇을 상징적인 요소로 등장시켜, 최첨단 과학의 결집을 만들어진 로봇물에 '야수성'을 결합하는 독특한 시도까지 보여주었다.
그 당시에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을 그저 유치한 오후시간대의 여흥거리로 여기는 세간의 조야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1세대 애니메이터로서, 인간을 짓누르는 비정한 현실을 그대로 그려내면서도 그 속에서 끊임없이 정의와 이상을 성취하려는 낭만주의를 가장 중요한 제작사상으로서 삼았다. 이런 부분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마츠모토 레이지와도 통하는 바가 있다. 다만, 마츠모토 레이지가 서유기나 니벨룽의 반지 등의 신화적 모티브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비해, 나가하마 타다오는 연극쪽에 있었던 사람답게 근대 희곡, 특히 셰익스피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갈등하는 두 세력 사이에서 고뇌하고 상처받는 인간군상의 애절한 표현은 실로 명인이란 무엇인지 알게할만큼 뛰어난 수준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특촬프로 <광전대 마스크맨>은 그 전의 어떤 전대물보다도 셰익스피어를 방불케하는 연극적인 요소가 강했는데, 기획부터 나가하마 타다오에 대한 깊은 오마주를 깔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른 죽음에 의한 짧은 활동기간이 무척이나 안타까운 감독으로, 슈퍼 로봇계에서는 지금까지도 나가하마만한 명인이 없다고 탄식하는 이들이 많다. 만약 80년대까지 활동했었다면, 리얼로봇물의 대가라 불리는 토미노 요시유키나 타카하시 료스케와는 다른 방향에서 거대한 작품세계를 구축했을 가능성이 예상될 정도로 로봇 애니메이션계에서는 독보적인 인물이었다. 거대로봇물이라는 장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거장임에도 불구하고 토미노나 타카하시 등에 비하면 오늘날의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을 미루어볼 때 다양한 재평가와 재고가 꼭 필요한 인물이다.
2 여담
- 토미노 요시유키가 감독을 맡고 있던 용자 라이딘이 지루한 전개와 더불어 특유의 오컬트적인 요소 때문에 논란에 휩싸이는 등 위기에 처하자, 토미노 대신 새 감독으로 투입되어 2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토미노도 자신의 자서전에서 나가하마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며 술회한 바 있다.
- 연출을 할 때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여겨서, 지금처럼 이메일이 없던 시절에 독자들과는 편지로 의견을 교환했다. 예를 들어 작품의 등장인물이 사망한 후 "왜 죽였느냐"는 팬의 질문이 들어오자 애니메이션 잡지 등을 통해 장문의 응답문을 작성하는 성의를 보였다. 또한 작업하는 사무실에는 꼬마들이 자유롭게 놀러오게 해서 의견을 들었는데, 놀러온 초딩 꼬마들이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의 완구사 초기 디자인을 보고 "이게 뭐냐 졸라 촌시러워!" 불평하는 것을 듣고 과감히 디자인을 바꿔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런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한 그의 제작방식을 고수하는 와중에 후에 명 메카닉 디자이너로 발돋움하는 이즈부치 유타카를 직접 발굴한 것은 유명하다.
- 원래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시작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서는 업계의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많은 것을 위임시켜서 제작을 지휘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나가하마의 작품들을 연출했던 칸다 타케유키는 나가하마와의 작업이 매우 만족스럽고 편했다고 술회하기도 하였다. 다만, 음향과 스토리 보드에 있어서만큼은 대단히 까다로운 편이어서 이 부분에서 많은 트러블이 발생했다고 한다. 투장 다이모스에서 극전개를 바꾸라고 지시한 포비와 벌인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신경싸움은 매우 유명하다.
3 작품 목록
- 요괴 Q타로 (1965)
- 퍼맨 (1967)
- 거인의 별 (1968)
- 명랑 개구리 뽕키치 (1972)
- 사무라이 자이언츠 (1973)
- 용자 라이딘 (1975) ※ 후반부 감독
-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 (1976)
- 초전자머신 볼테스V (1977)
- 투장 다이모스 (1978)
- 미래로보 달타니어스 (1979)
- 베르사이유의 장미 (1979) ※ 중도 하차
- 돈키호테 (1980)
- 우주선장 율리시즈 (1980)
- ↑ 엄밀히 말하면 낭만 로봇 시리즈는 아니나 낭만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같이 분류하기도 한다.
- ↑ 단,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원작자의 변덕 때문에 감독이 데자키 오사무 -> 나가하마 -> 다시 데자키 오사무로 왔다갔다했다. 자세한 것은 베르사이유의 장미 항목 참조.
- ↑ 무술로봇이라는 착상은 한국의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V가 먼저겠지만, 버튼 하나 누르고 김훈의 동작을
싱크로모사하는 연출이 나올뿐 다이모스처럼 전신에 센서를 붙여 사용자의 움직임을 트레이스 한다는 무술사용의 리얼리티성을 부여한 것까지는 아니었다. 후대에 높은 인지도를 얻은 무술로봇이라는 카테고리를 선보인 셈이니 나가하마의 소재선택과 연출의 능력은 가히 독보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 ↑ 공대생의 소감으로는 이렇게 만들면 금형 뜨기는 좋다고 한다. 요철부분이 적어서 불량률이 적게 나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