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약재의 대표 주자이자 보약의 필수요소
鹿茸
토니토니 쵸파가 가장 빠르게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길[1]
한약재로 사슴의 새로 돋은 뿔을 잘라낸 것을 일컫는 말. 채취하여 건조한 뒤, 불에 그슬려 잔털을 다 태우고 털을 깎아낸 뒤 얇게 잘라 유통된다. 일부 홈쇼핑에서처럼 털이 다 달린 채로 피가 시뻘겋게 보이게 파는 것은 한약재로 쓰기 위한 녹용이 아닐 뿐더러 그런 상태로 쓰면 피가 열에 의해 선지처럼 다 엉겨붙여 달이지도 못하고 녹용의 털은 알러지를 유발하기도 한다.
사실 보약의 필수요소는 아니다(...) 인삼 등과 함께 보약이 비싼 주범 중 하나로, 다른 초목류 약재의 10~100배 정도 비싸다(...). 애초에 보약이란 것은 한의학의 8가지 치료법 중 한가지인 보법(補法)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약도 치료법 중 하나라서 결국은 상세한 변증과 진단이 필수적이다. 진단도 안 하고 아무데서나 대충 지어먹지 말자. 그럴 경우 책임은 환자의 몫이다.
사슴이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녹용을 약으로 쓸 수 있는 사슴은 그 중 일부로 원화록과 대록, 매화록 등이 있는데 매화록은 중국 토종이나 한국 토종이나 거의 멸종해 버려서 다른 데서 들여온 매화록을 쓰고 있다. 중국은 피나는 노력끝에 매화록을 복원했지만 한국은 이뭐병...매화록이 바로 꽃사슴이다.
순록이나 말코손바닥사슴, 인도사슴, 노루, 북미 흰꼬리사슴, 루사, 사불상 등은 녹용으로 쓸 수 없다. 순록은 그 이유가 암컷도 뿔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암컷의 뿔은 양기가 있네 없네 하는 건 나중에 갖다붙인 해석이고, 녹용 자체가 암컷에게는 뿔이 나지 않는다고 묘사된 문헌이 많은 게 근본적인 이유다.[2] 사불상의 뿔은 녹용이라고 하지 않고 '미록의 뿔'이라고 하는데 녹용과 약효가 반대라고 한다.
녹용 수입·판매업자들의 일반적인 분류는 러시아산 원용의 뿔이 1등급, 중국의 매화록(꽃사슴), 원화록 (중국산을 업계용어로 속칭 깔깔이라 한다) 등이 2등급, 뉴질랜드의 적록(보통 업계용어로는 뉴짜)이 3등급... 이라는 인식. 미국의 엘크 같은 것은 논외로 이는 사슴의 광우병인 광록병의 위험성 때문에 수입이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 그 외에 마록이라는 것도 녹용 성분이 없기 때문에 금지먹었다. 여담으로 한국의 것은 야생은 1등급인게 거의 없고(가끔 목격보고는 들린다만...), 야산에 풀어놓고 키우는(즉 산 전체가 농장인) 경우에는 1등급 수준의 녹용이 나오지만 좁은 데서 사육한 것은 3등급 이하로 약용으로는 쓰기 무리. 애초에 광록병 관련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어 국산 녹용은 제약회사를 통해 규격품 한약재로 나오지도 않는다. 농장에서 기르는 건 가끔 엘크 종도 있는데 이것은 아예 4등급(...) 방목이 중요한 듯.
녹용 자체는 분골, 상대, 중대, 하대로 분류되며 순서대로 뿔의 위쪽부터 뿌리(사슴머리) 부분으로 내려가는 명칭이다. 뿌리에 가까울 수록 좀 더 경화되어 있고 골질이 두껍지만, 정확하게 이를 구분하는 학술적 기준은 없는 상태이며, 사실상 잘라놓으면 대략적인 구분은 가능할 지언정 세세한 구분은 전문가도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가격은 산지가 같거나 심지어 한 사슴에서 잘랐다 해도 부위에 따라 심하면 2배 이상 나기도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1~2 단계 정도의 제품들이 섞여서 유통된다고 보면 된다. 효능은 분골 > 상대 > 중대 > 하대 순으로 좋다고 보며, 이 중에서도 분골에 있는 지방부분을 기름분골 혹은 팁(tip)이라고 하여 최상품으로 친다. 다만 최근에는 분골이라 해도 이 지방부분이 다 잘려나간 상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유통업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중국의 재벌가들에서 녹용팁을 상시 복용하기 위해 일종의 독점 수요가 있는지라 죄다 중국으로 쓸려나간다고. 또 하대 같은 건 찾는 사람이 없어 거의 유통되지도 않는다.
녹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개인적으로 사오거나 하지 말자.[3] 법적으로 한의원 등에서는 대한민국약전이나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 수재 한약재를 사용하여 한약을 조제하는 경우 제약회사에서 생산된 규격품만을 사용하여야 하고, 녹용 또한 그 대상에 속하기 때문에[4] 환자 개인이 소지한 비 의약품 녹용을 한의원 등에서 한약조제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5] 특히 피 철철 흐르는 뿔 들고 한의원에 가서 "이걸로 보약지어 주세요"라고 하지 말자. 법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가지고 오면 원장이나 직원들은 이거 피빼고 씻고 말리고 털깎고 썰고 등등 오히려 인건비를 더 받고 싶을 정도의 수고가 들고, 그러한 생녹용은 의약품으로서 반드시 받아야 할 각종 이화학적 검사를 받지 않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사온 녹용은 결국 냉동실에서 몇년 묵혀지다 잊혀지기 십상이니만큼(...) 녹용을 개인적으로 구매할 생각 하지 말고 한의원에서 제대로 진찰받고 약을 짓자. 한의원 등에서 알아서 좋은 녹용 쓴다. 받은 한의원에서도 심지어 몰래 버리고 그냥 구비된 녹용을 넣어준 경우가 있을 정도로(당연히 한약값에서 녹용 값만큼 할인해줬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처치곤란인 물품이다.
이전 버전에 따르면 효과(혹은 생리활성이라도)가 있다는 논문들을 찾아봐도 국내논문이거나 그다지 질이 좋다고 여겨지지 않는 저널의 소규모 연구가 다수이며, 영문 위키의 antler항목만 봐도 의학적 효과에 대한 서술은 전체 문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녹용 추출물이 최근 인기를 얻어가고 있지만 한 이중맹검 실험에서 효과가 없다고 나타났다는 서술이 전부라는데 악의적인 추측성 서술에 불과하다.
녹용의 생리활성을 보고한 논문의 질은 평가절하하면서, 영문 위키백과의 내용이나 퍼나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위키백과는 기본적으로 학술 레퍼런스로써 가치가 전혀 없으며, antler는 녹용의 역어도 아니다. 녹용은 사슴속 매화록(C. nippon Temminck), 마록(C. elaphus L.), 또는 대록(C. canadensis Erxleben)의 아직 골질화되지 않은 뿔을 주침(酒浸)하여 말린 것으로, 그냥 사슴뿔을 말하는 게 아니다.[6] 위키백과에도 velvet antler 항목이 분리되어 있다. 해당 논문 역시 녹용을 운동 보조제로 사용했을 때 산소 조달과 근력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는 논문인데, 애초에 녹용은 웨이트 트레이닝 보조제가 아니기 때문에 인슐린에 진통 효과가 없는 것처럼 당연한 결론이다. 한약재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며, 인삼이나 녹용 정도 되는 네임드급 약재는 해외 저널에도 많이 실린다.[7] 기본적인 의료정보학적 자질도 없이 한약에 대해 폄하하지 말자.
효능은 보정강장(補精强壯). 기본적으로 크게 소모된 몸의 기운을 붇돋아 재생력과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성된 기운을 끌어올려 힘이 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녹용이 들어가는 '녹용대보탕'의 경우 사용처가 '큰 병을 앓은 직후 회복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동의보감에 실린 내용)
단 열이 많은 경우에는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이것도 체질을 탄다.(당연한 이야기다. 약은 모두 한쪽으로 치우친 강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만병통치약이 없는 것이다. 물론 체질에 딱히 맞지 않아도 몸의 상태가 녹용의 방향성을 필요로 하는 상태라면 먹어도 무리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상의학에서는 태음인 약에 속한다.
여기서 열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체온이 높다는 것이 아니다. 한의학에서 열은 양적 기능이 활발하다는 것으로 보통 인체 기능의 항진을 말한다. 그래서 현대의학적으로도 그 사람의 생리 기능이 항진되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대개 한의학에서는 열증으로 많이 분류된다.
한편 어린아이에게 먹이면 바보가 된다거나 머리가 둔해진다, 살이 찐다는 속설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 귀한 녹용을 어르신을 앞에 두고 감히 먹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서려있다. 일반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양의 성질로 구분되므로, 굳이 양기를 보충하는 녹용을 먹을 필요가 없기도 하고. 다만 양기 자체가 위로 뻗치는 성질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의 성장 지연 등에는 적극적으로 쓰인다. 생리기능이 항진되는 약인데도 불구하고 먹으면 살이 찌는 경우가 분명히 있긴 한데, (특히 노인성의) 위장관의 무력이나 식욕부진, 위하수 등에도 자주 쓰이는 약이기 때문.
이것이 들어간 약은 황록색을 띠는데, 은은한 단맛이 나고 동물 약재 특유의 비린내가 살짝 난다.
하지만 '살 안찐 사람은 살을 찌우게 하고, 살 찐 사람은 날씬하게 만들어준다.'라는 말도 안되는 만병통치 효능을 표방하는 건 돌팔이나 건강원 등의 짝퉁이 해대는 선전이다.
덤으로 말리지 않은 단면을 코에 가까이 대면 기생충이 빨려들어와 감염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이니, 제대로 유통된 녹용이 아니라면 함부로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국산 수입산 예외가 없다. 당장 국산은 광록병 관련 체계도 전혀 갖춰져 있질 않으니....
여담이지만 도더리는 '녹용잘린 사슴 왜 죽나요?'라는 질문을 네이버 지식인에 올린 바 있는데 실제로는 안 죽는다(...)
2 이부키 스이카와 하뉴(쓰르라미 울 적에)의 별명
뿔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1과 대입하면 둘은 사슴이 된다. 맙소사!- ↑ 하지만 쵸파는 사슴이 아닌 순록이다.
더빙판이라면 몰라도 - ↑ 비슷한 예를 들자면, 고대 문헌에는 인삼에 보라색 꽃이 핀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 인삼 꽃은 흰색(보기에 따라 옅은 노란색이나 연두색) 이다. 따라서 고대 문헌의 인삼은 현대에 유통되는 인삼이 아니라, 인삼의 대용품으로 흔하게 사용되어왔고 실제로 꽃이 성숙하면 보라색이 되는 당삼(黨蔘 혹은 만삼蔓蔘)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려시대 이전의 처방은 인삼을 당삼으로 바꿔쓰는 경향이 늘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산 인삼은 고려삼이라고 해서 중국의 인삼과 아예 다르게 분류하기까지 한다.
- ↑ 최고급인 러시아산 원용은 유통상 중국을 거쳐서 오게 되는데 거기서 섞일 우려도 있다.
- ↑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수재되어 있다. 따라서 녹용의 경우도 반드시 규격품 한약재를 사용하여야 한다.
- ↑ 과거 환자가 소지한 녹용을 첨가하여 약을 짓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한약재의 유통체계가 확립된 현재는 엄연한 불법이다. 허가받은 사슴농장이라도 예외없다.
- ↑ 참고로 골질화된 뿔은 녹각(鹿角)이라고 해서 별개의 한약재다.
- ↑ http://www.ncbi.nlm.nih.gov/pubmed/23246455/?ncbi_mmode=std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