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쇼펜하우어 저 / 김재혁 역
고려대학교 출판부.
목차
1 개요
소피스트가 되거나 키배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사회 민주화와 더불어 토론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일방적인 지시와 강제의 권능이 사라진 곳에서는 어디서나 의견수렴의 과정이 필요하며, 가장 극적인 경우에는 구성원들 간의 논쟁으로 치닫게 된다. 철학적 논리학의 범주가 아닌 일상 속의 논쟁에는 논점 흐리기, 말꼬리 잡기, 견강부회[1] 등의 수많은 일탈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쇼펜하우어의 토론술은 그러한 모든 비논리의 여지를 포함하여 실질적인 논쟁의 승리자가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의 목적은 실제의 논쟁에서 상대방의 부정직한 요령을 간파하여 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2]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책이지만 학사과정의 대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책이며 두께가 얇은 책이기에 읽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비슷한 내용의 책으로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있다. 저자는 매슨 피리.
2 38가지 토론술
1. 확대해석하라 2. 동음동형이의어를 사용하라 3. 상대방의 구체적인 주장을 절대화하고 보편화하라 4. 당신의 결론을 상대방이 미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5. 거짓된 전제들을 사용하라 6. 은폐된 순환 논증을 사용하라 7. 질문 공세를 통해 상대방의 항복을 얻어 내라 8.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라 9. 상대에게 중구남방식의 질문을 던져라 10. 역발상으로 상대방의 의표를 찔러라 11. 낱낱의 사실들에 대한 상대방의 시인을 보편적인 진리에 대한 시인으로 간주하라 12.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유리한 비유를 재빨리 선택하라 13.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제시하여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라 14. 뻔뻔스런 태도를 취하라 15. 안개 작전을 사용하라 16. 상대의 견해를 역이용하라 17. 미묘한 차이를 이용하여 방어하라 18. 논쟁의 진행을 방해하고 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라 19. 논쟁의 사안을 일반화하여 그 부분을 공격하라 20. 서둘러 결론을 이끌어 내라 21.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22.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큰소리로 외쳐라 23. 말싸움을 걸어 상대로 하여금 무리한 말을 하게 하라 24. 거짓 추론과 왜곡을 통해 억지 결론을 끌어내라 25. 반증 사례를 찾아서 단칼에 끝내라 26. 상대방의 논거를 뒤집어라 27. 상대가 화를 내면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는 것이다 28. 상대방이 아니라 청중을 설득하라 29. 상대방에게 질 것 같으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라 30. 이성이 아닌 권위에 호소하라 31. 당신의 말은 형편없는 내 이해력을 넘어서는군요 32. 상대방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 속에 넣어라 33. 그것은 이론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는 거짓이다 34.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35. 동기를 통해 상대방의 의지에 호소하라 36. 의미 없는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라 37. 상대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대면 그쪽을 공격하라 38.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을 감행하라 |
당연하지만 저기에 나온 방식들을 전부 그대로 쓰지는 말자. 몇몇 내용은 대부분이 아니고? 논리적 오류를 유도하는 내용일 뿐더러 논쟁의 기초인 이성적이 아닌 감정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라 온라인 병림픽 수준에서는 매우 유용하겠지만 진지한 토론에서 쓰면 좋은 소리를 절대 못 듣는다.
다만 경우에 따라선 토론에서 의미있는 부분이 있다. '25. 반증 사례를 찾아서 단칼에 끝내라', '27. 상대가 화를 내면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는 것이다.', '37. 상대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대면 그쪽을 공격하라' 같은 경우에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상대가 먼저 일반화를 하기 시작했을 때나 아전인수격 해석, 쓸데없는 비주류적 해석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25번을 이용하면 말 그대로 단칼에 끝내버릴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식근론을 논박할 때 '그래서 종군 위안부가 근대화를 유발하는 인권주의적 정책이었겠죠? 산업화만 이루어지면 다 근대화겠죠?[3]', '80정도 키워주고 120 수탈해가면 성장시켜 준 거겠죠?' 같은 반론을 쓸 수가 있다.
그리고 상대가 어떤 주장에 대해 공격을 받았을 때 화를 내는 것은 정말로 허점이 있어서인 경우도 있다. 과거의 예를 들면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다던데 야자나 체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고 학생이 말했을 때 선생이 '감히 선생님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이리 와서 엎드려!' 하며 성내는 상황이 그것이다. 자기가 비합리적 주장이나 행동을 보이고 자기가 생각해도 그것을 합리화하기 어렵기 때문에(그렇다고 교사가 '학생놈들은 맞아야 해'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 그것에 대한 지적을 받으니 성을 내는 것. '골빈 홍어 군중인간' 사건에서 사실을 지적했을 뿐인데 엉망진창 적나라한 비난을 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그렇게 화를 낼 때 차근차근 논박하면 성만 씩씩 내다가 자승자박하는 경우가 많다.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러한 열폭 반응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논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일 뿐, 논쟁에서의 목적 자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당한 논박도 없이 단순히 트래쉬 토크의 말빨로 상대를 도발하고 "네가 화냈으니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건 정신승리일 뿐이다.
'상대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대면 그쪽을 공격하라' 역시 그렇다. 흔히 비주류 해석을 주장하거나 허황된 이야기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기존의 학설을 무차별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끌어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진화론의 논리들을 무턱대고 끌고 들어와 지적설계를 주장하며 창조과학 운운하는 유사과학론자들, 사서를 뒤틀어 환단국을 주장하며 환단고기가 최고의 역사서라 주장하는 환빠들이 있다. 이런 경우 워낙 과학적 깊이가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여기저기서 좋아보이는 말을 따오다 스스로 불리한 근거를 대기가 쉽다.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도 이런 일환에서 나온 것이다. 자기네들 코드에 맞다 해서 엉터리 논문을 실어버린 꼴이니...
사실 쇼펜하우어 본인부터가 이런 키배를 싫어했으며, 애초에 이러한 비겁한 얼치기 논리들을 비판하려고 쓴 책이다.[4] 물론 일반인과의 토론에서는 저 방법들이 대충 통할지도 모르겠지만, 통해도 이런 취급을 받기 십상이고 그래도 할 말이 없다.
거기다 어쩌다 토론의 고수를 만나기라도 하는 날에는 당연히 탈탈 털릴 수 있다. 고수들은 일반 토론의 기본기도 탄탄한 것은 물론이고 당연하게도 이 정도 방법은 확실히 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38가지 방법이 훌륭한 전략도 아닌데다 상대가 내 전략을 손바닥 보듯이 보고 있다면 얄팍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필패하는 것은 당연지사. 애시당초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면 이기는 키배와 토론은 그 질이 다르다.- ↑ 牽强附會: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강제로 자기주장에 맞게 끌어옴
- ↑ 저 38가지 방법을 체라고 생각하면 이 책이 좋게 보일 것이다. 이걸 다 통과하면 꽤 탄탄하다는 얘기.
- ↑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근대화는 단순히 물질적 성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중세와 차별화되는 합리에 의한 인권의식 등을 포함한 사회 전반적인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반인권주의적 행태인 종군 위안부 하나면 식근론을 상당히 무력화할 수 있다.
- ↑ 반어법적으로 "망하는 길" 을 알려줌으로써 도리어 성공의 길을 암시하는 테크닉은 적지 않은 서적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글쓰기 기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