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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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서 소개한 사건 개요

1 개요

2005년 6월16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미분양 아파트에서 서울 명문 사립 대학교를 2004년에 졸업한 이 모씨(30)씨가 변사체로 발견 된 사건. 평소 친하게 지내던 대학 교수, 남편 등이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원한에 의한 살인이나 청부살인의 가능성이 있었으나 결국 아직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였다.

2 연고도 없던 곳에서 발견된 피해자

2005년 6월 16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미분양 아파트에서 광고 전단지를 돌리던 한 남성은 유독 한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 집은 아직 입주하지 않아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었다. 무슨 냄새인가 싶어 현관문을 당겨보니 문은 열려있었다. 집 안을 둘러보던 그는 깜짝 놀랐다. 안방 욕실에 30대 여성의 변사체가 있었던 것. 시신은 겉옷이 찢어지고 속옷이 벗겨진 반라의 상태였고, 얼굴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경찰 조사결과 여성은 이 아무개 씨(당시 30세)로 밝혀졌다. 부산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2001년 서울의 한 명문 대학에 편입해 2004년 졸업한 이씨는 서울의 다른 명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수백억대 부동산 자산가의 아들과 2004년 결혼한 상태였다. 그녀는 시체로 발견되기 일주일 전인 6월 9일 행방불명돼 이미 경찰에 실종신고가 들어간 상태였다. 이 씨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잡힌 것은 그녀가 나온 출신 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은행 CCTV 화면 속이었다. 이 씨의 시신 상태로 보아 경찰은 이 씨가 이날 바로 피살됐을 거라 추정했다.

이 씨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은 곧바로 살인 사건의 수사에 들어갔지만 시작부터 난항에 빠졌다. 가장 먼저 수백억원대 자산가의 며느리가 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돈암동의 미분양 아파트에 들어갔는지 그 이유부터가 불분명했다. 스스로 찾아갔는지, 아님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끌려들어갔는지조차 확인이 되지 않았다. 이 씨의 시체는 심하게 부패되어 있어 성폭행이나 묶인 흔적을 감별할 수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부검을 통해 ‘부패 정도가 심해 사인이 불분명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아파트 부엌에서 이 씨의 머리카락과 남성용 와이셔츠 단추가 발견된 것을 두고 경찰은 범인과 이 씨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또 이 씨의 소지품이나 현금 등이 없어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강도살인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대신 경찰은 이 씨가 준재벌가 며느리라는 점을 감안, 누군가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 혹은 어떤 원한에 의한 청부살인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대체 이 씨는 왜 그 아파트에 갔던 것일까. 자의에 의해서였을까, 아니면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갔던 것일까. 이 씨의 사체가 발견된 아파트는 신축 후 입주를 기다리던 미분양 아파트였다. 서울시 외곽에서 살던 이 씨가 멀리 떨어진 동네의 미분양 아파트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일단 경찰은 누군가 이 씨를 빈집으로 유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빈집인 터라 문제 아파트의 현관 자동잠금장치의 비밀번호는 모두 ‘0000’ 식으로 통일돼 있었다. 따라서 경찰은 “집주인이 입주해서 현관 자동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바꾸기 전에는 누구나 쉽게 빈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씨를 이곳으로 유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또한 이 씨가 ‘누군가’를 순순히 따라갔다면 이번 사건은 분명 이씨와 친분이 있는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경찰은 이 씨가 아무 연고도 없는 돈암동의 미분양 아파트에 들어간 이유를 밝히는 것이 바로 사건 해결의 열쇠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사건 현장 주변을 훑으며 여러 차례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이 씨가 언제 누구와 그 아파트에 들어갔는지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발견당시 이 씨의 사체 혈중 알코올농도는 0.15%로, 만취 상태였다. 그러나 이 씨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이 씨가 평소 술을 잘 못 마시고, 즐기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경찰은 이 씨가 혼자 술을 마셨을 가능성은 극히 낮고 평소 알고 지낸 누군가와 함께 마셨을 거라고 보고 주변 지인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펼쳐 나갔다.

3 미궁에 빠진 수사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은 이 씨가 나온 대학의 이 아무개 교수였다. 경찰의 수사 결과 이 씨가 실종되기 2시간 전인 9일 낮 12시쯤에도 두 사람은 연구실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 교수가 이 씨의 마지막 목격자일 수도 있는 셈이었다. 특히 일각에서는 평소 두 사람이 함께 부동산을 보러 다녔으며,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씨의 죽음과 관련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이 씨 실종 당일 연구실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헤어져, 이 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불륜 관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함께 집을 보러 다닌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이 교수를 다섯 차례에 걸쳐 조사하며 알리바이를 추궁했다. 이 교수의 유전자를 채취해 이 씨 시신 발견 당시 가슴에 묻어있던 타액 DNA와 비교도 하였다. 그러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명돼 이 교수는 용의선상에서 일단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아무개 교수와 이 씨를 잘 알고 있던 주변 지인들도 “두 사람이 깊은 관계였다는 소문은 말도 안 된다”라고 항변했다.

다음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이 씨의 남편 A 씨였다. 두 사람이 결혼한 것은 지난 2004년으로 당시는 결혼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신혼이었다. 경찰은 A 씨 부부가 겉으로 보기엔 신혼이라 결혼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이 씨가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불만을 나타냈던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이 씨로서는 준재벌급인 시가와의 문화 차이와 자연스럽지 못한 부부관계로 인한 갈등이 결혼생활의 걸림돌이었다는 것. 국내 굴지의 직장에 근무하다 서울의 다른 명문대 대학원에 진학한 A 씨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활달하고 사교적인 이 씨는 결혼생활의 답답함과 남편과의 성격 차이로 인한 고민을 평소 이 교수에게 털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A 씨는 “아내와의 사이에 결혼 생활을 위협할 만한 큰 불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도 A 씨를 조사해본 결과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확실하고, 살인 혐의점 역시 발견할 수 없었다.

경찰은 이 씨가 평소 학교에 자주 드나들었던 점을 감안, 이 씨의 지인들도 조사했지만 역시 단서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 씨는 원만한 학교생활을 했으며 지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평판이 좋았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할 성격도 아닐 뿐더러 평소 특별한 문제도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이 씨가 이 교수와 깊은 관계였다는 항간의 소문은 말도 안 된다. 교수와 가깝게 지냈다는 것만으로 불륜이나 치정관계로 매도하는 것은 이 씨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씨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4 경찰의 추측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이 씨 주변인들에 대해 원한관계가 있었는지 심층 수사를 벌여왔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가진 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 씨가 청부살인을 당했다면 모르는 사람에 의해 돈암동의 미분양 아파트에 끌려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피해자는 저항을 하며 소란이 벌어지기 때문에 목격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씨 사건의 경우는 경찰이 사건 현장 주변을 훑으면서 여러 차례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이 씨를 봤다는 목격자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이 씨가 언제 누구와 미분양 아파트에 들어갔는지 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 씨 살인이 우발적 범죄가 아닌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빈집이라 현관 번호키의 비밀번호가 모두 ‘0000’이었다. 따라서 범인이 그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사람이 없어 범행을 저지르기 쉬운 아파트로 이 씨를 유인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추측했다.

5 의문점

이 씨가 연고도 없는 미분양 아파트에 들어간 까닭은 무엇일까. 사건 현장에 남겨진 남성용 와이셔츠 단추는 대체 누구의 것일까. 술을 가까이 하지 않던 그가 만취 상태에 이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현재까지 그 어떤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