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方朔
(BC 154 ~ BC 93)
중국의 고대, 전한 무제 시대의 인물. 자는 만천(曼倩). 전설로도 유명하다.
1 사적 속의 동방삭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형 밑에서 독학한 수재. 그의 절친이 그 유명한 사마천이다.
언변에 능수능란해 무제에게 총애를 받았으며, 자신을 비난하는 학자들과 말싸움을 벌여서 이긴 인물. 게다가 놀랍도록 괴짜라서 무제가 친히 베푼 잔치에 참석해서 신나게 먹은 뒤 남은 건 바리바리 싸가지고 집에 갔다고 한다. 주변 신하들은 저런 무례한 자는 벌해야 한다고 난리를 쳤지만 원래 그런 인간임을 잘 안 무제[1]는 그냥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놔뒀다고 하니, 전설 속의 이미지는 이런 그의 행동에서 나왔을 것이다. 또한 자잘한 초능력 틱한 능력을 자주 보인 인물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상자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맞추게 하는 시험을 무제가 많이 하였는데, 동방삭은 이를 틀리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외에 옛사람들은 산속에 은거했지만, 자신은 도시에 은거했다는 식의 도가적 이야기도 많았으며, 재물은 들어오면 바로 써버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도가적 모습에 가려진 동방삭에게는 또 다른 이면이 존재했다. 동방삭은 스스로를 천거하는 상서를 죽간 3000간의 양으로 바쳤고, 무제가 이를 몇달에 걸쳐서 읽으며 즐길 정도로 뛰어난 글이었다. 이런 재담 등으로 인해서 동방삭은 공식적으로는 문인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광대와 재담으로 입씨름을 하고, 자잘한 마술에 가까운 재주를 보인 동방삭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정치가로서의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 한중 개발에 노력하였으며 정치적으로 뭔가를 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법가적 정치를 지향했던 한무제는 동방삭이 자신의 주변에서 재담을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동방삭이 정치적 식견이 높다라는 인정을 하지는 않았다[2] 한무제 시대는 법가적 정치력을 가진 유사한 인재들이 넘치던 시대였다[3]. 동방삭은 한무제 시대의 이 두텁고 황제의 신임을 받는 인재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속만 끓이게 된다. 애초에 한무제는 동방삭에게 정치적 능력을 바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동방삭도 무제에게 내심에 담아두었던 표현을 하다가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무제는 오히려 동방삭이 충언을 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한 듯하다.[4] 물론 역으로 동방삭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지못미.
물론 정치가로서의 동방삭에 주목하는 것이 주요하기는 하지만, 단지 도가적 인물로 보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재담가로서의 성향이 더욱 강조되기도 한다. 단적으로 동방삭이 실린 사적은 사기 <골계열전>, 현대로 비유하면 코미디언에 가까운 이들을 모아놓은 부분이다.[5]
유명한 고사성어로 빙탄불상용이란 말을 남겼는데, 이는 얼음과 목탄(불)이 같이 한 장소에 존재할 수 없듯이, 간신과 충신은 한 자리에 섞일 수 없다는 의미.
2 전설 속의 동방삭
중국 고대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 흔히 동양권에서 불로불사의 대명사. 이 사람과 비견될 만한 인물은 아하스 페르쯔 정도.
위의 인물이 한 무제에게 바쳐진 서왕모의 선도를 한개도 안 남기고 전부 먹어버리면서 탈 인간화해서 그야말로 절대로 안 죽는 인간이 된 것. 이명은 삼천갑자.
1갑자는 60년인데, X3000하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수치가 나오지만 설화니까 그냥 오래산다고 생각해주자. 그러니깐 대강 180,000세. 즉, 역사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살아 있었다는 이야기다.[6][7]
위진남북조 시대에 쓰여진 박물지라는 책에서도 등장한다. 군산(君山[8])이라는 곳에 마시면 죽지 않게 되는 술이 있었는데, 어느날 한 무제가 이레동안 재계를 하고 사람을 보내 술을 가져오도록 했다. 술이 도착해서 한 무제가 마시려던 참에 동방삭은 "제가 그 술을 잘 압니다. 한 번 직접 보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무제가 술을 넘겨주기가 무섭게 그걸 다 마셔버렸다. 당연히 빡친 무제가 동방삭을 죽이겠다니까 하는 말이 "저를 죽여서 제가 죽으면 그건 이 술이 가짜라는 거고, 만약 이 술이 진짜면 죽여도 안 죽을 겁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무제는 동방삭을 풀어주었다고 한다죽지는 않아도 고통은 느낄텐데
원판 설화에서는 그대로 사라지거나 잘 사는 듯하지만 이상하게 2차 창작물(?)에서 수모를 당한다. 특히 우리나라 설화에서 저승사자들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강림도령 설화에서 염라대왕이 강림도령에게 동방삭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렸고, 삼천갑자나 살아서 지혜와 꾀가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동방삭을 어찌 잡을까 고민하던 강림도령은 비책을 떠올리고 숯을 잔뜩 사서는 그 숯을 냇가에서 씻기 시작하였다. 이를 본 사람들이 왜 숯을 씻고 있냐고 묻자 강림도령은 "숯을 씻어서 하얗게 만들려고 합니다" 라고 답했고 이에 사람들은 전부 미X놈 이라 혀를 차며 손가락질 했지만 아랑곳 않고 꿋꿋이 숯을 씻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서는 "젊은이, 왜 숯을 씻고 있는가?" 라고 묻자 강림도령은 하던 대로 "숯을 하얗게 하려고 씻고 있습니다" 라고 답했고, 그 노인은 기가 차다는 듯 "쯧쯧, 내가 삼천갑자나 살아왔지만, 숯을 하얗게 만든다고 씻는 놈은 처음 봤네" 라고 말하자 강림도령은 그 노인이 동방삭이란 사실을 간파하고 잡았다 요놈!! 바로 체포하여 저승으로 데려가 버렸다고 하며 숯을 씻던 강은 탄천[9]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어떤 버전에서는 강림도령이 아닌 할머니신 마고할미가 똑같은 계교를 써서 잡아갔다고 하며, 아예 이름이 언급되지 않거나 여럿이 행동하는 버전도 있다.
잘 생각해보면 이건 우리나라 버전의 설화니까 동방삭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가 개털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역시 한국... 국제 수배자 동방삭!
그런데 제주도의 신화 중 4만년을 산 사냥꾼워해머 40k 소사만(어느 판본에선 그냥 성 없이 '사만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기도 한다)의 이야기에 정확히 이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가는 부분이 있는 등 미묘한 구석이 있지만, 그 전에 33세에 죽을 것을 모시던 신에게 미리 알고, 사자에게 뇌물먹여서(참고로 저승법에는 대접을 받았으면 갚아라라는 법이 있는 모양이다)삼천살을 살다가 어떻게 피해갔는지, 사만년을 살았다는..
3 픽션 속의 동방삭
이말년 서유기에서도 특별출연했는데 본작에서는 선도가 수명만 늘려주는 게 아니라 많이 먹으면 영구 버프까지 주는(...) 아티팩트로 등장했기 때문에, 서왕모의 선도를 전부 먹어치웠다는 동방삭도 대머리에 수염 기른 머슬맨으로 등장했다. 세계를 지키기 위해 착한 혼돈을 일으킨다고 하며 주로 개판인 상황에서 혼세마왕이 거대해진 순간 튀어나와 혼세마왕과 거대 괴수 배틀을 벌여서- ↑ 한무제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파격적인 대우다.
- ↑ 만일 도가적 성향이 강했던 문경지치 시대에 활약했다면, 동방삭도 한가락 했을 수도 모를 일이다.
- ↑ 사기나 한서에는 유가적 정치가들을 순리, 법가적 정치인을 혹리라고 기록하는데, 혹리열전의 상당수가 이 때 등장한다.
- ↑ 동방삭이 《시경》의 시를 인용하여 간신을 멀리하고 참언을 물리치라고 간언하였는데, 친구 사마천은 이를 두고 《사기》 <골계열전>에서 '새가 죽을 때는 소리가 구슬프고, 사람이 죽을 때는 말이 선하다'라는 옛말을 인용하여 그의 죽음 기렸다.
- ↑ 물론 단순히 궁중 코미디언들의 이야기는 아니고, 순우곤 처럼 유머를 이용해 군주에게 바른말을 한 충신들이 실렸다.
- ↑ 사실 18만년이라는 것은 역사 레벨로는 한참 부족하고, 인류라는 종의 시작을 대략 20만년에서 16만년 전으로 본다. 인류의 직접적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는 것이 대략 이 시기란 소리다.
- ↑ 이에 대해 다른 설도 있는데, 동방삭의 '삼천갑자'가 三千甲子가 아니라 三遷甲子, 즉, 갑자를 세번 옮겼다라는 설도 있다. 이렇게 되면 동방삭의 나이는 최대 180세, 최소는 겨우 62세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일설에는 삼십갑자에 점 하나가 잘못 찍혀 삼천갑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三十 - 三千)
하지만 어디까지나 썰이라는 걸 명심해두자. - ↑ 당연히 그 군산시는 아니다.
- ↑ 서울 강남구 와 송파구 사이에 있는 그 강 맞다. 근데 이 얘기는 제주도 설화다.
읭? - ↑ 주 사용기술은 스터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