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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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소프트웨어FPS 게임 둠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동명의 2005년작 액션/호러영화. '로미오 머스트 다이(2000)'를 감독한 안제이 바르트코비아크가 감독하고 칼 어번더 락, 로저먼드 파이크가 출연한다.

둠의 영화화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구상되어 왔으나, 대개의 게임 영화화가 그렇듯 그것이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드 소프트웨어가 둠의 영화화 판권을 두 영화사, 콜럼비아 픽쳐스와 유니버셜 픽쳐스에 판매한 건 한창 둠 2가 인기몰이를 하던 1995년이었으나, 실 제작은 진행되지 않았고 두 제작사가 보유한 판권은 2002년부로 만료되었다. 이어 워너 브라더스가 판권을 확보했으나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인해 다시 유니버설로 넘어간다. 그리고 둠 3가 막 나왔던 2004년 무렵부터 실 제작에 들어가 1년 후인 2005년 10월에야 빛을 보게 된다.

스토리는 다국적 거대 기업 UAC에서 화성 기지에 세운 연구소에서 자꾸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자 특수부대인 RRTS(Rapid Response Tactical Squad)를 파견하여 진상 조사를 하러 간다는 것. 비행선이 아닌 텔레포트(작중 명칭 '아크(Ark)')를 타고 진입한다.시작부터 원작파괴

그리하여 지옥과 포털이 뚫려서 악마들이 등장했다...가 아니고 발견한 한 특이 염색체를 연구하다가 사람들이 감염되어서 괴물이 되었고, 이에 주인공과 일행들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하나하나 차례로 죽어나가고, 유전자 변이를 이용해 초인이 된 주인공과 주인공의 누나만 살아서 나간다는게 끝. 참고로 히로인이 하필 주인공 누나이기에 근친상간 애정 묘사는 전혀 없다. 그나마 나름대로 신선한 설정?!

다른 것도 아니고 FPS의 시조로까지 불리우는 전설의 명작이 영화화된다는 점(노린 것인지 공식 포스터 중 하나는 헬 나이트와 둠 3의 기관단총이 버젓이 그려져 있다), 더 락[1]이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지만...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훌륭한 스태프나 배우들을 [2] 갖추지 못한 것도 있고, 둠 3의 인기가 다 사그라들기 전에 개봉하기 위해 서둘러 제작한 것도 꽤나 악영향을 끼친 듯. 비주얼 면에 있어 둠 3을 기반으로 했지만 커다란 예산이 투입된 영화가 아니다보니 [3] 전반적으로 B급스러움이 풀풀 묻어난다.

게다가 원작 파괴가 상당히 심한데, 스토리는 원작의 그것과 크게 동떨어져 지옥에서 온 괴물들이 아닌 유전자 변이로 태어난 괴물들과 싸우게 되며, 둠을 대표하는 무기인 BFG9000은 영화판에서는 '바이오 포스 건'(Bio Force Gun)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등장한다.[4] UAC, 전기톱, 임프, 헬 나이트, 핑키데몬, 화성 기지 같은 비주얼만 제외하면 본래의 둠과의 연계성은 거의 없는 수준.

후반부에 FPS 게임처럼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장면이 있는데, 전기톱으로 핑키데몬과 혈전을 벌이는게 인상적이다. 스탭롤에서도 1인칭 시점으로 스탭의 이름이 쓰여진 글자를 부수는 연출이 사용된다.

원작 게임 팬들도 다른 시청자들에게도 기대에 못 미쳤기에 흥행성적은 영... 로튼 토마토에서는 20%라는 처절한 점수대를 기록하였고, 극장 수익은 제작비 6000만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5600만 달러. 그래도 2차 판권 시장과 다른 요소 합치면 그럭저럭 수익은 거두었고 당연히 우베 볼과 같은 게임원작 영화보단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드 소프트웨어는 "기회가 된다면 둠 영화 속편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존 카맥은 둠 영화를 보고 "생각한 것보다 나쁘진 않다."는 평가를 했다. 아마 마지막 1인칭 시점 부분만 칭찬한 건지도 모르고, 혹은 이전까지 너무 문제가 많았던 영화화를 거친 게임 영화의 결과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대체 무슨 생각을 했길래? 아니 이 양반은 애당초 시나리오 따위는 별로 신경 안쓰시는 분이잖아요! |-oTL

사실 둠 시리즈에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어서 오히려 게임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1인칭 시점에서의 전투 등을 실컷 느끼게 해주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결과는...

  1. 많은 사람이 더 락이 주인공인 줄 알고 보러갔다. 그러나 페이크였고 진 주인공은 '리퍼' 역의 칼 어번. 그래도 더 락의 비중이 높아서 칼 어번이 페이크 주인공이 된 느낌.
  2. 칼 어번은 물론이고 지금은 주연급 캐스팅도 오가는 로저먼드 파이크조차도 이 영화에 출연했을 당시엔 본드걸 미란다 프로스트를 거쳐 오만과 편견 영화판으로 겨우 자기 입지를 다져가던 배우였다.
  3. 미국 자본 뿐만이 아니라 영국, 체코, 독일 자본을 끌여들여 만든 영화다.
  4. 그래도 원작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지 영화 후반에 이 무기를 발견한 더 락이 "X나 큰 총이군!"("Big Fucking Gun!")이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바이오 포스 건이라는 이름을 BFG의 정식 제식명칭으로 받아들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