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1차 암살미수사건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암살'미수'사건, 암살 자체는 실패로 돌아갔으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에게 평생의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었다.

2 발단

U.C 797년, R.C 488년에 립슈타트 전쟁에서 승리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립슈타트 내전의 전후처리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식전용 홀에서[1] 립슈타트 전쟁의 주요 주모자들을 처벌함과 동시에 패장들을 처분하거나 등용하기 위해서였다. 간소한 군법회의를 열었다. 다만 립슈타트 동맹의 주요 인물 대부분이 내전 중 사망하거나 자살하여 남은건 사후 처리뿐이었고 이 과정에서 인재라고 평가한 장성에 대해서는 적군이었더라도 과감하게 등용했다. 당장 립슈타트 동맹군의 주요 지휘관이었던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는 체포되어 수갑을 차고 홀에 출두한 자리에서 즉각 수갑을 풀어주고 휘하 제독들 반열에 서도록 지시받은 것이 좋은 선례 중 하나다.

이 회의에 참석한 장성들을 다소 놀라게 했던 점은 언제나 라인하르트 옆에 서있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자신들과 같은 곳에 서있으며 또한 다른 장성들처럼 참가하기 전에 무장을 해제하고 빈 손으로 참가했다는 것이였다. 원래는 혼자 블래스터를 착용한채 참석하도록 특별히 배려받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행성 베스타란트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라인하르트와 카르히아이스간에 다툼이 있었고,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꾸준하게 제기하던 2인자 견제론에 라인하르트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3 전개

사후처리라고 해도 문벌대귀족 주요 인물 대부분은 죽었고 라인하르트가 눈독 들일만한 인재는 동맹으로 날아버린(...) 빌리발트 요하임 폰 메르카츠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정도밖에 없으니 파렌하이트를 휘하 제독으로 영입하고나자 남은 처리 사항이랄만한 것도 없었다. 립슈타트 연합 맹주인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의 시신과 함깨 출두한 안스바하 준장을 뺀다면 말이다.

한때 황제 권력마저 탐내며 은하제국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리던 대귀족의 시신이 특수 케이스에 넣어진채로 식장에 나타나자 식장은 소란스러워졌다. 참석자들은 군인으로서의 예장을 갖추고 케이스 속에 누워 있는 한때 제국 최대의 귀족이었던 남자의 시신을 감개무량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안스바흐 준장이 영구를 지키고 있었다. 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심복으로 알려진 이 사나이는 메인홀 입구에서 무표정한 젊은 패자에게 거수 경례를 해 보이곤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아주 희미한, 그러면서도 명백한 냉소가 참가자들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그것은 주군의 시체를 공물로 삼아 항복을 신청하는 비열한 사나이에 대한 무인다운 직접적 반감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 냉소는 무형의 채찍이 되어 안스바흐의 온몸을 때렸지만 아무 느낌 없이 안스바흐는 라인하르트 앞에 이르자 다시 한 번 거수 경례를 올린 다음 버튼을 눌러 케이스 뚜껑을 열어 보였다. 패사한 주군의 유체를 승자에게 확인시키기 위한 동작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브라운슈바이크는 오로지 제국 최대의 대귀족이라는 지위와 황실과의 연줄로 인해 사람이 모여들었지 인망면에서는 별로라서 수많은 브라운슈바이크의 부하들이 라인하르트 쪽으로 귀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따르던 파렌하이트 제독은 방금 귀순했고 립슈타트 전역 시작과 동시에 공작의 심복이었던 슈트라이트는 버림받아 오딘에 남았고 페르너는 라인하르트에게 출두하여 귀순했다.

4 반전

그러나 다음 순간 안스바흐는 주군의 유체에 팔을 내미는가 싶더니 군복의 단추를 풀고는 그 속에서 원통과 입방체를 조립한 기괴한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백병전에 사용하는 강력한 소형 화포인 핸드 캐논이었다. 안스바흐는 시체의 내장을 다 꺼내고 그 자리에 핸드 캐논을 넣어 두었던 것이다.

역전의 용장들은 너무도 갑자기 일어난 일에 처음엔 모두 망연자실했다. 라인하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음에 닥칠 일은 짐작하면서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포구는 금발의 젊은 개선장군인 라인하르트를 겨누었다.

"로엔그람 후작, 우리 주군의 원수를 갚겠노라!"

OVA에서는 옆에 서있던 참모장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즉각 라인하르트 앞으로 달려나가서 방패를 자처했으나 장갑차도 일격에 파괴할수 있는 핸드 캐논 포탄이 발사된다면 그저 시체가 늘어날 뿐이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안스바흐를 덮침으로써 조준을 어긋나 발사된 포탄은 식전홀의 한쪽 벽면을 파괴하여 잔해들이 마구 떨어지며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직후 안스바흐와 키르히아이스의 격투전에서는 키르히아이스가 우세했다. 젊음, 기민함, 체력에서 모두 상대보다 윗줄인데다가 안스바흐는 라인하르트를 암살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쏟고있던 통에 별안간 옆에서 기습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키르히아이스는 곧 안스바흐의 팔목을 붙잡고 바닥에 찍어 눌렀다. 이 시점에서 암살미수사건은 큰일이 발생할 뻔 했으나 성공적으로 상황이 종료되는가 싶었다.[2]

그러나 안스바흐는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의 인물, 당연히 이런 불상사에 대비하여 부무장을 은닉하고 있었다. 안스바흐는 별안간 몸싸움 중에 자유로웠던 한 손을 뻗어 그 손등을 키르히아이스의 가슴에 갖다 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은백색의 빛이 키르히아이스의 등짝에서 내뿜어졌다. 안스바흐는 반지로 위장한 레이저 총도 준비했던 것이다. 가슴 한가운데에 살인 광선을 맞은 키르히아이스는 타버릴 것 같은 고통을 느꼈으나 암살자의 팔목을 끝내 놓지 않았다. 재차 반지가 불길하게 빛을 뿜으면서 이번엔 경동맥을 관통했다. 하프의 현을 몇 가닥 묶어 자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와 함께 키르히아이스의 목으로부터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와 대리석 바닥을 적셨다. 이게 가장 치명상이었다.

이렇게 키르히아이스가 치명상을 입으며 쓰러지자 주위의 다른 장성들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움직여서 안스바흐를 제압했다. 구속당한 안스바흐는 이렇게 외친다.

"브라운슈바이크 공 용서하십시오! 이 안스바흐, 무능하게도 서약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금발 애송이가 지옥에 떨어지려면 아직도 몇 년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발할라에서 기다려 주십시오!"[3]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칼 구스타프 켐프가 안스바흐를 후려쳤다. 그러나 안스바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부족한 소관, 공작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용서하소서."라고 말한 안스바흐는 입안에 숨겨둔 독약 캡슐로 자살한다. 오스카 폰 로이엔탈이 상황을 알아채고 안스바흐의 턱을 꽉 잡아 자결하지 못하게 막았으나 이미 이로 캡슐을 씹은 다음이었고 식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목을 잡았으나 그것도 이미 늦어서 눈이 뒤집히며 서서히 숨이 끊어지고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자결하려는 안스바흐를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자신이 무슨 행위를 저질렀는지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5 결말

그야말로 멘붕상태로 라인하르트는 비틀거리듯이 키르히아이스에게 걸어갔다. 암살자도, 아우성거리는 부하들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분신같은 그의 벗이 피바다를 이루며 쓰러진 것만 보였을 뿐. 겨우 키르히아이스의 손을 잡은 라인하르트가 입을 열었다.[4]

"곧 의사가 온다. 살아서 나하고 함께 누님에게 승리를 보고하러 가야지."

"라, 라인하르트님."
"말 안 해도 잘 알아......"
"우, 우주를 손에 넣으십시오."
"아아!"
"......그리고 안네로제님에게 전해주십시오. 지크는 옛날의 약속을 지켰다고......"
"못해, 난 그런 말 못 전해. 네가 직접 그렇게 말하는 거다. 나와 함께 가서......"
키르히아이스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가 사라졌을 때 라인하르트는 전율과 함께 자기의 반신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키르히아이스, 대답해! 말 좀 해!"

친우의 죽음으로 정신줄을 놓은 라인하르트가 키르히아이스의 시체를 감싸고 흐느끼자, 보다못한 미터마이어가 "각하, 제독은 이미 죽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이에 라인하르트는 미터마이어를 노려보며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경은 지금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키르히아이스가 나를 두고 먼저 죽을 리 없어!"

이 대사를 통해 라인하르트가 키르히아이스에게 얼마나 기대었는지 알 수 있다.

사망한 키르히아이스의 유체는 즉각 특수 케이스에 저온 보존처리되었다. 회한으로 견딜 수 없는 아픔을 안게 된 라인하르트는 그 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라인하르트는 식사도 수면도 완전히 팽개치다시피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었다.

그 상황을 보다못한 라인하르트의 부하들은 따로 회의를 열어서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가 이 기회를 노리고 정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빨리 군대를 오딘으로 진격시키는 것과 함께, 키르히아이스가 죽었다는 사실을 라인하르트의 누나인 안네로제에게 알리게 된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 결국 이걸 알린 사람은 오베르슈타인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와 일시적으로 결별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라인하르트는 자기 친구를 죽인 안스바흐의 시신과 유족들에 대해서는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안스바흐 시신도 유족들에게 그대로 돌려줘 장례를 치루게 했다. 그 이유는 안스바흐는 어찌 되었건 최후까지 그의 주인에게 충성을 다 바쳤고 되려 그를 미워하긴 커녕 그의 충성과 능력치를 높이 평가하며 전혀 미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일 라인하르트가 패배하였다면 키르히아이스가 비슷한 행동이라도 했을 것이라는 역지사지의 생각도 있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키르히아이스를 그 자리에서 무장해제시켜 놓은 라인하르트 자신의 실수가 이런 참상을 부른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을 라인하르트 스스로가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자리에서 평소처럼 키르히아이스가 무장한 상태였다면, 사관학교 시절 사격 2등[5] 을 놓친 적 없었을 정도로 명사수인 만큼 안스바흐가 핸드 캐논을 꺼내자마자 그 자리에서 한방에 사살하는 것으로 아주 깔끔하게 일이 종료될 수 있었다.[6]

원작에서도 키르하이이스가 죽어갈때 멘붕상태인 라인하르트가 "나 때문이야, 키르히아이스의 무장을 해제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키르히아이스가 이렇게 죽어갈 리가 없는데"라고 후회막심하는 부분이 나왔다.오베르슈타인조차도 "저에게 키르히아이스가 죽게 한 책임을 전가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훌륭하십니다." 라고 할 정도였다. 오베르슈타인에게 왜 그런 충고를 하여 키르히아이스 무장을 해제하여 그를 죽게했나! 라는 질책같은 건 아예 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6 여담

이 사건 이후로 라인하르트는 자기의 심리를 최대한 강화한다. 더는 이런 것을 겪고 싶어하지 않았기 대문이다. 그리고 훗날 이 사건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으로 이어진다.

한편, 키르히아이스가 안스바흐에게 치명상을 입을 때까지 주변에 서 있는 장군들의 대처가 심하게 느렸고, 일단 개입한 후에도 사건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 시간이 좀 소요되었다. 덤으로 군의관도 늦게 왔다. 유머이긴 하지만 이걸 분석하여 나이트하르트 뮐러가 은하영웅전설의 진정한 흑막이라는 설도 만들어지긴 했다.작가가 보내버릴려고 작정했으니까

참고로 원작 소설이나 애니에선 다들 멍 때리다가 너무나도 늦게 나서는데, 코믹스에선 키르히아이스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남은 손으로 떨어진 핸드 캐논을 주워들려던 안스바흐의 왼손을 비텐펠트가 밟고 손에서 반지로 위장된 총을 빼앗으며 뒤늦게나마 활약을 하게 되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7 관련항목

  1. 립슈타트 동맹측 문벌대귀족들이 종종 연회를 열던 장소.
  2. 이글루스의 블로거 슈타인호프는 안스바흐의 왼팔 가격->안면 강타로 쓰러트리기->내밀은 손을 걷어차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 키르히아이스를 생존시키는 팬픽을 만들기도 했다.
  3. OVA에서는 적으나마 선물로 그의 몸 절반을 비틀어 가지고 갑니다. 라는 대사가 추가되었다.
  4. 애니에서는 더 추가되어서 과다출혈로 앞이 안보이는 키르히아이스가 허공에서 손을 흔들며 라인하르트를 애타게 잡으려는 게 나온다.
  5. 그동안 키르히아이스가 사격 분야 1등이라고 알려졌지만 외전 <아침의 꿈, 밤의 노래>라든지 여러 외전에서는 키르히아이스는 사격 분야 2등으로 나온다. 1등은 그야말로 사격의 신이라고 할 정도로 사격 하나만은 기똥차게 잘한 깡마른 다른 동기생인데 그에 대하여 이름도 언급도 더 되지 않는다.
  6. 반다이남코판 게임의 2회차 키르히아이스 생존루트에서 실제로 이런 상황이 연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