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은하영웅전설/역사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우주력 800년, 신 제국력 2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애니메이션은 89화
2 진행과정
2.1 암살미수범 체포
8월 29일, 페잔에 새로 꾸민 전몰자 묘역의 준공식에 참석하는 것이 카이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그날 마지막 일정이었다. 식을 마치고 몇 사람의 전몰유족 대표들과 환담을 나눈 뒤에 라인하르트는 3만 명의 병사가 만들어준 사람의 장막을 지나갔다.
이날 황제를 수행한 사람은 제국 재상 프란츠 폰 마린도르프,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원수, 수도방위사령관 겸 헌병총감인 울리히 케슬러, 페잔방면 사령관 코르넬리우스 루츠, 대본영 수석비서실장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애니판을 보면 아르투르 폰 슈트라이트, 황제의 수석부관과 차석부관, 그리고 당번병 에밀 폰 젤레까지 합쳐 모두 스물네 명이었다. 물론 주치의도 두 명 끼어 있었다.
볼프강 미터마이어, 나이트하르트 뮐러,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에른스트 폰 아이제나흐 등 군 수뇌 5명은, 페잔 회랑 양쪽 끝자락에 새 수도를 방위하는 군사거점 건설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2주간의 예정으로 출장 중이었다. 물론 그들이 빠졌다고 해서 황제의 경호가 허술했다는 얘기는 아니다.[1]
그 중 친위대의 위르겐스 대령이 거동이 수상한, 군복을 몸에 걸친 30대 중반의 사나이[2]를 발견했고 키슬링에게 넌지시 재빨리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키슬링은 신속하게 그 사나이를 체포했다. 암살미수범은 암살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조차 못하고 체포되었으며, 세라믹으로 만든 청산가스 스프레이와 니코틴 독을 묻힌 대나무 칼을 압수당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2.2 베스타란트를 기억하라!
"금발의 애송이!"옥좌에 이르기 이전까지는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귀족들이 던져준 별칭이었다. 시대가 바뀐 지금은 그 한마디가 불경의 대죄가 되고도 남았다. 다시 말을 하려고 하는 입술에 재빨리 키슬링이 강한 펀치를 한 방 먹였다. 그 순간 범인은 비틀거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너도 제국의 질서를 파괴코자 날뛰는 지구교 광신자냐?"
"지구교도는 무슨."
터진 입술로 피와 증오를 섞어, 사나이는 여전히 대담하게 소리쳤다. 황제 라인하르트를 불태워 버리기라도 할 듯한 눈동자에 독기까지 서려 있어 매서웠다.
"베스타란트를 잊었느냐! 3년 전의 그 참극을 잊어버릴 정도의 대가릴 가지고 어찌 황제의 자리에 앉아 있단 말이냐! 고얀 애송이 새끼 같으니라고."
암살미수범은 행성 베스타란트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의 가족이었다. 라인하르트는 충격을 받았고 그 모습을 본 암살미수범은,
"뭐가 카이저냐, 뭐가 명군(名君)이냐? 너희의 권력은 유혈과 기만 위에 세워진 것이다. 내 처자는 베스타란트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놈과 너 때문에 산 채로 화장당했다. 그래, 나도 죽여라. 베스타란트에서 브라운슈바이크와 손잡고 200만의 무고한 시민을 죽였듯이, 나도 죽여라!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는 어린이를, 갓난아기를 열핵병기로 태워 버린 인간 악마들아, 나도 그렇게 바베큐로 만들어 그 아가리에 쳐 넣어라. 살아 있는 놈들은 네 화려함에 눈이 멀어 베스타란트의 참극 따위는 벌써 잊었을 테지. 하지만 죽은 자는 잊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왜 불에 타 죽어야 했는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라는 격한 항의를 쏟아내었다.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은 이 사태에 대해서 주동자는 자신이라고 말했고 자신이 그렇게 안 했다면 내란은 더 장기화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암살미수범은 그를 보다가 다시 라인하르트를 보면서,
"너희 권력자들은 언제나 그랬다.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아니 바람직하다고까지 하면서 자기들의 부도덕을 정당화하고 합리화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너희의 부모형제가 그 소수 속에 한 사람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들어간 적이 있느냐? 살인자 라인하르트, 이 금발의 풋내기야! 너의 옥좌는 피바다 위에 떠 있다. 1초마다 그것을 상기해라. 브라운슈바이크는 패배와 죽음을 통해 죗값을 치렀지만, 너는 이렇게 살아 있으니 그 죗값을 어찌 갚으려느냐? 죗값을 치러야 해! 나보다도 팔이 긴 사람은 이 우주에 얼마든지 있다. 내 손에 죽는 게 차라리 나았다고 뼈저리게 느낄 거다!"
라고 다시 한 번 격렬히 비난했다.
이후 암살미수범은 잡혀가고 케슬러와 오베르슈타인은 암살미수범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라인하르트는 절대적으로 반대했다. 케슬러는 사형이 아니라 자결하게 하십시오, 그도 죽을 각오로 했을 겁니다. 그를 살려둔다고 해도 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시 간언했지만 "안 돼! 이젠 누구도 베스터란트 일로 죽어선 안 된다!" 라고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창백해진 얼굴로 그 자리를 겨우 떠난 라인하르트를 본 케슬러는 '이럴 수가, 카이저께서 저렇게 떨고 계시는 걸 처음 보게 되었군...'이라며 그가 받은 충격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이후에도 괴로워하는 라인하르트를 위로하던 힐다와 단 둘의 대화 중 검열삭제가 일어난다. 다음날 라인하르트는 황제를 암살하려 한 대역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괴롭고 미안한 마음에 그 병사를 조건 없이 석방하라는 명[3]까지 내렸지만 암살미수범이 이미 옥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4] 그를 편히 장사지내라는 명령과 함께 사건은 끝난다.
여담으로 애니메이션에서 이 암살미수범 역을 맡은 성우는 타카기 와타루였다.
2.3 카이저의 트라우마
헌데 이때 암살미수범의 비판을 들은 라인하르트가 파랗게 질려 변변한 대꾸도 못했고, 결국 실려가 몸져 누웠던 걸 보면 문벌대귀족의 베스타란트 핵폭격 때 내렸던 결정이 자신에게도 상당히 부끄럽고 마음아픈 트라우마가 되었던 모양이다. 가장 친한 키르히아이스는 그 참사가 원인이 된 우연적인 사건에 휘말려 사망하고, 누나에게서도 은하계 통일 전까지는 사실상 의절을 당했으니 말이다.
그 후로도 라인하르트는 한참 동안 실의에 빠져 약간은 얼빠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일 정도였으니, 실로 행성 베스타란트 사건은 키르히아이스의 죽음과 더불어 라인하르트를 죽을 때까지 괴롭힌 양대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위의 암살미수사건 때문에 라인하르트와 힐다 사이에 썸씽이 일어나게 되었으니... 로엔그람 왕조로서는 여러가지 의미로 중요한 사건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듯하다.
3 관련항목
- ↑ 근데 애니판에서는 주황 머리의 바렌 삘 나는 남자가 슈트라우스 등과 같이 뒷줄에 있다. OVA 5분 20초대 부분. 확인바람.
- ↑ 라인하르트를 보는 눈빛이 무척 증오에 찬 눈빛이었고 나이가 제법 많음에도 졸병이라는 점도 이상했다. 나중에 위르겐스는 이걸 가리켜 남들은 모두 폐하를 보고 있었지만 나는 폐하 주변만 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 ↑ 어느 국가든 마찬가지이지만 국가 원수를 암살하려 한 죄는 웬만해서는 최소 무기징역이고 재수 없으면 사형이 기본 옵션이다. 하물며 전제군주제 국가의 수장인 황제를 암살하려 하다가 붙잡혔으니 고통스럽게 죽어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었다.
- ↑ 사실 케슬러가 방관했다. 분명 그 지옥 같은 사건을 겪고 생긴 마음의 상처는 치료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내버려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