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베스타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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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지옥이 펼쳐질 푸르른 행성 베스타란트의 핵폭격 직전 모습.

Westerland(ヴェスターラント)

1 개요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행성. 은하제국령으로 200만명 가량의 인구가 사는 변방 행성이자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영지였다. 이름의 유래는 아마도 독일의 북부에 있는 도시 베스터란트.

을지서적 해적판은 행성의 명칭을 웨스트랜드, 베스타랜드, 웨스타랜드로 다양하게 적어 헷갈리게 만들었다. 서울문화사판에서는 베스터란트로 번역했고, 이타카판에서 베스타란트로 썼는데 초쇄판이면 간간히 베스터란트로 나온 곳도 있다.

2 행성 베스타란트

행성 환경은 황량한 편으로 무엇보다 이 넉넉하지 않아 행성 거주민들은 대부분 약 50여 개의 오아시스 주변에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황량한 분위기와 달리 희토류 금속 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주민들의 삶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영주는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나 공작이 황제의 사위이자 은하제국 문벌대귀족의 정점에 서 있는지라 워낙 영지가 많아 실질적으로는 공작의 조카 샤이드 남작이 영주 대행 자격으로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샤이드 남작은 행정관으로서의 능력이 나름 출중하여 큰 탈 없이 영지를 다스려왔지만 나이가 젊고 경험이 짦은 탓에 융통성이 다소 모자란 편이었다.

3 베스타란트 사건

3.1 민중 봉기

은하제국 차기 황위를 둔 대권 경쟁이 대귀족 연합 립슈타트 동맹의 결성을 시작으로 은하제국 전체가 양분된 대규모 내전으로 발전하자 영주 대행 샤이드 남작은 당연히 숙부 브라운슈바이트 공작을 따라 립슈타트 동맹에 가담하였다. 그러나 내전이 진행되며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후작을 위시한 제국군의 활약으로 귀족군은 연패를 면치 못하고 문벌대귀족들의 권위와 영향력이 차츰 약화되어갔고 언론 통제로 '아랫것들'의 눈과 귀를 가려놨어도 제국 곳곳의 민중들도 제국의 정세를 대강은 알게되었다.

이는 행성 베스타란트의 주민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은 차츰 쌓여만 갔고, 특히 립슈타트 동맹의 상황이 불리해지며 베스타란트에 요구되는 징세량이 증가되며 주민들의 불만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여기에 경험의 부족으로 민중의 불만을 다스리기는커녕, 불만의 존재 자체도 이해하지 못하던 샤이드 남작은 급기야 한 해 수확을 전부 징발하겠다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려버리고 만다.

당연히 사람들은 격노, 한번 폭발된 민심은 진압에 나선 행성 경비대를 처참하게 찢어버렸고 샤이드 남작은 모든 부하를 잃고 중상을 입은 채, 겨우 탈출선에 탑승해 도주하였다. 샤이드 남작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공방전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요새에 도착하기는 했으나 부상이 심하고, 탈출 과정에서 다친 몸을 수습하지 못해 숙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하였다.[1]

3.2 브라운슈바이크의 학살

조카가 눈앞에서 죽음을 맞이할 당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계속되는 부하들의 패전과 자신이 나서겠다며 당당히 함대를 이끌고 출진했다가 제국군에게 크게 패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겨우 요새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자신의 조카가 '미천한 평민'들에게 목숨을 잃자 공작은 이성을 잃고 크게 분노하여 핵무기를 이용해 행성 베스타란트를 초토화시킬 것을 명령했다.

약 1500여년 전, 13일 전쟁을 통해 인류는 상호간 핵전쟁으로 인류 전체가 멸종에 처하기 직전까지 몰린 뒤로부터 어떤 이유로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핵공격은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도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었다. 공작의 막나가는 명령에 같은 대귀족들과 연합군 실전사령관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 공작의 측근인 안스바흐 준장 등이 한 목소리로 반대했으나 공작은 뜻을 접지 않았다.

안스바흐 준장은 그나마 타협책으로 "지금은 라인하르트와 전쟁 중인데 병력을 거기로 돌릴 수도 없거니와 거기도 공작의 영지이니 그냥 소수병력과 군함만 보내도 제대로 저항도 못할 테니 그 중에서 주동자 몇 명이나 잡아 처벌하면 된다"고 만류했으나 눈이 뒤집힌 공작은 "영주가 지닌 합당한 권리에 따라 괘씸한 영민들을 처벌한다"는 논리로 다른 사람들의 입을 막았다. 안스바흐는 물러나면서 "이것이 자신의 팔다리를 자르는 셈"이라고 탄식했는데 소설판에서는 이 이야기를 엿들은 누군가가, 애니판에서는 미리 잠입해 있던 야콥 하우프트만이 이를 공작에게 참소하고 또다시 열이 뻗힌 공작이 안스바흐를 감옥에 처넣었다. 메르카츠가 나서서 베스타란트의 핵공격 중지와 안스바흐의 석방을 요구하러 공작에게 면회를 청했으나 아예 만나주지 않았다.

3.3 베스타란트는 불타오르고…

베스타란트의 민중들이 일단 샤이드 남작을 쫓아냈으나, 사실 민중의 봉기 자체는 가혹한 통치에 불만이 쌓여 우발적으로 일어났을 뿐이었다. 오랜 기간 귀족들의 통치에 익숙하던 민중들은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미래적 비전 따위는 없었다. 끝내 행성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고, 민중들에게 귀족들보다는 나은 이미지를 가진 라인하르트 쪽에 보호를 요청하자는 제의가 나왔다. 이 발언을 한 인물은 소설판에서는 아무 묘사가 없어서 그냥 회의에 참가하는 엑스트라 3번 정도이지만, 애니판에서는 금발의 젊은 여성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에 찬성하는 분위기였기에 그대로 라인하르트와 보호교섭을 펴려 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정은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그러기도 전에 브라운슈바이크가 핵공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람들이 자신들의 방향을 막 결정하고 박수가 터져나오는 시점에 어린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뭔가를 발견하면서 비극성을 부각시켰다. 그렇게 사람들의 거주지가 있는 50개의 오아시스에 핵이 떨어졌고, 저항할 능력이 없는 민간인들은 자기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파악조차 못한 상황에서 완전히 무방비로 공격을 당했다. 끝내 행성 전체의 인구가 말 그대로 끔살당했다.

이 비극은 소설판에서 자세히 묘사한다. 이하는 이타카판에서 번역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폭풍이 밀어닥쳤다. 초속 70미터, 섭씨 800도를 넘는 열기의 해일이 지표를 태우고, 얼마 안 되는 식물을 태우고, 건물을 태우고, 사람들의 몸을 태웠다. 입고 있는 옷이며 머리카락에서 불길이 솟았으며 짓무른 피부에서 물집이 일어나더니 곧 켈로이드 상태가 되며 부풀어 올랐다. 산 채로 불타는 어린아이의 비명이 열풍 속을 헤매다 금세 가늘어졌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며 가족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곧 끊어졌다. 폭풍에 휘말려 높은 하늘까지 솟아오른 대량의 흙먼지는 모래 폭포가 되어 지상에 떨어졌으며, 죽은 자들의 불탄 몸을 묻어주었다.

사실 이 작전은 귀족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던 만큼 작전을 실행한 부대 안에서도 반발이 있었고, 끝내 탈영병 1명이 라인하르트의 진영에 투항하여 브라운슈바이크가 벌이려는 미친 짓을 알렸다. 라인하르트는 그 소식을 듣고는 바로 병력을 파견하여 베스타란트의 민중들을 구하려 들었다. 하지만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이 핵폭격을 아직은 아슬아슬한 제국 내의 민심을 일거에 라인하르트에게 쏠리게 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여 구원에 반대하였다. 라인하르트는 당연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으나 끝내 오베르슈타인의 설득에 넘어가 관망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고감도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을 베스타란트 대기권에 배치하여 이 핵공격 장면을 적나라하게 촬영했다. 그리고 이 촬영한 영상자료를 온 제국에 긴급통신으로 발표하여 브라운슈바이크의 만행을 고발하는 소재로 써먹었다.

소설판과 코믹스판에서는 라인하르트가 브라운슈바이크의 미친 짓을 내버려두기로 확실히 결정하지만, 애니판에서는 다소 묘사가 다르다. 정보를 입수한 것도 탈영병으로부터가 아니라 요새 안에 잠입해 있던 하우프트만으로부터이다. 또한 오베르슈타인이 의도적으로 핵공격 예상시각을 실제보다 2시간 늦게 보고하고, 라인하르트가 오베르슈타인을 비난하며 일단 저지할 함대를 출격시킬 준비는 갖추라고 지시한 후 결행 여부를 혼자 고민하다가 밖으로 나오자 "벌써 다 끝났습니다"라고 보고한다. 라인하르트가 학살을 막을 생각을 했지만 오베르슈타인의 허위정보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확실히 강조함으로써 어그로를 오베르슈타인에게 집중시키려는 의도인 듯하다.

3.4 후폭풍

핵폭격 당시 인공위성이 보내온 광경은 이를 두 눈으로 목격한 오퍼레이터가 그 자리에서 위액을 토할 만큼 엄청나게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당연히 다른 지역의 평민과 중류층 사람들 모두 분노했다. 여기저기서 대귀족들에 반발하는 봉기가 일어났고 민심이 일거에 라인하르트에게 모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브라운슈바이크의 미친 짓을 두 눈으로 목격한 립슈타트 동맹의 문벌대귀족들마저 흔들었다. 자신들이 망했다고 판단한 귀족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이탈하여 라인하르트에게 투항하는 등 빠른 속도로 브라운슈바이크의 세력이 약화했다.

변경에서 독립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도 이 광경을 보고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곧 립슈타트 동맹의 탈영병이 라인하르트가 이 일을 사전에 보고받았음에도 방관했다는 이야기를 해 큰 충격을 받았다. 키르히아이스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헛소리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 탈영병이 적나라하게 촬영한 핵폭격 장면이 그 증거라고 들이대니 더 반론을 하지 못했다.

코믹스판에선 베스타란트가 고향인 졸병이 항복하여 절규하면서 제발 내 식구가 사는 이 별을 지켜달라고 애원하는데, 하필 키르히아이스에게 와서 애원한다. 키르히아이스는 통신화면으로 보고 많은 민간인의 학살을 막게 돕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그러기도 전에 이미 민간인들이 핵공격을 당한 상황이라 막지 못했다. 애니판에서는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가 키르히아이스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라인하르트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생각한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는 만난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라인하르트를 비판했다. 라인하르트의 이성은 키르히아이스에게 사과할 상황임을 알고 있었으나, 키르히아이스의 추궁에 지기 싫다는 감성이 오기로 발동하는 바람에 키르히아이스를 강제로 침묵시켰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갈등을 품게 됐고, 그 결과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키르히아이스가 어이없이 죽는 원인이 됐다.

이후 잊혀지는 듯했으나, 라인하르트에게는 이 사건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뒷날 라인하르트를 암살하려던 사람이 붙잡혔는데 그는 바로 이 베스타란트 사건에서 가족을 잃은 희생자였고, 그는 이 때의 일을 거론하면서 라인하르트를 강하게 비난했는데 라인하르트는 멘탈이 거의 사라진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가 라인하르트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사이에 썸씽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4 평가

내전을 빨리 끝내고자 했던 오베르슈타인의 의도는 성공했다. 당시 자유행성동맹에서는 구국군사회의의 반란이 거의 진압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내전의 장기화는 라인하르트에게도 꽤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동맹의 상황은 제국의 내전에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개막장이었다. 일단 동맹은 이미 제국령 침공작전으로 전력이 반토막난 것도 모자라 주력 일부를 빼면 거의 와해됐고, 여기에 구국군사회의에서 정규함대인 제11함대를 또 말아먹었다. 따라서 동맹은 이 내전에 개입할 수가 없었다.

오베르슈타인의 지적대로 당시 민심의 방향은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고, 립슈타트 동맹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틀어박혀 우주방어로 나온다면 내전이 얼마나 더 장기화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라인하르트에게는 에르빈 요제프 2세의 공동옹립자이자 동맹관계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적이기도 한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라는 인물이 배후에 있었다. 따라서 오베르슈타인은 최악의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았을 수 없었으니, 리스크가 어마어마한 패를 뽑아서라도 내전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했고 끝내 성공시켰다. 내전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꼭 그래야만 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2][3]

다만 이 사건으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와의 관계가 금이 가기도 했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날 정도는 아니였지만.

5 기타

핵을 봐도 알 만하지만, 베스타란트 사건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행성 규모로 확대했다. 미국이 내세웠던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는 논리도 비슷해, 작가가 당시 미국의 처사에 비판적임이 드러난다.(원폭 투하에 비판적이지 않은 일본인이 있다면 놀랄 일이지만) 그리고 두 사건 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는 적국에 투하한 것이지만 베스타란트 사건은 자국에 투하한 것이다. 게다가 이때 일본 제국은 1억 옥쇄론이라는 미치광이 같은 소리나 하고 있었다.
  1. OVA판에서는 민중 봉기 와중에 살해당한다.
  2. 인권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라인하르트에게는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할 당위성 자체는 분명히 있었다. 왜냐하면 라인하르트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화해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 왠 헛소리냐 하겠지만 분명 라인하르트 쪽이 군사적 능력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일단 세력 면에서 보면 모든 규모에서 귀족 연합군이 라인하르트 쪽을 훨씬 상회하며 또 리히텐라데 공작이 황제의 권위를 내세워 억지로 화해를 시키면 따를 수 밖에 없고 따르지 않으면 역으로 반역자로 몰리게 될 수도 있었다. 애시당초 화해만 빼면 이게 원래 리텐하임 후작의 계획이었다. 이걸 리히텐라데 공작이 하지 못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립슈타트 전역이 끝난 뒤 라인하르트의 부하가 X빠지게 오딘으로 달려간 것도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베스타란트 사건 전까지는 제국 국민이 보기에는 립슈타트 전역은 어디까지나 귀족 간 내분일 뿐이었고 누가 이기더라도 큰 상관이 없었을 걸로 생각했을 테고 이는 라인하르트 소속 군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라인하르트가 이기기 위해서는 귀족과 평민 간 내분을 일으켜야 승산이 있다고 힐더가 괜히 말한게 아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내분이 일어날 지는 그녀도 몰랐을 테지만.
  3. 그리고 이런 갈등 구조가 없다면 소설이 너무 밋밋해진다. 베스타란트 사건을 방치하는 것이 라인하르트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지 않았다면 당연히 라인하르트도 구하려 갔겠지만 실제로 라인하르트는 가지 않았다. 이는 라인하르트 스스로도 베스타란트 사건이 줄 여파를 짐작하고도 남았기 때문이지만 이후 키르히아이스 사망과 3차 암살사건 등 엄청난 파장을 가져 오고 라인하르트에게 엄청난 정신적 고뇌를 안겨 주는 사건인데 갈등 요소가 없다면 은하영웅전설은 그냥 신과 같은 황제 폐하의 은하 정복 스토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