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어(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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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어 리플레이 공개와 함께 2015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로고

Rare Ltd

1 개요

영국의 게임 개발 회사. 1985년에 Ultimate Play The Game이라는 이름으로 크리스 스탬퍼와 팀 스탬퍼가 세운 회사로, 1988년부터 기존에 Ultimate Play The Game 산하의 IP들을 U.S. 골드 사에 팔아넘긴 이후 레어 또는 레어웨어라는 이름을 사용해 왔다. 친근하고 귀여운 그래픽 밑에 복잡하고 섬세하며 때로는 흉악하기까지 한 게임을 숨겨놓는 것으로 잘 알려진 개발사다.

2 역사

UPTG 시절에는 ZX 스펙트럼, 코모도어 64 등 영국에서 주로 사용하던 플랫폼으로 이런저런 게임들을 만들다가, 간판을 바꿀 때 즈음 해서 본격적으로 패미컴 쪽으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시절의 작품들을 보면 게임을 정말 닥치는대로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슬라롬이나 R.C. 프로-암 같은 고전 게임들도 있지만 휠 오브 포춘이나 타부와 같이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희한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도 했고, 심지어 LJN이 배급한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엘름 가의 악몽 게임과 같이 AVGN에 나오는 게임들도 만들었다.

레어가 오늘날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해 준 첫 번째 작품은 배틀토드다. 훌륭한 조작감과 그래픽 및 뛰어난 캐릭터성으로 많은 사람들을 낚은 이 게임은 세 번째 레벨인 터보 터널부터 당시 수많은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선사한 것으로(...) 그리고 꼬마 AVGN으로 만들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터보 터널을 넘어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배틀토드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 시점부터 레어가 게임 공장을 벗어나 몇 가지의 타이틀을 집중해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슈퍼패미컴에 넘어와서 동키콩 시리즈의 리부트라 할 수 있는 동키콩 컨트리(슈퍼 동키콩)를 개발하게 되는데, 게임 자체도 잘 나왔고 기술적인 완성도도 아주 높아서 닌텐도가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에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레어를 닌텐도의 세컨드 파티로 만든다. 동키콩 컨트리는 일본에 300만장, 세계적으로 800만장을 팔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그 다음 세대인 닌텐도 64에서 그야말로 레어의 레전설이 시작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게임은 콘솔계의 FPS계 전설인 골든 아이 007이다. 영화 타이인인데다가 당시 콘솔에서는 흔치 않았던 FPS 장르라서 처음에는 거의 기대치가 없었는데, 상당히 서둘러서 만든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했다. 사실 골든아이는 나이를 그렇게 잘 먹은 게임은 아니라서 오늘날 다시 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는데, 난이도가 올라갈 수록 정확한 지시가 주어지지 않는 어려운 임무 목표를 수행해야 하고, 길찾기도 그렇게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하다 보면 약간 헷갈린다. 하지만 당대의 PC FPS들에 비해서 전투에 많이 집중을 했고 상당히 쫄깃한 조작감을 보여주었으며, 무엇보다도 멀티플레이가 크게 성공을 해서 당시 미국에서 N64 있는 집은 패드 4개 꽂아놓고 골든아이 4인 대전 하는 게 기본이었다.

이외에도 레어는 닌텐도 64 플랫폼에서 제트 포스 제미니, 블라스트 코어 같은 실험적인 게임들을 많이 만들었지만, 그보다도 N64 시절 레어 하면 골든아이와 함께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게임이 반조-카주이다. 희한한 이름과 아동용 게임스러운 디자인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게 뭐지 하고 그냥 무시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레어 하면 플랫포머고 플랫포머 하면 반조-카주이라 할 정도로 회사의 정체성과 가장 단단하게 붙어 있는 시리즈다. 반조-카주이는 원래 '프로젝트 드림'이라고 알려진 완성되지 않은 게임에서 뻗어 나왔는데, 어린 소년이 해적단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었던 프로젝트 드림에 나오던 반조라는 곰 캐릭터를 가져와 게임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이 곰이 어떻게 더블점프를 한다고 설명할까 생각하다가 등 뒤에 메고 있는 가방에서 카주이라는 새가 튀어나온다는 괴이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면서 거기서부터 게임이 뻗어나왔다. 굼뜨고 잉여스러운 반조, 츤데레끼 넘치는 카주이, 카주이하고 맨날 싸우는 NPC 보틀즈 등의 캐릭터가 정립되고 슈퍼마리오 64에 영향을 받은 3D 플랫포머 게임플레이가 차례대로 붙으면서 반조-카주이는 훌륭한 유머감각과 탄탄한 게임플레이가 받쳐주는 완벽한 플랫포머 게임이 되었고, N64로 나온 레어의 게임들 중 가장 잘 팔린 게임이 되었다. N64 막바지에 나왔던 속편인 반조-투이 역시 N64의 성능을 끝까지 끌어내 거대한 맵을 구현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1 MS의 인수

2002년 9월에 닌텐도가 레어의 지분을 마이크로소프트로 매각하면서 레어는 엑스박스의 퍼스트 파티 개발사가 되었는데, 이 이후로는 오랫동안 성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MS가 레어를 망쳤다고 말하지만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레어가 예전같지 않은 건 딱히 누구 잘못이라고 하기가 힘들다. 사실 N64 시절 레어의 굵직한 게임들 중에서 개발과정이 혼란스럽지 않았던 게임들이 거의 없었다. 반조-카주이는 상기한 대로 프로젝트 드림이 너무 커지면서 거기서 게임을 잘라내서 만들었고, 퍼펙트 다크는 개발 도중에 골든아이 007의 핵심 개발진이 대거 퇴사했으며,[1] 콘커 최악의 날은 N64 극초기에 나오기로 되어 있던 게임이 98년으로 한번 발매일이 연기된 이후 같은 해 나온다는 반조-카주이와 컨셉이 겹친다는 이유로 성인향으로 마개조되어 N64 맨 마지막에나 나왔다. 이처럼 레어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비정상적일 정도로 복잡하게 게임을 만들어 왔지만, N64때만 해도 게임 개발사들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한 중간과정 없이 유동적으로 방향을 바꿔가면서 게임을 만드는 게 가능했고, 레어는 이 과정에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주옥같은 게임들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N64 이후로는 개발진의 규모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고, 그만큼 게임을 만드는 데에 돈도 많이 들기 때문에, 게임을 만들다 말고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더욱이 개발사가 커질 수록 기존의 유동적인 개발 환경에는 상하 구조가 생길 수밖에 없고, 여기 적응하지 못한 개발자들도 많았다. 이 와중에도 레어는 콘커: 라이브 앤 리로디드나 카메오, 비바 피냐타와 같이 개성이 살아 있는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게임들을 내놓았지만 전성기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못했으며, 퍼펙트 다크 제로처럼 전작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게임들이나 반조-카주이: 너트와 볼트 처럼 오랜 시간 고민해서 내놓았던 게임들이 팬층의 부정적인 반응을 받기도 했다. 이에 더해 2008년에 창립자인 크리스 스탬퍼와 팀 스탬퍼가 나간 이후 회사가 꽤 오랫동안 방향성을 잃은 것도 한몫 했다. 이 즈음 해서 레어는 키넥트를 사용해 다양한 게임들을 내놓으려 했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에게 거의 잊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2014년에는 결국 베테랑 직원들의 상당수가 레어를 나가 플레이토닉스라는 새로운 회사를 세웠고, 반조-카주이를 계승할 플랫포머인 유카-레이리를 만들고 있다.

다만 이대로 끝날 줄만 알았던 레어의 역사는 엑스박스 원 발매 이래로 새로운 기대를 얻기 시작했다. 런치 타이틀인 킬러 인스팅트는 레어가 과거에 만들었던 유명한 격투 게임의 속편인데, 마침 당시 닌텐도와 레어를 오가면서 시리즈를 이끌던 직원인 켄 롭이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 스튜디오의 감독직으로 올라가면서 킬러 인스팅트를 부활시키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레어의 감독 하에 그 악명 높은 지아이조 게임의 개발사였던 더블 헬릭스 게임즈[2]가 만들었는데, 의외로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며 격투 게임 커뮤니티의 좋은 호응을 받았고 현재 대회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한편 레어 본진은 2015년 E3에서 레어 리플레이라는 궁극의 추억팔이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Ultimate Play The Game 시절부터 반조-카주이: 너트와 볼트에 이르는 총 30개의 타이틀을 30달러 가격에 내놓으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상업적으로도 지난 몇년간의 레어 게임들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레어 리플레이는 무엇보다도 게이머들이 기억에서 사라졌던 레어를 다시금 기억하고, 레어의 과거를 재평가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배틀토드나 반조-카주이 같은 기존의 고전들에 새로 입문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간 MS가 레어를 죽였다고 하던 사람들이 비바 피냐타를 해보고 깜짝 놀란 경우도 많았으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N64 타이틀이 블라스트코어나 제트 포스 제미니의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에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더욱이 이런 분위기를 타고 차기작 MMO 게임인 Sea of Thieves가 의외로 꾸준하게 마케팅 버프를 받고 있는데다가, 레어가 과거의 신비주의를 버리고 팬들과의 대화 채널을 일신하면서,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서서히 생겨나고 있다.

3 쩌는 BGM

레어는 N64 시절부터 사내 작곡가가 4명이나 있을 정도로 이상하리만치 음악에 집착을 많이 해 왔는데, 그 작곡가들이 하나같이 역량이 뛰어나서 훌륭한 BGM을 많이 뽑아냈다.

1대 작곡가였던 데이빗 와이즈의 가장 전설적인 BGM은 역시 배틀토드다. 그중에서도 터보터널 BGM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는데, 게임은 화딱지나는데 음악은 좋다(...). OST는 좋았다?

배틀토드 하면 역시 일시정지 BGM도 빼놓을 수 없다. 둠칫둠칫둠칫칫칫

동키콩 컨트리 역시 훌륭하다.

동키콩 컨트리 즈음 해서 들어온 작곡가들 중 하나인 그랜트 커크호프는 반조-카주이에서 N64의 훌륭한 음향 성능을 사용해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는 중독성 넘치는 BGM을 내놓았다.

특히 상황에 따라서 자연스럽고 찰지게 바뀌는 BGM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완전히 다른 장르까지도 이 정도로 소화할 정도면 회사 전체가 BGM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 기타

  • 외부 인사를 거의 활용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슬슬 분업화가 시작되던 N64 시절을 넘어 엑박 및 360까지 들어와서도 모델링과 같은 노가다 작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사내에서 처리했고 그래서 그 전까지 다른 회사들과의 교류가 적었다.
    • 레어가 얼마나 사내에서 모든 걸 처리하는지 보여주는 일례로, 현재는 플레이토닉으로 옮겨간 프로그래머인 크리스 서덜랜드는 반조, 카주이, 그리고 킬러 인스팅트의 아나운서 역할을 맡았다. ㅋ-ㅋ-ㅋ-콤보브레이커 울트라아아아 콤보오오오오 콘커 최악의 날의 디자이너였던 크리스 시버는 게임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인물들의 목소리 연기를 혼자서 다 맡았다.
  • 아동용 게임을 주로 만든다는 선입견이 있으나 오히려 당대에 유행하던 동종의 게임들보다 더 어두운 게임을 만들었다. 반조-투이나 콘커같이 노골적인 경우뿐만이 아니다. 닌자 거북이에 비해서 배틀토드가 더 흉측한 디자인을 많이 사용한다거나, 완전히 전연령층인 슈퍼 마리오 64를 따라 만든 반조-카주이가 사이사이에 블랙 개그를 숨겨놓는 등의 면모들을 봐도 레어는 오히려 성인 취향의 게임을 만드는 데에 전문화되어 있다.

5 주요 작품

  1. 이들은 나가서 프리 레디컬 디자인이라는 회사를 세웠고 타임스플리터즈라는 자체적인 시리즈를 만들었다. 프리 레디컬 디자인은 스타 워즈 배틀프론트 3이 엎어지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가 크라이텍의 멀티플레이 전담 개발사가 되었고, 다시 크라이텍의 재정위기 때문에 딥 실버에 인수되어 댐버스터 스튜디오로 개명을 했다.
  2. 현재는 아이언 갤럭시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