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력

1 개요

摩擦力 / friction, 특히 dry friction.

마찰력은 물질이 다른 물질에 맞닿은 채 미끄러져 움직이거나 움직이려 할 때, 이를 방해하는 힘이다. 항상 물질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과 반대 방향이며, 물질이 움직이는 평면과 평행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물질이 다른 물질의 표면 위를 미끄러져 갈 때 마찰력에 의해서 물질이 가진 운동 에너지로 변환되며, 외부에서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 한 운동 에너지는 0으로 줄어든다. 즉 물체가 멈춘다. 마찰력에 의해 물질의 표면은 마모된다.

2 마찰력의 원인

사실, 물체의 표면을 분자 단위로 보게 되면 엄청나게 불규칙해서 물체와 물체끼리 접촉할 때에는 겉보기 넓이보다 극도로 적은 면만의 접촉이 이루어진다. 이 때 이 하나하나 작은 입자들끼리 직접 부딪히면 냉용접(Cold welding)이란 현상이 일어나는데, 바로 분자들끼리 직접 부딪힐 때는 분자들 차원에서 전자를 공유하는 공유 결합이 일어나 새로운 분자로 변해 붙어버리는데, 어떠한 처리도 안하고 그냥 붙이게 되면 붙는 입자보다 붙지 않는 입자의 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붙어봤자 어느 정도의 힘만 가해도 떼어낼 수가 있게 되는 것. 운동 마찰력이 작아지는 이유도 분자끼리 냉용접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며 운동 마찰력이 불규칙적인 이유도 실제로 부딪히는 접촉면의 넓이가 랜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만 가능하지만 만일 두 물체의 표면에 있는 모든 분자가 붙어버리면 못 뗀다. 인위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가열하지 않고 물체를 붙이는 기법도 개발되었다. 물론 모든 분자를 붙이는 건 아니다. 여담으로 반대로 단 하나의 분자면만 접촉한다면 압력을 통해 물체를 파괴시켜 버릴 수도 있다. 아이젠이 이 현상을 이용한 도구이지만, 마찰을 이용한 게 아니라 접촉면을 뽀개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마찰력을 증대시켜 느리게 가는 것과는 다르다.

3 마찰력의 성질

보통 어떤 물체를 밀거나 던지거나 해서 움직이게 하면, 점점 속도가 느려지다 정지하게 된다. 이것을 마찰력이라는 힘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고대에는 물체는 정지해 있는 것이 본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대표적이다. 관성 발견의 주적 이 마찰력에 대한 규칙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다만 그는 발견은 해놓고 공표는 하지 않았다. 이후 후대 과학자들에 의해 마찰력의 법칙이 재정립되었다. 15세기~18세기에 실험을 통해 미끄럼 마찰력의 기본 성질이 밝혀졌으니, 의외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고 할 수 있다. 마찰력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아몽통법칙이라고도 한다) .

  • 마찰력은 물체가 접촉면을 누르는 수직항력에 비례한다.
  • 접촉면의 겉보기 넓이에 무관하다.
  • 운동 마찰력은 미끄러지는 속도와 무관하다.

위의 법칙에 나와있는 것처럼, 마찰력은 면적에 무관하다. 같은 물체에 대해, 접촉면이 좁아지면 마찰이 발생하는 면적은 작아지지만 수직 항력은 커지게 되어 마찰력이 변하지 않는다. 반대로 접촉면이 넓어지면 작용하는 면이 넓어지지만 수직 항력은 작아지게 되므로 역시 마찰력은 불변.

접촉면이 극단적으로 작아지면 접촉면의 파괴가 일어나서 안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다. 눈 왔을 때 쓰는 자동차 체인이나 빙판길용 아이젠 등의 사용이 그러한 경우. 그러나 이 때는 뾰족한 접촉면 때문에 빙판 면의 파괴가 일어나서(=홈이 파여서) 안 미끄러지는 상황이므로 미끄럼 마찰이 작용하는 상황이 아니다.

마찰력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계산된다.
[math] F = \mu N [/math]
여기서 F 는 마찰력, μ는 마찰 계수, N은 수직 항력.
마찰 계수 μ는 실험으로 측정된 경험값이다. 접촉면들의 물리적 특성에만 연관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온도나 기압 같은 계의 특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위에 말했듯이 마찰력은 서로 닿는 부분을 구성하는 입자들 간에 일어나는 힘인데, 닿는 면은 거의 완전 랜덤인데다가 그 랜덤을 뽑아내는 경우의 수도 무지막지하게 많기 때문에 이론을 통해 계산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실험을 통해 알아내는, 경험적인 측정값만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정확히는 마찰 계수(μ)의 이론적 산출이 최소한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4 마찰력의 종류

마찰력은 크게 보아 정지 마찰력과 운동 마찰력으로 나뉜다. 정지 마찰력은 멈춰 있는 물체와 그에 맞닿은 표면이, 물체에 가해진 힘에 저항하여 물체를 못 움직이게끔 하는 힘이다. 운동 마찰력은 움직이는 물체와 그에 닿은 표면 간의, 물체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힘이다.

용어 정의상 정지 마찰력은 가변적인 힘이다. 물체에 힘을 가했는데도 물체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 힘과 동일한 크기의 정지 마찰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된다(방향만 반대다). 따라서 정지 마찰력은 물체를 움직이려는 힘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100톤짜리 물체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밀었을 때의 정지 마찰력과 온몸으로 밀었을 때의 정지 마찰력은 서로 다르다.

최대 정지 마찰력은 물체가 움직이는 순간에 나타나는 정지 마찰력이다. 단어 뜻 그대로 정지 마찰력 중에 최대값이다. 최대 정지 마찰력은 물체가 바닥을 누르는 수직 항력과 접촉면의 성질(마찰 계수)에만 비례한다.

운동 마찰력은 물체가 접촉면 위를 움직일 때 발생하는 마찰력으로서, 운동 속도와는 무관하게 일정한 값을 보인다. 운동 마찰력은 대개 최대 정지 마찰력보다 작지만, 일부 물질, 예를 들어 테플론이 테플론 위에서 움직일 때는 운동 마찰력이 더 큰 경우도 있다.

5 구름 저항

뭔가 긁히는(마찰) 힘은 아니지만, 하여간 굴러가는 물체를 방해하는 힘으로 구름 저항이 있다. 구름 마찰력이라고도 하는데, 마찰이라는 한자와는 좀 맞지 않는 듯. 영어로는 rolling resistance 라고 한다.

구름 저항은 바퀴나 원형의 물체가 굴러가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힘이다. 구름 저항은 마찰력과 비슷하게 구름저항 계수x수직 항력으로 계산된다. 일반적으로 구름 저항은 운동 마찰력보다 훨씬 작다. [1] 그래도 굴러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구름 저항이 있다는 얘기다. 즉 접촉면 사이에 마찰력이 (거의) 없다면, 그 물체를 굴러가지 않고 그냥 미끄러지게 된다.[2] 예를 들어 특히 물리 개념이 부족한 중학교 과학 교사가 물리 문제를 만들때 아무 생각없이 "마찰이 없는 빗면을 굴러 내려오는 공"같은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애초에 말이 안된다.

구름 저항은 주로 비탄성 변형에 의해 발생된다. 즉, 바닥에 닿는 바퀴 부분이나 바닥면은 압력이 걸리면서 변형이 되었다가 바퀴가 회전하여 압력이 없어지면 원복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변형시 투입된 에너지가 원복시에 전부 회수되지는 않기 때문에 저항이 생기고, 이 저항이 구름 저항의 큰 몫을 차지한다.

바퀴와 바닥면이 단단할수록 구름 저항이 작아진다. 위에서 언급한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잃어버릴 에너지가 적기 때문이다. 바퀴와 바닥면이 단단한 예로는 철로 위의 기차를 들 수 있다. 강철 바퀴가 강철 선로 위를 굴러가기 때문에 바퀴 변형이 극히 적어 구름 저항이 매우 작고, 따라서 동력을 끊어도 자동차보다 훨씬 더 멀리 굴러 갈 수 있다. 멈추기도 힘들다 자동차 타이어는 기차 바퀴에 비하면 훨씬 말랑말랑해서 에너지 손실이 많아 기차에 비해서는 얼마 못간다.

자동차 타이어의 경우는 비탄성 변형에 의한 구름 저항이 크다. 즉 타이어의 변형과 원복이 반복되면서 열 에너지 형태로 에너지가 손실되고, 그것이 구름 저항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공기압을 충분히 넣지 않으면 연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 때문에 나온 말이다. 물론 과하게 넣으면 파열의 위험이 있으니 규정 압력 이내로 넣어야 한다.

비탄성 변형 외에도 바퀴가 접촉면에서 미끄러지는 현상이 있으면 구름 저항이 생긴다. 바퀴가 미끄러지면서 바퀴를 돌리는 에너지의 일부가 손실되기 때문이다.

6 마찰력의 양면성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인류는 오래 전부터 여러 방법을 써 왔다. 가장 흔한 것이 바퀴의 사용. 바퀴나 볼 베어링 등을 쓰면 미끄럼 마찰력을 구름 저항으로 바꿀 수 있는데, 구름 저항 쪽이 훨씬 더 작은 저항이다.

윤활 물질을 사용하여 마찰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윤활유가 대표적인 예. 고체 물질로는 황화텅스텐이나 흑연 등이 사용된다. 일상 생활에서는 양초(파라핀)를 사용하기도 한다.

소재 일부 또는 전체를 매끄러운 물질로 구성해서 마찰을 줄이기도 한다. 마찰 부위를 테플론 코팅하는 것이 그 예. 심지어는 총알(!)에도 테플론 코팅을 하기도 한다. 열가소성 수지 중 많은 종류, 예를 들어 나일론, 폴리에틸렌, 테플론 등이 베어링의 부품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매끄러워 마찰력이 작기 때문이다.

접촉면에 미세한 진동을 가해서 마찰을 줄일 수도 있다.

인류가 무던히도 줄이려고 노력해온 마찰력이지만, 사실은 마찰력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일단 마찰력이 없으면 당장 걸어다니는 것도 불가능하다. 발/신발과 지면 간의 마찰력을 이용해 걷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자동차, 기차 등도 무용지물. 바퀴와 도로/레일과의 마찰력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제트 엔진 같은 것으로 어찌 어찌 움직인다 하더라도 멈춰서기가 대단히 불편하다. 마찰력이 없으면 브레이크가 안 듣기 때문이다. 당장 폭설 오면 교통 대란이 나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아니 일단 뭔가를 손으로 꼭 쥐는 것조차 힘들어지니, 마찰력이 없으면 일상 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픽션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마찰력을 제로로 만들어서 물리 타격력을 사실상 제로로 만들어버리는 케이스가 많다. 닿는 순간 미끄러져서 자동 회피~. 미끈미끈 열매9S에 나오는 프릭션 캔슬 같은 것.

  1. 도로에서 자동차 타이어의 구름 저항계수는 커봐야 0.03 이지만 운동마찰계수는 0.8에서 1정도다.
  2. 아이스하키가 공 대신 퍽을 쓰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공을 써봐야 미끄러지다 굴러가다(스케이트 날때문에 얼음이 파인 곳에서는 일시적으로 구를 수도 있다) 하며 오히려 운동이 복잡하니까 차라리 퍽을 쓰자는거다. 역시 동계구기종목인 컬링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