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滿場一致

어떠한 것에 대해 모두가 의견이 같은 것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세 가지 형태가 나올 수 있다. 전원 100% 찬성, 전원 100% 반대, 전원 100% 기권.

보통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안건에 처음부터 만장일치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모두'의 수효가 적으면 서로 합의나 토론 등으로 의견을 조율해서 어떻게든 만장일치를 이끌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거나, 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시하기도 한다. 과두정이나 위원회 체제에서는 꽤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소수의 의견이 묵살될 수 있다는 다수결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인정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숙의 대신 조작, 강압, 기만으로도 만장일치는 굴러간다. 폭군들은 자신의 의견을 반대로 하는 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처단하고 찬성하는 사람만 살려서 만장일치를 보여줬다. 근대에는 독재자들이 군사력을 동원하여 강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으며 이를 국민들에게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았다는 식으로 조작하여 인심을 얻기도 한다. 수천만 국민들이 참가하는 선거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면, 물리적으로 합의가 거의 불가능한 사람 수효이니, 당연히 뒤가 구린 뭔가가 있다고 봐야겠다. 가령 "민주주의적으로 대통령 선거를 한 결과 현 대통령이 지지율 99.9%의 찬성으로 재선에 성공하였다" 따위. 더군다나 여기서 나머지 0.01%란 반대표가 아닌 무효표나 기권표라고 주장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북한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대한민국에서도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대통령 간선제가 시행되던 무렵에는 이런 결과가 대세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에서 화백회의라는 만장일치의 제도를 도입한 예가 있는데 당연히 고위 귀족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것이었다. 폴란드에서도 중세 ~ 근세에 국가를 이렇게 운영했는데 과두 귀족정의 근본적인 문제와 역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나라가 공중분해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반 회의를 하면 자신은 생각을 바꿀 마음이 조금도 없으면서 "다수결에 반대하고 토론에 의한 만장일치가 되지 않으면 승복하지 않겠다"라며 떼를 쓰는 아이들이 가끔씩 있다[1]. 결국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력 행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가끔은 한 국가의 최고의사결정기관에서도 벌어진다는 것이 문제.

정말 드물게 통일된 이념으로 네편내편 상관없이 만장일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가령 돔에서 이종격투기 하시는 분들 세비 인상 등의 경우라든가. 그분들 각종 지원책도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그것도 30분도 안 돼서. 혹은 거래를 해서 만장일치를 이끌어 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사학법-로스쿨이라거나......[2] 오천원, 만원권 지폐 크기를 줄이는 것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는 위원회중심주의을 취하고 있어, 대부분의 법률안은 위원회 단계에서 조정된다. 본회의는 거수기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본회의를 놓고 본다면 대부분의 법률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오히려 만장일치로 통과되지 않는 법률안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1989년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를 총살시키는 것에 대해 전 루마니아 국민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한 것도 모자라서 군인들은 서로 차우셰스쿠를 총살시키겠다고 아예 실탄을 직접 구비해오기까지 했다. 흠좀무

발의하는 주체의 수가 적고, 각 주체들이 사안에 결코 양보하지 않으려는 성질이 있다면 그런 주체가 모여서는 만장일치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나라들의 모임이라든지.

  1. 물론 그냥 '떼'일 뿐이다. 토론이란 것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거나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을 경우 자신의 생각을 바꿀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사실 엄격하게 말하면 만장일치라고 볼 수는 없다. 당시 9개 의석을 가지고 있던 민주노동당이 법안 통과를 실력으로 저지하려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