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

먹으면 등신이 된다.

1 벼루을 갈아 만든 검은 물

에 이것을 찍어 글씨를 쓴다.

먹을 갈아서 쓰는 것이 기본이며 근래에는 화학적으로 만든 유성 먹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직접 갈아서 쓰는 것에 비해 품질은 떨어진다.

먹은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가는 것을 최고로 보는데, 유성 먹을 쓰는 것과는 달리 '먹 가는 기계'를 이용해서 간 먹은 좋은 대접을 받는다.

옷에 묻으면 잘 안 지워지니 서예 공부할 때 주의하시길 바란다.

2 '지식인'을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의 단어

일반적으로는 배움이나 지식이 많은 선비나 지식인을 의미한다.

가끔씩 주변에서 "너 먹물 좀 먹었다."하면 대부분 이 뜻이다. 여기서는 학식이 풍부하다는 뜻. 비슷한 의미로는 "가방끈이 길다"는 표현도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비아냥대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책상에서 공부만 하느라 이론과 규정만 빠삭하지 현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까는 의미도 가지게 되었다. 말이 안 통하거나, 고학력의 높으신 분들이 위에서 내려와서 엉뚱한 소리만 신나게 하고 나가면 실무자들은 이렇게 깐다. 그리고 지식인들의 현실참여 부족, 기회주의와 위선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말로도 쓰인다.

1999년 영화 "세기말"에서 극중 상원(차승원 분)이 술에 취해 제대로 깐다.

"먹물. 이 씨발 주둥이들만 살아갖고 말이야... 나라를 망친 새끼도 먹물, 뇌물 주는 새끼들, 받아 처먹는 개새끼들도 먹물, 그걸 씹고있는 씨팔새끼도 먹물이고 주둥이만 나불댔다가 나라 깡통차니까 제일 투덜거리는 개 좆같은 새끼들도 먹물이고... 다 쓸어버려야돼!"

하지만 때로는 과거 보수세력들이 좌파계열 지식인들을 비하하던 때 자주 쓰였다. 그런데, 이 말이 모순인 이유는 자신들도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 나부랭이 먹물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의미로는 곡학아세, 백면서생, 책상물림 등이 있다.

문과의 별칭으로도 쓰였다고도 한다.

3 오징어, 문어, 낙지 등이 먹물 주머니에서 내뿜는 검은 액체

수중 연막탄을 생각하면 된다. 천적의 시각 뿐만 아니라 후각, 미각 등까지 마비시켜 도주를 용이하게 해준다. 또한 이걸로 글씨를 쓰거나 염색을 하는 것도 가능하나, 주 성분이 멜라민이라 시간이 지나면 물이 빠진다. 과거 탐관오리들이 이러한 성질을 악용해 장부를 날조할 때 오징어먹물을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믿을 수 없거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가리켜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라고도 한다.

제이미 올리버와 Gennaro 의 오징어먹물 파스타 조리법

먹어보면 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기때문에 지중해 인근에서는 별미로 취급되어, 오래전부터 즐겨먹었다고 한다. 맛 뿐 아니라 영양도 뛰어나 '블랙 푸드'열풍을 타고 현재에도 오징어 먹물 파스타 등의 응용식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항암, 항균효과가 입증되어 먹물 추출물을 이용한 의료품이 현재 개발 중이다. 다만 먹물을 칼 따위로 직통으로 터트린 경우, 한 번에 많은 양이 피부에 닿으면 열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