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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서예수묵화에 쓰이는 문방구. 종이, , 벼루와 함께 문방사우(文房四友)로 불린다. 한자로는 (墨)

2 내용

식물을 태운 뒤 나오는 그을음아교풀로 반죽해 굳혀 처럼 고정한 것으로, 벼루을 담은 뒤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들어 사용한다. 보통 소나무를 태워 나오는 송연(松煙)을 재료로 사용하는데, 현대에는 광물성 그을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대에는 종이, 붓과 함께 문자 기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동아시아에 바탕을 둔 문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발명품 중 하나이다. 따라서 그만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데, 중국 은나라 시대에 처음 생겨나[1] 삼국시대한반도에 전파되었다. 서양에서는 먹 대신 잉크가 사용되었다.

고려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였으며, 검은색이 진하지만 광택이 없어 혐고려파(?)였던 소동파는 '숯을 가는 것 같다'고 혹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 먹과 적절하게 섞으면 광택이 있으면서도 색이 진한 좋은 먹이 되어 애용되었다.

근래에는 공장에서 따로 먹물을 생산해 판매하며, 주로 초등학교중학교문방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드는 것이 귀차니즘을 발동시키기 때문에, 원조(?)격인 먹보다 인기가 많다. 물론 서예를 배우는 사람들은 사도 그 자체로 보기 때문에[2] 일정 수준 이상 되면 모두 하나같이 먹을 가느라 본의아니게 팔운동을 하게 된다. 워낙 먹을 가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귀찮다보니 먹을 직접 갈아 쓰는 사람들을 위해 아예 먹 가는 기계도 시판되고 있다. 가격은 판매처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략 20~40만원 전후로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귀차니즘 해소를 위해 구입해서 사용하는 서예인들도 의외로 그럭저럭 있다는 모양.[3] 비전문가 눈에는 가는 기계나 먹물이나 무슨 차이가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문제가 있지만 캘리그래피의 경우 일정한 규칙에 따라 글씨를 쓰는 전통 서예에 비해 속도감있는 글씨나 강약이 뚜렷한 글씨 등 변화폭이 큰 글씨를 쓰는 일이 많다보니 먹물 소모도 많아서 먹을 갈아 쓰기보다는 시판 먹물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먹을 벼루에 충분히 갈지 않은 상태로 화선지에 글씨를 쓰게 되면 먹선 테두리에 물이 번져 나와 곧바로 알 수 있다.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먹물도 비슷한 현상이 생기는데 미묘하게 다른지라 숙련된 서예 선생은 먹 상태만 봐도 학생이 먹을 대충 갈았는지, 몰래(...) 구입 먹물을 타서 썼는지 등을 한 눈에 알아채기도 했다. 뭐 서예 학원이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한 지금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긴 하지만...
다만, 간혹 물이 아주 조금 번질 정도로만 간 먹물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계식 화선지에 쓸 때 보다 전통 한지에 쓸 때 예쁘게 번진다고.
또한 사도고 자시고 그냥 시판먹물에서 나는 약품 냄새가 싫어서 꺼려하는 사람도 있는데, 취미생활로서의 서예에서는 꽤나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다. 어느 취미나 그렇듯 여기도 어느정도 파다보면 장비(?)를 이것저것 모으는 재미로 빠지는 사람도 많기 마련이고, 먹 자체가 나무 그을음으로 만드는 것이 원류다 보니 고급품으로 가면 향이 가지각색이기 때문. 먹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 비슷하다. 다만, 그러한 사람들도 오래 보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붓을 잡을 때는 보존성 등을 이유로 시판먹물을 어느정도 섞어서 사용하는 것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먹의 먹물은 오징어문어가 내뿜는 먹물과는 다른데, 오징어나 문어의 먹물은 멜라닌이라 식용은 가능하지만 붓글씨를 쓸 수 없다. 정확히는 쓸 수는 있지만 1년정도 시간이 지나면 글씨가 바래버린다. 그래서 지키지 못 할 약속을 오징어 먹물로 적은 것 같다하여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라고 부른다. 시키면 한다! 약간 위험한 방송에서 이 실험을 해본적이 있는데, 쓰는 느낌은 부드럽지만 양이 적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였다. 스마트폰 사진촬영 어플리케이션등을 써보면(당연히 pc플랫폼의 기존 프로그램에도 있다) '세피아 톤'으로 보정하는 것이 가능한 데, 이 것이 오징어 먹물 빛이 적당히 바랜 색감을 재현한 것. 물론 실제로 바랜 것 보다야 훨씬 선명하다.

먹의 먹물과는 다르지만 먹물버섯이 늙으면 녹아내리면서 그 이름처럼 먹물이 나오는데 그 먹물을 가지고도 글씨를 쓸 수 있어서 옛날에는 먹물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전쟁터에선 벼루에 물을 담아 먹을 갈아 먹물을 내는 작업이 번거로웠으므로 미리 갈아만든 먹물을 쓰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붓에 먹물을 듬뿍 묻혀 말린걸 여러개 준비해서 필요할때마다 물을 발라 쓰고 버렸다고 한다.

'주묵(朱墨)'이라고 해서 붉은색[4]의 먹도 존재하는데, 유황수은의 합성물인 주사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주로 사경이나 부적, 틀린 글씨의 첨삭, 전각을 할 때 인장을 새길 면에 밑그림을 그리거나 수정을 하는 등의 용도로 쓰인다. 또한 그림을 그릴 때는 다양한 색의 채색먹도 사용된다. 금니묵(金泥墨)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름 그대로 먹을 갈면 금색 먹물이 나오는 것으로 일반 서화용보다는 주로 사경이나 탱화용으로 사용된다.
또한 최고급의 먹은 송진을 태워 만든다.

전통 종이와 더불어 동양 고문서의 긴 수명을 보장해 준 녀석으로, 먹에 함유된 타르 성분 때문에 미생물에 의한 오염이나 훼손이 방지된다고 한다. 사실 모든 잉크 중에서 가장 보존성이 좋다. 원리상 탄소 가루가 종이 섬유 사이에 끼어 들어가는 안료이기 때문이다.

갓 만든 먹은 묵처럼 말랑말랑하다. 건조를 해야만 비로소 단단한 먹으로 탄생한다
  1. 은나라 때에 사용된 갑골문자가 먹으로 쓰였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2. 다만 개방적인 시각을 가진 일부 서예인들은 시판 먹물을 사용하는 것을 사도, 이단 취급하는 보수적인 풍토를 비판적으로 보기도 한다. 일반인들의 서예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지나치게 전통 방식만을 고집하는 풍토가 서예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고리타분하다, 구시대의 유물이다 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3. 그렇다고 꼭 귀차니즘 때문만은 아니고, 노년층 서예인들은 먹을 갈다 보면 나중에는 팔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체적 부담을 덜기 위함이라는 이유도 있다.
  4. 실제 색은 밝은 주홍색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