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vier Eugène Prosper Charles Messiaen (1908년 12월 10일 ~ 1992년 4월 27일)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 20세기 현대음악의 거장으로서, 실험적인 음악들을 작곡한 동시에 신비주의에 입각한 종교음악들도 작곡하였다.
목차
▲ 투랑갈릴라 교향곡(Turangalila Symphony) 1악장. 지휘 정명훈.
1 생애
메시앙은 1908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영문학자, 어머니는 시인으로 활동하였고, 이에 영향을 받아 문학에도 소질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부모 역시 그의 음악공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10살때부터 정식 음악교육을 받았고, 1919년 11살의 나이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한다.
음악원에서도 그의 재능은 빛을 발하였는데, 15세에 화성학에서 차석, 16세에 대위법, 푸가 수석, 17세에 피아노 합주 수석, 18세에 음악사 수석, 19세에 오르간 연주 수석, 20세에 작곡 부문 수석을 잇달아 차지하면서 엄친아의 포스를 내뿜는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불쌍타.
또한, 이곳에서 그는 스승인 폴 뒤카를 처음 만나고, 그의 권유로 인도네시아의 가믈란 음악, 고대 그리스 음악에 관심을 가져 기존 서양 음악의 정형화된 리듬, 음정, 음색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음향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때 그가 처음으로 발표한 '피아노를 위한 8개의 전주곡'과 처음으로 공연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제물'에서는 이미 그의 개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편, 메시앙은 오르간 연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데, 처음 파이프오르간 연주법을 한 시간 동안 교육받고 일주일 후 바흐의 오르간곡을 능숙하게 연주해 큰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하여 1929년 파리 생트 트리니테(성삼위) 성당의 보조 연주자로 취임, 다음해 상임 연주자가 사망하자 바로 상임 연주자의 자리에 오르고, 60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킨다.
1932년,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클레르 델보와 결혼하고, 그녀를 위해 '미(Mi)를 위한 시'를 작곡한다. 또 1937년 아들 파스칼까지 태어나서 기쁨의 연속이었다. 다만 델보는 수술 후 기억을 잃고 나머지 생을 정신병원 등에서 보내야 했기 때문에 그 결혼은 결과적으로 비극이 되어버렸다. 1959년 그녀가 죽은 후, 1961년 메시앙은 피아니스트 이본 로리오와 결혼했다. 그 결혼은 성공적이어서 메시앙의 사망 때까지 그들은 함께였다.
한편, 그는 '젊은 프랑스'라는 조직을 구성, 당시 프랑스 음악계를 비판하면서 진보적인 음악을 추구했다. 한편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군의 포로로 포로 수용소에서 생활한 경험도 있는데, 이 때 작곡된 작품이 그의 명곡으로 꼽히는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곡(Quatuor pour la fin du temps)》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메시앙은 모교인 파리 음악원에 교수로 취임 작곡활동과 교육활동에 모두 매진한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이전의 근대음악을 과감히 수업 과정에 채택, 현대 음악의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때 당시 그를 사사하던 제자들로는 피에르 불레즈,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등이 있었는데, 이 제자들이 현대음악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흠좀무 그 자체.
그러나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제자들이 주도한 현대음악에서 메시앙은 어느정도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제자들이 주도한 총렬주의[1]를 처음에는 주도했지만 후에는 제자 불레즈, 슈토크하우젠을 가리켜 '작은 악마들'로 칭하면서 비판, 상당히 '새의 목록', '투랑갈릴라 교향곡', '이국의 새들' 등 자연적이고 동양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메시앙의 조류덕질+동인활동의 시작.
이후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메시앙은 신비주의적, 종교적 작품을 주로 작곡하기 시작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변용', 오페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피안의 빛' 등 이당시의 작품들은 모두 명상적인 느낌이 강하다. 85세까지 장수한 메시앙은 1992년 사망한다.
살아 생전 평판이 매우 괜찮았던 사람이다. 아마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의 종교와 밀접했던 생활 때문이었는지도. 괴팍한 음악가로 유명한 베토벤이나, 괴짜 천재 음악가인 모차르트와는 정반대의 사람.
2 국내의 인지도
국내에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에 의해서 클래식 마니아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규모의 편성을 가진 곡이나 전위적인 곡보단, 듣기 편하고 가벼운 음악(예: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이 주로 알려졌다 보니, CD도 나오는 음악만 매일 나온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사실 메시앙의 음악은 그렇게 전위적인 음악이 아니며, 볼프강 림의 곡들처럼 생각보다 듣기 편한 음악들이 많다. 동시대의 작곡가이며 음렬 음악의 시초인 쇤베르크의 곡은 이게 같은 시대에서 나온 곡인지 할 정도로 성향이 다르다.
그외에도 그의 유일한 교향곡인 '투랑갈릴라 교향곡'의 생전 녹음된 앨범들 중 정명훈의 음반을 '최고의 해석'이라고 극찬한 것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서울시향에서도 연주해달란 말입니다 정 선생님.
3 메시앙 작곡기법
3.1 조옮김이 한정적인 선법
이는 메시앙만의 고유적인 음악 어법으로서, 기묘하게 매력적인 음을 형성해 내며, 마치 여러 개의 조성이 한 선법 안에 포함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국한된 조옮김 한정성 때문에 매력적인 음색이 창출되는데, 순간적인 협화음들이 많이 쓰이게 되지만 조성적인 측면에서는 비 조성적으로 음이 떠다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한 예로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 중 일곱 번째 악장의 스케일을 보면, 장 2도와 단 2도의 조합을 사용한 음정 세 개가 같은 간격으로 네 번 반복되며 진행된다. 이 스케일은 반음 위, 반음 아래의 이조 방법뿐이며 그 이상으로 이조할 경우 이 세 개의 경우의 수와 같은 패턴이 나타나게 된다.
3.2 비 역행성 리듬
역행의 개념을 타파한 리듬으로서 메시앙 음악에서의 강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대로 나타나고 있던 음악의 수법을 뒤집고 새로운 방법으로 삼기에 적합한 테크닉이다.
가운데의 축을 중심으로 양 방향에 있는 리듬이 역행 관계에 놓여 있으며 다른 리듬으로 구사되는 이 기법은 《투랑갈릴라 교향곡》 4악장의 피아노 파트에서 볼 수 있다. 32분음표와 16분음표로 이루어진 리듬이 중앙의 8분 쉼표 두개를 중심축으로 삼아 역행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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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랑갈릴라 교향곡 악보. 8분쉼표 두 개를 축으로 같은 리듬이 뒤집어서 기보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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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랑갈릴라 교향곡 악보. 역시 같은 리듬이 뒤집어서 발생하고 있다. |
중심 축을 이용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가끔 바르톡의 "축"을 이용한 전조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메시앙은 리듬에서의 "축"이고 바르톡은 조성에서의 "축"이라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3.3 리듬에서의 첨가, 삭제의 방법
메시앙은 리듬 면에서 전통적인 방법을 타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 사람이다. 이러한 시도로 인해 메시앙의 곡은 리듬적으로 탄력적인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3/8의 곡에 16분음표 하나를 더 추가해 7/16과 같은 리듬을 형성시켜 불규칙한 단위가 생기게 된다. 이 원칙을 더욱 진전시키면 리듬상의 확대와 축소, 또는 역행 등을 얻을 수 있다.
메시앙의 이 아이디어는 인도 음악의 리듬, '데시 탈라(deci-tala)'를 토대로 하여 발전되어 나갔으며, 이러한 리듬을 토대로 리듬 상의 오스티나토, 또는 리듬상의 전조 등의 테크닉으로 곡을 이끌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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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랑갈릴라 교향곡 악보. 2/8로 진행되는 부분이지만, 중간에 16분음표를 첨가시킨 5/16 박자의 마디가 첨가되어 있다. 그 뒤에 다시 2/8 박자로 돌아간다. |
그의 작곡법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서점에서 판매되는 '메시앙 작곡기법'을 참고해도 좋다.
4 주요 작품
4.1 오페라
-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1975~83)
4.2 관현악
- 잊어버린 공물 (1930)
- 찬란한 무덤 (1931)
- 홀리 사크라먼트에 대한 송가(頌歌) (1932, 1943: 소실, 1946: 재창작)
- 승천 (1932~3)
- 투랑갈릴라 교향곡 (1946~8)
- 크로노크로미 (1959~60)
- 미소 (1989)
- 내세에나 잊읍시다 (1988~92)
4.3 앙상블
- 그리고 죽은 자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964)(관악기&타악기)
4.4 협주곡
- 새벽 합창 (1953)(피아노&관현악)
- 이국적인 새 (1955~6)(피아노&관악앙상블)
- 7개의 하이쿠 (1962) (피아노&관악)
- 천상의 도시의 색 (1963)(피아노&앙상블)
- 협곡에서 별까지 (1971~4)(피아노, 호른, 실로폰, 글로켄슈필, 자일로림바&소관현악, 13명의 현악 주자)
-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과 새 (1986)(피아노&관악, 타악기)
- 도시의 높은 곳에서(1987)(피아노&관악기, 타악기)
- 4중 협주곡 (1990~1)(피아노, 플루트, 오보에, 첼로&관현악)
4.5 실내악
- 주제와 변주곡 (바이올린&피아노, 1932)
-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1940~1)
- 대륙검은지빠귀 (플루트&피아노, 1952)
- 피아노 5중주를 위한 소품 (1991)
4.6 가곡
- 3개의 가곡 (1930)
- 숫자의 죽음 (1930)
- 보칼리제 (1935)
- 미를 위한 시 (1936)
- 대지와 하늘의 노래 (1938)
- 사랑과 죽음의 노래(1944)
4.7 합창
- 모테트 ‘오! 거룩한 밤’ (1937)
- 신성한 존재의 3개의 작은 전례 (1943~4)
- 합창,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 자일로림바, 비브라폰, 관현악을 위한 예수를 위한 변용(變容) (1965~9)
4.8 오르간
- 하늘의 연회(1928)
- 딥디크(1930)
- 헌신의 축제를 위한 시 (1960)
- 오순절 미사 (1949~50)
- 성찬의 책 (1984)
4.9 피아노
- 8개의 전주곡 (1928~9)
- 불레스케 환상곡 (1932)
- 론도 (1943)
- 아멘에 대한 환영(피아노2, 1943)
-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1944)
- 캉테요자야 (1949)
- 리듬에 의한 4개의 연습곡 (1949~50)
- 새의 카탈로그 (1956~8)
- 알프스 휘파람새 (1961)
- 정원 휘파람새 (1970)
- 새의 작은 스케치 (1985)
5 메시앙과 조류
메시앙은 살아생전 아마추어 조류 학자라고 불릴 정도로 조류에 엄청난 집착을 가졌던 사람인데, 이는 그의 스승 폴 뒤카의 영향이 크다. 얼마나 집착이 대단했던지 각종 조류의 소리를 수집해서 악보로 남겨 두는 것[2]을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던 사람이다. 심지어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만나뵌다면 새가 어떻게 노래를 하는지 통역을 부탁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 메시앙의 조류 덕질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이이일!!!! 메시앙의 새에 대한 집착은 어머니의 영향이라는 카더라 통신도 있다.
새를 소재로 곡을 쓴 사람은 많다. 오페라 마술피리에도 새가 등장인물로 나오고, 대놓고 '종달새'라는 곡이 있다거나,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도 있다. 이것도 새는 새잖아. 그리고 바르톡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의 2악장 역시 북캐롤라이나 애슈빌 공원의 새소리를 채보한 것을 그대로 옮긴 부분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애덤스 역시 타악 앙상블+오카리나로 새를 묘사한 곡이 있다. 하지만 새에 대해 이토록 집착한 경우는 메시앙 뿐이며, 사실상 클래식 음악가들 중에서 새에 대한 작품이 많은 사람은 메시앙이 유일무이하다고 보아도 좋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메시앙의 곡 중에서는 새에 대한 곡이 많다.
그래서인지 조류에 관한 작품이 유난히 많은데, 대표적으로 플루트와 피아노 듀엣 곡인 《대륙검은지빠귀》라는 곡이 있다. 해외에서는 꽤나 연주가 자주 되는 곡이라고 한다.
또한 새에 대한 대표곡으로 《새의 카탈로그》가 존재하는데 피아노 독주곡으로 7권 13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곡 연주에는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게다가 각종 조류들의 소리를 주파수로 쪼개서 그래픽 악보로까지 만든 그의 열정을 보면... 들어보기
하여튼 메시앙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새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감상자들에게는 꽤나 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작곡가에게도 취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