מלכי-צדק / Melchizedek[1]
1 개요
성경 첫 번째 책인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 조카인 롯을 구하기 위해 4개 부족국가 연합군과 싸워 이긴 뒤 본진으로 돌아가던 중인 아브라함을 만나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해 준 사람이다.
첫 언급은 창세기에서 나온 아브라함의 축복과 관련된 짧은 에피소드이고, 그 이후로는 시편 110편에 '멜기세덱의 반차'[2]라는 말이 나왔다가 히브리서에서 예수를 두고 '멜기데섹의 반차'로 거론하는 것이 전부. 말 그대로 관련 기록이 정말 적은데 너무나도 확신에 찬 어조로 기록되어 있는지라 신학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다.
2 뭐 하는 사람인가
아브라함 시대의 사람이니만큼 당연히 유대교가 창시되기 이전부터 하나님의 제사장직을 관할하고 있던 것만은 확실한데,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훗날 예루살렘이라 불리게 되는 지역인 살렘 일대를 다스리는 왕이었다고 한다. 당시 배경이 신정일체식 정치가 흔했던 청동기 시대로 여겨지기에 부족국가의 왕이 제사장을 겸임하는 것[3]은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뜬금없는 장면에서 갑툭튀한 주제에 성경 전체를 꿰뚫는 핵심 이론의 한가운데 놓인 사람이라 이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아의 장남이었던 셈의 전생체라느니 네피림 중 야훼 신앙의 본질을 잃지 않고 제사장으로 단독 임명을 받은 자라느니 천사가 현인하여 신성왕국 살렘을 다스렸느니 하는 수많은 추측들이 나와 있지만 딱히 뭔가 대세라고 할 만한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3 예수의 표상
멜기세덱이 성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가지게 되는 핵심 이유. 위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성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두고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제사장이라고 하는데, 이는 기존의 레위 지파의 반차를 따르는 제사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위임하신 특별한 존재'로서 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브라함계 종교에서 멜기세덱을 두고 공통적으로 내리는 평가가 '역사에 없고 계보가 없는 특별한 왕이자 제사장'인데, 그렇기에 하나님께서 선택한 사람인 아브라함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할 수 있었다고 해석하기 때문.
또한 아브라함을 축복할 때 일반적인 희생제사가 아닌 떡과 포도주를 통한 '축사' 형식을 띄었다는 것 또한 특기할 만한 부분인데, 이러한 축사가 제사를 대체하는 축복의 형식으로 보편화된 것은 그 당시는 물론이고 창세기가 기록된 시대로부터도 한참이나 지난 이후이기 때문. 가족간이나 종족국가간 우호 증진 목적으로 만찬을 나누는 것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해도 이를 축복의 범위에서 종교적 해석을 하는 것은 굉장히 신선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떡과 포도주를 떼어 나누며 축사하는 것은 예수와 12제자들이 가졌던 최후의 만찬과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멜기세덱의 튀는 행보는 아브라함계 종교의 근원인 야훼 신앙이 다른 유목민계 고대신화를 이리저리 짜집기해 만들어졌다는 '신화 근원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유대교에서 기독교를 공격할 때에도 감히 멜기세덱을 건드리는 무엄한(?) 행위는 차마 할 수 없다.
4 십일조의 유래
신학도들이 아닌 일반적인 신자들에게 위의 것보다 더욱 친근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 신의 대행자인 멜기세덱이 자신에게 축복을 내린 것을 감사히 여긴 아브라함이 그 댓가로 자신이 얻은 소득물 중 10분의 1을 멜기세덱에게 바치는데, 이것이 오늘날 기독교 헌금 중 하나인 십일조의 유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십일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문서 참고.
5 서브컬처에서의 등장
데빌 서머너 시리즈와 페르소나 시리즈에서 정의 아르카나의 상위 계열로 등장하는데, 수많은 카더라 중 하나인 천사 현인설을 채택하여 최상위 클래스의 천사로 분류해 놓고 있다.- ↑ '멜키체덱' 쪽이 조금 더 원 발음에 근접하기에 위키페디아 한국어판에서는 멜키체덱이라고 문서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나무위키에서는 성경 번역명에 따라 멜기세덱으로 둔다.
- ↑ 순번이 있는 성직을 맡았을 때 그 계보와 차례를 의미한다. 해당 시가 기록되었을 당시의 고대 이스라엘 왕국에서도 이미 레위 지파의 제사장 수가 많아져 계보를 따지고 차례를 따져 제사 드리는 순번을 정해 놓았는데,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계보와 차례를 의미한 것.
- ↑ 당장 한국사에서도 단군왕검이라는 칭호가 신정일체 구조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제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