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영화)

名將(이름 명+장수 장)이 아니라 名狀(이름 명+문서 장)이다. 포스터에 한글제목과 영문 The Warlords라고만 써있어서 대부분이 어떤 명장(名將)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착각했다.[1]
2007년 진가신, 엽위민 감독이 제작한 영화.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등이 주연을 맡았다.

원제는 투명장(投名狀)으로, 사전적 의미는 항복 문서이나, 실은 이름(名)을 적어놓고 간직해왔던 문서(狀)를 던져버린다(投), 즉 형제의 의를 맺었는데 이를 배신한 자는 죽여버린다는 살 떨리는 의식을 뜻한다. 수호지에서도 임충양산박에 들어갈 때 왕륜이 임충에게 요구하는 것이 원출처다. 참고로 왕륜이 임충에게 요구한 것은 문서가 아니라 사람의 목이었다. 한국판 자막에서는 '투명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고 그냥 '목숨을 건 맹세' 정도로 의역해서 내보냈다.

명장 영화 자체는 유명한 장철 감독의 1973년작 자마(刺馬)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자마 제목부터 심플하게 '마신이를 찌르다'는 뜻인데, 이는 청대 말기에 벌어진 실화다. 동치 9년 7월 26일(서기 1870년 양력 8월 22일)에 벌어진 일로 도적 경력이 있던 장문상이 의형제였던 양강총독 마신이를 찔러 죽인 사건인데, 마신이는 이날 상오 연병장에서 열병식을 마치고 총독부서로 돌아오던 도중에 자객 장문상의 습격을 받아 살해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서태후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로 큰 사건이라서 철저한 수사를 반 년 남짓 진행했지만 결국 암살동기를 밝히지 못한 채 장문상은 도적과 내통하여 관리를 죽였다는 죄를 받아 사형에 처해지고 그의 심장은 도려내어져 마신이의 제단에 바쳐졌다고 한다.

이렇게 암살동기도 밝혀지지 않은 채 종결된 '산적 장문상이 의형제였던 총독 마신이를 암살했다'는 짤막한 역사적 팩트가, 후대의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온갖 음모론과 로망으로 치장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창조했다. 역사 속의 인물인 장문상과 마신이는 영화 명장 속에서는 이름이 바뀌어 등장한다. 금성무가 분한 강오양이 역사 속의 장문상에 해당하고, 이연걸이 분한 방청운이 역사 속의 마신이에 해당한다. 덧붙여 마신이는 청말의 유명한 정치가 이홍장과 과거급제 동기이며 마신이의 전임 양강총독[2]이 다름 아닌 증국번.

같은 소재를 다뤘다지만 장철의 자마와 진가신의 명장은 상당히 스타일이 다른데, 이는 장철은 선이 굵은 무협영화를 찍어왔던 감독이라는 것과 진가신은 선이 가는 멜로영화를 전문으로 해왔던 감독이라는 점에서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크다. 감독 본인도 자마와에 대한 비교가 부담스러웠는지 후에는 자마의 리메이크라는 표현을 안쓰게되었다. 인터뷰

무엇보다 중화권에서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중 이만큼 어둡고 진지한 작품도 드물다. 주제도 뚜렷한 편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원한다는 대의를 위해 가족과 형제의 의리와 같은 도덕을 저버리는게 옳은가에 대한 물음과, 그런 대의를 추구한답시고 속으론 자신의 출세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중성, 철저하게 사람을 도구로 사용한 뒤 필요없어지면 거리낌없이 죽여 처리하는 권력의 냉엄함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3]

이연걸은 여기서 복잡한 심리를 가진 악역 주인공, 소위 맥베스형 인물의 배역을 맡았는데, 그 배역의 복잡한 정신세계를 독하게 연기하면서, 평론가들에게 이연걸이 '무술배우'가 아닌 진짜 '배우'가 되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자마에서도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 열연을 펼쳐 금마상 남우주연상을 타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진정한 배우로 거듭난 적룡의 경우와 유사.

여담으로 이 영화에는 원래 능지처참을 시행하는 장면이 등장할 예정이었고 실제로 찍었다. 생살을 발라낸 몸통 분장까지 완벽하게 재현했을 정도. 모형이지만 혐짤 주의! 금성무가 그 장면에서 무척 고생했고 감독도 이 장면을 위해서 특수 효과 전담 기술자를 따로 고용하는 등 쓸데 없이 디테일에 신경쓴다 심혈을 기울였으나 문제는...이 능지형 집행 신이 통째로 짤렸다. 잔인한 장면이라 관람등급만 높아지는 데다가 극장에 걸려면 시간상 편집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감독이 그 장면 짤렸다고 금성무한테 연락하는데 면전에서 말하기가 무서워서 전화로 알려줬다고 한다. 능지처참 씬을 찍을 때 고통스럽게 죽는 놈 표정이 왜 그 모양이냐며 금성무를 갈구고 다시 찍기를 반복했으니 얼굴 보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DVD판에서는 서플먼트로 볼 수 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중에는 그 삼국지 오나라의 시조와 동명이인인 배우가 있다. 손견항목 참조.
  1. 배경만 청대로 바뀌었고 의(義)를 저버린 형제를 처단하는 식의 홍콩 느와르에 가깝다.
  2. 마신이가 암살된 후 다시 양강총독이 된다.
  3. 영화 시작이 방청운이 시체더미 속을 헤집고 나오는 씬이고 전투씬도 중국 무협식의 과장된 연출을 자제하고 아예 없진 않지만 굉장히 처절하며 후반부엔 먹여살릴 식량이 없다는 이유로 항복한 병사들을 학살하는 장면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