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박

1 중국의 지명

梁山泊[1]

수호지의 주요 배경이 되는 습지대. 현재 중국산둥성에 위치하고 있다.

산동성을 비롯해 북중국 일대가 과거보다 건조해진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수호지의 배경이 되는 송나라(북송) 시대까지는 황하회수, 양자강 등 하북~하남 일대 모두가 수많은 호수와 습지로 이루어진 광활한 습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양산박은 이러한 습지대의 일부로, 수호지에 따르면 그 인근은 무려 "8백리 수향(水鄕)"이라고 불리울 정도였다고 한다. 다만 지금은 수백 년 동안 거의 모두 농경지로 개간되었다. 그러나 서북쪽으로는 황하가 흐르고 동북쪽으로는 동평호라는 큰 호수가 있으며, 양산박 언덕 바로 옆으로도 하천과 여러 개울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흐르고 있어 개간 이전의 모습을 되짚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거 없이 그냥 하북의 황진지대[2]

소설의 묘사에 따르면 대규모 병력이 기동하기 힘든 대규모 습지대 가운데 갑툭튀한 험준한 산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도둑이 자리잡기 딱 좋은 지형. 각지에 도적들이 출몰하던 북송 말기에 양산박에도 도둑떼가 없을리 없어, 소설의 초반부부터 왕륜이라는 자를 두목으로 하는 도적떼가 할거하고 있었다.

이 때까지는 그저 좀도둑떼 정도에 불과했던 양산박 패거리이지만, 조개오용을 중심으로 한 양산박 인근 촌락의 호걸들이 채태사의 생일선물을 털어먹고 양산박으로 도피해오면서 일이 점점 커지게 된다. 이들이 GTA 수호지의 주요인물답게 왕륜이 차려준 잔치자리에서 임충을 부추겨 왕륜을 참살하고, 양산박의 새 주인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수호지의 무대가 본격 개막하게 된 것이다.

이후 제주부의 관군의 토벌을 두 차례에 걸쳐 격파하고, 호걸 네트워크의 핵심인물인 송강시진의 추천으로 각지의 호걸들이 몰려들면서 양산박은 점차 세력을 키우게 된다. 그러다 송강마저도 모함[3]을 입어 양산박에 합류하면서 본격 양산박 전성시대가 열린다. 축가장 등 마음에 안드는 자기들 비슷한 주변 깡패들을 몰살시키거나 합병하고, 고구의 조카인 절도사 고렴을 잡아죽였으며, 이에 격노한 중앙정부에서 보낸[4] 호연작의 군대마저 격파하며 호연작을 등용하고 위명을 떨친다.

양산박의 거침없는 성장은 우두머리 조개증두시에 시비걸러 갔다가 화살에 맞아 죽으면서 잠시 꺾이는가 싶었으나, 사실은 모든것이 2인자 송강계획대로 호걸들 사이에서 인망이 높은 송강이 그 뒤를 이어 3대 두목으로 취임하고, 그 여세를 몰아 당시 하북의 최대 도시였던 대명부[5]를 함락시키면서 오히려 양산박의 세력은 정점에 오른다.

70회본 이후로는, 중앙정부의 토벌을 누차 격파한 끝에 호걸들이 영예롭게 송조에 귀순, 관군의 지위를 얻게 되면서 양산박은 깡그리 버려진다. 목책이며 관문까지 전부 헐어버렸다고 하니 그야말로 초토화(..) 물론 다시는 도적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일종의 충성맹세인 셈이었다. 이후로는 한참 등장하지 않았다가, 방랍 토벌 후 살아남은 호걸들이 간신들의 음모로 암살당할 때, 호걸들의 죽음을 더욱 장렬하게 장식하는 배경으로 쓰이는 것이 양산박의 마지막 등장.

물론 진침의 수호후전에서 다시 나오기는 한다. 도입부에서 완소칠이 어부들을 데리고 회포를 풀다가 장 간판과 충돌하는 장면이 있고, 한참 지나서 간신들을 처단한 음마천의 양산박 호걸들이 등운산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호연옥(호연작의 아들)과 서성(서령의 아들)이 들르게 된다. 당시 이 곳에서는 양산박의 하급 부하로 있다가 초무를 받을 당시 고향으로 돌아갔던 강충이 과거 주귀가 했던 것처럼 주점을 차리고 있었고, 양곡현에서 무송을 도왔던 운가(鄆家)가 그의 부하로 일하고 있었다. 운가는 뒤에 운성현에서 증세웅, 곽경을 처단한 뒤에 같이 가담해서 섬라국까지 가게 된다.

이문열 수호지 마지막 권에 이문열의 양산박 기행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한줄로 요약하면 직접 가봤더니 별거 없더라. 양산박의 특징이라 할만한 주변 습지대가 싸그리 말라버린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원작을 소재로 한 게임인 코에이수호전 천도 108성에서는 원작의 설정 그대로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서 군선을 만들지 않고 닥돌하면 본거지까지 올라가다가 병사들이 물에 떠내려가는 메시지를 신나게 볼 수 있다. 물론 군선을 병사 수만큼 장비하고 가면 그렇지는 않지만. 어쨌든 방어하기는 대단히 용이한 요새지만 습지가 많고 물이 요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심시티번화한 요새로 만들기에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양산박으로 플레이해도 요새를 버리고 방랑하여 하남부나 남풍부, 청계처럼 탁 트여서 시설을 많이 지을 수 있는 요새로 옮기는 유저들도 많은 듯.

2 양산시의 특산물

1992년 공예가 한경수씨가 설립한 업체인 (주)양산박식품에서 나오는 식품들. 90년대 당시 세계 각지에서 여러번 수상한 경력이 있다.

참고로 1번의 양산박과 양산시 우연인지 모두 같은 한자(梁山)를 쓰는데, 2번의 양산박은 그걸 이용해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3 유희왕 ARC-V에 나오는 스탠다드 차원에 있는 듀얼 학원

양산박 학원이라고 불리며, 학생들을 가혹하게 가르친다고 한다. 엄하게 가르치는 것보다는 듀얼 방식 자체가 엄청 큰 문제다. 듀얼 도중에 상대에게 중국 무술로 가장한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르며 상대를 인정사정 없이 두들겨 팬다. 한 마디로 이기기 위해서라면 진짜 비겁한 수를 쓰는 것과 일방적인 폭력을 쓰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집단이다. 작중에서도 양산박 듀얼 방식에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고 한다.

여러가지로 문제점이 많은 학원이다.

113화에 카치도키 이사오의 과거 회상을 본다면 거의 시티(유희왕)의 듀얼 스쿨 버전이다.
  1. 여담이지만 한자가 경상남도 양산시의 양산과 똑같다.
  2. 사실 황하가 실어다 나른 토사의 역할도 한몫 한다. 태산을 비롯한 산둥성 일대는 역사시대 이전 아주아주 옛날에는 큰 섬이었다(!)(....)
  3. 관리의 몸이면서도 도적떼와 내통한 것은 사실이니 모함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만…
  4. 송조 때에는 군권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군의 전력은 유명무실한 수준이었다. 이는 각지의 절도사들에게 군권을 나눠준 나머지 절도사 출신들에 의해 유린당한 당나라의 사례를 경계했기 때문. 그 효능(?)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송나라 시절에는 지방 군벌세력이 난립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대신 중국사에서 군사력이 약하기로는 1, 2위를 다툴 수준까지 약한 왕조가 되어 버렸다. 수호전에서 천강지살 108호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분이 군인이라는 것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5. "북경" 대명부로 흔히 쓰이지만, 현재의 북경과는 다르다. 현재의 북경은 당시 요나라의 영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