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삼룡이

1 나도향단편소설

발표 당시 제목은 벙어리 삼룡. 배삼룡이 아니다.

한국 신문학사상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꼽히는 단편으로 영화화도 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주연배우인 故 김진규는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1 줄거리

이야기는 '나' 라는 화자가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된다.[1]

연화봉(화자는 지금은 청엽정이라 부르는 곳이라 한다. 참고로 町(정,일본어로는 마치)을 마을 이름 끝에 붙이는 건 일본에서 온 잔재이다. 즉 당시 빈민굴이 될때 배경은 일제강점기라는 것.)이란 마을이 지금은 빈민굴이지만 십사오년 전에는 나름 잘 사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 중에 오생원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디 출신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늘 감투를 쓰고 다녀 양반이라 불렸고 연말에 북어나 김을 나누어주고 농사연장을 빌려다 쓰게하므로 동네 인심을 얻었다.

오생원네에는 충직한 하인인 삼룡이가 있었는데 벙어리[2]에다 못생기고 땅딸보였다. 하지만 원채 눈치가 빠르고 민첩하고 부지런하여 오생원이 특별히 잘입히고 아꼈다.

반면 망나니 아들도 하나 있었는데, 삼대독자라 오생원이 오냐오냐해서 버르장머리가 없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후레자식이라고 욕을 했으며, 오생원의 아내도 늘 이 것을 못 마땅히 여겨 좀 때려주라고 할 정도였다.하지만 어려서 그렇다면서 오생원은 매를 들지 않았고 아내는 그러다가 버릇이 나뻐진다고 한탄했다.아내 말 좀 들어라, 아들래미를 망칠 셈이니??

이 아들이 삼룡이는 벙어리라고 아예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는데, 자고 있는데 입에 똥을 넣거나 잘 때 손발을 묶어놓고 발가락 사이에 화승불을 붙이거나[3] 되도 않은(...) 주먹으로 때리는 등 온갖 악랄한 방법으로 괴롭혔다. 삼룡이는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주인집 아들 정도야 단번에 때려눕힐 것을 알았지만 주인집 아들을 원망하기보다는 세상을 원망하였으며[4], 주인집 아들이 동네 아이들과 싸움이 붙어 찌질하게 울고 들어올 때에는 나서서 대신 싸워주며 충성을 다하여 동네 아이들도 삼룡이가 무서워 주인집 아들에게 덤비지 않았다.

세월은 흘러 주인집 아들이 장가갈 나이가 되었는데, 오생원이 문벌이 얕은 것을 한스러워 하여 어느 영락한 양반집의 딸을 돈을 주고 데려오게 되었다. 가세는 기울었어도 양반집 딸이다보니 행실이 바르고 품위가 있었고 여러 모로 흠잡을 곳이 없었으며, 이는 주인집 아들의 망나니 행실과 더욱 비교되어 동네에서는 신부가 아깝다며 수군거렸고, 아예 몇몇 동네 아낙과 고모 되는 사람은 대놓고 처를 보고 부끄러운 줄 알라며 타박을 주었다.

당연히 주인집 아들은 못 마땅해 했고, 혼인 며칠 뒤부터 아예 합방을 거부하며 새 아씨를 구박한다. 아씨는 늘 울음으로 날을 보내지만 울면 청승맞다고 때리고 말 없으면 말이 없다고 때리는 날의 연속. 삼룡이는 그 고운 아씨를 그리 구박하는 것이 천벌이라도 받을 일이라 생각하며, 주인집 아들이 자기를 때리고 구박할 때 아씨가 차마 말은 못해도 자신을 측은히 여기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떠올리며 알 수 없는 감격을 느낀다.

어느 날 술 먹고 떡이 된 주인집 아들을 삼룡이 업어다가[5] 눕힌 일이 있었는데, 아씨가 이것을 고마워하며 비단 헝겊 자투리로 부시 쌈지[6]를 만들어주었다.

그것이 주인집 아들의 눈에 띄어 새 아씨는 야밤에 마당으로 끌려나와 두들겨맞고, 삼룡은 주인집 아들도 밀치고 아씨를 들쳐메 오생원에게 가서 손짓발짓을 하며 사정한다. 되려 이것이 더욱 미움을 사 삼룡도 실컷 두들겨맞고, 안채에 출입도 하지 못하게 된다.

어느 날 주인집 아들이 술이 떡이 돼서 들어오더니 집안이 분주해지고, 삼룡이 한 여자 하인에게 물으니 새 아씨가 다 죽게 되었다고 알려준다. 불안해진 삼룡은 밤새 새 아씨 거처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새 아씨가 명주 수건으로 목을 메려는 것을 발견하고 뛰어들어 말리는데, 이것이 더욱 의심을 사 삼룡이와 아씨가 정을 통하였다고 소문이 나버린다.

주인은 동네 창피하다고 반성은 커녕드러누워 출입도 하지 않고, 정신나간주인집 아들은 삼룡이를 죽인다고 때리다가 낫을 들고 덤비기까지 해 결국 삼룡은 죽도록 얻어맞고 주인집에서 쫓겨난다.

그날 밤 오생원의 집에 영문 모를 불이 나고, 삼룡은 불길에 얼굴이 쭈그러들고 무너지는 집에 팔다리가 부러지면서도 주인을 구한다. 주인집 아들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당연히 뿌리치고, 죽으려고 이불을 둘러쓴 아씨를 찾아내지만 이미 나갈 길이 없어 지붕으로 올라가고 그곳에서 아씨를 품에 안은 채 타 죽어가며 행복한 미소를 띈다.

1.2 상세

이 소설을 읽으며 드는 의문은 당연히 "어째서 삼룡이가 쫓겨난 그날 밤 큰 불이 났느냐"란 것이다. 당대의 작품 경향을 볼 때, 혹은 전후 묘사를 볼 때[7] 삼룡이가 불을 질렀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새 아씨가 죽으려고 이불을 덮어쓰고 있는 것에서 새 아씨가 불을 질렀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90년대 청소년권장소설 전집에서 작품분석에서도 아무래도 같이 죽고자 이불을 덮어쓰고 있는 아가씨가 범인이라고 분석했다. 80년대판 TV 문학관에서는 아예 중간 이야기로 주색잡기에 빠져 도련님이 임신시킨 술집 작부를 등장시켜 그녀가 지른 것으로 그렸다.여기선 그나마 이 망나니 도련님을 구해준다.그래도 유일한 장점(?)이던 재산을 거의 날려서 개고생이겠지만 故 신상옥 감독의 영화에서는 새서방과 불륜중인 여자의 남편이 앙심을 품고 지른 것으로 되어있다.

새색시를 구해내고 지붕으로 올라간 장면에서 원작이 끝나서 삼룡이와 아씨가 죽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지만 중간에 삼룡이가 아씨를 구하기 위해 집을 뒤지면서 불에 타서 얼굴이 쭈그러 들고 기둥이 무너져서 팔이 부러졌다는 묘사가 분명히 나오고 불을 피해서 지붕으로 올라갔지만 이미 내려올수 없는 것을 알았고 삼룡과 아씨의 숨이 약해지고 있다는 서술도 있으니 사망확정... 그나마 고통 속에서도 사랑하던 그녀를 찾아 안으면서 삼룡이가 행복하게 미소지었다는 묘사가 있어서 다행히 죽기 직전에나마 작은 행복을 누렸다고 볼 수 있겠다.

작품의 등장인물이나 사건이 빅토르 위고의 '노틀담의 꼽추'와 은근히 비슷하다. 장애[8]있는 인물이 아름다운 여성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자신의 윗사람에 의해 좌절되고 그 결과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것이 유사하다. 아름다운 여성(에스메랄다, 아가씨)이 인간말종 남자 때문에 인생을 망친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미디어중 앞서 말한 영화 이외에도 80년대 KBS-1로 방영한 TV문학관 판이 유명하다. 영화판은 이말년의 조선쌍놈을 연상시키는 인물구도인 반면에[9] TV 문학관은 추남은 아니지만 김영철의 우직한 연기와 故 강태기[10]천하의 개쌍놈 연기가 조화를 이룬 수작으로 평가된다.

윤승운씨가 그린 한국단편문학 만화에서는 마지막 장면에 삼룡이가 아씨를 안으며 불타는 지붕 위에서 아씨가 삼룡아 날 놔두고 가....라고 하는 걸 듣지않고 어버버버버(아씨를 만나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미소지으며 숨을 거두는 것으로 그렸다.

2 스타크래프트의 용어

스타크래프트에서 3번째 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위치를 삼룡이라고 하고, 대체로 온리 미네랄 멀티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러한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다른 설명 필요 없이 로스트 템플. 단순히 '세번째 멀티'라는 뜻으로 보이지만, '가스 없이 덜 떨어진 멀티'라는 해석도 있는 듯. 최근엔 맵 자체가 다양해지고 세번째 멀티도 가스가 있는 지역에 하는 경우가 많아서 쓰이는 빈도는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1. 참고로 작품 초반에는 분명히 1인칭 관찰자 시점이었는데 삼룡이의 내면을 더 심층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인지 갑자기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동된다.
  2. 작중 묘사를 보면 말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청각장애도 있는 듯 하다. 자신을 벙어리라고 부르는 것을 못 알아듣는다거나, 하녀가 손짓으로 알려주는 것을 보면 듣지도 못하는 듯.
  3. 노끈이나 새끼 등을 심지 삼아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그 끝에 불을 질렀다.
  4. 주인집을 벗어나서 사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5. 새 아씨가 온 후 다른 하인들은 내외하여 들이지 않았으나 삼룡은 다른 하인들과는 달리 집안 어디든지 내외없이 출입이 가능했다.
  6. 담뱃불을 붙이기 위한 부싯돌을 담는 주머니. 반대로 담뱃재를 따로 싸가는 쌈지도 있었다.
  7. "그는 그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자기도 또한 없어지는 것이 나은 것을 알았다" 라는 구절. 또한 당대 작품 경향이 지배계급(지주, 주인)과 피지배계급(소작농, 하인)의 갈등이 살인이나 방화 등의 과격한 방식으로 끝맺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김정한사하촌. 이러한 작풍은 카프가 결성되어 절정기에 접어든다.
  8. 삼룡이는 벙어리에 귀머거리인 동시에 땅딸보, 카지모도 역시 귀머거리에 곱사등이, 앙가발이다.
  9. 삼룡이가 미남 배우 김진규, 도련님이 악역배우 박노식
  10. (1950~2013) 연극배우이자 탤런트, 영화배우로 다영한 연기를 펼치던 배우로 연기력은 인정받던 명배우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 사기도 당하고 이혼하면서 여러 모로 어려웠던 터, 2013년 3월 11일 저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추정된 시체로 발견되었으나 주변에 소주병이 내뒹굴어서 자살설도 나와서 부검까지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