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챠

Борц

1 개요

공식적으로는 '보르츠'라고 부른다.외래어 표기법으론 보르차?

몽골의 전통음식으로 해외에서는 특히 몽골군의 전투식량으로 유명하다. 몽골 제국군이 휴대하고 다녔으며, 그들의 기동성에 큰 도움을 준 식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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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기를 말리는 광경, 순수한 살코기만 사용하기 때문에 소 한 마리라고 해도 양이 많지 않다.

먹을 수 있는 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겨울이 되면 소를 잡아서 소고기의 살코기 부분만을 준비한 다음에 두께 2~3cm, 폭 5~7cm 정도로 길게 잘라서 준비한다. 그리고 이것을 줄에 매달은 다음에 겔 천장 등에서 바싹 말린다. 이렇게 해 두면 몽골 지역의 건조하고 차가운 기운에 의해 자연적인 동결건조가 일어나는데 한 겨울 동안 말려서 고기가 갈색에 나무냄새가 날 정도가 되면 완성.

  • 나무껍질 아닌가 싶을 정도인 말린 고기의 위용, 보다시피 지방질이 거의 없는 살코기 부분만 사용한다.

워낙 건조한 기후이다보니 고기를 말리면 부피가 크게 주는데 이때의 건조율이 극한으로 수분을 줄인 우주 식량보다도 높다고 한다. 이렇게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면 무게는 1/3이 되고 부피는 그 이하로 줄어든다. 이렇게 완성된 것을 망치나 돌멩이로 두들겨서 가루 비슷해 보일 정도로 부드럽게 만든 뒤에 다시 작은 손절구 같은 데 넣고 다시 두들겨 압축해서 고기를 얻었던 소의 위장이나 방광에 넣어서 보관하면 일단 음식 자체는 완성된 것이다.

먹는 방법은 뜨거운 물(뜨거운 차면 더 좋다)을 준비한 다음, 보르챠를 주머니에서 약간 꺼내서 뜨거운 물에 넣고 불린 다음에 먹는다. 보통 엄지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면 한 그릇 정도의 국이 나오고 이것으로 한 끼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이때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이걸로 한 끼를 완전히 책임지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다른 것도 먹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보르챠가 보충해 줄 수 있는 것은 단백질뿐이라 비타민 같은 필수요소도 부족하고 뭐니뭐니해도 칼로리가 저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2 상세

소고기는 일반적으로 1g당 2.2kcal 정도를 내므로,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에서는 대략 1g당 6~7kcal를 낸다. 영양 성분의 균형을 무시한다면 500g 정도면 하루 식량을 때울 수 있을 것이다. 부피는 대략 300ml정도.

소 한 마리가 통째로 방광으로 만든 주머니 하나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과장이지만 이런 소문이 생긴 이유는 소에서 가죽, 내장, 뼈, 힘줄, 지방질 등을 뺀 순수한 살코기는 애초에 그렇게 양이 많지않고 또 살코기 중에서도 지방 비율이 높은 부분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의 몽골 지역의 소는 덩치가 현대의 품종개량된 비육우에 비해 훨씬 작았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까지는 체중이 2-300kg밖에 안 되는 소가 꽤 흔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어르신들 중에는 한우가 7-800kg 이상 무게가 나갈 수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제법 된다. 또 보르챠 자체가 지방질이 없는 순수한 살코기 부분만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소 한 마리 분의 살코기가 방광으로 만든 주머니 하나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딱히 불가능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원래 전통적으로는 마대자루에 넣어 보관한다. 방광 주머니에 넣는건 마대자루를 구하기 힘들 때 이야기로 몽골에서도 특별한 경우지 일반적인건 아니다.

3 문제점

저것만 있으면 식량문제 다 해결된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몽골인들은 저것 말고도 데려온 과 말를 급하면 먹는다거나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동성을 살린 식량 보급을 해왔다. 사실 생고기만으로 만들어졌으니 단백질 비중이 너무 높아진다. 따라서 이것만 먹으면 비타민 결핍이 심각해진다. 며칠 이상 이것만 먹는다고 가정하면 날 때부터 가축에 모든 식량을 의존해온 유목민들이 아니면, 아니 유목민조차 얼마 못가 GG칠 충공깽급 식품이라 말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소를 잡은 후 당연히 피를 따로 빼고 방광이나 위장을 주머니로 사용할 때는 깨끗이 씻고 말려서 사용했다.
다만 몽골의 자연환경(물 부족)과[1] 지식의 한계 때문에, 요즘처럼 충분히 피를 빼내거나 제대로 씻지 못하는 게 제법 되어서 오래 묵히면 냄새가 나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실제로 도축 과정에서 물을 전혀 안 쓰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창자로 순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기를 씻으면 맛이 없어진다고...

4

웬지 전투식량이라 맛이 더럽게 없고 냄새나는 걸로 유명하지만, 보르츠는 원래가 몽골의 전통음식이지 처음부터 전투식량으로 만든게 아니다. 마침 전통음식이 전투식량으로도 적합하니 몽골군이 사용한 것 뿐.

정상적인 보르츠의 경우 제조과정에 소금후추가 들어간다. 아니 가난한 유목 민족이 비싼 향신료를?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도 이들이 사는 곳은 실크로드였고, 향신료를 가지고 다니는 상인들이 여행길에 필요한 물건들을 몽골인들과 거래했기 때문에 유럽에서처럼 향신료를 구하기 힘들지 않았다. 물론 몽골군의 전투식량으로 쓸 때는 향신료를 구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으니 전투식량으로는 정말 맛이 없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보르츠는 아직도 몽골인들이 전통음식으로 먹는다. # 또한 한국에서도 전통음식인 김치가 공산품화 되어 나오듯이 보르츠도 공장에서 만들어서 판다. 정말로 그들 입맛에도 맛이 끔찍하다면 몽골인들이 지금도 먹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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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중에도 몽골 여행 갔다온 사람이 보르츠를 사오는 경우가 있어서 먹어본 경우도 있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인 입맛에는 현대의 보르츠도 좀 느끼하고 비리고, 냄새가 심하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다만, 못먹을 정도는 아니며 외국의 전통음식이니 딱히 뭐라 할 문제는 아니다.

몽골 사람들 입맛에는 일종의 소울푸드대항해시대 건빵이랑 염장고기보다 안좋은 존재는 아니었던 거 같다. 그도 그럴게 1990년대에 몽골에서 만들어진 칭기즈 칸 영화에 보면 칭기즈 칸의 어머니 후엘룬이 대칸인 아들에게 네가 좋아하던 거라면서 양고기로 만든 보르챠를 건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입에 넘기기도 힘들 정도라면 온 몽골의 통치자인 아들에게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장면을 몽골인들이 넣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또 지금은 육류가 검역에 걸려서 안 되지만, 90년대 까지도 몽골인들이 유학이나 해외로 일하러 갈 때 보르챠를 몇 개씩 가지고 가거나 또 해외로 소포로 보내주기도 했다고 할 정도다. 물론 100% 전통방식으로 만든 보르챠면 몰라도 현대식이라면 아주 못먹을 물건은 아니다. 일단 보르챠의 역겨운 냄새 자체가 방광에 보관하는 난점 및 향신료의 부재로 인한 고기의 누린내이니 현대식 보르챠에는 이러한 요소를 해결했기 때문에 먹을 만 하다. 물론 에 타먹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을 생각해서는 안되겠지만..

5 여담

근대시절에 보르챠가 전투식량으로 유럽의 군대에 보급된 적이 잠깐 있었는데, 병사들이 보르챠는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네들끼리 돈을 갹출해서 다른 곳에서 음식을 조달했다. 진짜로 군인들이 거부한 전투식량이 된 것이다! 그래서 비용을 절감해보려던 높으신 분만 데꿀멍 하고 끝났다.

햄버그 스테이크의 원형도 몽골인들이 안장과 허벅지 사이에 고기를 끼워놓은 것이 모티브라는 말이 있으나 별로 신빙성은 없다. 서양에서는 카우보이들이 상품성 없는 고기를 잘게 저며서 구워 먹으면서 생겨났다는 설도 존재한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이우혁의 소설 치우천왕기에서 굶어죽을 뻔한 주인공들을 살려주는 비상식량으로 등장한다. 다만 작가가 보르챠를 육포 비슷한 음식으로 착각했는지 꽤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죽이라고 묘사되었다. 사실 국내에서는 전근대 몽골을 무작정 추종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작가의 성향이 성향이다보니 단점은 눈에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보존식으로 북미 원주민들이 만든 페미컨이 있다. 다만 그냥 고기를 말린 보르챠에 비해 여러가지 재료들을 지방과 섞어 만드는 페미컨은 열량이나 영양균형을 맞추기 쉽기 때문에 현대 들어서도 '에너지바'와 같은 방식으로 개량되며 보존식품, 비상식량, 전투식량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 원나라 초기만 해도 목욕과 빨래는 사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