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rare humanum est."
1 설명
말 그대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사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실수를 할 수 있다. 인간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고 절대선도 아니니 종종 실수나 잘못을 하는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이 말은 자신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여 독선과 아집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사용이 가능하다. 왕 앞에서도 할말 다했던 맹자 역시 '인간은 항상 실수한 다음에야 고친다(人恒過然後能改, 告子章句下 제15장)고 하셨다. 하지만...
2 악용
실수라고 해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온갖 실수, 탈선, 비리, 폭력, 그 외 다양한 부정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문제가 생길 시 그 책임을 따질 때 면피용으로 애용되는 1번 멘트이자 전가의 보도로 악용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것.
악용되는 경우의 핵심은 사람 사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잘못들은 일상다반사이며 필연적인 문제이니 추궁보다는 용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누가 보더라도 정말 불가항력적이거나 예측 불가한 사태의 책임을 놓고서는 이런 논리가 동원되지 않는다. 예컨대 누군가 잡은 단체 피크닉 날짜에 하필 비가 내렸다고 해서 그를 대놓고 책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관련자 모두가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문제'임을 알기 때문이다. 애당초 이건 실수가 아니고 운이 나빴던 거다.
이 말인즉슨,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변명이 동원될 정도의 상황은 주로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거나 당사자의 명백한 행위 소치'인 아이러니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이 말이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면피성으로 받아들여지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사람은 기본 3대 욕구를 비롯해 갖가지 욕구에 노출된 존재이므로, 그만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알면서 잘못을 범하는 경우가 있음도 사실이긴 하다. 문제는 그런 경우에 쓰이는 이 논리가 진정한 의미의 '반성'보다는 '면피'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 즉 '나의 행위로 인해 문제가 생겼으니 그만한 책임을 지겠다'라는 의지보다는, '나의 행위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문제였으니 딱히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회피 의도로 통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언제고 다시 두 번 세 번 같은 문제가 터져도 같은 변명을 내세워 책임을 모면하려 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마약, 도박, 뇌물, 불륜, 각종 성 관련 스캔들처럼 엄연히 실수가 아닌 본인 과실로 적발된 당사자들조차 '순간의 흔들림'이니 '인지상정' 따위를 내세워 책임을 줄여보려는 시도들도 이런 문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의도치 않게 무언가를 망치는 행위를 실수라 하지 범죄 행위는 절대로 실수가 될수 없다. 의도적인 잘못은 잘못일 뿐 이것마저 실수의 범주에 넣는 사람은 박애주의자도 아니고 그냥 사리분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뿐.
한국식 속담으로 풀이하자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