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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짓국. 혹은 선지해장국.
1 개요
이름 그대로 동물의 피를 굳힌 '선지'로 만든 국. 우거지로 만든 우거짓국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우거짓국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소의 피를 굳혀 만든 선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식사용으로도 애용되지만 주 목적은 해장이다.
2 호불호
선지 특유의 비린내[1] 때문에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편이다. 후추를 치면 비린내가 많이 없어지기 때문에 일부 집에서는 냄새를 잡겠다고 후추를 엄청 많이 넣어 후춧국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물론 이러면 선짓국 고유의 맛이 약해지니 후추는 조금만 넣거나 넣지 말아 달라 부탁하고 취향대로 더 넣으면 된다 후추는 선짓국이 아니라도 많이 넣으면 모든 맛을 다 날린다. 그런데 후추도 맛있다. 또 비린내는 참아도 선지 특유의 미끌미끌한 식감 때문에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의 거 다 참아도 먹은 후 폭풍설사(...)를 해서 못 먹는 사람도 있고.
피를 굳혀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를 먹는 음식인지라 야만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국에도 피를 가공해 만든 음식이 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선지 소시지, 청어젓갈로 악명이 높은 스웨덴의 피 푸딩(blood pudding)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피를 이용한 유럽의 다른 음식들은 블랙 푸딩을 참조할 것. 그리고 핀란드에는 정말 선짓국과 비슷하게 생긴 스프가 존재한다. 다만 이 스프에는 선지를 직접 넣지 않고 만두피 비슷한 반죽으로 한번 싼 후에 넣는다고 한다.
호불호를 떠나서, 피를 먹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은 이 음식을 금기시한다고 한다.[2] 이슬람교에서도 피를 먹는 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에 선짓국은 당연히 하람(금지된 것)이다. 유대교에서도 돼지는 불결한 동물로 보기 때문에 블랙푸딩 같은 음식도 먹지 않는다.
3 재료
선지는 철분과 칼륨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어 해장국과 빈혈 예방, 근육 경련 및 심장의 비정상적인 두근거림 등에 효과적이다. 선짓국 외에도 선지국밥, 선지국수 등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선지에는 생선지와 냉동선지 두 가지가 있는데, 부산과 밀양을 제외한 전국의 선짓국 파는 식당 대부분이 후자를 취급한다. 냉동선지는 앞서 말했듯이 피를 굳혀 만들기 때문에 냉동이라고 할지라도 산화되어 맛과 씹는 촉감이 떨어질뿐더러 피가 응고될 때 생기는 특유의 비린내도 심해진다. 부산에서 생선지를 취급하는 식당은 부전시장, 구포시장, 감전시장 등에 있고, 구포시장 선짓국 식당들은 2~3대를 이어 하기 때문에 그날 바로 잡은 생선지를 취급한다. 맛의 질이 엄연히 다르다. 선짓국은 소주보다 막걸리와 먹었을 때 궁합이 더 잘 맞는다.
참고로 선지는 소의 부산물 중 원가가 상당히 싼 편에 속하며, 그런 이유에서인지 곱창집이나 소고기 구이집에 가면 서비스로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골에 가면 2~3천원에 한 그릇을 파는 곳도 꽤 많다. 허나 구제역 때문인지 이마저도 비싸졌다. 대신 양의 피를 쓴 선지로 만들 때도 있는데, 소 선짓국보다 싸다.
4 기타
술을 자주 먹고 해장을 선짓국으로 하는 위키러들을 위한 팁이 하나 있다. 단골집에 가거나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해장국집에 갔을 때 선지를 따로 줄 수 없냐고 물어보면 일정 확률로 사장님께서 선지를 제공하신다. 물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가게 매출에 적당히 도움이 된다든가 사장님과 친분이 있을 때만 유효한 방법이니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선지를 달라고 하는 것은 민폐이다. 아래 얘기하는 청진동 해장국집은 아예 선지만 따로 넣은 국을 조금 싸게 판다.
선지 자체가 액체인 피를 굳혀서 만든 것이다보니 급하게 온도를 높이면 내부에 기포가 생겨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보기 흉한 모습이 된다. 저 위에 있는 사진의 선짓국은 급하게 끓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대로 익히려면 천천히 익혀야 하는데, 이렇게 공들여서 익힌 선지는 단면을 잘라도 구멍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급하게 익힌 것보다 훨씬 부드럽다고 한다. (그 치이는 달걀찜과 비슷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구멍이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치즈도 왠지 구멍이 있는 것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처럼. 잘 끓인 좋은 선지는 겉은 붉은 기가 도는 갈색이고 잘라 보면 살짝 녹색이 도는 적회색이며, 부스러지지 않고 날카롭게 잘라지며 찰기가 있고 쇳내 같은 특유의 향이 있다. (이 쇳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집에서 끓일 때는 되도록 큰 솥에, 물도 많이 넣고 끓여야 온도가 서서히 올라 선지가 부드럽고 구멍이 적다. 선지해장국 전문점의 선지가 맛있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끓일 때 나는 비릿한 냄새라든지 신선한 생 선지 구입의 어려움, 큰 솥에 많이 끓여야 한다는 등 난점이 많아 사실 가정에서 만들어 먹기에 적당한 음식은 아니다. 식구가 많다면 모를까, 해장국집이나 재래시장 반찬/국 파는 가게에서 사다 먹는 게 낫다.
차나 감처럼, 탄닌을 함유한 음식을 같이 먹으면 선지 안의 철분이 탄닌과 결합하여 '탄닌산철'이라는 소화 불가능한 화합물로 변화하기 때문에 철분 흡수에 좋지 않다. 인산이 들어간 음식과 우유 계통 음식을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참고로 이름을 '선지국'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선짓국이 올바른 표준어다. 선지+국의 형태라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3]
일단 피를 먹는 것이기 때문에 선짓국을 먹은 다음날 볼일을 보면 검은 변이 나온다. 절대 장출혈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건강검진 받기 며칠 전에는 먹지 않아야 한다.
우거지를 기본으로 하여 콩나물과 고추기름 등을 넣어 얼큰하게 먹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남지방의 일부 고깃집에서는 소고기 뭇국을 베이스를 하여 맑은 선짓국을 팔기도 한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4]
수원 인계동의 45년 전통의 유치회관 은 선지를 따로 그릇에 담에 내어온다. 백종원의 삼대천왕에도 소개된 맛집으로 사골과 푸짐하게 들어간 갈비살로 우려한 진한 국물이 일품이다. 선지와 국물은 리필도 된다.
청진동 원조 해장국집은 메뉴에 해장국과 선지가 따로 있는데, 선지를 시키면 콩나물이니 뭐니 다른 재료 없이 선지만 가득 들어 있는 국을 준다. 건더기만 그렇고 국물은 같은 것이니 선지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선지도 웬만큼 들어있고 다른 재료도 들어있는 해장국을 시켜 먹으면 된다.
부산 자갈치 시장 공동어시장에서는 선지 국밥을 3500원이라는 기적 같은 가격에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가게를 찾아 단골이 되는 것이 좋다. 선지 추가 정도는 기본으로 받을 수 있다.
더 놀랍게도 대전 역전시장에 가면 선지 국밥을 단 1000원(大자는 1500원)에 맛볼 수 있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20년 넘게 가격을 유지해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