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Pudding
1 푸딩의 종류
피를 굳혀 만든 소시지 형태의 음식. 그러니까 선짓국에 들어가는 그 선지와 순대에 들어가는 그 순대와 동일한 음식이다.
고대 로마에서도 일상적으로 먹을 정도로 유럽 초기시기부터 만들어진 유서깊은 음식으로 형태는 위에서 보다시피 그냥 순대. 창자에 피와 고기, 오트밀 등을 채워넣어 익혀 먹는 영국 요리로뭐? 미국에서는 블러드 소시지라 부르기도 한다. 비슷한 요리로 스코틀랜드에서 유래한 해기스가 있다. 프랑스에서도 피와 비계등을 섞은 부댕 누아르(Boudin noir)가 있고, 스페인에도 이와 비슷하게 피와 비계, 쌀 등을 사용한 모르시야(Morcilla)라는 요리가 존재한다. 헝가리에는 쌀과 고기, 비계, 그리고 돼지, 소, 염소, 양의 피 등으로 만든 'Véres Hurka' 라는 선지 소시지가 있다. 또한 헝가리에는 'Májas Hurka' 라고 하는 소시지가 있는데, 이것은 간과 허파, 쌀로 만든 소시지다. 오오, 역시 유럽의 아시아!! 핀란드에도 중부 내륙 지방인 탐페레에 'Mustamkkara'라는 동일한 소 선지 소시지가 있는데 이쪽은 한술 더 떠서 썰면 피가 배어나온다.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도 돼지의 피로 요리를 만드는 대목이 나온다. 만들기만 하고 먹지는 못하지만..[1] 프랑스에서도 앞서 언급된 요리 말고 오리피로 만든 소스[2]도 존재한다. 다만 피를 먹는데 상당히 거부감을 일으키는 서양인지라 대중적인 요리는 못된다. 괴상한 음식 목록에 자주 거론되는 수준.
흥미로운 것은, 이 블랙 푸딩은 당시 기독교인인 척 하는 유대인을 구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는 것. 정통 유대인은 유대교 교리에 따라 피를 먹을수 없기 때문에(더군다나 불결한 짐승의 피다!!), 블랙 푸딩을 앞에 두고 '먹으렴, 나의 친구 기독교인'이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후미에와는 달리 큰 효과는 없었다. 골수 유대인이라면 몰라도, 대다수 유대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먹곤 집에 와서 불결한 걸 먹어서 죄송하다며 야훼에게 사죄하는 기도를 드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당면을 넣지 않는 대신에 고기와 오트밀을 듬뿍 넣은 순대라서 유학생들이 순대가 먹고 싶으면 해기스와 더불어 찾는 요리다. 원래 우리나라 순대도 당면이 아니라 피[3], 고기, 야채, 쌀을 넣어 만들었던 만큼 진짜 순대 맛은 오히려 블랙푸딩쪽이 더 가깝다.
2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몬스터
슬라임형 몬스터인 우즈의 한 종류. AD&D 2nd까지는 데들리 푸딩(Deadly Pudding)이라는 몬스터군에 속한 몬스터 중 하나로 개중에서도 단순히 전투력으로 따졌을 때[4] 가장 위험한 종류였으나, D&D 3rd에 와서는 다른 데들리 푸딩들이 잘리고 블랙 푸딩만 등장했다. CR 7로 코어에 등재된 우즈 계열 몬스터 중에서는 가장 강하며 상위 몬스터라고 할수있는 엘더 블랙 푸딩(CR 12)도 있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때려서 2d6+4의 물리 타격 피해와 2d6의 추가 산 피해(엘더는 3d6+12 물리 피해와 3d6 산 피해)를 가하는 공격을 하며, 상대를 붙잡아 휘감고 조여댈 수도 있다.
물질을 부식시키는 능력을 가지고있어 돌 이외의 재질로 된 갑옷이나 옷은 블랙 푸딩과 접촉하고 내성굴림(반사 DC 21. 비마법적인 산은 저항이 상당히 힘들기때문에 전사의 특화 분야인 인내 내성이 아니라 반사 내성으로 피해야한다.)에 실패시 그대로 분해되고,[5] 블랙 푸딩을 직접 때려서 공격한 무기 역시 분해시킬 수 있다.[6] 러스트 몬스터와 함께 근접 격수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상대. 그나마 러스트 몬스터는 금속을 녹슬게 만드는 능력이 귀찮다 뿐이지 실질적인 전투력은 거의 없는데다 금속에만 영향을 주기에 나무 몽둥이같은 구하기쉬운 목재 무기로 때리면 되는데, 블랙 푸딩은 자체 공격능력도 수준급인데다 흑요석을 주로 사용하는 다크 선 캠페인 셋팅이라도 되지않는 이상 상당히 보기힘든 석재 무기를 써야한다.
거기다 우즈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상태이상과 정신 관련 효과, 응시 공격, 크리티컬 히트에도 면역이다.
벽에 들러붙어서 마치 땅에서 이동하듯 벽을 타고다닐 수도 있다.
돌 이외에는 어떤 물건이라도 내성굴림에 실패하는 즉시 분해시켜버리기때문에 돌로 만든 틀에 블랙 푸딩을 넣어 쓰레기 처리장으로 쓰는 사례도 있다.
만약 플레이어가 DM에게 평상시에 지나치게 까불었을 경우에는 하프 드래곤 엘더 블랙 푸딩[7]이 보복으로 출현할 수도 있다. DM과 사이가 정말 안 좋았을 경우에는 하프 드래곤 템플릿으로 얻은 손톱을 자기 자신에게 사용해 분열하는(...) 지능적인 블랙 푸딩까지 나타난다.
진짜 DM이 화난경우에는 에픽 몬스터인 스톤 콜로서스가 돌로 만들어졌다는것에 착안한 초월적 플레이로 스톤 콜로서스가 하프 드래곤 엘더 블랙 푸딩을 몸안에 잔뜩 담아둔 다음에 적들에게 던지는 식으로 공격하는 미친 플레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하프 드래곤 엘더 블랙 푸딩 자체의 CR이 14로 스톤 콜로서스에 비해 매우 낮은지라 하프 드래곤 엘더 블랙 푸딩이 7마리 이상 동원되지않는 이상 이론상의 실제 인카운터 난이도는 의외로 스톤 콜로서스 하나 상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지능이나 비중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블랙 푸딩이지만, 충격적이게도 D&D의 공식 설정상에 네임드 블랙 푸딩이 존재한다. 바로 데몬 프린스 쥬블렉스의 시종인 다크니스 기븐 헝거(Darkness Given Hunger)로, 지능과 지혜가 각각 12, 14로 웬만한 인간보다도 지적인 블랙 푸딩. 우즈들의 군주임에도 우즈들의 지능 문제상 제대로 된 신도가 거의 없는 쥬블렉스의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신도이기도 하다. 다만 처음부터 블랙 푸딩이었던 것은 아니고 쥬블렉스가 데몬 하나를 붙잡아 블랙 푸딩에 가둬놓았던 것이 오랜 세월이 지나서 하나의 존재로 융합된 것이라고 한다.
3 NetHack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위에 등장한 몬스터와 특징이 비슷하나, 능력치가 등장 시기에 비해 약한 편.
철(Iron)로 된 무기에 맞으면 그 무기를 녹여 데미지를 1만큼 깎아버린 후, 반으로 갈라지면서 2마리로 분열한다. 철로 된 무기로 계속 맞으면 HP가 전부 소모될 때 까지 무한히 증식한다. 일반적인 방어구 역시 공격해서 손상을 가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갈라져나온 개체 역시 아이템과 경험치를 제공하는데, 이 때문에 Pudding Farming이라는 노가다 방식이 생겨났다. 일부러 녹슬어버린 무기(일명 Puddingbane)를 준비하고 계속 때리다보면 HP가 1이 될 때까지 무한히 증식하는 것을 이용해 경험치와 아이템을 챙기는 행위다. 여기에 더해 근처에 제단까지 있다면 무신론 과제를 걸고 하지 않을 경우 끝없이 제물을 바쳐서 기도를 무한대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능력치를 무한대로 올리거나 아티팩트를 모조리 쓸어담는 플레이도 꿈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던 3.6.0 버전부터 우즈 계열 몬스터 전원은 시체를 남기지 않는다!!! 대신에 아이템을 영구적으로 떨구는 것을 막기 위해 시체 대신 각자 색깔에 맞는 방울(Glob)을 드랍하도록 패치되었으며 방울은 여전히 식량의 역할을 한다. 하여튼 반영구적으로 증식시키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딱히 이득이 없어서 블랙 푸딩 노가다는 순식간에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12년도 넘게 잘만 해왔는데 이젠 좀 패치될 때도 되었지 않나
블랙 푸딩이 무한대로 증식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푸딩류가 분열할 때의 체력 판정 때문. 분열시에 각 개체의 체력은 원래의 절반이 되지만 최대 체력은 반토막나지 않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재생이 가능하며, 반토막 → 주문을 쓰든 자연재생이든 체력 회복 → 반토막 → (하략)으로 순식간에 화면 전체를 푸딩으로 채워버릴 수 있다. 이에 넷핵의 후기형 버전인 SLASH'EM 등에서는 푸딩 노가다에 어느정도 제한을 걸어두고 있기도 하다. 일단 슬레시엠의 경우 사망한 푸딩이 아이템을 반드시 떨어뜨리지 않게 되었으며, 언넷핵에서는 아예 피격시 분열체의 최대 체력이 깎이도록 되어 반영구적 재생을 막아버렸다. 넷핵 3. 6. 0 버전의 패치 역시 시체가 나오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넷핵이 개발되던 초창기인 1993년(!)부터 이에 대한 의견이 제공되던 것을 보면 굉장히 고전적인 노가다 방식인 셈이다.
노가다를 지양하는 로그라이크 계열 게임에서도 단연 독보적이고 고전적인 노가다 방식인 만큼 게임을 지루하게 만든다고 까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사소한 실수가 큰 영향을 미치는 이 게임에서 쉽게 구제받을 수 있는 방도 중 하나로 굳이 남겨놨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수도 있다. 애초에 넷핵은 노가다 방식만 해도 열 몇개가 넘는 게임이다.
게다가 너무 깊게 빠져들면 계속 노가다를 해서 아이템을 쌓고 싶은 욕구 혹은 층 전체가 푸딩으로 도배되어버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상황 등으로 층을 절대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Pudding Farming을 했을 때 생기는 불이익은 바로 앞으로도 계속 Pudding Farming만 하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까지 있을까. 하지만 해방되었다
(Pudding Farming으로 푸딩을 가득 채운 모습. 위 경우에는 블랙 푸딩보다 약한 개체인 갈색 푸딩을 사용(?)했다.)
정말 여담으로 3. 4. 3 당시까지 블랙 푸딩의 시체는 22% 확률로 독, 냉기, 전격 저항을 부여하는 매우 고마운 음식이었으며[8] 엄격한 채식주의만 깨는 갈색 푸딩과는 달리 채식주의까지 깨는 물건이었다. 1번 항목의 음식을 의식한 듯한 설정이다.- ↑ 그 요리의 이름은 처음에는 '돼지 피떡'으로 번역되어 있었는데, 개정판에서는 소시지로 번역되었다.
- ↑ 대표적으로 그랑 브뇌르 소스. 왕실 요리 담당이었던 그랑 브뇌르가 만들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사냥한 새의 피에 소금과 후추 등을 뿌리는게 기본 베이스.
- ↑ 돼지를 잡을 때 흘러나온 피를 받아 두었다가 김치와 버무려 넣는다.
- ↑ 다른 푸딩인 화이트 푸딩(White Pudding), 던 푸딩(Dun Pudding) 등은 순수한 전투력으로 따지면 블랙 푸딩보다 약하지만, 대신 환경에 따라 특수한 보너스를 받는다.
- ↑ 그냥 타격당한 정도가 아니라 붙잡혀 조여지는 경우에는 -4 패널티를 받는다.
- ↑ 베고 찌르는 무기라면 무기를 분해시키기에 앞서 분열하기까지한다.
- ↑ 하프 드래곤 템플릿은 살아있는 모든 몬스터에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등장할 수는 있는데,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짝짓기를 했는지는 개인의 상상에 맡긴다.
본격 드래곤 촉수물 - ↑ 그리 높은 확률은 아니지만 사실상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었기에 확률이 의미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