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지 않게 넣었어요

1 개요

막장 드라마에서 부잣집 시어머니가 결혼을 준비하는 아들이 사귀는 서민 출신 여자친구에게 가서 결혼을 무르라고 회유하는 장면.

2 상세

약간의 바리에이션이 있긴 해도 대개는 이하의 시나리오로 전개된다.

(분위기 좋은 고급 레스토랑 또는 카페)

중년 여성 : (교양있어 보이려 애쓰면서) 그쪽은 모르시겠지만... 우리 아들, 결혼할 상대는 따로 정해 놨어요. 순진한 우리 아들이 어쩌다 그쪽 보고 호감을 좀 가진 모양인데... 그걸 그렇게 오해하시면, 좀 곤란해요.
젊은 여성 : 어... 어머님, 우리 정말 잘 살 자신 있어요. 정말이에요. 믿어 주세요.
중년 여성 : 됐고, (흰 봉투를 내밀며) 자요, 받아요. 섭섭지 않게 넣었어요. 이제 우리 아들은 더 이상 안 만났으면 좋겠네요.
젊은 여성 : ...어머님!
중년 여성 : 왜요, 부족해요? 부족하면 더 드릴 수도 있어요.
젊은 여성 : 어머님 정말... 제발 부탁이에요.
중년 여성 : 그쪽이 그래도 경우 있고 교양도 있을 줄 알았는데... 자꾸 이렇게 떼쓰는 거 들어줄 시간 없어요. ...먼저 일어날게요.
(세련된 태도로 의자에서 일어나서 먼저 퇴장)

이 경우 이전 씬에서는 남자 주인공[1]이 여주인공에게 "너 없이는 못 살아!" 소리를 했을 가능성이 95%다.(…) 의외로 이 장면과 얼굴에 물 뿌리기 클리셰는 같이 등장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똑같이 여성 간의 갈등 장면이긴 해도, 그쪽이 갈등이 최고조로 격화되었을 때 나타나는 장면이라면, 이쪽은 갈등의 도입부 내지는 탐색전(?) 무렵에 자주 나타난다. 물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갈등이 무르익으면 두 여성은 대놓고 얼굴을 붉히고 싸우며, 중년 여성은 여주인공에게 반말로 전환하게 된다. 이쯤에서 나타나는 명대사는 "어머님이라니, 누가 네 어머님이야?" 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돼!" 의 두 가지.(…)

위 씬에서 추가 설정이 붙는다면 이 만남은 보통 남주인공 모르게 성사되었다는 설정도 들어가며, 이 경우 다음 씬에서 남주인공이 중년 여성에게 "어머니! 도대체 자꾸 왜 이러세요!" 식으로 울분을 토하는 내용이 짤막하게 지나가곤 한다. 여기에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다 너 잘 되라고 이러는 거야", "나중에 이 에미한테 고마워하게 될 거다" 같은 대사들로 맞받아치는 게 일반적.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돈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어 의심치 않는 중년 여성의 비인간적 태도에 시청자들은 공분하게 된다. 게다가 부유한 남친의 집안 vs. 가난한 (서민적인) 여주인공의 집안 구도가 더욱 부각되어 보인다. 구체적으로 명시되진 않지만, 봉투 속에 든 금액은 일반인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거금일 가능성이 높다. 암묵적으로 본다면 "우린 이 정도 돈도 아무렇지도 않게 너에게 줄 수 있어, 너는 그렇게 못 하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어딜 앞뒤 가리지도 않고 덤벼드는 거야? 제 분수도 모르고." 와 같은 메시지까지 함께 은연중에 전달되기에, 여주인공 입장에서는 자존심에까지 커다란 스크래치가 그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엮여서 등장하는 또 다른 특이한 클리셰로는, 웨이터에게 사소한 종류를 한 잔 주문해 놓고, 막상 그 주문한 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자리를 뜬다는 점이다.(…) 얼굴에 물 뿌리기 클리셰에서는 대조적으로, 차는 됐고 그냥 냉수나 한 잔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가다 "계산은 제가 할게요" 하면서 선심쓰듯 하는 시어머니들도 있기는 있다.

스포일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중년 여성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결혼은 반드시 성사된다. 반전 같은 건 없다.

3 쓰임새

그 외의 바리에이션은 많지 않은 편이고, 단지 대중매체에서 이 클리셰를 비꼬기 위해, 혹은 단순히 차용하기 위해 끌어다 쓰는 경우는 있을 뿐이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패러디도 존재한다.

중년 여성 : (흰 봉투를 내밀며) 자요, 받아요. 섭섭지 않게 넣었어요. 이제 우리 아들은 더 이상 안 만났으면 좋겠네요.

젊은 여성 : (눈가를 닦으며) ...굳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이... (봉투를 받고 입구를 열어서 속에 든 것을 들여다 본다. 잠깐의 정적. 곧 얌전히 입구를 다시 봉하고 중년 여성에게 도로 밀어놓으며) ... 어머님, 정말 이러시기예요? 너무하세요. 저희 정말 잘 살 수 있어요.

눈치챘겠지만 이쯤되면 돈 더 많이 넣어 달라는 거다.(…) 실제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이 클리셰를 비틀어서 길라임김주원 엄마에게 돈을 받고 대놓고 배짱을 부리기도 했다. 다만, 길라임(으로 변한 김주원)이 "먹고 떨어져"라는 식으로 준 돈을 "얼마에요?" "혹시 달마다 주시는건가요?"라면서 받아치는 장면도 있다.[2]

가우스전자에서는 재벌집 아들 백마탄과 서민집 딸 건강미가 연애하는 것을 백마탄의 어머니가 알게 되었고, 이 스킬을 구사하면서 "섭섭지 않게 넣었어요, 제발 이 결혼을 승낙해 주세요" 라면서 건강미의 할머니에게 애걸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아이고 사모님.. 진정을... 언제 봤다고 사모님이야! 어머님이라고 불러! 사실은 건강미가 매우 마음에 든 데다, 백마탄의 아버지가 서민 출신이고, 어머니가 재벌 출신이었는데, 자신들의 결혼을 반대하던 자기 부모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던 백마탄의 어머니가 그만 자기 아들의 혼사에도 감정이입을 해 버렸던 것.(…)

현실적으로는 다양한 시궁창급 상황에서 마주칠 수 있기도 하다. 갑의 횡포나 고용 문제, 사내 권력관계 등과 함께 엮여서 종종 나타나는 상황으로, 우리 사회가 사회적 정의도덕을 돈봉투로 치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반증. 이것이 뇌물과 다른 점이라면, 갑이 을에게 도의적 차원에서 선심쓰듯이 건네며 사회적 부조리를 수용하라고 종용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간혹 법정 싸움에서도 돈봉투를 건네면서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회유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1. 위의 중년 여성의 아들이자 여주인공의 남친
  2. 그리고, 문분홍이 길라임에게 얼굴에 물 뿌리기를 시도했으나 무심한 듯 시크하게 피하는 장면등을 통해 코미디화시키면서 어느 정도 막장 코드를 희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