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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 Science Fiction
1 개요
과학소설(SF)계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 하나. 7, 80년대 영미권의 SF 진영에서 하드 SF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하위 장르라기보다는 작가들의 성향을 가르는 '용어'에 가깝다.
아서 클라크와 같은 황금 시대 작가들이 하드 SF적 성향을 대표한다면, 소프트 SF는 어슐러 K. 르 귄 등의 6,70년대 이후 출현한 뉴웨이브 이후 세대에서 비교적 많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등장한 김보영, 배명훈과 같은 작가들이 소프트 SF 작가에 해당한다.
1.1 대략적 정의
소프트 SF는 명백히 하드 SF의 반대항으로서 출현한 개념이기 때문에, 하드 SF와의 관계 속에서 설명된다. 소프트 SF의 차이는 각각의 작품들이 기반을 둔 '과학'이 무엇이냐에 따라 갈린다. 즉 하드 SF가 물리학, 천문학,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 계열 학문에 기반을 둔다면, 소프트SF는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등 사회과학과 인문학 계열 학문에 기반을 둔다.[1]
1.2 정의의 한계
미국에서 출간된 《과학소설 백과사전》(The Encyclopedia of Science Fiction)에서는 소프트 SF가 그리 엄밀하지 못한 용어라고 하면서, 하드 SF와 소프트 SF로 나누는 방식 또한 비논리적이라고 비판한다. 사실 하드 SF와 소프트 SF의 경계는 그렇게 명확하지도 않고,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기준도 없다. '대체역사'니 '포스트 아포칼립스'니 하는 다른 SF 하위 장르에 비하면 범주 자체가 상당히 모호한 셈이다. 따라서 하드 SF건 소프트 SF건 하위장르의 명칭으로 사용되기에 그리 적절한 개념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소프트 SF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도 문제가 많다. 누군가는 초광속여행이나 초능력 등 현재의 과학으로 실현 불가능하거나 설명되지 않는 소재 자체를 '소프트'의 범주에 넣기도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어떠한 과학 기술 변화[2]로 인해 촉발된 사회적 변화에 초점을 두기도 한다.
스페이스 오페라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관건이다. 실상 스페이스 오페라는 애당초 SF로 인정하냐 마냐를 두고 SF계 내외에서 격론이 오가는 하위 장르인데, 스페이스 오페라를 SF로 보고자 하는 쪽은 '소프트 SF'를 초능력 등의 비과학적 요소를 포함한 SF로 정의하려 한다.
그러나 Science Fiction이라는 공통의 토대를 공유하는 이상 소프트 SF 역시 자연과학적 오류를 버젓이 행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이스 오페라는 소프트 SF로조차 분류할 수 없다는 주장도 존재한다.[3]
2 예시
소프트 SF의 대표적인 예는 미국 작가 어슐러 K. 르 귄의 《헤인 연대기》 시리즈다. 《헤인 연대기》의 배경은 앤서블이란 통신 장비를 통해 행성끼리 실시간 연락은 가능하지만, 초광속 여행은 실현되지 않아 행성들이 느슨한 연맹 관계를 맺는 우주다. 《헤인 연대기》는 적당히 고립된, 마치 전근대 지구의 섬처럼 고립된 행성의 주민들이 외부 문명과 접촉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들을 소재로 삼는다. 다분히 작가의 인류학적 교양에 기반한 책인 셈이다. 이 시리즈에는 앤시블처럼 현실화되지 않은 장비가 나올지언정 현재 과학 수준에서 알아볼 수 있는 명백한 과학적 오류는 없다.
또다른 예는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라는 소설이다. 2003년에 출간된 이 소설 내부의 세계는 실상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2000년대의 지구와 연대상으로건 기술 발전 정도로건 별 다른 차이가 없는 미국 사회다. 다른 게 있다면 자폐증을 '치료' 및 예방할 수 있는 의료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니는 회사로부터 자폐증 치료를 '강요'당하는 자폐인이다. 이 소설은 자페인 주인공의 내면과 그 주변 비자폐증 환자들의 반응을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