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벌레

1 딱정벌레목 송장벌레과에 속하는 곤충들의 총칭

아, 뭐야 이거? 시체 먹으러 가고 있었는데! 아, 미치겠다!!!!!

사진의 곤충은 송장벌레과의 한 종인 송장벌레(Nicrophorus japonicus). 원래는 일반명이 '곤봉송장벌레'가 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몸길이 약 25mm 정도의 곤봉송장벌레속 중에선 대형에 속하는 딱정벌레.

한자어로는 埋裝蟲(매장충)이라 하며 1877년 독일의 곤충학자 에드가 하롤트가 학명을 지어주었다. 이름만 보면 굉장히 기괴하게 생겼다고 착각하기 쉬우나 평범하게 생긴 딱정벌레이다. 주로 야산이나 들판에서 볼 수 있으며 송장벌레라는 이름답게 다른 동물의 죽은 사체를 먹고 산다. 작은 동물의 시체를 땅에 파묻고 알을 낳아 애벌레가 풍족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똥을 땅에 묻어 애벌레의 양식으로 삼는 쇠똥구리와 비슷하게도 보인다.

시체 냄새가 풍기면[1] 붕 날아와 파묻기 시작하며 조금 후에 몇마리가 더 날아와 동참한다. 정말 정성들여 파묻기 때문에 슬슬 먹기 위해서라기보단 묻어버리기가 전제인 모양이다. 저중에서 한쌍의 짝을 빼면 다들 묻기만 하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부부는 애벌레와 함께 시체를 먹는다. 다만 한국산 송장벌레에서 이런 매장습성이 관찰된 바는 없으며 주로 시체를 먹거나 그 속으로 파고들어가 알을 낳는다. 네눈박이송장벌레의 경우 유충만 송장을 먹고 성충은 나비나 나방의 유충을 잡아먹는다.

시체를 먹는다는 점에서 혐오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나, 송장벌레같은 스케빈져들이 없으면 우리는 산에 가면 시체 구경만 잔뜩 하고 와야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녀석들은 애벌레를 위해서 시체를 땅에 묻기까지 해주니 우리들이 보기 싫어하는 시체를 땅에 묻어주는 고마운 벌레.

다만 막 사는건지(…) 몸에 빨간 응애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경우를 보는 게 다반사이다. 어떤 경우는 응애가 몸을 다 덮어서 혐오스럽거나 근질근질하다 못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

비슷한 식성을 가진 딱정벌레목 곤충 중에 풍뎅이붙이가 존재한다. 풍뎅이붙이과에 속하는 이녀석은 2~10mm 가량의 작은 몸집을 갖고 있다. 풍뎅이붙이는 시베리아, 동북아시아에 걸쳐 서식한다. 이녀석도 송장벌레처럼 동물의 사체 속으로 파고 들어가 부패한 고기를 섭취하지만 다른 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다만 한국산 풍뎅이붙이는 주로 나무껍질 밑에서 발견되며 포식성이다.

장 앙리 파브르는 악취미라고 할 정도로 이 벌레를 괴롭혔다.[2] 흙 가운데 벽돌 놓고 모래 깔기, 줄로 매달아놓기, 철사로 결박 등 등. 여기서 송장벌레는 단체로 시체를 등에 지고 벽돌 위를 헤메고 다니거나 줄을 끊어버리거나 별의 별 짓을 다 해서라도 시체를 묻었다. 철사는 끊을 수가 없었다만.

자신의 유충에게 항생물질인 라이소자임을 발라준다는 게 밝혀졌다. 송장벌레도 제 새끼는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데 몇몇 인간은...

CSI 과학수사대 라스베이거스의 길 그리섬 반장이 좋아하는 곤충이다. 가끔 가다 살해현장에서 포획하면 죽을때까지 기른다. 워크래프트3에서는 시체에 모인다는 점에서 따와서 크립트 로드가 소환하는 송장벌레는 시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똑같이 시체에서 소환하는 스켈레톤에 비해 소환시간제한이 없어서 유용. 그러나 모습은 송장벌레와는 딴판이며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의 턱을 달고 나온다.(…)[3]

2 소설 메트로 2034에서 등장하는 파충류 돌연변이

1번 단락의 벌레와 동일한 행동을 하는 생물. 그러나 이쪽은 방사능에 심하게 노출된 파충류가 변이해서 생겨난 생물이고 벌레가 아니라고 한다.

주로 나히몹스키 프로스펙트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그곳에 쓰러져 있는 열차를 둥지삼아 살고 있다. 근처의 동물이나 돌연변이, 사람의 시체들을 끌고와 뼈만 남기고 깨끗하게 먹어치우는 모양이다. 이것도 위 항목과 동일하지만 추악하게 생긴 외모와 혐오스러운 행태 때문에 사람들은 이 역을 지나가는 것을 몹시 꺼린다. 또 신체능력은 약한 편인지 건강한 생물체에게는 덤비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상이나 병으로 약해진 생물체에게는 단체로 덤비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사족으로 나히몹스키 프로스펙트의 개체들은 헌터에게 두 마리가 사살당한 이후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그런 인간을 만났으니까 그렇게 두려워하는것도 맞는 말이지
  1.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썩은 시체가 아니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의 냄새를 맡고 온다.
  2. 판본에 따라 '곤봉 딱정벌레'라고 번역해놓은 경우도 있는데 곤봉딱정벌레는 딱정벌레과의 엄연히 다른 곤충이며 유럽엔 서식하지 않는다. 국내판 파브르 곤충기는 비전문가들이 번역한 게 대부분이라 윈판과 달리 왜곡되는 부분이 아주 많다. 명심하자.
  3. 풍뎅이스러운 외모가 걸렸는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는 풍뎅이(scarab)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