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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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isław Lem
1921년 9월 12일 ~ 2006년 3월 27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SF 문호들 중 한명이자, 드물게 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동구권 SF 작가들 중 하나.
1921년 폴란드 르부프 (현재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출생.
원래 부유한 집 아들로, 부친은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의 군의관이었다. 그러나 소비에트 치하의 동폴란드에서 부르주아 출신성분은 그에게 독이 되어서, 원하는 공과대학에는 가지 못하고 부친의 연줄로 르부프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의학을 공부하였다.
2차대전 나치 점령하에서는 신분서류를 위조하여 겨우 살아남았으며, 자동차 정비공으로 생계를 이으면서도 레지스탕스의 일원으로 나치에 저항하였다.
종전후 1946년에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생계를 위해 단편소설을 쓰다가 1947년부터 1950년에 걸쳐 잡지 "모험의 신세계 (Nowy Świat Przygód)" 에 "화성에서 온 사나이" 를 연재하면서 SF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스탈린 치하의 동구권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극히 제한되어 소설 집필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실제로 작가로서의 전성기는 1956년 소비에트 연방이 탈스탈린화하면서부터다. 때문에 1956년 이전의 렘 작품에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블랙 유머와 풍자를 별로 찾아볼 수 없다.
80년대 초반 폴란드가 계엄화되자 서베를린으로 이주, 이후 비엔나 등지에서 살며 작품활동을 하다가 1988년에 폴란드로 돌아왔다.
렘의 작품은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많으며, 기술 문명과 지성의 본질에 대한 고찰, 상호적 의사소통 및 이해의 불가능성, 인간의 한계에 대한 절망 등이 담겨있다.
렘의 글은 문장의 구성 자체가 외국어로 번역하기 매우 어려운데다 외계인이나 로봇이 쓴 시, 말장난 등이 가득하여 제대로 된 번역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우리말로 번역된 렘의 작품들을 보면 영어판이나 일어판을 중역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외국의 경우도 중역된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독어판을 바탕으로 영어로 번역한다든지). 영어판의 경우 슬라브학 박사인 미국인 마이클 캔델이 번역한 작품들이 가장 평이 좋다. 다행히 렘의 유명 작품들은 거의 다 캔델이 번역했으니, 영어를 잘 한다면 읽어보자.
렘은 서구 SF 작가들에 대해 좀 심할 정도로 비판적이었다. 그가 높게 쳐준 미국 SF 작가는 오직 한 사람으로, 바로 필립 K. 딕.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들은 필립 딕은 렘을 공산당의 포섭공작원이라며 CIA에 신고해버렸다. [1]
집안은 로만카톨릭이지만 렘 자신은 무신론자이다. "세상이 의도적으로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들어졌다고 믿고 싶지 않아서" 라고.
2006년 3월 27일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향년 84세로 타계. 심장병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솔라리스가 단권으로 몇 번 소개된 적이 있으며 웅진출판사의 장르 문학 브랜드인 오멜라스에서 솔라리스를 포함해 작품선의 일부가 출간됐다. 하지만 절판 상태여서 새 판본을 기다려야 할듯.
굵게 표시한 작품은 한국에 출간된 작품이다.
2 소설작품 일람
- 화성에서 온 사나이 (1946) - 잡지에 연재된 단편 소설.
- 변신의 병원 (Szpital Przemienienia, 1948) – 나치의 안락사 프로그램(T-4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폴란드의 수용소에서 일하는 의사의 자서전적인 소설. 1979년에 폴란드 영화로 만들어졌다.
- 우주 비행사들 (Astronauci, 1951) – 청소년 독자를 위한 SF 소설. 퉁구스카에 낙하한 운석이 사실은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금성에서 파견한 정찰선이었다는 사실이 21세기에 밝혀지고, 조사를 위해 우주선이 금성에 찾아가지만 금성인들은 핵전쟁 내전으로 전멸했더라는 줄거리. 1960년에 영화로 제작되었다.
- 마젤란 성운 (Obłok Magellana, 1955) - 인류가 최초로 알파 센타우리 성계에 진출하는 우주여행 이야기.
- 참깨 (Sezam, 1955) – 인류가 은하 문명집단에 가입하려고 타임머신을 이용해 인류의 역사를 "청소" 하는 이야기들을 엮은 단편집이다.
- 우주 여행일지 (Dzienniki gwiazdowe, 1957~1971) – 렘의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욘 티키 (Ijon Tichy) 가 등장하는 단편집. 아마추어 우주여행가인 욘 티키가 자기 손으로 만든 우주선을 타고 여러 별들을 여행하며 겪는 일들을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암울하게 그려낸 블랙 코미디 풍자극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1970년대에 "아이디어회관 문고" 시리즈를 통해 "욘 박사 항성일지" 라는 제목의 일어판의 중역본이 소개된 바 있지만, 지금 입수하기는 어려울 듯(...). 또한 2007년에는 독일에서 TV 시리즈가 제작되기도 하였는데 원작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나름대로 볼만한 작품이라는 평이다.
- 알데바란으로부터의 침략 (Inwazja z Aldebarana, 1959) – 단편집.
- 수사 (Śledztwo, 1959) – 다소 철학적인 내용의 미스터리물. 1973년에 영화화된 바 있다.
- 에덴 (Eden, 1959) –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들이 우주선을 수리하고 그 행성의 주민들과 접촉을 해 보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서로 다른 문명과의 의사소통은 극히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테마이다. 그래도 후술할 1986년작 "헛수고" 에 비하면 이 작품은 나름 낙관적인 해피 엔딩.
- 로봇을 위한 우화집 (Bajki robotów,1961) – 로봇을 테마로 한 단편집. 영문판의 제목은 "필멸기관 (Mortal Engines)" 이다. 수록 작품들 중엔 "용을 죽인 컴퓨터" 처럼 우리말로 번역된 단편도 있다.
- 우주로부터의 귀환 (Powrót z gwiazd, 1961) 아광속 우주선으로 다른 항성계 탐사여행을 마치고 127년만에 귀환한 우주비행사가 겪는 문화 충격에 대한 소설. 렘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남녀간의 로맨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결말은 솔라리스와 비슷해서, 주인공이 마음의 평화를 찾는 해피 엔딩.
- 솔라리스 (Solaris, 1961) –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렘의 작품이지만 렘 작품 중에서는 이질적인 작품이다.[2] 외계 행성의 궤도에 설치된 지구인의 우주정거장에 수수께끼의 방문자들이 찾아온다는 내용의 소설로 세 번이나 영화화되었지만 렘 자신이 납득할 만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 욕조에서 발견한 회고록 (Pamiętnik znaleziony w wannie, 1961) - 비밀 정보기관의 비밀요원이 비밀임무를 수행하려 하지만, 너무나 비밀인지라 도대체 무슨 임무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냉전시대 첩보전의 우스꽝스런 실태를 풍자한 블랙 코미디인데, 읽다 보면 독자의 정신마저 아득해질 정도로 분위기가 제정신이 아니다.
- 무적호 (Niezwyciężony, 1964) - 외계 행성에서 실종된 우주선을 찾기 위해 파견된 우주 순양함 무적호의 고난을 다룬 이야기. 1964년작인데도 나노머신들과의 사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 사이베리아드 (Cyberiada, 1965) - "로봇을 위한 우화집" 과 비슷한 분위기의 SF 우화 단편집. 렘의 캐릭터들 중에서 인기순위 2-3위를 다투는 로봇 발명가들인 트룰과 클라파우치우스가 등장한다. 블랙 유머로 가득한 작품들이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밝다.
- 주인님의 목소리 (Głos pana,1968) – 우주에서 날아온 전파를 분석해서 얻어진, 이해할 수 없는 결과물을 손에 들고 지구 과학자들끼리 왈가왈부하는 이야기. 렘이 좋아하는 "완전히 이질적인 문명과의 의사소통은 과연 가능한가" 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 미래학 학회 (Kongres futurologiczny, 1971) – 욘 티키가 등장하는 중편 소설. 인류의 미래에 대한 맬서스적 비관론, 거기에 렘의 특기인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꿈이라는 소재를 곁들인 작품이다. 욘 티키가 주인공이니만큼 블랙 코미디 위주이지만, 후반부에는 섬뜩할 정도로 어두운 내용이 나온다.
- 바시르와 왈츠를 감독인 아리 폴먼이 2013년 더 콩그레스라는 제목으로 영상화해 그해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원작과 다르게 욘 티키가 나오지 않고 헐리웃 여배우인 로빈 라이트가 주인공이며 주제도 스타 산업에 대한 비판으로 선회했다. 게다가 실사+애니메이션이다.
- 완전한 진공 (Doskonała próżnia, 1971) – 실존하지 않는 책들에 대한 서평을 모은 책 (...).
- 우주비행사 피륵스 이야기 (Opowieści o pilocie Pirxie, 1973) – 제목대로 피륵스라는 이름의 우주비행사가 주인공인 중~단편 소설들을 모은 작품집. 렘의 작품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평범한 분위기의 SF 작품들이다 (우주 괴담에 가까운 "터미누스" 만 빼고...). 이 때문인지 작가는 별로 애착이 없는 작품집인데 독자들은 매우 좋아한다.
- 허구의 진폭 (Wielkość urojona, 1973) – 실존하지 않는 책들에 대한 소개를 담은 책. "완전한 진공" 이나 이 작품은 실제로 쓰여진 적이 없는 책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내용인데, 내용과 형식을 보면 에세이로 분류해야 하겠지만 이 책들이 실존하지 않는 작품들인 관계로 픽션으로 분류된다 (...). 여담으로 커트 보네굿의 "마인드퀘이크" 역시 작가 자신이 쓴 적도 없는 소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 감기 (Katar, 1975) – 전직 미국 우주비행사가 일련의 사망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이태리에서 겪는 일들을 다룬 미스터리 소설. 주인공이 우주비행사이긴 하지만 SF로 보긴 어렵다. 참고로 영문판 제목인 "우연의 연속 (Chain of Chance)" 은 제목부터가 까발리기다...
- 골렘 XIV (1981) – "허구의 진폭" 의 후속작에 해당하는 작품. 렘이 에세이 포맷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만하다. [3]
- 헛수고 (Fiasko, 1986) – 역시 렘이 좋아하는 "외계 문명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을 다룬 작품. 간단히 말해서 21세기에 사망한 우주비행사가 어쩌다 수세기 후에 부활하여 항성간 우주탐사에 참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항성간 우주선, 인공지능, 축퇴기관, 나노머신 등이 극히 리얼하게 묘사된 하드 SF 작품으로, 렘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긴 한데 우리말로 번역이 안되었다(...). 외계문명과의 조우라는 쟝르가 식상할 정도로 정형화된 오늘날 이 작품을 읽어보면, 그 예측불허의 절망적 전개에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 21세기 도서관 (Biblioteka XXI wieku, 1986) – 또 실존하지 않는 책에 대한 리뷰다. 영문판 제목은 "인간의 1분 (One Human Minute)".
- 지상에 평화 (Pokój na Ziemi, 1987) – 욘 티키가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장편 소설. 달표면에 있는 국제 무인 병기실험장과 연락이 두절되자 욘 티키가 UN의 의뢰로 달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무인병기의 초음파 공격에 뇌량이 절단되어 이중인격자가 된 [4] 욘 티키의 좌충우돌이 코믹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어둡다. 달, 나노머신에 의한 모든 테크놀로지의 무력화 등등 "턴에이 건담" 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은 작품.
- 수수께끼 (Zagadka, 1996) – 단편집.
- 환상적인 렘 (Fantastyczny Lem, 2001) – 최후의 단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