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광

樂廣
(? ~ 304)

서진의 인물. 자는 언보(彥輔). 악방의 아들. 악령(樂令)이라고도 한다.

남양 사람으로 8세 때 하후현을 만나 말을 했는데, 하후현은 악광을 보고 용모가 해맑은 점을 보아 반드시 당대의 명사가 되어 공부를 잘하면 집안의 문호가 부흥할 것이라 했다. 악광은 산양에 거주했고 그의 집안은 가난해서 그를 알아주는 이가 없었고 성품이 깔끔하면서 학문에 깊이가 있었으며, 욕심이 저고 남과의 경쟁하는 것을 싫어하고 담론을 잘하고 간략한 말로 사리를 분별해 상대방을 압도했다.

왕융이 수재로 악광을 천거하고 가충도 악광을 천거했으며, 악광은 태위연으로 부름을 받았다가 태자사인으로 옮겼으며, 위관은 악광을 보고 위나라 때 현학자들이 세상을 떠나 현학이 멸종된 줄 알았더니, 악광에게서 희망을 보았다면서 아들에게 악광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게 했다.

왕연이 남들과 대화할 때 말을 간결하게 한다고 자주했지만 악광과 말해보고는 자신이 수다스럽다고 느꼈다고 하며, 원성령, 중서시랑, 태자중서자, 시중, 하남윤 등을 지냈다. 하남윤을 지낼 때 친한 사람이 자주 왔다가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아 그 이유를 물었는데, 그가 전에는 자리에 있을 때 술을 주셔서 마시려고 했다가 잔 속에 뱀이 있었고 마음이 언짢았지만 그냥 마셨다가 그 후로 병이 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때 하남의 청사 벽 위에는 뿔로 장식한 활에 옻으로 뱀을 그려놓은 것이 있었는데, 악광은 잔 속에 있던 뱀은 뿔로 만든 활의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이에 다시 술을 앞에 놓고 그 손님에게 잔 속에 뭔가 보이는 것이 없냐고 하자 그 손님은 전과 같다고 했으며, 악광이 그 이유를 설명하자 그 손님의 마음이 풀려서 병이 낫게 되었다. 그런데 이 일은 응소의 조부 응침과 주부 두선의 일화와 내용이 동일하다.

위개가 총각 시절에 악광에게 꿈이 무엇인지 질문하자 생각하는 것이라 했으며, 위개가 형체와 정신이 서로 접하지 못하는 꿈도 있는데, 어찌 생각이 곧 꿈이냐고 하자 악광은 어떤 인(絪)이 있어서 그것이 꿈 속에 나타나는 것이니 꿈 속에서 수레를 타고쥐구멍 같이 작은 곳을 들어가거나 쇠 절구공이를 씹어먹는 꿈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이것은 모두 평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꿈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위개가 그 인(因)에 대한 의문을 한 달이 넘도록 풀지 못해 병이 들자 악광은 이 소식을 듣고 꿈에 대한 해석을 하자 위개의 병이 조금 나아졌는데, 악광은 감탄하면서 이 아이가 흉한 일을 당하는 중에는 고치기 어려운 병이 앉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악광이 벼슬 자리에 있을 때 공적에 대한 명예가 없었지만 직책에서 떠날 때마다 남긴 사랑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가 되었으며, 왕징, 완함, 완수, 호무보지, 사곤, 필탁 등이 취해서 벌거벗고 지내면서 필탁이 이웃집의 술을 훔쳐먹다가 지키는 자에게 묶이자 악광은 이 소식을 듣고 비웃으면서 명교 가운데 스스로 즐거움이 있는데 하필 이래야 하냐고 했다.

사마륜이 제위를 찬탈하자 악광은 만분, 최수 등과 함께 옥새를 직접 사마륜에게 건넸으며, 상서좌복야, 사마요 휘하의 복야를 지내다가 우복야, 령이부로 옮겼다. 왕융의 뒤를 이어 상서령이 되었다.

낙양에서 사마예가 권세를 잡았고 사마예가 사마영과 서로 다투었는데, 악광의 딸이 사마영에게 시집가서 인척 관계를 맺었기에 여러 사람들이 악광을 참소하면서 사마예가 의심하자 이를 근심하다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