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래
1960년대에 거친 수비로 명성과 악명을 떨친 이탈리아 축구에 관련 축구인들이나 언론이 붙인 별명 혹은 조어. 2010년에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이자 아가리 파이터 요한 크루이프가 다시 이 말을 꺼내들었다. 안티 풋볼이란 말을 크루이프가 만든 걸로 아는 사람도 있으나, 안티 풋볼이란 말은 사실 상당히 나온지 오래된 용어다. 자세한 걸 알고 싶다면 조나단 윌슨이 쓴 축구 철학의 역사를 읽어볼 것.
2 요한 크루이프
요한 크루이프는 자신이 추구하는 패싱 게임 스타일 FC 바르셀로나가 2009년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 경기에서 첼시 FC를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지만, 1차전 경기에서 사실상 공격을 포기한 듯한 첼시의 두터운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그러자 당장 바르셀로나 덕후인 크루이프가 첼시를 향해 '안티 풋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인테르가 2010년 챔피언스 리그 4강에서 역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전략과 전원 수비 전략을 들고 나오자 안티 풋볼이라는 말로 비난했다. 즉, 축구는 양 팀이 화끈한 공격을 구사해서 보는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는 스포츠라는 말. 이 가치관은 모든 팀에 평등해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모국인 네덜란드마저도 같은 논리로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퍼부은 적이 있다.
2.1 비판
그러나 이는 문제의 소지가 많은 발언이다. 우선 벼랑 끝 매치인 토너먼트에서 수비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으며, 모든 팀들이 FC 바르셀로나나 스페인식 패싱 게임에 맞출 수는 없는 일이다(애초에 그래야 할 이유도 없지만). 알렉스 퍼거슨처럼 장기 집권하면서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지 않는 이상, 감독은 원래 있던 선수들과 몇몇 영입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 베컴이나 챠비 에르난데스 같은 선수가 쉽게 구해지는 건 아니며, 축구 선수 중에는 패싱 게임보다는 전투적인 경기를 해야 하는 유형도 많다. 즉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패싱 게임이 아니라 기존 선수들에 최적화된 축구를 구사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축구'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지는 대단히 애매한 문제다. 아름답게 공격만 하다가 져도 아름다운 축구라 부를 것인가? 2009/10 시즌 바르셀로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팀으로 평가되고 있었고, 인테르도 세리에를 호령하는 강팀이긴 했지만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크게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테르가 패싱 게임에 맞춘, 통하지도 않을 전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건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강팀을 상대할 땐 그 팀에 걸맞는 전술이 있기 마련이고, 인테르와 같이 자신들만의 맞춤형 전략을 사용하여 기적을 일궈내는 축구야말로 진정한 뷰티풀 풋볼이지, 과정의 아름다움만을 강조하여 결과를 포기하는 것은 결코 아름답다 할 수 없다.
단순한 승리보다는 이상적이고 이념적인 축구에 도달하려고 하는 목표는 대단히 좋은 것이나, 그것에 승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름다움을 상실한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아스날 FC만 해도 몇 년 연속 무관에 그친 아르센 벵거 감독은 결국 10/11 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에서 그들의 철학을 포기하고 ─ 그것이 실패로 끝났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 수비 전술로 나오지 않았는가? 또한, 벵거 역시 승리 보다는 매력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감독이나 장기간 이어지는 무관 행진으로 인해 벵거에 대한 아스날 팬들의 지지가 크게 식어버리기도 했다.
사실 FC 바르셀로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한다'라는 소리를 들은 듣는 것도 그들의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뿐 아니라 08/09 시즌부터 만들어내고 있는 아름다운 성적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지, 그들의 축구만이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1] 실제로 숏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를 '골 못 넣는 비효율적인 축구'라고 비하하는 의견은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이 전성기를 맞이하기 전부터 있었고, 2012-13 챔피언스 리그에서 바르셀로나가 뮌헨에게 총합 7:0으로 처참하게 깨지자 다시 바르셀로나식 축구에 대한 비판이 급증한 바 있다. 즉 아름다운 축구 철학을 추구하면서 결국 승리를 거둘 때에야 비로소 그것이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물론 오로지 승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공격이 되었든, 아름다운 수비가 되었든, 승패에 있어 아름다움은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이며 이긴 쪽이 더 아름답고 강한 팀으로 불리는 것이다. 피치 위에서 펼쳐진 전술을 안티 풋볼이라 칭하는 것은 잘못이며, 상대방에 대해 승리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한 노력에 대한 모독이다.
그리고 FC 바르셀로나가 자신들의 축구 철학을 완고히 지키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항상 이념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10/11 시즌 라 리가 우승을 확정짓는 레반테전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후반전에 서로 스스로의 진영 뒤쪽에서만 패스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바르셀로나의 패싱 게임이 재밌다는 사람도 많지만, 패싱 게임을 '공 돌리기, 점유율만 있는 축구'라며 오히려 단조롭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는 것. 한 사기 캐릭터의 경이로운 드리블이 없다면, 그냥 뒷공간 열릴 때까지 공 돌리기나 하는 게 아름답냐고 비아냥거리는 팬들도 있다. 이와 관련되어 바르셀로나 서포터들이 까이는 것은 점유율 축구가 무조건 가장 아름다운 축구이며 재미있는 축구라고 정의를 내리고, 다른 이들의 축구 취향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축구가 재미있는지 여부는 개개인의 판단에 달린 문제이지 점유율 축구 신봉자들이 만든 절대적인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2] 이는 09/10 챔피언스 리그 인테르전에서 바르셀로나가 3-1로 패배했을 때도 대다수 사람들은 인테르가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에 대해 맞춤형 전략을 짜 준비를 철저히 해 온 것을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면 했지, 몇몇 바르셀로나 팬들의 안티 풋볼이니 뭐니 하는 무례한 언행들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시 말해 크루이프가 말하는 아름다운 축구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 팬들이 많고, 오히려 크루이프 입장에서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축구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팬들도 많이 있다. 결국 '아름다운 축구'라는 말 자체가 크루이프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크루이프의 주장 대부분이 힘을 잃는다.
여담이지만 안티 풋볼, 10백 같이 극단적인 수비를 하는 전술은 단순히 모든 선수가 수비 가담을 하면 되는 만사형통 전술이 아니라, 티키타카만큼이나 실현하기 어려운 전술이다. 극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강팀(최소한 자신들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갖고있는 팀)을 상대로 한 골이라도 실점하면 안 되기 때문. 전원이 수비에 참가하더라도, 크랙 한 명이 성공시킬 수 있는 공격과 달리 구멍 한 명, 혹은 실수 한 번만으로도 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강한 수비 조직력과 허슬 플레이가 요구된다. 그리고 만약 한 골을 실점했다면 만회 골을 넣기 위해 라인을 올려서 공격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뒷공간이 열리기 때문에 오히려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3] 따라서 한 골에 모든 것을 거는 전술이다.
3 추세
숏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를 하는 강팀들을 상대로 수비적인 전술이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아지자 안티 풋볼에 대한 안 좋은 시선들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든 편이다. 안티 풋볼이라는 용어도 수비적인 전술을 비하하는 의미 없이 하나의 전술 용어로도 쓰이는 추세.- ↑ 바르셀로나는 07/08 시즌의 부진을 딛고 메시 등을 앞세워서 08/09 시즌 전관왕부터 시작해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소리를 들을 법한 기량을 보여주며 클럽 창단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크루이프가 "펩 과르디올라 체제하의 현재 바르사 축구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축구에 근접하다."라고 했으며, 안티 풋볼이니 뭐니 거만을 떤 데는 자기 나름대로는 믿을 구석이 있었던 셈.
우리에겐 크고 아름다운 성적이 있다 - ↑ 예를 들자면, 세리에 A가 유럽을 휩쓸 때에는 수비 축구 나름의 강함에 매력을 느끼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 ↑ 10백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떨어지고, 기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수비 전력을 가진 팀이 축구 괴물들에게 뒷공간을 내주게 되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