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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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어슐러 K. 르 귄이 어스시라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여 집필한 판타지 소설들의 총칭. 영어로는 'Earthsea Cycle' 이라고 하며 6권의 장편(정확히는 5권의 장편과 한 권의 단편집)과 두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어판은 황금가지에서 발매하였다.

작품의 배경인 어스시[1]는 넓은 대양에 수많은 섬들이 펼쳐진 군도이다.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은 마법사 게드. 홍인으로 묘사된다.[2] 작품이 처음 쓰인 당시까지만 해도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동시에 문명인)이 백인이 아닌 데다가 서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 저자 르 귄의 사상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환경주의, 생태주의, 그리고 여성주의적 시각 또한 반영되어있어 책을 읽으면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3]

나니아 연대기반지의 제왕과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문학으로 거론되는 일이 많으나 영화화되어 성공을 거둔 두 작품에 비해서는 다소 인지도가 적다고 할 수 있다.

연대기의 세 번째 작품 <머나먼 바닷가>와 네 번째 작품 <테하누>가 스튜디오 지브리에 의해 애니메이션 영화화되었다. 그 결과로 나온 게 게드전기. 망했어요... 저자의 작품관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데다가[4] 그나마 스토리도 원작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서 르 귄 여사도 상영회 때 '이건 내 작품이 아니다' 라고 했을 정도.

그 외에 실사 드라마로도 몇 편이 제작되었지만 역시 원작의 퀄리티에 한참 못 미친다. 아마 원작의 깊이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때문에 어스시 연대기를 완벽하게 영상화하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긴 하다.

2 작품 목록

어스시 연대기
Eathsea Cycle
황금가지 어스시 전집
어스시의 마법사
A Wizard of Earthsea
아투안의 무덤
The Tombs of Atuan
머나먼 바닷가
The Farthest Shore
테하누
Tehanu: The Last Book of Earthsea
어스시의 이야기들(단편집)
Tales from Earthsea
또 다른 바람
The Other Wind
단편
해제의 주문The Word of Unbinding〉 (1964) ⒬
이름의 법칙The Rule of Names〉 (1964) ⒬
오드렌의 딸The Daughter of Odre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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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가지 어스시 전집 5 《어스시의 이야기들》에 수록된 단편은 제외
* ⒬는 《바람의 열두 방향The Wind's Twelve Quarters》에 수록
미디어믹스
게드전기》(2006, 애니메이션)
《Earthsea》(미니드라마)

3 인물 목록

4 세계관 개략

5권에 실린 설정 및 본편의 내용을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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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세고이' 라고 불리는 창조주가 진정한 이름을 불러 바다에서 섬들을 끌어올렸다고 전해진다. 이 이름은 세상 만물에 각각 하나씩 있으며[5] 태초의 말로 지어졌다.

사람의 경우 태어나서는 아명으로 불리지만 10대 초중반에 일종의 성인식을 치르면서 그 이름을 '뺏기고' 새로 진정한 이름을 받게 되며 평소에는 '나무딸기' 나 '새매'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위 인물 목록의 '/' 앞쪽이 통상의 명칭이고 뒷쪽이 진정한 이름으로 이 이름은 당연히 소중한 사람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려줘서는 안 된다.

쉽게 말해 진명 사상인데 이 세계관에서는 그 사상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름의 관리에 정말로 주의해야 한다.[6]

대개의 군도는 해브너라는 거대한 섬을 중심으로 몰려있고 군도의 사회는 이 섬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마법은 이 사회의 중심이자 일종의 애니미즘적 종교와 큰 관련이 있는데 사실 하나라고 봐도 된다. 중세 유럽처럼 마술사와 마녀들을 꺼리면서도 무슨 일이 있으면[7] 찾아가며 로크 섬의 마법사들은 사제이며 학자 비스무리한 존재로 취급된다.[8] 이 애니미즘적 종교는 거의 폴리네시아 사람들의 신앙과 비슷하다. 전승 시가와 춤을 중시하는 것도 그렇고.[9]

이 '군도' 에 속하면서도 군도 사회와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사회를 가진 것이 북동쪽에 있는 신성 카르그 제국으로 네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인종도 종교도 다르다. 카르그 제국을 구성하는 인종은 백인종으로 테나와 3권 이후 로크의 조형사로 있는 아즈버, 6권에 나오는 왕녀가 여기 출신이다.

북쪽에는 호겐 대륙이 있으나 전혀 언급이 안 된다[10]. 이에 대해선 작가의 다른 시리즈인 서부 해안 연대기 또한 세계의 다른 부분은 언급이 안 되니 어쩌면 같은 세계임을 의미하는 떡밥이란 해석이 있다. 그 경우 서부 해안은 호겐 대륙의 서편, 군도의 북서편이 되는데 가능성은 낮으며 현재로선 작가가 이에 대한 언급을 따로 하지 않는 한 확인할 수 없다.

해브너에서 봤을 때 서쪽의 바다는 주로 용들이 사는데 이 용들은 불을 뿜고 날아다니며 물에 빠지면 죽는다. 또한 이들은 태초의 말을 사용한다.[11] 이 용들은 대개 인간과 그 문명을 만나면 일단 파괴하고 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인간에게 먼저 말을 걸 때도 있다. 이렇게 용이 먼저 말을 거는 인간을 '용주(龍主)' 라고 하며 뭔가 대단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알려진 용주는 에레삭베나 게드 정도.

태초의 마법에 의해 끌어올려진 만큼 각 섬들에는 마법의 힘이 어린 곳이 있는데 이 땅의 어두운 마력은 로크의 마법사들에게는 사악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정작 로크 마법사들의 마법 기반은 로크 섬의 마력으로 로크에서 멀어질수록 이들의 마법이 잘 안 먹힌다. 어스시 시리즈의 초반에는 그것이 당연한 진리로 여겨졌으나[12] 후반으로 갈수록 그에 대한 의문이 부풀려진다. 사실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에 나온 이야기의 반전[13]이 나오기에 독자들이 후반부 책들을 읽으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군도는 유사 이후로 하나의 왕이 통치하였지만 에레삭베라는 대마법사가 평화의 룬이 새겨진 유일한 팔찌를 친선 목적으로 카르그에 선물하러 갔다가 쪼개먹고 잃어버린 뒤로[14] 왕가가 끊겨버렸다. 혈통은 남았지만...[15]

이후 군도는 수많은 야심가들과 공경들, 해적들의 발호가 끊이지 않으며 3권까지도 그 경향이 있게 된다. 몇백 년을 이랬으니 징하다.

자연스럽게 군도의 사람들은 눈마새에서 북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왕을 평화와 안정과 번영의 상징, 하나의 구세주로 여기며 마음속으로 갈구하게 된다. 그 경향 속에서 각지의 마술사들과 마녀들이 알음알음 모여 로크 섬에 마법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기르며 세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16] 로크 섬과 마법학교는 원래 현명하고 평화적인 마녀들이 세운 곳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마법학교를 남자들이 차지했고 여성의 출입을 금지했다. 여자는 마법사가 될 수 없다는 둥. 이 당시엔 없었지만 몇백년 후 사라진 국왕의 대리 비슷한 위치에 있는 대현자가 나타난다.

게드의 시대에 이르면 로크 섬의 마법학교는 왕의 정부를 대신해 군도 중앙의 질서와 평화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상당히 대단한 조직이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경, 영주 등의 귀인들에게 봉사할 마법사들을 파견하거나 큰 문제가 생긴 섬에 마법사를 보내거나 하는 식의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게드 항목에 약간 나와있는 대로 게드는 결국 에레삭베의 고리[17]를 되찾아 복원하고 평화의 룬을 재발견하며 군도에 새 왕을 찾아준다. 후대의 기록을 보면 새로운 왕이 나타났기 때문인지 몰라도 게드가 대현자가 아니게 된 이후로 새로운 대현자는 나타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사실 그것보다도 대단한 것은 자신의 마법을 희생하여 불멸을 추구하던 마법사 '거미' 가 연 문을 닫아 세계에서 사라지던 마법의 힘을 되돌린 것이다. 이 마법 자체가 세계를 이루는 비슷한 것이고 사람들의 인성과도 연관이 있기에 마법이 '담장 너머의 세계'[18] 로 빨려나가자 사람들의 마법에 대한 믿음과 인성이 상당히 타격을 받는다. 어떤 의미로든 게드는 구세주이며 세계의 질서를 새로 바로잡은 자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3권까지의 내용이다.

4권 테하누는 마법력을 잃은 게드가 곤트 섬으로 돌아온 이후 이야기인데 이야기 시작 시점이 3권 끝부분이고 테나 시점이라 후반부까진 게드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마법을 잃은 마법사와 과부와 불구자가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기 시작했는데 마법을 가진 남자들과 충돌해 갈등을 일으킨다.

초반에 막 즉위할 예정인 아렌/레반넨의 사자가 게드를 즉위식에 데리러 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며 중반엔 왕이 된지 얼마 안 된 아렌/레반넨이 테나를 만나러 곤트로 향하다가 우연히 테나와 테하누를 만난다. 마지막엔 왕이 질서를 세우면서 잘못을 범하는 자를 멸하거나 가둘 때 왕이 멸하지 못하는 것을 용이 멸한 걸로 끝났다.

5권 어스시의 또다른 이야기들은 단편 모음집이다. 1권보다 이전 이야기, 3권 이전의 이야기, 4권 이후 6권 직전의 시대의 주요한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3권 이전 이야기에선 게드가 후반에 잠깐 등장한다.

6권 또다른 바람에선 3권 이후 서쪽의 용들 중 일부가 어스시 군도에 사는 인간들을 몰아내려고 여러 차례 습격을 해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담장 너머의 세계' 가 변화하려는 듯한 조짐을 보인다.

아렌/레반넨이 즉위한 후로 서쪽의 용들과 동쪽의 카르그 제국에게서 어스시 군도를 지켜내고 노력하는데 6권 시점에선 카르그 제국이 나름 두 나라 사이의 평화를 원하는 아렌/레반넨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표시로 고왕의 딸인 왕녀와 결혼할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6권에서의 아렌/레반넨은 용의 습격의 원인을 알아내고서 해결해야 하고 카르그 제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거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태였다.

6권에서 게드는 조언으로 일종의 길라잡이를 해주는 정도로만 활약하고 대부분의 활약은 테나, 테하누, 아렌/레반넨 등이 한다. 마지막엔 어스시 군도 지역에 있던 용들 모두 서쪽으로 떠나며 아렌/레반넨과 왕녀는 결혼하게 된다.

여기서 '담장 너머의 세계' 가 가진 비밀이 밝혀지는데 결과적으로 3권에서 게드가 한 일은 헛일이 되어버린다. 지못미. 일단 그것도 세계를 구하긴 한 거라 후대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만...

판타지에서 자주 보이는 '야만인들의 전설이 사실은 진실의 실마리' 라는 패턴이 쓰이는데 이 야만인들이 호전적이고 눈 파랗고 피부 하얀 북구인 같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미묘한 느낌이 드는 부분.

  1. 'Earthsea' 를 땅바다라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대로 어스시라고 써야 하는가는 번역의 논쟁 대상이다.
  2. 작품에서 'Red-brown skin' 이라고 묘사되는데 국내 번역판은 이를 '홍인' 으로 번역했다. 르귄의 아버지가 아메리카 원주민 연구가이고 아메리카 원주민을 '홍인' 이라 불렀다.
  3. 이 특징들은 르 귄 여사 작품의 전체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4. 게드가 새하얀 백인이다!
  5. 예를 들어 모래의 경우 모래라는 보편물질의 전체를 일컫는 이름도 있지만 모래알 하나하나의 이름도 있는 식이다!
  6. 어떤 강력하고 지혜로운 또라이 마법사가 섬 하나를 창세 이전으로 되돌린, 즉 바다 밑으로 가라앉힌 적도 있었다. 섬 전체의 진명과 부분부분의 진명 등등을 전부 알아내서 저지른 미친 짓이긴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세계 모든 구성요소의 진명을 알면 세계멸망도 가능하다.
  7. 대개의 경우 진명을 세계에게서 받아서 부여해주는 것도 이들이다!
  8. 우주의 균형과 올바른 것을 위해 마법을 행사하거나 행사하지 않는 수도자 비슷한 부류라 어쩐지 스타워즈의 제다이가 연상된다. 일단 별 이유도 없이 결혼도 못하고(마법으로 여자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린다!). 근데 마법사들은 남자만 될 수 있다. 때문에 후반에 좀 까인다(작가 성향이 원래 이런 권위주의적 남성들하고 안 맞는다). 읽다보면 제일 열받는 부분 중 하나는 이 로크 섬의 기원에 대한 것이다. 로크 섬과 마법학교는 원래 현명하고 평화적인 마녀들이 세운 곳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마법학교를 남자들이 차지했고 여성의 출입을 금지했다. 여자는 마법사가 될 수 없다는 둥.
  9. 사실 배경도 그렇고 인종도 그렇고 폴리네시아를 생각하면 얼추 맞아떨어진다.
  10. 대륙의 크기가 어쩌면 어스시 전체의 크기보다 클지도 모른다고 언급되기는 한다
  11. 이것은 굉장한 어드밴티지인데 태초의 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법이며 지혜의 원천이다. 마법의 주 구성요소인 고대어 룬과 주문은 태초의 말로 이뤄지며 무엇보다 인간은 태초의 말로는 거짓말을 할 수 없지만 용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 물론 진명에 묶여있는 건 같다.
  12. 1권에서 게드는 오스킬 섬의 어두운 마력과 저승에서 나온 자신의 '그림자' 가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느낀다.
  13. 예를 들어 4권 이후 '인간과 용이 태초에 하나의 종이었으나 싸운 후 서로 다른 지역으로 가면서 하나의 종이었음을 잊었다' 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에 더해 가장 나이든 용에 대한 호칭이 세고이...
  14. 이를 되찾는 모험이 2권 아투안의 무덤이다.
  15. 그래도 에레삭베는 마지막 왕의 친구로 강대한 용과 싸우는 등 한 일이 많아 수많은 위업을 쌓은 영웅으로 숭앙된다. 게드가 자그마치 주인공이고 에레삭베 뒷수습에 더해 세계를 구하는 엄청난 위업을 행했음에도 사람들에게는 에레삭베에 준하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고 보면 된다.
  16. 이 과정은 5권의 한 단편에 잘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읽으면 수문사에 대한 강렬한 애호심이 생긴다
  17. 원래 이건 세계 최고의 미녀였다던 엘파란의 팔찌다! 에레삭베가 잃어버려서 그렇게 부를 뿐이지...
  18. 저승이며 또한 메마르고 마법에 반대되는 음적인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