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창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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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타지소설. 저자는 권병수. 청어람에서 총 10권(1부 완)까지 발매되었다.

표지의 특징을 꼽자면, 당시 유행하던 그리고 지금도 유행하는 방식대로 특정 캐릭터를 선정해서 그 캐릭터의 일러스트를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중세 시기의 교회 창문을 장식한 스테인드 글라스 형식으로 을 든 기사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이는 작가가 요청한 것이라고 한다.

1 작품 소개

튜멜의 영지에서 식객으로 머물던 레미 아낙스에게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온다.
그것은 마족 왕국 카민의 총기사단장 티이르2세에게 온 무도회의 초대장으로서 새벽의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카민으로 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따라 레미 아낙스와 케이시 튜멜, 그리고 하 이언은 카민으로 향하는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 각 국간의 알력으로 인해 빚어진 발트하임(라이어르 연합의 한 국가)에서 벌어진 내전의 한가운데에 뛰어들게 된다.

2 등장인물

2.1 주인공 파티

  • 케이시 튜멜
  • 하 이언
  • 파일런 디르거
  • 레미 아낙스
  • 에피
  • 레이드
  • 카라(카린샤 임로프)
  • 체스터 남작(작품 후반부에 합류)

2.2 크림발츠

  • 민트 J 케언
  • 옌스터 데일
  • 캇셀 아마인
  • 라미스 큐린
  • 카시안 루엘 파반트 왕자
  • 소 생 마리 후작
  • 에피온 엘지엔 아셔 파반트
  • 루퍼스 에드메이드
  • 다니엘 키올스
  • 엘레네스 델라 아아리엔 파반트

2.3 라이어른 맹약국

  • 레흐 디히트 아델만
  • 페나 라이침버 아델만
  • 에르만 하일리버
  • 사자왕 베오하이트 [1]
  • 코퍼 기사대장

3 국가

4 작품의 특징

4.1 다중 주인공 전개

튜멜 파티의 주인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레미 아낙스의 이야기가 강조되기 보다는 크림발츠 궁정 내부의 암투를 그리기도 하고, 갑자기 튜멜파티의 이야기를 그리다가 라이어른 상층부의 권력다툼을 그리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한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으며 다양한 시선으로 하나의 사건을 그려내기도 한다.

4.2 세밀한 전쟁묘사

처음 보는 사람은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전쟁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에 대하여 세세하게 묘사하였는데, 가령 기병대가 보급부대를 습격했을 때 자매 중 언니가 말발굽에 밟혀 죽었는데 그때 반으로 나뉘어진 얼굴과 일그러진 표정에 대해서 묘사했으며 이에 대한 충격으로 동생이 미쳐서 반만남은 언니의 얼굴을 들고 노래하면서 춤추다가 기병의 메이스에 뒤통수를 맞고 죽는 장면에 3줄을 할애할 정도이다.

4.3 치밀한 궁정암투

궁정 내부에서 누가 실세이며 누가 권력을 가졌고,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암살을 시도했고 이에 대한 파장이 후에 일어날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하여 굉장히 자세하게 서술했다. 또한 권력 다툼으로 인하여 소외되는 사람이나 그 중심부에서 한창 계획을 세워가며 숙청을 단행하는 귀족들 간의 암투를 마치 옆에서 보고 적은 것처럼 세세하게 묘사하였다.

4.4 작중 악인이 없다

작중에서 이유도 없이 사악한 행동을 저지르는 인물이 없다. 가령 튜멜 파티를 잡으려고 들었던 라트에일의 영주의 경우에도 그가 귀족을 잡기 위한 이유가 있었다. 병약한 딸의 약값을 충당하지 못해서 파산 직전에 오른 영주가 그들의 목에 걸린 막대한 현상금을 보고서 나섰던 것이다.
이와 같이 아무런 이유 없이 주인공을 위기로 몰아 넣는 악역은 없으며, 다만 서로간의 정의가 상충되기 때문에 악인으로 보이는 인물들은 많이 있다. 어차피 주인공 일행도 선량한 영웅적 인물이 아닌 것을 생각하면, 모든 인물이 제각기의 이유로 자기 잇속을 차리는 악당인 셈. 악인이 없는게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어느정도씩은 악당인거다.

4.5 먼치킨이 없다

작중 최강으로 묘사된 파일런 디르거의 경우도 칼침 한대 맞으면 일격에 주님 곁으로 가는 인간일 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하 이언이 말했던 한마디가 있다. '소드마스터 한명보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얼간이 열명이 전쟁에서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나같으면 소드마스터는 후방에서 접시닦이나 시키겠습니다.'

5 단점

미리 알아 둘 것이 있는데, 원래 15~20권 분량으로 여왕의 창기병을 1부로 끝내려 했으나 그 당시의 출판사였던 청어람과의 분량을 나누자는 의견도 있었고 그리고 후술할 이유 때문에....

5.1 지나치게 세밀한 묘사

세밀한 전쟁 장면을 통해서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은 좋았으나, 그로 인하여 작품의 속도가 늘어지고 상대적으로 지루하다고도 할 수 있다. 수도 공성전과 에펜도르프 공방이 책 전체의 7할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전쟁씬 자체는 매우 현실성 있고 뛰어나다. 작중 묘사되는 군제가 중세 군대 치고는 지나치게 잘 짜여 있어 중세라기보다는 근현대 군대같다고 아쉬워 하는 사람도 있지만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2].

5.2 지나치게 긴 도입부

수도 공성전과 에펜도르프 공방전이 7할이라면 나머지 3할인 튜멜 파티의 여행은 이를 위한 도입부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도입부는 지루하다는 평이 많으며 가뜩이나 무뚝뚝하고 재미 없는 캐릭터들이 모험을 하는게 주 내용이라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기 딱 좋다.

또한 중반부터 작가의 필력이 늘어나는데 이것은 상대적으로 가뜩이나 지루한 초반부의 필력은 영 독자들을 끌어들이기에 부족하다는 뜻이다.

5.3 지나친 주제의식 강조

세밀한 묘사와 긴 도입부 때문에 지나치게 이야기의 전개가 늘어지기도 하지만, 그 늘어진 분량 속에서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역시 지나치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양판소가 보여주는 낭만적이고 애들 장난같은 전쟁이 아니라 잔혹하고 끔찍한 전쟁의 참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높게 평가해 마땅하고, 그 시도가 성공했기 때문에 여왕의 창기병이 한국 판타지의 역사에 이름이 남을만한 작품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의식을 위한 묘사가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안 그래도 느린 이야기의 전개속도를 더욱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전쟁의 잔혹함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전쟁에 휘말린 민간인들이 얼마나 쉽고 무참하게 죽어 나가는지, 그리고 전쟁을 우습게 보고 함부로 거기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참 좋으나, 명백히 같은 목적의식을 가진 장면이 계속 반복적으로 드러난다면 독자는 피로를 느낄 수 밖에 없다[3]. 작가 스스로 말하길 종군기자에 가깝게 한 관점으로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4]

5.4 무의미한 설정 놀음

마법 설정을 굉장히 상세하게 짜 놨고 작중에서도 한 페이지 이상의 많은 분량을 들여서 설명헀다. 하지만 정작 이 소설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중반 이후로는 아예 마법의 마 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등장하는 마법의 종류도 하이언의 화염 마법 뿐. 이것 뿐이라면 복잡하게 마법을 설정하고 설명한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만 무적이라 불렸던 제국의 마법연대가 아메린 독립군의 지치지 않는 파상공격에 전멸하고 제국이 붕괴된 이후로 마법연대를 운용하는 국가는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온다. 이유는 대마법사가 아닌 이상 마법사라는 존재는 전술적으로 강력할지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비용에 비하여 효용가치가 없기 때문.

본문에서도 설정에 관한 3인칭 서술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또 작중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그 설정에 관한 발언을 한다. 또한 권말 부록도 분량의 5퍼센트 정도는 설정을 써놓을 정도로 상세하게 짜놨다. 각 나라의 기념일, 군사 편제, 행정 구조, 언어, 기념일 등 방대한 설정을 짜놓았고 작가는 환율이나 단어, 문법 체계까지 만들어놓았다고 했지만 정작 활용되는 것들은 주 무대인 라이어른과 크림발츠의 설정들일 뿐이다. 물론 중간에 연재가 급완결되면서 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된 설정도 상당수 있겠고 주로 활용된 내용들은 본문에서 자연스럽게 혹은 억지로나마 녹아들어서 설정을 안 읽는다고 소설을 읽는데 문제가 생기는건 아니다. 그렇기에 이쯤되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설정인지도 불분명해진다.

5.5 엔딩이 너무 날림이다

엔딩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캐릭터들이 이야기시키려고 하는 건지 캐릭터들이 완전 수다쟁이가 되어서 연설을 하게 되었다. 무슨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서 후다닥 마친 듯한 느낌이 진하게 든다[5].

5.6 사자왕이 삭제됐다

다만 이 부분은 반론의 여지가 있는게 사자왕의 생존에 대한 것이 떡밥으로 나오긴 하지만 이미 발트하임의 왕위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사자왕 자신도 노쇠하여 기력이 예전치 못하고 가끔씩 실성해버리는 치매증상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에 사자왕이 돌아온다고 해도 별다른 반전은 없었을 것이다. 이건 유일하게 자신을 따르는 광대가 사자왕에게 복귀하자고 하자 사자왕 스스로도 쓸쓸히 독백한다.

다만 과거엔 사자왕이라고 불릴 정도의 왕이 왕위에서 물러난 왕이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는건 참으로 아쉬운 일. 사실 위에 나온 것 같이 사자왕이 설령 생존해 있다 하더라도 다시 왕위에 복위할 수는 없다는 것 자체는 사자왕 자신의 독백 뿐 아니라, 튜멜 파티에서 튜멜과 이언의 대화에서도 확실히 다뤄지는 부분이다.(왕위란 소금병 주고 받든 줬다가 돌려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설령 사자왕 자신이 직접 왕위에 복위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지는 않더라도, 사자왕이라는 이름이 작중에서 가지는 막대한 상징성을 생각하면 그 정치적 의미는 분명히 막대하고, 실제로 사자왕이 살아있다는 떡밥이 풀릴 때만 해도 이 인물을 둘러싸고 심각하고 중요한 정치적 갈등이 벌어질듯한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결국 결말에서는 별 이야기 없이 사라져버렸다.(...)

5.7 고증?

몇 십 년간 혹독한 훈련과 실전을 거친 대륙 최강의 기사 - 소위 소드 마스터라고 부를 수 있는 - 120명이라고 해도 2개 독립대 960명이 석궁을 날리면 5분 이내 전멸 당하는 게 상식이었다. 5분이면 최소한 4800발의 콰렐이 120명에게 쏟아져 내리게 된다. 4800발이라는 숫자는 이론적으로 일개 기사대 2000명을 몰살시키고도 절반 이상이 남는 숫자였다.

대륙 역사상 최강의 기사라는데 이견이 없는 아메린 최고의 기사였다고 확언할 수 있는 '폭풍의 기사' 테라크 '폭풍' 아크 세빌(Terakk 'storm'Arc Seviel : 483-541)...(중략)...전사하고 말았다. 그를 쓰러뜨린 것은 그보다 탁월한 기사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크림발츠에는 그런 실력을 가진 기사가 없었다.
휘하 기사단을 이끌고 돌격하는 선두에 서있던 그에게 무려 5000발이 넘는 콰렐이 쏟아졌다. 그의 뒤를 따르는 480명의 기사들은 철저하게 무시하고 오직 한 사람을 겨냥하고 잘 훈련된 궁병대들이 쉴틈없이 화살을 퍼부은 것이다. 전술의 상식을 깨는 일견 무모한 전술이었다. 크림발츠로서는 그 전투에서 패하는 한이 있어도 폭풍의 기사 세빌은 살려둘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크림발츠는 그 전투에서 480명의 기사단 돌격을 허용한 결과로 상당한 숫자의 중무병 보병들을 잃었지만 폭풍의 기사 세빌경을 전사시키는데 성공했다. 오직 한 사람을 향해서 집중된 5000발의 콰렐 때문에 아메린측에서는 세빌경의 시신을 회수하는데 실패했다. 수습할 시신이 그 콰렐의 바다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그를 능가하는 기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역사상 최강의 기사는 그렇게 죽었고, 최강 기사라는 명예는 이제 더이상 대륙 어디에도 없었다. (중략) 그후 아메린을 비롯한 대륙 국가 대다수가 한두 명의 정예 기사보다는 개개인의 능력은 그들보다 떨어져도 잘 훈련된 대규모 병사 우월론은 내세우게 된 것은 세빌경의 죽음 이후였다.
전장을 바꿀 힘이 없었던, 그리고 세상을 바꿀 힘이 없었던 일개 개인의 죽음이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세상을 바꾸고 말았다. '잘 훈련된 대규모 병력은 무적이다. 한 명의 천재보다는 100명의 둔재들이 강하다.'라는 절대 믿음의 근원에는 비참하게 죽음을 맞은 대륙 최강의 기사 세빌경이 있었다.

도중에 나오는 '아메린의 폭풍의 기사 아크세빌 경'의 최후에 관한 일화는 과장과 숫자 고증이 지나쳐서 오히려 현실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강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조이sf의 비판토론글

  • 전장에서 돌격해오는 기사 한 사람에게 5,000발을 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으며, '가능하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이라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 이런 식의 공격이 가능할 정도라면 애초에 세빌 경'만'을 노릴 필요성은 없다. 충분히 돌격해오는 기사단을 전멸시킬 수 있다.
    • 상황을 거꾸로 보게 되면, 결국 세빌 경은 결국 2,000명 이상을 몰살시킬 수 있는 공격을 받고 (본인은 죽었지만) 몸빵을 해낸 다음 480명의 돌격은 성공시켜서 엄청난 피해를 낸 셈이 된다. 이래서야 '한 명의 천재보다 100명의 둔재들이 강하다'를 증명하는 일화가 되기는 커녕 '1명의 천재가 2,000명의 둔재에 필적'하는 존재로 봐야하는 것이 아닌가?
  • 세세한 사항에서 현실성이 없다.
    • 죽음이 다가오는데 정확하게 목표만 노리고 사격하는 병사들은 훈련도가 지나치게 높아보인다.
  • 크로스보우의 성능이 무슨 자동소총 급이다.
    • 크로스보우의 명중률이 너무 높다. 모두가 다 주몽인 것도 아닌데. 게다가 방패나 갑옷에 막힐 확률까지 계산해보면...
    • 기껏해야 300m 내외의 유효사거리를 갖춘 크로스보우로, 시속 40km정도의 속력으로 전력질주해오는 기사를 상대로 5분 동안이나 사격할 여유는 없다. 300m는 시속 40km로 30초도 안 걸리고 돌파할 수 있는 거리다.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병들이 저지해준다면 또 모르지만, 아군과 충돌한 선두의 기사를 저격한다는 것은...팀킬하실래예? 그 중 판금갑옷을 관통할 수 있는 실질적인 거리는 -석궁이나 갑옷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50m 내외라고 한다면, 실질적으로 석궁병이 기사들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기회는 기껏해야 1~2회가 될 것이다. 즉 120명의 기사들은 보통 1,000발의 콰렐, 운이 지독히 없다면 2,000발의 콰렐만 감당해내면 석궁병을 도륙낼 수 있다. 물론 엄폐물이 없다면 1,000여 발의 발사체로 120명의 기마대를 일격에 무력화시키는 것은 힘든 일.
    • 크로스보우 화살로 시체를 회수도 못 하게 훼손시키는 것은 어렵다. 묶어놓고 쏘는 것도 아니고. 맞아서 낙마한다면 무력화된 목표물에 계속 사격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 소수 정예에 대한 평가가 박하기 그지 없다. 작중 내내 아무리 정예라도 숫자에서 밀리면 필패한다는 식의 묘사가 있는데, 현실에는 소수 정예가 숫적으로 압도적인 적을 격파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몽지사르에서는 500명이 채 안되는 기사대를 위시한 수천 보병이 살라딘의 3만 대군을 격파했다. 1268년 탈리아코초 전투에서는 콘라딘 공작의 9000명의 슈바벤 군대에 압도당한 프랑스군의 1,2열이 패주하는 가운데 앙주 백작이 예비로 남겨둔 3열의 800명의 정예 프랑스 기사대가 슈바벤 군을 학살하여 전세를 역전했다. 뮈레 전투에서는 270여명의 기사를 포함한 900여 명의 정예 프랑스 기병대가 수천의 아라곤 왕국 기병대와 3만의 아라곤 왕국 보병대를 정면에서 격파했다. 1578년의 짐블라우 전투에서는 알렉산드로 파르네제의 1200명의 스페인 창기병대가 머스킷과 파이크, 대포로 무장한 2만 5천 네덜란드 독립군을 학살했다. 소수 정예 군대가 대규모 징집병들에 비해 갖는 이점도 많고 정면에서 격파한 사례도 많은데 그들을 과소 평가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
다만, '소수 정예에 대한 평가가 박하기 그지 없다'는 비판은 작품 내용의 일부분을 지나치게 중요시하고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사실 작품 전반적으로는 정예화된 병력이 다수의 비정예 병력에 대해 보이는 압도적인 위력 쪽이 훨씬 더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말 '아무리 정예라도 숫자에서 밀리면 필패'하는 세계관이었다면 수도 공방전 초기에 도시 내에서 다수의 징집병력을 확보할 수 있는 아델만 국왕측이 왕비군의 선발대를 격파하고 여유있게 탈출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 내용을 보면 이런 식으로 급히 확보한 시민병은 전술적 활용도가 너무 낮은 탓에 녹채 건설을 통한 거점방어(극단적으로 말하면 쓰고 버리는 인간방패)로 밖에는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뭐, 에펜도르프 공방전 후반쯤에 가면 잔존 시민병들도 상당한 전술역량을 보여주긴 하지만... 오랜 전투에서 살아남아 경험을 쌓은 병사들이 그만큼 정예화되었다고 보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셈. 반면, 아무리 정예라도 소수로는 전술적 의미가 없다는 묘사는 주로 1개 백인대(120명)이하의 병력에 대해 사용되는데, 수천에서 수만의 병력이 격돌하는 대규모 회전에서 백여명 이하의 병력 단위는 전국 전체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거나, 사신의 호위대라는 명목으로 수백명의 병력을 적 수도에 들여보더라도 이 정도의 병력으로는 수도를 장악하고 정부를 무력화 할 수 없다는 묘사는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품 내에 등장하는 군사 조직은 위계화된 지휘체제와 장교단, 참모조직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중세가 아닌 근대의 군사조직에 가까운데, 위에 예시된 사례들의 경우 대부분 중세의 전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작품 내의 정규군은 기본적으로 근대적 군사 편제를 갖추고 일정 수준이상 정예화된 군대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런 정규군간의 대결에서는 상대적으로 좀 더 정예화된 부대라고 하더라도 소수로는 전황에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것이 작품 내의 묘사인 것. 반면, 아예 군사 편제를 갖추지 못하고 정예화되지 못한 군대의 경우 숫자가 많아도 정규군과 상대조차 되기 어렵기에 제정신 박힌 지휘관이라면 쓸데없이 시민병 모아다가 상대 정예군과 정면대결하는 쓸데없는 짓을 하지도 않는 것에 가깝다. 즉, 위 비판과는 정 반대로 이 작품에서 정예화된 군대는 대규모 징집병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전투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는 것.(다만, 중세군대가 아닌 근대군대 답게 이런 정예화 병력이 소수 군사귀족의 범위를 넘어 정규군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 뿐이다.)[6][7]

사실, 이 작품의 경우 주제의식에 대한 작가의 집착과 양판소를 까고싶은 욕망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각 장면 단위의 묘사에서는 지나친 과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지적된 고증 오류의 상당부분 역시 이런 작가의 의도에 의한 과장이 지나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8 비현실적인 궁중 암투

분명 양판소에 비해서는 뛰어난 묘사를 하지만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극중 민트 케언 공작은 반대파인 후작파와 왕자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의심을 피하고 명분을 얻기 위해 자신의 조카를 포함한 같은 여왕파를 먼저 숙청한다. 이러한 숙청은 일시적으로 케언에게 정치적인 행동의 자유를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상대 인사를 숙청하기 위해 자신의 지지자와 혈육을 잔혹하게 제거하는 행위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깎아먹고 파벌 내부의 결속을 약화시키는 아주 멍청한 행동이다. 고육지책이라고도 할 수 없는게 고육지책은 당사자와 합의를 보고 비교적으로 미온하게 행하는 것이지 극단적으로 모가지를 날려버리는게 아니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정치는 적을 제거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적을 제거하면서도 아군을 늘리고 그들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다. 눈 앞의 적을 제거하기 위해 아군을 죽이고 결속을 파괴하는 행위의 결과는 잘해야 피로스의 승리 정도다.

다만, 이 비판은 좀 잘못 짚었다. 이 책은 바람직한 궁중 암투의 메뉴얼이 아니라 소설이다.(...) 소설의 등장인물이 종종(또는 자주) 어리석은 행동이나 실수, 잘못을 범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잘못 역시 소설의 서사를 진행시키는 원동력이자 인물을 조형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오히려 소설에 항상 정확하고 바람직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무슨 양판소에나 등장할 법한 먼치킨 캐릭터가 나온다면 그 쪽이 더 비현실적이다.(...) 언제나 정치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는 정치가와 싸우면 언제나 이기는 전사가 뭐가 다른가

무엇보다도, 애초에 민트 케언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정치가라기보다는 음모가에 가까운 인물로써 여왕의 부군으로 공작 작위와 칙명관이라는 직책을 얻기는 했지만 독자적인 정치적 기반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인물이고(확고한 여왕파인 여왕의 창기병조차 케언을 지지하거나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위태롭고 비정상적인 모략이나 음모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며 타인을 잘 믿지 않는 성격적 문제로 통상적인 정치활동으로 지지기반을 넓히기보다는 음모를 통해 '기술적으로' 정적을 배재하는 쪽을 선호하는 인물이다. 자기 파벌에게까지 숙청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 이전에 애초부터 암살, 음모, 숙청등의 꼼수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케언의 정치적 약점이라는 사실은 작품 초반부터 상당히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은 민트 케언이라는 캐릭터의 한계이고, 이 때문에 해당 케릭터가 겪는 문제들(여왕파의 대표격인 입지에도 불구하고 여왕파의 핵심 세력인 창기병대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발각될 경우 치명적인 역습을 허용하게 되는 불법적 음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며, 결말에는 여왕 자신이 케언을 처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역시 작중에서 상당히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는데 이를 작품의 한계로 지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6 이유

위에서 언급했던 후술할 이유는 바로....

방대한 설정집의 분실

여왕의 창기병 2부는 튜멜이 주인공이 되어 레미를 따라가서 펼쳐칠 이야기였다. 사자왕 떡밥도 거기서... 하지만 작가 권병수님이 중학교 시절부터 모든 걸 담아 쌓아왔던 설정집의 분실 덕에 그냥 이대로 끝났다. 그야말로 캐안습. 기억을 되살려봐!

여담이지만, 실제로 직접 여왕의 창기병 설정집 이야기를 물어 본 모 작가는 권병수님의 허탈한 표정, 눈빛, 한숨을 보고 바로 사과했다고 한다.

10권으로 급완결 된 것을 봐선 단순히 팔리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본래 여왕의 창기병은 1부 15~20권으로 완결 예정이었고 스토리가 절반 정도 진행이 되었을 무렵에는 10~12권으로 결정되었다.

크로니클 시리즈 2부는 알바트로스는 새로운 등장 인물들이 나와 아메린의 함대인 알바트로스와 크림발츠의 함대인 검은 여왕의 대립을 주제로 한 내용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판사의 요구로 여왕의 창기병은 10권 분량으로 완결을 내야했고 라이어른 내전이 종식된 후 급완결이 되면서 작가는 2~3권 분량의 크림발츠 내전을 별개로 연재하려 했다. 즉 크로니클 시리즈의 1부인 여왕의 창기병이 또 다시 1부, 2부로 나눠지게 된 것이다.

여왕의 창기병 2부의 주 내용은 소 생 마리 백작, 에피온 후작, 케언 공작, 레미 아낙스를 중심으로 한 크림발츠 내전이 될 예정이었고 크림발츠를 포함한 주변국들의 간단한 설정은 완성되었으며 크림발츠는 라이어른과 함께 특히나 많은 설정이 나와있었다. 설정이야 그때그때 필요한 것은 만들면 되는 것이고 이미 완결까지 내용을 구상한 소설의 설정이 사라져서 연재가 안 되었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이후 작가는 출판사를 바꿔서 본래 크로니클 시리즈의 2부가 될 예정이었던 알바트로스의 내용을 세계관을 바꾼 뒤 프리텐더스라는 제목으로 연재하지만 이 역시 2권 미완결작으로 끝나버린다.

7 총평

여러가지 비판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대부분 나름대로 반론의 여지가 있는 것들이고 사람마다 조금조금씩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각국의 정세나 국제관계, 세계관에 대한 설정 역시 치밀하고 현재까지 나왔던 한국의 판타지 소설 중 전쟁/전투묘사에 대해선 여왕의 창기병을 능가하는 소설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현재 범람하고 있는 양판소 따위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한 소설.
  1. 왕위에서 물러남
  2. 사실 작중의 군대는 중세 군대라고 볼 수 없는것이, 작가 자신이 밝힌 바에 따르면 화약 무기가 발명되지 않은 상태의 나폴레옹 시대 군대 정도로 상정했다고 한다. 즉, 중세 군대가 아닌 근대 군대의 편제처럼 보였다면... 작가의 의도대로 정확히 묘사된 셈.
  3. 귀족인 자기 주인의 위세만 믿고 함부로 군인들을 비웃고 임무수행을 방해하다가 쳐맞은 하녀, 어린 마음에 단검 한 자루 가지고 싶어서 군대의 물자저장고에 몰래 들어가려다가 쿼렐 집중사격을 받고 참혹하게 죽은 부랑아 소년소녀, 계엄령이 내려져 군대가 치안을 담당하게 된 상황에서 아는 사람들 앞에서 체면 깎일 수는 없다고 군대에게 개기다 맞아죽은 동네 깡패, 굶주린 손자에게 먹일 계란을 훔치려다 역시 치안활동중인 군대에게 심하게 구타당하고 죽기 직전에 손자에게 겨우 깨진 계란을 주고 죽은 노인... 각각의 장면은 작가의 의도에 훌륭하게 부합하고 있으나, 같은 목적을 가진 장면이 이렇게 계속 나오면서 독자에게 피로를 안겨주고, 서사의 진행을 공회전하게 만드는 것은 좀 곤란하다.
  4. 작가는 영웅적 전쟁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전쟁 묘사를 원했다고 하지만, 문제는 '시원시원한 영웅적 서사'가 아니라도 소설은 서사를 통해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충분한 다큐멘터리와는 다르다.
  5. 연재 당시의 작가 후기를 보면, 마지막 권 집필 당시 출판사쪽에서 '이번 권에 끝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다만, 그렇다고 여러권 분량의 이야기를 한 권 이하의 분량에 넣어버리면 소설이 아니라 스토리 다이제스트가 될 것이 뻔하므로 남은 이야기는 2부를 기약하고 일단 되는 데 까지만 정리했다고...
  6. 조금 더 정확히 짚자면 '정규군 이상의 실력을 가진 엘리트 군대-작중에서는 소드마스터 등으로 표현한다. 실제 역사에서는 기사 등이 예시로써 적절할 것이다.-라고 할 지라도, 다수의 훈련된 정규군에게는 필패한다.'가 작중에서 표현된 작가의 주장이다. 물론 원시적이던 수준의 화기가 개량되어 강력한 살상력을 지니게 된 이후에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다수의 정규군을 이길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기사로 대표되는 엘리트 무사집단을 저지할 수단이 기껏해야 석궁이나 파이크에 불과했던 중세시대 때의 기사들은 비록 소수일지라도 다수의 훈련받은 군대에게도 매우 위협적인 존재였고, 때론 완전한 우위(Total supremacy)를 지니기도 했다. 기사들이 격파한 보병대는 잘 훈련된 보병대가 아닌 농사하다 끌려온 농노들같은 어중이 떠중이들이 아니냐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보병대의 수준이 과장 좀 보태서 양민과 다를 바 없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중세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잘 훈련된 용병들이 보병대의 주류를 차지하게 된다. 당장 앙주 백작이 격파한 슈바벤 군대는 농민 나부랭이들이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온 기사들, 슈바벤 공작의 개인자금과 이탈리아 도시 국가에서 지원해준 자금으로 고용한 용병 보병대, 루체라에서 온 무슬림 용병 궁병대와 기병대로 이루어진 정예군이다. 파르네제가 격파한 네덜란드 독립군도 '독립을 위해 분연히 일어난 시민들'이 연상되지만 파이크, 화승총, 대포로 중무장한 용병들과 체계적인 장교진으로 구성된 정예부대였다. 결론적으로 중세시대 수준의 기술력이 통하는 전장에서는 농부 나부랭이들과는 격이 다른, 잘 훈련된 다수의 용병부대나 정규군이라 할지라도, 소수의 엘리트 기사들에게 참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작중에서 주장되는 다수 정규군 무적론은 작중 시대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올바른 주장이 아니다.
  7.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자면, 일단 작가가 의도한 작중 배경은 '나폴레옹 시대의 군대' 정도이다. 이는 작가 스스로 밝힌 바이며, 작중 묘사에서도 근대적 군사 계급제와 편제가 도입된 군 조직 구성(작중의 군인들은 설령 그 편제가 '기사단' 에 속한 기사라고 해도, 영관에서 위관으로 내려오는 계급에 의한 위계적 지휘체계에 속해 있으며, 부대 역시 백인대에서 연대까지 일정한 규모로 편성된 단위 부대를 묶어 상위 부대를 편성하는 형태로 조직되어 있다.)이나 국민개병제에 준하는 제도 없이는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병력 규모(인구 천만 가량이라는 크림발츠는 약 10만명 수준으로 사실상 평시의 병력 부양 한계선에 준하는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서술된다. 이 정도 규모의 군대를 유지하려면 직업군인이나 용병 등 소수의 군사 전문가들에만 의존하지 않고, 평민층에게까지 군대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또한, 일정 기간 소집했던 부대를 해산하여 병력 자원을 예비역으로 돌려 사회에 복귀시키고, 필요시 재소집한다는 서술 역시 이에 부합한다.)를 통해 드러난다. 이 점에서 실제 역사를 보면 나폴레옹 시대 정도가 되면 군사 기술의 발달(특히 화약 병기의 보급으로 인한 라인배틀 방진 개념의 탄생)로 인하여 중장기병 등 고도로 정예화 된 소수의 엘리트 부대가 가지는 입지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줄서서 총질하면 기사도 한방 즉, 작가가 자신이 의도한 시대상의 특징을 잘 살려낸 것은 사실인 셈. 그러나 문제는, '화약 무기가 개발되지 않았다' 라는 설정이 덧붙음으로써 그 시대의 특징이 어떻게 가능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근대적인 군사 조직을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잘 해야 파이크와 석궁, 잘못하면 체인메일에 방패, 숏소드 정도의 무장으로 어떻게 중장기병등의 돌격을 막을지는 참으로 난감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요컨데, 역사 고증은 그런대로 잘 이루어졌지만 작중 분위기 연출을 위해 수정한 요소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