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영화판.
1992년작. 제작사는 대동흥업. 1999년 이후 영화 제작을 중단했다. 대표인 도동환은 이 영화로 후술하듯이 몬트리올 영화제 제작자상을 받았지만 소감에서 스크린 쿼터제를 비난한 탓에 욕을 무지 먹은 일화가 있다.
영화와 소설의 내용전개가 미묘하게 다른데, 그 미묘한 전개가 엄청나게 다른 뉘앙스로 다가온다. 영화 쪽이 훨씬 암울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홍경인이 다른 아이들보다 나이도 많고 덩치도 큰[1] 엄석대로서 등장하며, 관객들조차도 수긍을 할 만큼 정말 살벌하게 학생들을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명연기를 보여준다. 소설에서는 마지막에 경찰에게 붙잡혀 가는 깡패가 아무리 봐도 엄석대가 틀림없다는 것으로 엄석대의 인생이 결국 추한 결론으로 매듭지어지는 것으로 끝나는데, 영화에서는 당시의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서는 김 선생이 오기 전의 담임이었던 선생님(신구)의 상갓집에 모여서 "요즘 시대에는 엄석대 같은 인물이 나와서 꽉 쥐어잡아야해."라며 그 시절을 추억하며, 식장에는 엄석대가 보낸 크고 거창한 화환이 도착한다. 그러나 그 화환으로는 엄석대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중년의 병태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문열은 나중에 어느 대담에서 "현대소설에서는 이런 악인이 벌을 받으면 구식의 권선징악적 결말이라고 까이는데, 꼭 그래야 하나? 에라, 악인이지만 넌 쇠고랑을 차라."라고 소설의 결말을 맺었는데, 나중에 영화화를 위해 미팅했을 때 시나리오를 맡은 감독이 대놓고 "이건 구식입니다."라고 까면서 위와 같이 바꿨다는 요지로 말하기도 했다. 웃기고있네 원작파괴겟지(...)
영화는 홍경인과 최민식, 신구 등 (최민식이 새로 부임한 김 선생, 신구는 그 전 담임) 당시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며 16회 몬트리올영화제 최우수제작자상, 12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동서문화상, 제13회 청룡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제31회 대종상영화제 4개 부문 수상등을 기록한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아역배우들만으로 진행하는데 연기가 주연에서 조연까지 하나같이 매우 훌륭하다. 다만 흥행은 당시 서울관객 3만 3천여명으로 그리 성공하진 못했다.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 10점 만점에 무려 9.16점에 올라가 있다.
김 선생이 엄석대를 체벌하는 장면에서 여태까지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가르쳐 주기 위한 필요악적인 폭력'으로서 찬양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일부에서는 '김 선생 역시도 실제로는 엄석대를 실질적인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자기가 유일무이한 선생으로 반을 장악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 일 뿐이다.'라고 좀더 넓게 해석하는 쪽도 있다. 이렇게 해석할 경우, 영화에서의 전반적인 묘사는 결국 김 선생 역시 일그러진 영웅중의 한명이 되면서 더욱 다각적인 면을 띄게 되는 면이 있다.[2] 영화에서도 결말부에 김 선생은 권력의 상징인 금배지를 차고 있는 국회의원이 되어있었고, 제자들에겐 대강대하며 높으신 분들에게 굽신굽신거리면서 악수를 한다. 심지어 그 막장스러웠던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훌륭한 교사였다고 치켜세우는 아부까지 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변해도 너무 변했어. 출세가 뭔지..." 라고 뒷담화를 한다. 한 마디로,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던 6학년 때의 열혈스런 담임 선생님의 모습은 이미 권력의 아부 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3]
참고로 김 선생에 대한 이런 해석은 엄연한 해석이고 진리까지는 아니니 각자 자유롭게 생각하자.[4]
작중에서의 수업내용은 대부분 사회와 도덕 시간이다. 수업의 내용을 학생들이 무미건조하게 따라 하는 것이 일품이다. 자유 민주 국가로서... , 이러한 예절이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니다. , 올바르지 않은 지도자가 선출되었을때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 이런 식으로 작중 계속하여 자유에 대해 언급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들은 자신이 무얼 배우는지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자유와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시대적 배경을 3.15 부정선거, 4.19 혁명으로 보여줌으로서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마지막에 엄석대가 고발을 당할 때, 영화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영팔이라는 약간 정신이 모자란 친구가 한 말이 뜻 깊다. "니네들도 나빠!" 라고 모든 아이들에게 일침을 하는데, 여기서 정신이 모자라다고 무시당하는 바보가 반 아이들 모두에게 엄석대의 횡포와 부정한 짓을 묵인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일침을 하는 모습이 나오며, 실제로 엄석대의 횡포에 강하게 저항하는 한병태를 가장 많이 지지해줬었다. 그러나 한병태가 점점 엄석대의 오른팔이 되서 권력에 물이 들자, 영팔이는 한병태에게 크게 실망하면서, "너랑 안 놀아."라고 차갑게 외면하여 돌아선다. 결국 김 선생으로 인해 엄석대가 실각을 하자, "니들도 다 비겁한 놈들이다."라고 엄석대의 밑에서 다들 비굴하게 살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는데, 겉으로는 멍청해보이고 '팔푼이', '바보'라고 놀림을 당하던 아이가 반에서 가장 올바른 소리를 낼 수 있는 아이였다는 아이러니함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영팔이는, 아이들이 맞고 있을 때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표정이 굳어 있는데도 혼자서만 실실거리고 있다. 그저 바보라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 아무때나 실실거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평상시 모습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엄석대의 독재로 물들었던 학급이 제대로 바로잡혀가는 것에 대한 희열의 표현으로 보인다. 힘으로 저항할 수 없는 입장에서 엄석대의 권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바보 행세가 아니었을까. 소설과 영화 모두에서, 엄석대의 측근이 될수록 엄석대에게 '바쳐야 하는' 것들 역시 늘어나는 것이 암시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저항하여도 굴복하여도 결국 피해 혹은 착취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소외된 바보 역할을 일종의 보신책으로서 취했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바보 행세를 하고 있으면 음식을 바치거나 대리시험 셔틀을 안 시켰을 것이라는 것이다. 초기의 저항하는 한병태를 지지했던 것 역시, 그러한 상황 속에서 변화를 상당히 고대했던 것 일수도 있다.
훗날 영팔이의 모습은, 그때의 바보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어눌하긴 하다. 그래도 이래저래 소식은 많이 알며 여전히 실실대는데 졸부가 되어 잘난 척하기 바쁜 만순이와 그런 만순이에게 열폭해하는 체육부장, 그리고 그 인물들을 포함한 친구들 사이에서 굳이 껴있지는 않는다. 너희들 다 나빠라고 외치고 울분을 토해내던 모습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셈. 친구들이 따로 뒷풀이를 하러가고 병태마저 떠날 때에도 영팔이는 마중을 나가 잘가라는 인사를 남기는데 엔딩을 장식하는건 병태의 모습과 나레이션이지만 결국 다시 홀로 남게되는 영팔이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면 꽤나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국민학교 시절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병태의 대사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또한, 어른이 된 영팔이의 직업이 만순이처럼 허세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땀을 흘려서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인 "농부"라는 점 역시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실제로 어른이 되서 상갓집에서 반 친구들을 만났을 때, 엄석대 밑에서 찍소리도 못하다가[5] 김 선생으로 인해 권위를 잃고 실각하자 기회주의자로서 가장 강하게 엄석대의 부정을 김 선생에게 실토하던 만순은[6] 어른이 되고 졸부가 되서 쓸데없이 과거 엄석대의 오른팔이었던 체육부장에게 "너는 어렸을 땐 엄석대 똘마니나 하면서 가오잡더니, 나이먹어서는 겨우 택시기사나 하고 있었냐?"라고 체육부장에게 허세를 부리는데, 당시 엄석대의 오른팔이었고 만순에게 허세부리며 가오잡던 체육부장[7]은 어른이 되고 상황이 역전되어서 변변치않은 택시기사나 하면서 근근히 먹고 사는 주제에, 만순에게 "너는 옛날만 같았으면 그냥 한 방에 죽었어!"라고 열폭을 한다.여기서 만순은 기회주의자같은 약삭빠른 성격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체육부장은 권력자가 몰락해버리자, 같이 몰락해버리는 끄나풀[8]들의 모습으로 귀결된다. 다만, 후반부 만순의 대사가 약간 중의적이다. 김선생을 두고 "사람이 너무 변했어. 출세가 뭔지..."라는 대사를 한 후 "난 변한 게 없다, 돈만 붙었을 뿐이지."라며 항변을 하는데, 이것이 자신의 기회주의적인 성품이 변한 게 없다는 자조적인 의미도 되기 때문. 그리고 역시 기회주의자가 된 김선생에 대한 동종혐오의 의미도 될 것이다.
여기까지 항목이 작성된 것을 봐도 알겠지만, 전반적으로 담임과 엄석대, 화자인 나 를 제외하면 반 아이들 이라고 뭉뚱그려져서 표현되던 소설에 비해 반 아이들 개개인에게도 초점이 맞추어져 캐릭터성이 부각되었는데, 영화화 과정에서 필연적인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더욱 작품을 극적으로 살려냈으며, 결말부 한 장면이 삭제되면서 더욱 의미심장해진 스토리 플롯과 더불어 좀 더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화두를 던져주는 장치가 되었다.
저스트 뮤직의 Indigo Child에 해당 영화의 대사들이 샘플링 되었다. 원곡은 병태 아버지의 대사가, 스윙스의 리믹스 버전은 위의 만순의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 대사가 샘플링 되어 있다.
덤으로 일본에도 수출된 것으로 보인다. (단, 더빙은 아니고 그냥 자막 나오는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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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판에서도 엄석대가 출생신고가 늦어져서 실제 나이가 법적 나이보다 서너살은 많다는 이야기가 돈다는 식으로 언급하고 있다. 처음 전학온 병태가 다른 친구에게 "급장은 몇 살이니?"라고 묻자 "열 다섯? 나도 잘 몰라."라고 대답한다. 영화판에서는 이 이야기가 '이야기'일 뿐이 아니라는 설정인지 다른 배역들이 초등학생 티가 날 때 혼자서만 고등학생 포스를 풍긴다.
임재범. - ↑ 등장하자마자 첫 교단에 섰을때 진실과 자유를 강조하는데 다음 너희들은 아직 잘 모를거야란 뉘앙스의 말을 한다. 만약 그 해석을 적용하자면 캐릭터가 여러모로 무서워진다.
- ↑ 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수있겠지만 위의 해석을 토대로 본다면 애초부터 김 선생이란 사람은... 뭐 단순히 그냥 진짜 사람이 확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 ↑ 엄석대에 대한 벌이 끝나자마자 반아이들이 선생님의 주도하에 자유롭게 토론하던 중 폭주하다시피 엄석대에게 보란 듯 조롱섞인 반응을 보인다. 이 때 김 선생이 언뜻 미소를 보이는데 그게 진정 등장 초반 말한 자유에 대한 미소라 해도 영 달갑지가 않다. 순전히 폭력으로 끌어낸 것이기 때문. 당시 체벌이 아무리 교육의 일부처럼 인식되던 때였다 해도...
게다가 초등학생을 그렇게 팼으니...만약 그게 아니라 진정 실질적으로 엄석대의 반을 자신의 것으로 확실히 해두었단 카타르시스에서 나온 미소였다면 철저히 겉과 속이 다른인물이자 후에 모습까지도 생각해봤을 때 직면한 상황에 따라 두뇌회전이 빠르고 자신의 권력을 십분 이용할 줄 아는 소름돋는 캐릭터라 해석이 가능할지도...근데 설마 국민학생을 상대로 그런 희열을... - ↑ 급장선거를 했을 때, 가장 먼저 엄석대를 추천한다고 손을 들었을 정도로 찍소리 못하고 있었다.
- ↑ 석대의 시험 부정이 발각된 후 김 선생이 학생들에게 석대의 잘못을 고발하라고 다그쳤을 때, 처음에는 그냥 소극적으로 대답하다가 만순이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라고 직접 비난의 스타트를 끊었던 것. 이후부터 다른 학생들도 대놓고 석대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렸다. 심지어, 한병태는 "저는 잘 모릅니다."라고 엄석대를 굳이 비난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만순은 "아니에요! 선생님! 저 새끼가 제일 잘 알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강하게 비난했다.
- ↑ 꼬맹이 시절, 만순에게 유리창 청소 제대로 하라고 윽박질렀었다. 그리고, 엄석대에게 점심시간에 물을 떠다주지 않았다면서 "이것들이, 요즘에 좀 풀어주니까...."라고 멱살을 잡았던 적도 있었다. 이 장면을 생각해보면 제대로 역관광을 당한 셈이다.
- ↑ 남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