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크프리트 선

1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군 방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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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독일이 만든 요새선으로 이름의 어원은 게르만 신화의 전설적 영웅 지크프리트. 제1차 세계대전중 서부전선의 참호전 당시 독일군이 구축했던 유명한 참호선의 이름을 따서 힌덴부르크 선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식 독일어 명칭은 Westwall(서부 방벽)이며, 지크프리트선은 연합군이 부른 명칭이다. '용의 이빨(Drachenzähne)'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프랑스마지노 선에 대항하여, 네덜란드 국경에 걸쳐 만들었다.

전체길이 약 600km, 폭 평균 약 50km. 1938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나치 독일의 국력을 총동원해서 1년 남짓 걸려 완성되었다. 여기에는 총 53만 2000명의 인원, 600만 톤의 시멘트, 300만t의 철재가 투입되었으며, 헤르만 괴링 원수가 축조의 총지휘관이었다. 특히 전쟁수행에 필요한 독일의 루르 지방 등 서부 공업지대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였다.

약 3,000여개의 콘크리트 참호와 지뢰밭, 대전차 용치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특히 산지나 강 등 자연적 방벽이 많지않은 독일 서부지역에 전차를 막기위해 건설한 뿔 모양의 대형 콘크리트 장애물은 '용의 이빨(Drachenzähne, Dragon's Tooth)'이라고 불리며 지크프리트선의 독특한 상징처럼 여겨진다. 독일은 그나마 있는 언덕 등 자연적 장애물을 잘 활용하고 뒤쪽으로 라인강이 흐르고 있어 나름대로 괜찮은 방어선이었으나 프랑스가 오래동안 철저하게 준비하고 건설한 마지노선에 비하면 방어력은 많이 떨어진다. 애초에 건설 동기부터 마지노선의 견제용이었고일 뿐이었고 , 건설 기간 및 투입비용, 자재의 양등 모든 면에서 딸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즉 나치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 침공 등 동부전선의 전투에 집중하는 동안 프랑스나 영국이 독일의 서부전선에서 뒷통수를 치지 못하도록 견제의 목적이었고 실제로 영-불도 체코 침공 당시에는 독일의 행위를 묵인한 데는 독일과 전쟁을 벌이려면 지그프리트 선의 방어를 넘어야 하는 어려움도 고려가 되었고 폴란드 침공 후에도 영국과 프랑스가 선전포고는 해놓고는 실제 전투는 하지 않는 가짜 전쟁 상황이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기 전까지 계속되었으니 나름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

제2차 세계대전이 개전한 이후, 프랑스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용도를 상실해 방어 시설 들도 대부분 프랑스의 해안 대서양 방벽 건설에 뺏기는 등 폐기상태에 놓여고 있었으나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연합군의 서부지역 공세가 강화되자 덩달아 보수에 들어가 독일군의 서부전선 최전선이 되었다. 실제로 연합군의 독일 본토 진격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해서 방어선의 역할로는 간단히 우회 돌파당한 마지노선에 비하면 병력에 비해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한 방어선이다.

연합군 최고의 삽질 중 하나인 마켓 가든 작전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한데, 진격이 너무나 순조로웠던 탓에 연합군은 1944년 이전에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겼고 프랑스 해방을 기점으로 진격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하자 버나드 로 몽고메리는 이 귀찮은 방어선을 돌파하지 않고 돌아가는 작전인 마켓 가든 작전을 입안하여 내놓았다. 물론 결과는 세계사에 남을 대참사가 되었다.

그리고 지크프리트 선에 접근하는 과정은 소모전의 연속이었다. 애초에 노르망디 방어선이 붕괴되면서 혼란에 빠진 독일군이 다시 정신을 차린 후, 얼마 안되는 보급과 보충까지 받아서 지크프리트 선에 배치되는 바람에 방어선은 커녕 방어선에 접근하는 일 자체가 힘들었고, 우회하겠다고 선택한 곳도 숲과 산악지대라 험악한 지형을 바탕으로 한 독일군의 방어에 막히는 일이 흔했던 것이다. 지크프리트 선에 있는 휘르트겐 숲(Hürtgen Forest)은 최대의 격전지로 부상하여 휘르트겐 숲 전투가 벌어졌고, 마녀들의 숲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아르덴 대공세의 실패로 인해 독일군이 정예병력을 상실해버리고, 그나마 남은 병력이 동부전선을 막기 위해 착출되면서 정작 연합군이 지크프리트 선의 정면으로 돌격할 때는 방어선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금방 뚫리고 만다. 아무리 방어선이 튼튼하더라도 거기 배치할 병력과 장비가 충실해야 제대로 동작하는데, 당시의 독일군의 사정상 서부전선에 많은 병력을 배치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연합군은 과거의 격전의 경험을 살려서 공군의 근접지원폭격과 포병의 집중사격, 전차와 보병이 같이 돌격하는 종합공격을 방어선의 일각에 퍼부어서 돌파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방어선의 돌파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결국 1945년 3월 23일. 조지 S. 패튼이 이끄는 미 제3군 병력이 지그프리트 선에서 방어부대간의 지경선을 뚫어버린 다음, 라인강을 건너면서 정면으로 돌파되었다.

물론 휘르트겐 숲처럼 숲과 늪지대, 하천등으로 엄호되는 지그프리트 선의 북부지역은 얼마 남지 않은 독일군이 처절하게 저항해서 연합군이 라인강변에 도달할 때까지 상당한 손실을 연합군에게 안겨주었다. 영화 햄버거힐 2가 바로 이 지크프리트 선 돌파를 다룬 영화. 허술한 방어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돌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만일 독일군이 좀 더 방어에 신경을 썼더라면 아마 냉전의 최전선은 서부 독일이 아니라 프랑스가 되었을 것이다.


여담으로 대전 초기, 가짜 전쟁때 영국군이 잘 부른 노래 중 하나인 '우리는 지크프리트 선으로 빨래를 널러 간다네'는 이곳을 말하는 것이다.


당시 독일에서 이 노래를 독일어로 패러디한 곡도 만들어졌다.

2 스트라이크 위치스의 작중 개념(?)

애니메이션 스트라이크 위치스 2기에서, 등장인물인 에리카트루데의 방 사이에 존재하는 선. 둘이 룸메이트인데, 정리정돈, 성실의 대명사인 트루데와 전투 이외엔 탈력 속성인 에리카는 어디서 주워온 것인지도 모를 물건들을 잔뜩 쌓아둬서 방의 절반이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다(2기 시작하고 새로 입주한 기지인데 1기보다도 더하다...). 그 쓰레기를 막기 위해 트루데가 어디선가 울타리를 가져와서 방을 반으로 나누고 바닥에 지크프리트 선(…)을 그었다. 자세히 보면 창문 쪽 울타리 끝에 둘이 함께 차를 마시는 용도로 보이는 테이블이 하나 있는데 심지어 테이블 위에도 선이 그어져 있다(...). 이름의 유래는 당연히 위 항목.

7화에서는 에리카의 잡동사니가 결국 이 선을 침범했다.

10화 마지막엔 어쩐 일로 에리카가 방을 정리하려고 해서 선이 없어지나 했더니만... 몇초만에 정리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