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drille
프랑스를 중심으로 19세기에 유럽 전역에서 대유행했던 춤이자 춤곡. 다만 왈츠나 폴카 류와 달리, 짤막한 춤곡과 춤 여러 개를 연이어 연주하고 추는 연곡(메들리)이자 연무의 성격을 갖는다.
단어 자체는 프랑스어지만, 어원은 스페인어로 사각형을 뜻하는 쿠아드리요(cuadrillo)에서 파생되었다고 여겨진다. 춤도 네 명이서 사각형의 꼭지점을 만드는 식으로 대형을 짜서 추므로, 꽤 설득력있는 주장. 영어권 국가에서는 '스퀘어 댄스(square dance)'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다만 100% 프랑스 원산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이웃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한 희극 양식인 '콤메디아 델라르테' 의 가면극에서 추어진 잡다한 춤에 영국에서 유래한 콩트르당스(contredanse)를 비롯한 대중적인 춤곡 요소가 섞여들어가 탄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세기 초반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요제프 라너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무도음악 작곡가들이 많이 작곡하고 연주하면서 프랑스 밖에서도 유행시키는데 성공했는데, 다만 오스트리아의 카드리유는 프랑스의 것과는 악곡 구성이나 댄스 스텝 등이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악곡 구성은 프랑스 카드리유가 다섯 곡, 오스트리아 카드리유가 여섯 곡인데, 한 곡 많은 오스트리아 것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늘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것도 각 섹션의 표기는 프랑스어를 그대로 따른다;
1. 팡탈롱 (Pantalon): 뜻은 '바지'. 2/4박자나 6/8박자 중 택일하며, 형식은 ABACA 복합 3부 형식을 취한다.
2. 에테 (Été): 뜻은 '여름'. 2/4박자로 고정되며, 형식은 ABA 또는 ABBA의 아치형 3부 형식.
3. 풀 (Poule): 뜻은 '암탉'. 6/8박자로 고정되며, 형식은 ABACABA 론도 형식.
4. 트레니스 (Trénis): 오스트리아 카드리유에만 있는 섹션. 당대 유명 안무가인 트레니츠가 창안해서 붙은 이름인데, 프랑스어로 음역해서 끼워넣었다. 2/4박자로 고정되며, 형식은 ABA 또는 ABBA의 아치형 3부 형식.
5. 파스투레유 (Pastourelle): 뜻은 '양치기 소녀'. 2/4박자로 고정되며, ABCBA 복합 3부 형식. 오스트리아 카드리유에서는 종종 생략되기도 한다.
6. 피날레 (Finale): 뜻은 '마침곡'. 2/4박자로 고정되며, AABBAA 2중 3부 형식을 취한다. 그리고 이 대목 전에는 반드시 두 마디의 인트로가 선행된다.
작곡가가 완전히 새로 창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기존의 노래나 기악곡, 오페라 등의 무대 작품에 나오는 아리아 등의 멜로디를 빌려와 2차 창작하곤 한다. 완전 날로 먹는군 그래서 카드리유 곡에서 종종 익숙한 독일 민요나 오페라 아리아 선율이 들려와도 표절이나 무단 도용이라고 보면 에러.
유럽 대륙 외에 이 춤곡의 태동에 어느 정도 기여한 콩트르당스 원산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 인기를 누렸는데, 빅토리아 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엠마의 3권에서도 묄더스 집안 하인들이 반나절 휴가를 얻어 파티를 벌일 때 신청곡으로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도 유입되었는데, 옛 프랑스 식민지였던 뉴올리언스의 크리올을 중심으로 '콰드릴(kwadril)' 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이 콰드릴은 흑인 음악과 유럽 음악의 요소가 교배된 래그타임의 형성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단순한 춤곡임에도 꽤 이곳저곳에 영향을 준 흔적을 많이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