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티아스 폰 포르겐

은하영웅전설 외전 4권 <천억의 별, 천억의 빛>의 등장인물. 외전의 시작시점에선 이미 고인이 된 인물이다.

포르겐 백작가의 넷째 아들로 엘리자베트 폰 하르텐베르크의 약혼자이기도 했다. 넷째 아들이었고 형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서열상으로 포르겐 백작 작위를 계승할 자격이 없었다. 이에 문중에서는 대가 끊어질 위기인 자작이나 남작가의 양자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이는 정치적 욕심이 많은 명문가의 서열 낮은 자제분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했고, 본가의 정치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므로 종종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칼 마티아스는 그런 이야기에는 일절 관심도 없고, 그저 백작가의 자제란 타이틀과 가문에 있는 부를 바탕으로 노는 것만 좋아하는 모습만 보였다.

명문 백작가의 자제인 만큼 신분에 따른 특혜가 있었기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군무성 행정분야에서 영관장교로 발령받아 근무했다. 하지만 상관들의 평가는 여느 명문 귀족가의 개념부족한 자제분들처럼 무능하고 나태한 봉급도둑에 불과했다. 그래도 별다른 처벌 없이 직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백작가의 4남이라는 그놈의 타이틀 덕분이었다.

다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고, 사교파티에는 단골출석하는 열의를 보여줬는데 이쪽 분야에서는 많은 귀족가 여식들과 염문을 일으키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원래 약혼자였던 엘리자베트도 그렇게 만난 사이였다. 원래 칼 마티아스는 엘리자베트와의 관계도 예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가벼운 교제관계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칼 마티아스에게 반한 엘리자베트가 진지한 태도를 보였고, 그런 모습에 칼 마티아스도 홀려 마음을 고쳐먹고 진지한 교제를 시작했다.
사실 칼 마티아스가 나이가 30줄이 되어서도 백작가의 가산을 용돈으로 받아 쓸 정도로 경제관념이 희박한 인물이었고, 바람둥이로 소문난 인물이라 하르텐베르크 백작가에서도 교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곧 두 사람의 진지한 관계를 인정하여 결혼을 약속한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던 와중에 칼 마티아스는 돌연 대령대우로 최전방기지의 경리장교로 발령났다. 그리고 그 기지는 자유행성동맹군 습격을 받게 되었고, 칼 마티아스는 기지에 침입한 로젠리터에게 살해당했다. 칼 마티아스를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조국을 위해 명예롭게 싸우다 죽어간 군인 자격으로 소장 계급이 추서됐으며, 양쪽 백작가에서는 칼 마티아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성대한 장례식을 치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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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는 정략적으로 희생된 인물이다. 엘리자베트 폰 하르텐베르크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때 에리히 폰 하르텐베르크는 "그럼 내 누이를 어떻게 먹여 살릴 거냐?"란 이야기를 듣자 칼 마티어스는 평생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군무성의 행정직을 맡고 있다곤 해도 급여가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었고, 그나마 받는 돈도 유행에 탕진해버렸으니 모아둔 돈 역시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저히 돈을 벌만한 방법이 없자 칼 마티아스는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고 말았다. 바로 법으로 금지된 사이옥신 마약의 밀매였다. 이를 통해 그는 막대한 부를 긁어모을 수 있었고 강력한 중독에 빠진 마약중독자들 덕에 계속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하르텐베르크 백작은 내무성 경찰총국 차장이었다. 게다가 백작은 귀족계로부터 깐깐한 경찰간부가 겉으로만 귀족을 하는 것 같다라는 평판을 듣는 사람이니 정보력이나 여러 모로 유능했기에 오래가지 않아 이 사실을 쉽게 알아차렸다. 미래의 매제가 사실 마약밀매범이었다는 소문이 돌게 되면 하르텐베르크 백작가는 물론이고 포르겐 백작가의 명예도 바닥에 떨어져서 사교계에서 매장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작위박탈은 물론 사형까지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래의 매제가 저지르는 범법행위와 동생의 행복을 놓고 고민하던 하르텐베르크 백작은 결국 이 사실을 포르겐 백작(칼 마티아스의 큰 형)에게 알렸다. 그리고 양쪽 가문은 가문의 불명예가 되어버린 칼 마티아스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 군무성에 압력을 넣어 최전선으로 전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은하제국 귀족가에서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기에는 망신이 심하니 차라리 적국의 손을 빌려 해당 인물을 죽게 만드는 이른바 사형선고였다. 만약 전사를 하면 국가를 위해 싸우다 명예롭게 죽은 것이 되고, 설령 큰 공훈을 세워 포상이라도 받는다면 그걸로 과를 덮을 수 있었기에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었다.

어쨌든 칼 마티아스는 두 백작가의 바람대로 동맹군과 교전중에 로젠리터에게 살해당했고, 그 덕분에 칼 마티아스를 명예로운 전사자로 공표하여 이 골치아픈 문제를 덮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칼 마티아스의 약혼자였던 엘리자베트 폰 하르텐베르크는 자유행성동맹에서 귀순해 온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와 결혼했다. 이로 인해 사실 칼 마티아스를 사살한 인물이 뤼네부르크였고, 시신에서 엘리자베트의 사진을 보고는 한 눈에 반해 귀순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물론 뤼네부르크는 이에 대해서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진위여부는 알 수 없다.

한편 이렇게 묻힐 뻔 했던 칼 마티아스가 죽어야 했던 이유는 죽음을 앞둔 리하르트 폰 그림멜스하우젠 자작이 엘리자베트를 불러 알려줬고, 이로 인해 한바탕 소통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