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

The Canterbury Tales

1 개요

14세기 영국제프리 초서가 집필한 영어로 인쇄된 최초의 이야기 책.

중세 영국 이야기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1380년도에 집필되어 초서가 사망함으로서 미완의 명작으로 남게되었고, 현대에 나오는 판본들은 수백년간 학자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수많은 개수와 편집을 거쳐 나온 것이므로, 볼때마다 그들의 눈물과 땀을 느껴가면서 보도록 하자(...)

런던에서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가는 30여명의 길손이 있는데, 전염병을 피하여 시골별장에 은거하게된 귀족층의 젊은 남녀 열사람의 기분을 달래기 위해 길잡이가 '우리 심심하니까 가면서 썰이나 풀죠?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하는 사람한테 내가 점심 쏠게요.'란 제안을 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주 이야기다.

사실은 서더크의 태버드 여관에서 모인 30여명의 길손 중 진짜 귀족은 기사와 그의 시종인 아들 뿐이다. 나머지는 교회의 탁발수사, 수도승, 소환리, 면죄부 판매인 등등 에 방앗간 주인, 법조인, 직업 길드원들 등의 중산층이거나 농부 등의 일반 하류계층이었다. 그 당시 영국 사회를 구성하던 귀족-교회-평민의 세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 무리가 이들 순례객들이다. 총 30명에게 4개씩의 이야기를 시켜 120개의 이야기를 만들려던 대작의 의도는 흐지부지되고 결국 22개의 완성된 이야기와 2개의 미완성 이야기, 즉 24개의 이야기만이 남았다. 이중 유명한 것은 서시(The general prologue)와 바쓰의 여장부(The wife of Bath)의 이야기 등이 있다. 당시 르네상스 부흥에서 뒤쳐져 있던 영국의 발전 양상과는 다르게 초서의 경우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외교관으로 돌아댕기며 쌓은 경험을 캔터베리 이야기에 넣어 상당히 생생한 묘사로 인물들을 써넣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식자의 글과 달리 지배적 담론에 종속되지 않은 이야기(음담패설 난무)를 하는 데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기사 윌리엄에서 히스 레저에게 귀족 문장을 위조해주는 알몸의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제프리 초서"라고 밝힌다.

당시 영국 사회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모조리 등장한다.

구성 면에선 데카메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이야기들중에는 칭기즈 칸이나 테세우스가 등장하는 등 역사를 소재로 한 얘기나 성적인 이야기도 있다. 또한 역사 면에서는 설화 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기도 하는데, 말을 타고가며 대화도 나누고, 츳코미비판도 하고, 칭찬도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등의 개성있는 개인이 등장하여 각각의 계층을 대표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그 주장의 근거. 또한 순례라는 큰 틀 하나에 자잘하지만 간결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게 이색적이다.

참고로 캔터베리 순례가 생기게된 이유는, 노르만의 침공 이후 영국을 정복하게된 새로운 지배자 윌리엄 2세는 기독교를 장려했고, 노르만 출신의 토머스 베켓을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한다. 토머스 베켓은 헨리 왕에게 아득바득 대들며 교회의 권리를 주장하다가[1], 결국 헨리 왕을 추종하는 기사들에게 암살당하자 유럽 전체가 그야말로 대폭발을 해서 교황청에서 베켓을 성인 반열에 오르게 하고, 이후 300년동안 캔터베리 순례식이 잉글랜드 전역에서 성행하게 되었다. 당연히 국왕은 찍소리도 못하고...가 아니라 사실 베켓의 시성을 적극 지원했다. 성역에서 사제를 죽였다는 오명도 씻고 겸사겸사 몰려드는 순례객들을 통해 돈도 벌수 있으니까. 게다가 이미 죽은 베켓은 더이상 위협도 아니고.

2 프랭클린 이야기

프랭클린이란 인물이 등장해서 프랭클린 이야기가 아니고, 지주(Franklin)가 이야기를 시작해서 프랭클린 이야기다. 물론 벤자민 프랭클린하고는 전혀 상관없다.

캔터베리 이야기에 수록되어 있는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이다.

본격 대인배 배틀

옛날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 도리겐(Dorigen)이란 아름다운 처녀가 살았다. 그리고 아르베라구스(Arveragus)란 기사가 그녀를 보고 반해 결혼한다. 이렇게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건 좋은데, 기사다 보니 을 따라 2년간 영국 원정을 나가게 되면서 도리겐은 외로움과 불안에 빠진다.
어느 날 바닷가에 나간 도리겐은 해안의 바위를 보다가 '저런 바위 때문에 그가 타고 오는 배가 좌초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야유회에서 도리겐을 보고 짝사랑하던 종자 아우렐리우스(Aurelius)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처음에는 남편을 배신할 수 없다며 계속 거절하지만, 어느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도리겐은 "브르타뉴 해안가의 모든 바위를 치워준다면 그대의 사랑을 받아주겠다."고 말한다.
몇 개월 후, 정작 아르베라구스는 몸 상한데 하나없이 멀쩡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아우렐리우스, 오를레앙의 마술사를 찾아가 1,000파운드의 거금을 빚지고 해안가의 바위를 모두 다 치워버린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바위를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니라 눈속임에 불과했다.
도리겐은 고민 끝에 남편 아르베라구스에게 사실을 고백하는데, 남편은 "나는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약속은 존귀한 것이니, 가서 약속대로 그의 사랑을 받아주면 된다."

그래서 도리겐은 아우렐리우스에게 가서 그의 사랑을 받아주겠다고 말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아르베라구스의 성품에 탄복한 그는 도리겐과 동침하지 않고 남편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그리고 마술사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녀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겠지만 돈도 열심히 일해서 모두 갚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마술사가 대답하기를...
"흥, 너님들만 관대한 줄 아셈? 나도 너님이 진 빚 완전 면제해주겠음."

지주가 여기에서 이야기를 마치고 다른 길손(과 독자)에게 묻는다.
"자, 이 중에서 누가 가장 관대한(generous) 사람일까요?"

3 1944년도 영국영화

2차대전 중 영국여자와 미군 하사, 영국군 하사가 작은 시골마을에 머무르게 되면서 일어나는 코메디.

4 1번 항목을 원작으로 한 1972년도 이탈리아 영화

1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영화다.
  1. 이때는 대륙 전체에 교권이 그야말로 파팍 확장하던 시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