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팬

그룹 터보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보잉 747에 장착된 민수용 고바이패스 터보팬 엔진.
굵은 앞부분이 팬과 덕트, 그 뒤의 가는 뒷부분이 연소실과 터빈이 있는 자리.


군용 저바이패스 터보팬 엔진 F100의 절개도.

영어: Turbofan
독일어: Mantelstromtriebwerk

연료의 연소배기가스 및 터빈 외측의 팬으로 압축된 공기로 추력을 얻는 제트엔진.
바이패스 제트(bypass jet)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1 역사

터보팬 엔진은 터보제트 엔진이 본격적으로 양산되기도 전인 1943년 4월 1일 다임러-벤츠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당시 전시 독일의 물자부족 및 기술적 난점 등으로 시제기에 그치고 그 이상의 연구는 중단되어 버렸다.

터보팬 엔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재등장하게 되는데, 이론상으로는 순수한 의미의 터보제트 엔진보다는 열역학적으로 우수해야 했지만 기술 부족으로 터보제트보다 빠르지도 강력하지 않으면서 구조만 복잡한 엔진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롤스로이스에서 첫 양산형 터보팬 엔진인 콘웨이(Conway) 엔진이 나오는가 하면, 소련투폴레프에서 세계 최초로 터보팬 엔진을 장착한 여객기Tu-124가 등장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였고, 군용기 중 고속성능이 요구되는 전투기의 영역에서도 미 공군의 F-111, 미 해군의 F-14 등을 필두로 터보팬 엔진이 채택되면서 터보제트의 독점적 지위는 터보팬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21세기에는 터보제트 엔진을 채택한 항공기보다는 터보팬 엔진을 처음부터, 또는 중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장착한 항공기가 민간용 및 군용을 막론하고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 작동원리


터보팬 엔진을 앞에서 본 모습. 정면에서 보이는 깃이 많은 프로펠러가 바로 터보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팬 블레이드다.

터보제트와 생긴건 비슷해보이나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 앞부분에 터보제트는 축류압축기라는 여러 겹의 프로펠러들만 있으나, 터보팬은 축류압축기가 있는 것 까지는 터보제트와 같되, 축류압축기 앞에 훨씬 큰크고 깃도 많은[1] 프로펠러가 하나 더 장착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왕프로펠러가 바로 팬 블레이드이다. 이 정면 프로펠러로 가속된 공기가 바이패스 공기라고 하여 이 엔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터보팬 엔진은 2종류의 기체를 뿜어낸다. 팬으로 가속된 공기(Bypass Air, 바이패스 공기, 분홍색)이 연료가 연소된 이후의 배기가스(Combusted Air, 연소된 공기, 붉은색)를 둘러싸는 형태로 되어 있다. 팬, 덕트와 팬 구동용 터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터보제트 엔진과 동일하다. 주된 동력원은 연소된 공기이며, 이 공기가 연소되는 에너지를 이용해 엔진 앞쪽의 터보팬을 돌려 바이패스 공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연소되는 에너지로 추가적인 출력을 내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역시나 단점이 존재하는게, 터보팬을 돌리느라 연소된 공기의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는 것. 그래도 바이패스 공기를 발생시킴으로써 느리지만 출력은 좋은 구조가 된다. 바이패스 공기:연소된 공기의 비율을 Bypass Ratio라 부른다. 예를 들어 이 비율이 10:1 이라면 연소된 공기가 1일 때 그로 인해 발생되는 바이패스 공기가 10 이라는 의미이다.

야구공(적은 질량) 빠른 속도로 던질때 100의 추력이 생성된다고 가정하자. 반대로 여기서 속도를 줄이고 질량을 높이는 방식, 비교하자면 농구공(많은 질량)을 느린 속도로 던질때도 마찬가지로 100의 추력을 생성할 수 있다.


GE90-115B 터보팬 엔진의 조립 전 모습. 보통 민항기용 터보팬 엔진의 프로펠러(팬 블레이드)는 사람보다 크거나 비슷한 크기인 경우도 적지 않다.

터보팬엔진은 질량유동률을 높여서 추력을 내는 방식이고 터보제트엔진은 오로지 가스 속도만을 극대화 시켜 추력을 낸다. 여기서 제트엔진의 경우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스속도에 한계가 있지만 팬엔진의 경우 더 높은 추력을 질량유동률을 높여서(즉 한 번에 더 많은 공기를 뒤로 밀어 내서)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질량유동률을 높이려면 바이패스비가 커야 하는데 그러려면 엔진의 직경 자체가 커지므로 엔진 탑재공간 등에 제약을 받는다. 이 때문에 바이패스비가 높은 고바이패스 팬엔진은 주로 민간여객기에, 저바이패스 팬엔진은 군용전투기에 쓰인다. 따라서 민간여객기의 팬엔진은 맨 앞의 프로펠러 팬이 거대한 형상이고 군용전투기의 팬엔진은 프로펠러 팬이 작은 형상이라 그냥 터보제트 엔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일부 군용 전투기 터보팬은 말이 터보팬이지, 바이패스 되는 공기량이 병아리 눈꼽만해서 반 농담삼아 바이패스되는 공기가 그저 약간 새는 수준(leak)이라고 하기도 한다.

3 터보팬의 특징

3.1 장점

  • 경제성이 우수하다.
군용기에서도 경제성은 중요하지만, 기름 한 방울이라도 더 아껴야 돈을 벌 수 있는 민항기에서 경제성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할 수 있는 장점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현대의 신규제작 제트기는 모두 터보팬 엔진을 장착하며, 터보제트 시대에 취역한 오래된 항공기조차도 에어프레임이 여전히 운항가능한 상태라면 터보팬 엔진으로 바꿔달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2].
  • 소음을 극적으로 줄여 준다.
고속으로 분사되는 배기가스가 외부 공기와 접촉할 때 그 속도차이로 인해 엄청난 트러블과 그로 인한 심각한 소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터보팬 엔진은 평균적인 배기가스 분사속도가 낮은 데다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속도의 바이패스 공기가 더 높은 속도의 배기가스 분사를 감싸는 형태로 완충을 시켜주기 때문에 소음이 줄어든다. CFM 인터내셔널 CFM56 엔진의 경우, 프랫&휘트니 J57 엔진에 비해 소음을 126데시벨에서 99데시벨로, 96%의 소음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에어버스 A380에 채용된 GP7000 엔진의 경우 높은 정숙성 때문에 엔진 소음이 줄어든 대신 그 이전의 엔진 소음에 묻힌 다른 잡음[3] 때문에 성가시게 되었다는 색다른 소음불만이 제기되었다고 할 정도이다.
  • 동일 연료소모량에서 높은 추력을 얻을 수 있다.
보다 많은 공기유량을 보다 낮은 속도로 분사할 경우 소모되는 에너지는 동일하더라도 추력은 높아진다.

3.2 단점

  • 고속 영역에서 불리하다.
분사 속도가 낮아지면 앞으로 진행하는 기체 속도에 의해 상쇄되는 상대적인 분사속도의 차이가 줄어들고 그 때문에 때문에 고속 영역으로 갈수록 추력이 낮아지면서 고속을 내는데 불리해진다. 그래서 고속을 내어야 하는 군용기의 경우 바이패스비(Bypass Ratio)가 1.0 이하의 저바이패스 터보팬 엔진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 엔진의 직경이 커진다.
대구경의 팬이 장착되는 만큼, 엔진의 직경이 더욱 커지며, 저익 구조의 민항기의 경우 착륙시 엔진 카울이 활주로에 긁힐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고속 기체의 경우 더욱이 크기가 큰 엔진으로 천음속 이상 고속에서 항력이 작은 기체를 설계하기 어렵다.
  • 터보제트보다 구조가 복잡하다.
팬을 구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엔진 압축기-터빈 축은 팬 구동계를 위해 중공축으로 설계되어야 하거나 감속 기어를 탑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4]

4 주요 터보팬 엔진 제작업체

5 관련 항목

6 참고 링크

  1. 다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GEnx는 팬 블레이드가 18개다. GE9x에서는 16개로 더 줄어들 예정.
  2. 미 공군의 KC-135 공중급유기같은 예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3. 이를테면 플랩 구동음 같은 소리들.
  4. 감속 기어를 탑재하여 팬을 구동하는 경우에는 Geared turbofan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