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페리온

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신성한 나무. 실피온, 닝퀠로테 등으로도 불린다. 손아래 나무 라우렐린과 한 쌍을 이루기 때문에 보통 짝을 이루어 등장한다.

발라들이 만든 거대한 등불 일루인과 오르말이 멜코르에게 박살나자, 발라들은 서쪽 대륙에 정착하여 발리노르를 가꾸어나간다. 이 때 야반나에젤로하르(Ezellohar) 언덕에서 노래를 통해 '발리노르의 두 나무'를 탄생시킨다. 이 쌍둥이 나무 중 먼저 자라나 꽃을 피우고 빛을 내뿜은 나무가 텔페리온이기에, 보통 텔페리온을 손위 나무라고 말한다. 이 두 나무가 건재하던 시대를 톨킨 세계관에서는 '나무의 시대'라고 한다.

텔페리온은 라우렐린과 마찬가지로 키가 큰 활엽수 계통의 나무로, 무척 아름답게 묘사된다. 텔페리온은 짙은 녹색의 잎이 돋아난 나무로, 잎의 한쪽 면이 빛나는 은색이며, 무수히 피어난 꽃에서는 항상 은빛을 반짝이는 이슬이 떨어져내렸다고 한다. 텔페리온의 꽃은, 라우렐린과 교대로 각각 7시간 동안 만개하여 빛을 발하고, 5시간 동안 빛이 사그라든다. 이 주기가 기준이 되어 발리노르의 (일종의) 역법이 탄생했다. 한편, 텔페리온의 꽃에서 떨어져내리는 은빛 이슬들은 라우렐린의 금빛 비와 함게 바르다가 모아 저장하게 된다.

아이누들과 엘프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나무로, 이 두 나무는 나무의 시대 당시의 태양 역할을 하였고, 무엇보다 이 나무의 빛을 담아 만든 것이 그 유명한 실마릴이다. 이 나무의 빛을 보았느냐 보지 못했느냐를 기준으로 엘프의 분파를 가를 정도.[1]

멜코르가 웅골리안트를 시켜 두 나무를 죽였을 때 실마릴을 통해 두 나무를 다시 살릴 수 있었으나, 실마릴의 주인인 페아노르가 거부하여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텔페리온에서 마지막으로 핀 꽃과 라우렐린에서 맺힌 열매로 해와 달을 만들게 되었다. 꽃은 달이 되고, 열매는 해가 된 것.

멜코르가 이 두 나무를 죽임으로 실마릴리온의 주요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실마릴이 두 나무의 빛을 담고 있는 데다, 설정집의 이야기를 보면 이후 페아노르가 스스로 실마릴을 반납하여 두 나무가 부활할 것이라고 한다. 톨킨 세계관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텔페리온이 남성형이고 라우렐린이 여성형이다. 텔페리온은 언제나 남성형 대명사(he)로 묘사되며, 라우렐린은 여성형 대명사(she)로 지칭된다. 이후 텔페리온과 라우렐린에서 비롯된 달과 해를 이끄는 마이아 역시 각각 남성형과 여성형이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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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두린의 문에 새겨진 텔페리온과 라우렐린. 좌, 우에 그려진 두 나무가 그것이다.
  1. 정작 엘프의 근원과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톨킨 세계관의 영향을 받은 다른 판타지 창작물에서 엘프라는 종족의 근원으로 세계수를 쓰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