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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삽화가인 존 하우가 그린 이미지. 멜코르와 싸우는 용사는 핑골핀. |
1 개요
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악역이자, 만악의 근원. '멜코르'의 의미는 '힘으로 일어선 자'인데, 여기서 '힘으로 일어섰다'는 의미는 일루바타르의 뜻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다른 발라, 혹은 아이누와는 달리 혼자의 힘으로 일어섰다는 의미라고 해석을 하기도 한다. 다른 이름으로 '모르고스 바우글리르(Morgoth Bauglir)'가 있다. 신다린으로 각각 '세상의 검은 적(Morgoth)'과 '폭군(Bauglir)'이란 뜻으로, 실마릴을 강탈당한 페아노르가 붙여준 것이다. 신격이 아닌 등장인물 사이에서는 대부분 모르고스로 불린다.
전담 삽화가 테드 네이스미스가 그린 모르고스 그림이 유명한 까닭에 외모가 별로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아이누 중 가장 밝고 아름다운 자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부하인 사우론도 반지의 제왕의 눈알 이미지가 강하지만 원래는 예쁜 외모였다.
무기는 위 삽화에서 들고 있듯이 지하 세계의 쇠 망치인 그론드이다. 반지전쟁 때 미나스 티리스의 성문을 파괴하였던 공성 병기의 이름은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한 번 휘두르면 불과 연기를 내뿜으며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매우 강력한 무기지만 그가 이 무기를 휘두른 것은 핑골핀과 싸울 때뿐이다.
2 행적
원래는 아이누들 중 가장 강력한 자이며 힘과 지식이라는 제일 위대한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항상 일루바타르와 불멸의 불을 동경했으며, 자신도 창조의 권능인 불멸의 불을 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창세 이전부터 다른 아이누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생각을 착상하기 시작했고 차츰 일루바타르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를 하기 시작한다.
일루바타르가 아이누에게 세상을 만드는 노래를 부르게 했을 때, 혼자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자신만의 노래를 부름으로써 불협화음을 초래했다.[1] 총 세 번에 이르는 주제가 주어졌지만 그때마다 멜코르의 반역은 이어졌고, 점차 멜코르와 비슷한 가락을 노래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찬송가보단 데스 메탈이 듣는 맛도 있잖아 그것도 데스메탈 취향인 사람이나 그렇지 그 결과, 일루바타르의 계획이 어긋나고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예를 들어 물 같은 경우는 멜코르가 제멋대로 간섭한 덕분에 증기와 얼음이 생겼다. 덕분에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리고 평평했던 대지를 갈아엎어서 산 같은 지형을 만들었다. 쉽게 말해 세상을 좀 더 다이나믹하게 만들었단 거다 그 후, 다른 발라들과 같이 아르다에 왔으며 냉기와 열기를 휘감은 채 제일 막강한 권능으로 세상에 내려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가 불을 주관하는 발라라는 주장도 있지만 확실치 않다. 하지만 묘사로만 보면 열기와 냉기는 멜코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 확실하다. 멜코르는 욕망에 사로잡혀 아르다를 차지하고자 했고, 이 때문에 다른 발라들과 불화를 겪게 되어 결국 최초의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이 싸움에서 멜코르가 우위를 차지했지만, '강자' 툴카스가 발라들을 도우러 내려왔고 결국 멜코르는 어두운 우주로 도망친다.
후에 멜코르는 북쪽의 강철 산맥으로 숨어들어와 그곳에 우툼노라는 요새와 앙그반드라는 거대한 지하 토굴을 세운다. 이때 마이아들을 타락시켜 발록들과 사우론이 멜코르 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발라들이 세운 거대한 등불인 일루인과 오르말을 쓰러뜨린다. 아르다에 빛을 비추던 등불들이 쓰러지자 발라들은 서쪽 끝인 아만으로 갔으니, 그곳이 축복받은 왕국 발리노르이다.
발라들이 발리노르에 머물고 있는 사이 첫 번째 자손인 퀜디가 탄생한다. 이후에 몇몇 퀜디들이 실종되었는데, 이에 관하여 멜코르가 퀜디들을 납치, 고문해서 일그러뜨려 오크를 만들었다는 전승이 퀜디, 엘다르 사이에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 오크가 요정의 타락한 형태라는 것은 퀜디 사이의 전승 외에는 근거가 없으며 실제는 확실하지 않다. 또한 HoME에 따르면 오크가 퀜디의 타락한 후예라는 것은 퀜디, 엘다르 사이의 전승에 불과하며 그 주장이 사실일 수 없다고 톨킨 교수가 쓴 내용이 실려 있다.
나중에 발라들도 퀜디를 발견하였고, 이후 우툼노로 쳐들어가 멜코르와 전쟁을 벌인다. 이 '권능들의 전쟁'[2]에서 멜코르가 패배하여 우툼노는 무너지고 멜코르는 만도스의 홀에 수감되었다.
오랜 세월 동안 감금당했던 멜코르는 후에 용서를 받고 풀려 나온다. 당시 만웨는 멜코르가 정말 참회했다고 믿었지만, 그가 악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한 착각이었다. 멜코르는 페아노르가 만든 세 실마릴을 본 뒤 욕심을 품었고, 놀도르 사이에 헛소문을 퍼트리는 식으로 이간질하여 분란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사실이 탄로나 도주했다가, 나중에 페아노르가 없는 사이에 여왕 거미 웅골리안트의 도움을 받아 두 그루 나무를 말려 죽이고 페아노르의 아버지이자 놀도르의 대왕인 핀웨를 살해한 후, 실마릴을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이때 웅골리안트는 배고프다며 멜코르에게 실마릴과 함께 훔쳤던 보석을 양손에 가득 담아 줄 것을 요구한다. 멜코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왼손에 보석을 한가득 담아 준다(오른손에는 실마릴을 쥐고 있었다). 웅골리안트는 계속 배고프다며 오른손에 든 것을 요구하지만, 멜코르는 네 몫은 받지 않았냐고 말한다. 그래서 그에 화난 웅골리안트에게 붙잡히는 굴욕을 당한다. 멜코르는 실마릴이 손을 태우는 바람에 힘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였으나, 웅골리안트는 이것저것 먹은 후라서 힘이 증가한 상태였다. 그래서 멜코르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비명까지 질렀는데, 이 비명소리는 온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멜코르는 발록들에게 구조된다.
앙그반드로 돌아온 멜코르는 거대한 산인 상고로드림을 세우고 발록과 오크들을 끌어모아 세력을 키우며 요새에 틀어박혀 지낸다. 그 다음 벨레리안드를 지배하고자 군대를 풀어 신다르 족을 공격한다. 이 전쟁에서 싱골 왕이 다스리는 도리아스와 옷시리안드 같은 동 벨레리안드에서 멜코르가 패배하지만, 서 벨레리안드에선 키르단을 수세로 빠트리는 등 승승 장구한다.
그러다 마침내 실마릴을 찾기 위해 페아노르가 이끄는 놀도르가 벨레리안드에 도착한다. 멜코르가 군대를 보냈지만 오히려 처참하게 패하고 도르 다이델로스 근처까지 페아노르가 쳐들어오게 된다. 다행히 출격한 발록들의 공격으로 페아노르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물러난다. 이 두 번째 전투를 '별빛 속의 전투'라는 뜻인 '다고르 누인길리아스'라 부른다.
다고르 누인길리아스가 끝난 지 60년 후에 멜코르가 오크 군대를 내보내 다시 엘다르를 공격했으나 오히려 패배한다. 이때부터 400년간 앙그반드 포위전이 시작되었다. 이 세 번째 전투를 '영광의 전투'라는 뜻인 '다고르 아글라레브'라 부른다. 이 전투가 끝나고 100년 후에 용들의 아버지 글라우룽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계속 처발리던 멜코르는 공격을 멈추고 갖가지 음모술수를 부리며 준비를 갖춘 다음 대규모 군대를 출격시킨다. 이때 모르고스가 불의 강을 발원시켜 들판에 내뿜어 아르드갈렌과 그 곳에 야영 중인 퀜디 부대들을 모두 태워버렸으니, 이 전투를 '갑작스런 화염의 전투'라는 뜻인 '다고르 브라골라크'라 부른다. 이 전투에서 글라우룽이 큰 활약을 펼친다. 또한 압도적인 공세로 인해 퀜디들의 방어선은 거의 무너졌고 퀜디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때부터 멜코르가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다만 놀도르의 대왕 핑골핀과 일대일 대결을 하다가 핑골핀의 보검 '링길'에 7군데나 상처를 입거나, 맨몸으로 들어온 루시엔의 마법의 노래에 잠에 곯아떨어져 실마릴 하나를 강탈당하는 등 좀 안습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마에드로스가 요정, 인간, 난쟁이 연합군을 편성해 앙그반드를 공격한다. 그러나 상고로드림에 매복한 오크와 발록들의 습격과, 미리 멜코르가 포섭한 일부 인간들의 배신 때문에 패배하고 만다. 이때 투린과 니에노르의 아버지 후린이 멜코르에게 잡혀 저주와 고문을 받게 된다. 이 전투를 '한없는 눈물의 전투'라는 뜻의 니르나에스 아르노에디아드라 부른다.
이로써 벨레리안드가 멜코르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았지만, 에아렌딜이 발리노르로 가서 발라들에게 요청한 끝에 발라들이 모르고스를 공격하기 위해 마침내 벨레리안드에 상륙해 곧장 앙그반드로 진격한다. 이 전쟁이 바로 1시대의 대미를 장식하던 분노의 전쟁으로 약 40년에 걸쳐 벨레리안드 전역을 진동하며 벌어졌다. 이때 발라들의 분노로 대지진이 일어났고 지진 한 방에 모르고스의 대군은 전멸한다. 멜코르는 최후 수단으로 날개 달린 용들을 내보냈고, 발라들도 이들의 공격에 잠시 후퇴하게 된다. 그때 에아렌딜에 의해 만웨의 독수리들을 이끄는 독수리의 왕 소론도르가 거대한 독수리 무리를 데리고 왔고, 에아렌딜은 용들의 대장인 흑룡 앙칼라곤을 결국 죽였다. 앙칼라곤은 그대로 상고로드림에 떨어져 요새를 무너뜨리고 발라들은 모르고스를 쇠사슬에 묶어 '영겁의 공허'로 집어던져 가두어 버린다. 이후로 멜코르는 직접적으로 아르다에 개입할 수 없게 되어 그 휘하의 2인자였던 사우론이 반지의 제왕의 최종보스가 되었다.
후에 최후의 전쟁이 될, 다고르 다고라스에서 다시금 공허에서 문을 열고 돌아와 아르다를 침공하지만, 결국에는 투린에게 심장이 꿰뚫려 죽게 될 것이라고 한다.
덧붙여 원래는 발라 중 최강자였으나 사악한 일에만 몰두한 결과, 점점 힘이 그에게서 흘러나가 약해졌다고 한다. 톨킨 세계는 궁극적으로 권선징악이며 룰적으로 선이 유리한 세계라는 설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흘러나온 힘들이 세계 그 자체에 흘러들어가서 모든 갈등과 전쟁들을 발생시켰으니, 세상에는 항상 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실제로 이런 관점에서 톨킨은 아르다를 '모르고스의 반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3 능력
아이누는 위대하며, 그 중에서 가장 힘 센 자는 멜코르로다.
- 에루
작중 행적과는 별개로, 본래 능력만 보면 에루의 창조물 중 가장 위대하다 볼 수 있는 먼치킨 캐릭터이다. 에루에게 엄청난 힘과 지식을 전수받아 아이누 중 가장 힘 세다는 공인을 받았고, 다른 발라들의 권능을 조금씩이나마 전부 가지고 있었다. 발라들과 처음 싸울 때도 혼자서 열셋을 상대해 그들을 밀어붙였는데, 그것도 상당히 크게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신으로 싸운 것은 아니고 발로그 같은 휘하 마이아들이 있었지만, 발라 측 역시 그들의 세력이 있었으므로 이때 우위를 점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아이누 중 가장 힘 세다는 그가 툴카스에게 왜 두 번이나 패했는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다. 우선 멜코르가 근력은 가장 세지만 전투력 전반은 툴카스가 우세하다는 해석이 있는데, 톨킨이 '강함' 내지는 '전투력'을 '힘'과 구분해서 서술한 사례를 찾기 어렵고, 멜코르가 가장 '강하다'는 서술도 ━ 과거형이긴 하지만 ━ 발라퀜타에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툴카스에 대해서도 '힘과 무용이 가장 뛰어난 자'라 되어 있기 때문에 모호하다. 멜코르가 악한 일에 몰두하고 창조물들에 힘을 쏟으면서 지속적으로 약해졌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툴카스에게 진 직접적인 이유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나 분명한 것은 멜코르가 에루의 창조물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존재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도 최고 수준이다. 에루가 아울레에게 멜코르에 못지않은 솜씨와 지식을 전수했다고 하는데, 아울레는 물질과 기술을 관장하는 발라이자 난쟁이와 두 등잔을 만든 최고의 장인이다. 아울레의 제자 출신인 사우론 역시 절대반지를 만든 실력자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멜코르의 지식과 솜씨는 어마어마하리라 추측할 수 있다. 그 지식을 사악한 일에 쏟아부은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의 창조물들은 항상 위협적이었다. 특히 우룰루키는 하나하나의 전투력이 마이아급이었다.
다만 지혜는 조금 부족했던 것인지 종종 우발적이고 허점이 있는 면모를 보여준다. 순수한 증오심이나 욕심 때문에 행동에 나서거나, 루시엔의 미모에 정신이 팔려 허를 찔리기도 하고, 웅골리안트와 손을 잡을 때도 뒤가 없는 조건을 내걸었다가 결국 봉변을 당했다. 이는 그의 부관이자 치밀함과 교활함의 대명사인 사우론과 대비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멜코르도 거짓 참회로 만웨를 완벽하게 속인 적이 있고, 적을 염탐하며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모습, 간을 보다 기습을 가하는 모습 등 영악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지만, 그에 대해 단 한 차례 예외도 없이 행동했던 사우론과 달리 멜코르는 조금 인간적(?)이라고 볼 수 있다.
4 평가
여기까지 읽어보면 뭐 좀 해보려다 역으로 내내 당하는 흔한 악당 캐릭터이지만, 사실 인기는 상당히 많다. 그 이유는 아마 수동적이고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나는 실마릴리온 세계관에서 눈에 띄게 입체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인 듯하다.
다만 신에게 반기를 들고 안티 히어로 포스를 풀풀 풍기는 루시퍼와 달리, 백날 천날 발라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멜코르는 그야말로 안습하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애초에 일선에서 싸우며 힘을 과시한 적이 거의 없는데, 그나마도 결과가 매우 좋지 않았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톨킨 세계관에서 절대악 포지션을 맡고 있는 것 치고는 강력함을 딱히 드러내지 못했는데, 이는 멜코르를 다소 찌질한 캐릭터로 부각시키려는 톨킨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례로 실마릴리온 초기 설정에선 멜코르가 분노의 전쟁 때 직접 나가서 싸웠다고 되어 있었지만, 이후 숨어 있다 무조건 항복한 것으로 변경된 바 있다.
그래서 격이 한참 낮은 사우론보다 보스의 위엄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사우론은 멜코르와 달리 요정과 인간들을 상대로 무쌍을 펼친 적이 있고, 멜코르에게는 항상 호적수들이 있었지만 사우론은 절대반지 파괴가 아니면 희망이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일을 그가 주도했음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실마릴리온의 진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몇몇 팬들은 멜코르가 깽판을 안 쳤으면 이 세상에는 요정만 살게 되었을 것이라며 '인류의 간접적 아버지'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멜코르는 인간을 요정보다 더 싫어했다는 것.
결론적으로 톨킨 세계의 모든 악은 멜코르에게서 기원했으며, 존재했던, 그리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갈등과 전쟁의 책임을 그가 지고 있다. 그리고 꿈과 희망만이 가득해야 할 아르다를 이 모양 이 꼴로 망쳐놓은 자로서 그 영향력은 유일신인 일루바타르 다음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