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지아는 물론 유지아 대륙에서 제일 크고 번성하던 도시였던 에루지아의 수도 파반티. 아마도 에이스 컴뱃 시리즈 중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이자 꿈도 희망도 없는 도시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에루지아에서 가장 번영했던 도시로, "유지아 대륙의 모든 길은 파반티로 통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 하지만 율리시즈 파편의 낙하로, 모든 번영의 시대는 끝이 나고 만다.
1999년 율리시즈의 파편이 유지아 대륙과 에루지아 영토 여기저기에 낙하하기 시작했으나, 파반티에는 그나마 다행으로 커다란 파편이 직격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필이면 상당히 큰 축에 속하던 유성이 파반티 앞바다에 충돌한다.
그리고 엄청난 해일이 발생하여, 해안가 저지대의 주거지구와 상업지구를 집어삼켰고, 도시는 언덕이나 산 같은 고지대만 남기고 모조리 수몰된다.
결국 파반티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나왔고, 사실상 도시로서의 기능은 마비되나 그나마 다행으로 행정 및 정치, 군사 기관은 도시에서 상당히 고지대 쪽에 위치해 있었기에 수도로서의 기능은 겨우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 후 저지대가 수몰된뒤 그나마 남아있는 고지대들은 섬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서인지 다리에는 은색 다리(Silver Bridge), 존슨 기념교(Johnson Memorial Bridge) 같은 다소 절제된 경건한 이름이 붙어있다. 그런데 이 다리들은 이후 파반티 공략전에서 에루지아의 지상부대가 합류하는걸 막기 위해서 모비우스 1에 의해 파괴된다. 모비우스 1 이 나쁜 놈...
파반티 공략전에서 보이는, 수몰된 마천루 사이에 숨어있는 잠수함이나 거대한 크레이터들을 보면 정말 세기말 풍경이 따로 없다. 덧붙여 파반티로 가기 위해선 위스키 회랑을 돌파해야하는데, 바로 이 위스키 회랑에서 전사상 가장 큰 지상전이 벌어졌다. 그렇기에 파반티 공략전은 그야말로 최후라는 느낌이 강하게 난다.
세기말적인 풍경은 당시 에루지아가 어떤 상태였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에루지아는 ISAF 참가국들의 난민을 힘겹게 수용해주었는데 도리어 비난만 받고 모비우스 1에 의해 탈탈 털려버렸으니 그저 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