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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皮蛋[1], CENTURY EGG[2]

중국 음식으로 오리알을 삭힌 음식. 달걀이나 메추리알을 쓰는 경우도 있다. 피딴 문답의 예와 같이 '피딴'으로도 알려져 있다. '피딴'은 사실 중국어 발음이다. 皮蛋의 병음은 pídàn으로 '피딴'으로 발음한다. 다만, 된소리 표기를 기피하는 표준 외래어 표기법/중국어에 따른 표기는 한국한자음과 같은 '피단'이 된다.

저장시설이 발달하지 못했던 고대중국에 오리나 닭 같은 조류의 알을 장기 보관하기 위한 지혜에서 비롯한 음식이다. 생 오리알에 석회성분이 있는 진흙을 바르고 겨에 묻어서 발효시킨다. 이렇게 알을 삭히면 몇 개월 이상 장기 보관할 수 있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데다 오리알 특유의 비린내도 없앨 수 있다. 달걀의 경우는 피단으로 만들면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25%로 줄어든다고. 오오 발효 오오. 하지만 발효된 단백질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3] 피단을 직역하면 가죽 새알이라는 뜻인데, 삭히는 과정 중에 껍질이 분해되어 가죽과 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사진처럼 흰자 부위는 검은색 젤리 같이, 노른자 부위는 갈색과 청색 비슷하게 변한 것이 특징이다. 이 색깔 때문에 겉모습만 보고도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피단의 말캉한 식감과 독특한 맛을 즐기는 사람이 꽤 있다. 막상 눈으로 보고 상상하는 느낌과는 달리 실제로 먹어보면 무척 맛있다고. 그러나 발효 단백질 식품 특유의 냄새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역겹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껍질을 벗긴 뒤 알맹이를 끊는 물에 삶듯이 넣었다 빼내면 냄새가 많이 약해지고 탱글거리는 식감만 남는다.[4] 죽 등에 넣어 먹는 것도 비교적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 비린내와 풍미에 약한 서구인들은 이런 반응을 많이 보인다. 토하면서 쓰러질거 같은 표정하고선 맛있으니 하나 더 먹어야징 너님들도 먹으세염 두번 머겅하면 누가 믿어

(특히 고량주)과 함께 먹으면 맛이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파랑 두부랑 해서 먹어도 괜찮다. 작게 썬 두부+작게 썬 피단[5]+잘게 썰거나 믹서에 간 파+참기름+진간장+맛소금+깨를 가지고 만들면 먹을 만한 작품이 나온다. 단 두부는 먼저 꼭 체에 받쳐서 물기를 빼도록 하자. 취향에 따라 고수를 넣을 수 있고, 맛소금은 재료를 손으로 뒤섞으며 조금씩 뿌려주면 된다. 이 요리는 불을 사용할 일이 없이 간단히 만들 수 있으며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당에 가면 송화단두부 또는 피단두부라는 이름으로 취급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8,000원에서 12,000원 하는 가격에 양은 얼마 되지 않게 주는 곳이 많다는 것은 함정.
집에서 두부 1kg과 피단 6개로 만들어 먹으면 비슷한 가격으로 식당에서 파는 것의 대략 2~3배만큼 분량이 나온다. 싸게 살 경우 피단 6개 3천원, 두부 1kg 2천원대, 고수는 10뿌리에(큰 개체는 5뿌리) 2천~2천5백원 정도에 구할 수 있고, 저 정도의 두부와 피단으로 한번 만들 때 작은 것은 3~4뿌리(큰 개체는 1~2뿌리)정도만 넣으면 된다. 참기름 등의 조미료는 어차피 상시 구비해 놓는 물건이고 고수의 경우는 안 먹는 사람도 많으니 실질적으로 5~6천원에 괜찮은 맛과 많은 양을 책임질 수 있는 좋은 술안주.

어쩐지 만들 때 말오줌에 푹 담가 만든다는 도시전설이 있다. 피단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생긴 오해인데, 말오줌은 기껏해야 pH 7.5정도의 알칼리성을 띰에 비해서 피단은 발효로 인해 pH 9~12라는 가공할 만한 염기성을 자랑한다. 고로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이야기.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몇몇 미식 프로그램이나 칼럼에서는 신빙성 있는 이야기처럼 써놓기도 하며, 심지어 "오리지날 피단은 말오줌에 담군 거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미얀마에는 석회와 말오줌을 섞어 오리알에 바른 뒤 발효한 '쎄배우'라는 요리가 있는데, 이와 피단을 혼동해서 생긴 일인듯.. 근데 이게 또 기원은 중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리를 시킬 경우 전채로 나오는 집도 있고, 오향장육을 시키면 대부분 피단을 곁들여서 나온다. 또한 냉채류나 잡품류(양장피 등)에 곁들여 나오기도 한다. 이리 곁들여 나오는 건 양이 적으니 피단만 먹고 싶으면 인천 차이나타운 같은 곳의 식품점에 가면 송화단을 10개 6천원으로 살 수 있다. 어느 중국집 사장의 증언으로는 피단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피단을 곁들인 양장피를 배달시켰는데 왜 썩은 계란을 주냐고(...) 중국집에 항의하는 일도 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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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단 가운데 고급품은 위의 사진과 같이 겉에 소나무 가지 비슷한 무늬가 생기는데, 이를 송화단(松花蛋)이라고 부른다. 간혹 흔하진 않지만 송화단만 별도의 메뉴로 파는 집도 있다. 매해 조선족과 중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들어서면서 이들의 음식 문화도 국내에 많이 유입되었는데, 송화단 역시 이제는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암모니아와 황화수소가 신경계통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관련 환자는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라고 한다.

또, 싸구려는 속성으로 만들기 위해 진흙에 미량의 납을 넣으며, 항아리 유약에도 납을 쓰는데, 결국 납이 피단에 스며들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피단을 만들 때 공업용 황산구리를 이용하여 만들다가 적발된 경우가 있었다. 중금속 때문이라도 자주 먹지 말 것을 권한다.

멋지다 마사루에 등장하는 꽃다발군은 아버지가 피단을 좋아해서 매일 피단만 먹는 바람에 피단에 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한다.

김소운의 수필 피딴 문답은 피단을 주제로 한 대화체 수필이다. 작가는 여기서 피단을 '존경할만한 음식'이라고 평한다.
  1. 가죽 , 새알
  2. 피단의 별명인 '백년달걀'이 그대로 영문 명칭화된 것.
  3. 사실 예민한 사람이나 느낄 정도이지 홍어와 같은 것에 비하면 느끼기 힘든 수준이다. 심지어 즐겨먹던 사람 조차도 이 항목을 보고 나서야 '아 그 냄새가 암모니아 냄새였어?'하고 말 정도...
  4. 물론 이러면 풍미가 줄어든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5. 피단 초록자노른자는 끈적거리기 때문에 칼로 썰면 잘 썰리지 않고 피단이 칼에 붙어서 성가신다. 가위에는 피단이 잘 붙지 않아 가위를 사용하는 것이 빠르다. 피단을 믹서에 갈 경우 저그크립(...)처럼 변하기 때문에 보기도 흉하고 식감도 영 좋지 않기에 믹서는 추천하지 않음.